칠흑 같은 어둠이 대군저의 안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살을 에는 듯한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처마 끝을 때리며 스산한 울음소리를 냈지만, 방 안의 서연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오지 않는다.’삼경(三更)을 훌쩍 넘긴 시각.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 끝에 자조 섞인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결국 그 정도의 얄팍한 인내심이었다. 피를 흘리며 화원을 다지던 우직함도, 이 목숨이 부서져도 좋다며 오열하던 그 처절한 고백도. 권력과 정무라는 현실 앞에서는 그저 하룻밤의 유흥처럼 허무하게 바스라질 얕은 집착에 불과했던 것이다.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억지로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던 그때였다.저벅, 비틀. 쿵.안채의 마당을 가로질러, 몹시 무겁고 흐트러진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내 문지방 근처에서 무언가 거대한 짐승이 무너지듯 쓰러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하아…… 커윽.”가파르게 억눌린, 피가 섞인 듯한 거친 숨소리.이헌이었다. 그는 궐에서의 지독한 정무를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 기어이 다시 이 처소의 문지방 앞 차가운 흙바닥으로 기어 와 쓰러지듯 꿇어앉은 것이다.“…….”서연의 심장이 벼락을 맞은 듯 크게 요동쳤다.그녀는 방 한가운데 선 채, 덜덜 떨리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이 밤, 이 지독한 추위 속에서 기어코 다시 자신의 감옥으로 돌아온 사내의 기척이 문풍지를 뚫고 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내면에 단단하게 쌓여있던 방어기제가 마치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의 차가운 이성은 당장 저 남자를 외면하고 무시하라 외치고 있었지만, 그녀의 하얀 버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