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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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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맹목적인 복종(1)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대군저의 지붕을 때리고 지나갔다.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뒤뜰의 우물가.이헌은 상의를 완전히 벗어 던진 채, 살얼음이 낀 차가운 우물물을 퍼 올려 자신의 두 손과 팔뚝에 미친 듯이 들이붓고 있었다.“씻어내야 해…….”그의 눈동자는 광기에 사로잡힌 듯 기괴하게 번들거렸다.“이 역겨운 피 냄새를…… 완벽하게 지워내야만 한다.”벅벅, 벅벅-!이헌은 거친 짚으로 만든 수세미를 쥐고, 자신의 손등과 팔뚝을 가차 없이 문지르기 시작했다.방금 전. 서연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복권 문서를 내밀었을 때.그녀가 자신의 손에 묻은 피 냄새를 맡고, 끔찍한 괴물을 본 것처럼 덜덜 떨며 뒷걸음질 치던 그 창백한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자신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휘둘렀던 율법의 칼날.수백 명의 잔당을 도륙하며 묻혀온 이 비릿한 피 냄새가, 정작 그녀의 영혼을 또다시 질식할 듯한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그 뼈저린 자책감이 이헌의 숨통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으아아아아!”이헌은 짐승처럼 절규하며 수세미에 더욱 힘을 주었다.전생의 현대 사회에서도 그랬다.자신은 승소율에 눈이 멀어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송지안의 가정을 박살 내며 이 두 손으로 그녀를 사지로 몰아넣었다.그리고 이 현생의 조선에서는, 또다시 이 더러운 두 손으로 피를 묻히며 서연을 벼랑 끝의 공포로 밀어붙이고 만 것이다.“내 손이…… 내 더러운 손이 또 아가씨를……!”치익, 찌이익-.살갗이 무참하게 벗겨지고, 붉은 피가 터져 나와 차가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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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그림자의 무게(1)

 “……이것이 대체 무슨 기행이시란 말인가.”대군저의 담장 너머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영의정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조선을 호령하는 섭정, 진안대군 이헌.그는 며칠 전부터 궐에서의 정무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호조와 병조의 서류만을 대군저로 가져오게 했다.그것만으로도 조정이 술렁일 판인데, 더 끔찍한 것은 그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였다.칼바람이 몰아치는 안채의 툇마루 앞.이헌은 굳게 닫힌 서연의 처소 문지방에서 정확히 세 걸음 떨어진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비가 오면 비를 맞았고, 눈이 내리면 눈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조선의 절대 권력자가 역적 가문이었던 여인의 문밖에서 미동조차 없이 돌부처처럼 엎드려 있는 기괴한 풍경.가솔들과 흑위대 무사들은 그 기행에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으나, 누구도 감히 그에게 다가가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살갗이 찢어져 붕대를 감은 그의 두 손과, 문을 향해 고정된 핏발 선 눈동자에는 범접할 수 없는 광적인 신앙마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방 안의 서연은 숨을 헉 들이마시며 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창호지 문 너머로, 이헌의 거대한 실루엣이 시커먼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햇살이 비치면 그림자가 길어졌고, 밤이 되어 횃불이 켜지면 그림자는 일렁이며 방 안을 가득 채웠다.‘언제…… 언제 문을 부수고 들어올 작정인가.’서연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바싹 마른 입술을 피가 나도록 짓씹었다.자신은 천민으로 전락했던 계집이고, 그는 십 년 전 자신을 사지로 몰았던 법의 집행자이자 현생의 절대자였다.그가 복권 문서를 건넸다고 한들, 저 맹수가 언제까지 자신 앞에서 꼬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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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뼛속까지 새겨진 진심(1)

 나흘째였다.아침 일찍 안채의 툇마루 앞으로 밀어 넣었던 소반이, 저녁 즈음 다시 싸늘하게 식은 채 고스란히 밖으로 밀려 나왔다.“…….”이헌은 바닥에 놓인 소반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은수저의 위치조차 단 1푼도 어긋나지 않은, 완벽하게 손을 대지 않은 식사.그의 핏발 선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며 파르르 떨렸다.아무리 독기를 품었다 한들, 사람의 육신이 물 한 모금 넘기지 않고 나흘을 버틸 수는 없었다.방 안에서 들려오는 서연의 숨소리는 어제보다 훨씬 가늘어져 있었고, 옷자락 스치는 소리조차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이대로 내일 아침을 맞는다면, 정말로 그녀의 숨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이헌의 목을 옥죄었다.‘어찌하여…… 굶어 죽기를 자처하시는 겁니까.’이헌은 붕대로 칭칭 감긴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거칠게 쓸어내렸다.자신이 밉고 끔찍해서?자신이 건네는 밥알 한 톨조차 역겨워서?물론 그것도 이유일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형조 옥사의 고문 끝에 한때 죽음만을 바라볼 만큼 무너졌으면서도, 대군저에 옮겨진 뒤 다시 버티며 자신의 존엄을 지켜온 강인한 여인이었다.단순한 아집만으로 스스로 곡기를 끊고 목숨을 버릴 사람은 아니었다.그렇다면 대체 왜.이헌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일순간 그의 동공이 기악을 한 듯 팽창했다.‘……독(毒).’등줄기를 타고 소름 끼치는 한기가 뻗어 나갔다.그녀가 식사를 거부하는 진짜 이유.자신은 그녀에게 가문을 되찾아주고 세상의 모든 권력을 쥐여주었노라 선언했다.하지만 자신에게 선택권을 빼앗기고 짓밟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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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뼛속까지 새겨진 진심(2)

 그의 핏발 선 눈동자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기침을 할 때마다 입술 사이로 옅은 핏물이 섞여 나왔다.화상으로 식도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하지만 그는 바닥에 엎드려 컥컥거리면서도, 기어이 문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크윽…… 하아, 하아…….”이헌의 입가에, 소름 끼치도록 처절하고도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다.“안전, 합니다…… 아가씨.”피 섞인 침을 삼키며, 그가 불에 덴 목구멍을 억지로 쥐어짜 내어 속삭였다.“이제…… 조금, 식었을 것이니. 제발 이 문을 여시고…… 굶주린 배를 채워주십시오.”그것은 이 세상의 상식을 완벽하게 파괴하는 광경이었다.조선 팔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섭정이.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자들을 주저 없이 도륙 내던 그 냉혈한 폭군이.방구석에 갇힌 계집 하나를 먹이기 위해, 스스로 기미상궁을 자처하며 제 입천장을 불태우고 피를 토하며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이 끔찍하고도 바보 같은 헌신 앞에서는, 어떠한 권력의 가식도, 사냥꾼의 얄팍한 수작도 성립할 수 없었다.‘……가짜가 아니야.’문틈을 쥐고 있던 서연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갔다.그녀의 등골을 타고,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한 한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이 남자의 광기는 겉치레가 아니었다.자신을 길들이려는 덫도, 굴복시키려는 협박도 아니었다.이것은 뼛속 깊은 곳부터 철저하게 망가져, 오직 자신의 숨결 하나에 영혼을 전부 저당 잡힌 미치광이의 완벽한 ‘진심’이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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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짓밟힌 들꽃(1)

 어스름한 새벽안개가 도성의 산등성이를 무겁게 덮고 있었다.가파른 바위산의 비탈길을 오르는 거친 숨소리가 적막을 갈랐다.“하아…… 하아.”흑색 철릭이 나뭇가지에 찢겨 너덜너덜해진 이헌은, 진흙투성이가 된 장화를 끌며 산을 헤매고 있었다.화상으로 물집이 잡힌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그의 시선은 오직 험준한 바위틈과 그늘진 덤불 속만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었다.‘분명…… 이맘때 피는 꽃이라고 했다.’서연이 그 굳게 닫혔던 문을 열어, 기어이 자신이 올린 식사 소반을 방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던 그 기적 같았던 밤.자신을 혐오하고 쫓아냈을지언정, 그녀가 내민 그 아주 작은 반응 하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처박혀 있던 이헌에게 실낱같은 용기의 불씨를 지펴주었다.그는 며칠 밤을 새워 서연 가문의 옛 기록과 그녀의 어린 시절 행적을 샅샅이 뒤졌다.그리고 그녀가 과거, 험한 산기슭에서만 피어나는 푸른빛의 야생화, ‘설중화(雪中花)’를 유독 아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찾았다.”바위틈 사이로 아주 작게 피어난 푸른 꽃잎을 발견한 순간, 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가 환희로 물들었다.그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붕대 감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꽃가지의 밑동을 꺾었다.차가운 이슬을 머금은 여린 꽃잎이 다칠세라, 이헌은 그 가녀린 들꽃을 자신의 넓은 가슴팍에 소중하게 품었다.천하를 호령하는 섭정이, 칠흑 같은 산속을 헤매어 기어이 이 작은 들꽃 한 송이를 품에 안고서 아이처럼 실없이 웃고 있었다.아침 햇살이 대군저의 지붕을 비추기 시작할 무렵.서연의 처소 문지방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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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부서져도 좋을 목숨(1)

 아가씨의 시야에 거슬리지 않도록.”이헌은 흙투성이가 된 꽃을 품에 안은 채, 닫힌 문을 향해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더욱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습니다.”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그 자신이었음에도.이헌은 세상에서 가장 큰 대역죄를 지은 죄인처럼, 짓밟힌 꽃을 안고 처절하게 사죄하며 스스로를 바닥 끝까지 내동댕이치고 있었다.“…….”방 안.창호지 문을 등지고 서 있던 서연의 눈동자가 기묘하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문틈으로 이헌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자신이 그의 호의를 진흙탕에 처박았으니, 그 오만한 맹수가 마침내 가면을 벗고 분노를 터뜨릴 것이라 예상했다.문지방을 박살 내며 쳐들어와, "네깟 년이 감히 섭정의 성의를 짓밟느냐"고 윽박지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하지만.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진흙탕에 구른 꽃을 품에 안고 오열하며 자신의 손이 더러워 그녀를 불쾌하게 했다며 사죄하고 있었다.자신의 차가운 멸시조차, 마치 하늘이 내린 신성한 처벌인 양 거룩하고 달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태도.“왜…….”서연의 핏기 없는 입술 사이로, 형언할 수 없는 짙은 당혹감이 새어 나왔다.왜 화를 내지 않는가.왜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나를 짓밟지 않고, 도리어 내 발밑의 진흙을 핥고 있는 것인가.대체 당신이 짊어진 그 지독한 죄의식이 무엇이관대, 이토록 철저하게 스스로의 영혼을 파괴하며 나의 멸시를 구걸하는가.서연은 자신의 가슴 한구석이, 마치 누군가의 커다란 손아귀에 꽉 쥐어 짜이는 듯한 소름 끼치는 통증을 느꼈다.자신이 쳐놓은 그 완고한 방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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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부서져도 좋을 목숨(2)

 흑색 철릭은 날카로운 나뭇가지와 바위에 긁혀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고, 온몸은 흙탕물과 빗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이마에서는 베인 상처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빗물과 섞여 뚝뚝 떨어져 내렸고, 붕대 감긴 손은 흙구덩이를 맨손으로 파헤친 듯 엉망진창이었다.산에서 구르기라도 한 듯 짐승 같은 꼴을 한 그는,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툇마루의 문지방 위로 무언가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그것은.그의 품속 가장 깊은 곳, 비바람을 피해 소중하게 숨겨져 있던 아주 여리고 푸른 들꽃 한 송이였다.“……아가씨.”이헌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덜덜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꽃을…… 가져왔습니다.”그의 쉰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서연의 고막에 날아와 박혔다.서연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수일동안 억눌러왔던 지독한 혼란과 감정의 응어리가, 이 미치광이의 처참한 몰골 앞에서 기어이 폭발해 버렸다.드르륵-!서연이 창호지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마루 위로 나섰다.“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그녀의 서늘하고 앙칼진 목소리가 폭우를 찢었다.“산사태가 날지도 모르는 이 날씨에! 그깟 내다 버릴 들꽃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어? 네가 정녕 미친 것이냐!”“…….”“내가 매일 아침 진흙탕에 처박으며 멸시하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하여 이리 미련한 짓을 반복한단 말이냐! 대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관대, 스스로를 이리 병신으로 만들어가며 나를 괴롭히는 것이야!”서연의 어깨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그것은 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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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기묘한 균열(1)

 방 안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옅고 푸른 야생화의 향기가 아주 미세하게 번져나가고 있었다.“…….”서연은 문지방에서 들여온 설중화를 소반 귀퉁이에 놓아둔 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꽃가지의 밑동은 짐승의 이빨에라도 뜯긴 듯 거칠게 꺾여 있었고, 푸른 꽃잎 위에는 흙먼지와 빗물, 그리고 그 남자의 핏자국이 희미하게 얼룩져 있었다.저 작은 꽃 한 송이를 꺾기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산을 뒹굴고 피를 흘렸다.자신이 그 꽃을 진흙탕에 패대기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모멸감을 온몸으로 뒤집어쓰며 매일 아침 문밖에서 엎드려 기다렸다.‘대체 왜.’서연의 눈동자가 깊게 흔들렸다.‘네놈이 치르려는 그 죗값의 깊이가…… 대체 어느 정도이관대.’자신을 살려낸 구원자이면서도, 동시에 삶을 짓눌러 온 현생의 폭군인 사내.그가 자신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자유를 주는 선에서 그쳤다면, 서연은 그저 운명과 율법의 장난이라 여기고 차갑게 외면했을 것이다.하지만 이헌의 저 맹목적인 헌신은, 단순한 속죄나 동정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스스로의 육신을 찢고 자존감을 바닥 끝까지 내팽개치며, 오직 자신의 시선 한번, 향기 한번 맡아주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는 저 비정상적인 광기.그것은 서연이 지금까지 짐작했던 그 어떤 계산과도 맞아떨어지지 않는, 소름 끼치도록 원초적이고 처절한 감정의 덩어리였다.‘……모르겠어.’서연은 핏기 없는 손끝으로, 꽃잎에 묻은 붉은 핏자국을 아주 살짝 건드려 보았다.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가슴 한복판에서, 설명할 수 없는 뻐근한 통증이 다시금 맥박 치기 시작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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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기묘한 균열(2)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것은 이전과 같은 서늘한 멸시가 아니었다.그것은 마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생물을 관찰하며 느끼는 지독한 혼란과 아득함에 가까웠다.쾅, 털썩.이헌이 무거운 바위를 맨손으로 들어 올려 마당 구석으로 치우다, 진흙에 미끄러져 크게 나뒹굴었다.“자가!”흑위대장이 기악을 하며 달려갔으나, 이헌은 벌떡 일어나 흑위대장의 가슴팍을 거칠게 밀쳐냈다.“손대지 마라! 이 땅은…… 오직 내 손으로만 다져야 한다.”이헌은 흙투성이가 된 얼굴을 대충 소매로 닦아내며, 다시 곡괭이를 집어 들었다.비틀거리는 두 다리와 상처투성이의 손.하지만 그의 핏발 선 눈동자만큼은, 굳게 닫힌 서연의 처소 문을 향해 종교적인 맹신을 담아 굳건하게 빛나고 있었다.서연은 창호지 문을 잡고 있던 손끝에 미세한 힘을 주었다.그녀의 시선이 이헌의 거친 손끝에서 서서히 다듬어지고 있는, 작고 부드러운 흙구덩이 위로 고정되었다.그곳에는 아직 아무런 꽃도 피지 않았다.하지만 그 피투성이의 노동이 만들어낸 작은 흙의 온기가, 얇은 문풍지를 뚫고 서연의 차가운 발끝까지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저 남자는…… 진심이다.’서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저 미련하고 우직한 노동은 결코 연기일 수 없었다.아무리 교활한 사냥꾼이라도, 자신의 육신을 이토록 철저하게 갈아 넣으며 사냥감의 발밑에 흙을 깔아주지는 않는다.그는 정말로, 자신의 영혼을 모두 불태워서라도 이 차가운 마당에 그녀를 위한 꽃을 피워내려 하고 있었다.서연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문틈에서 시선을 거두었다.하지만 방 한가운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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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비를 막는 곤룡포(1)

 그녀가 내일 아침 보아야 할, 이 핏빛 노동의 유일하고도 거룩한 결과물이 무참하게 짓밟혀버릴 위기였다.그것은 이헌에게 있어, 도성이 불바다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절망적인 일이었다.“……자가!”흑위대장이 경악하며 입을 떡 벌렸다.이헌이 진흙탕에 뒹굴고 있던 자신의 곤룡포를 집어 들었던 것이다.조선 국왕을 대신하여 섭정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금박과 다섯 발가락의 용무늬가 새겨진 그 지엄한 붉은 곤룡포.그는 망설임 없이 그 곤룡포를 양손으로 활짝 펼쳐 들었다.그리고는.자신의 넓은 등을 굽혀, 곤룡포로 화원의 어린 새싹들 위를 우산처럼 덮어씌웠다.쏴아아아-!억수같이 쏟아지는 겨울비가 이헌의 얇은 홑적삼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져 내렸다.순식간에 뼈가 시릴 듯한 한기가 온몸을 덮쳤지만, 그는 새싹들 위로 드리운 곤룡포가 미세하게 흔들릴까 봐 양팔을 나무기둥처럼 단단하게 고정시킨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이게 무슨…… 섭정 대감! 대체 무슨 짓을 하시는 것이옵니까!”“저깟 풀뿌리가 무엇이라고 옥체를 이리 험하게 굴리시옵니까! 제발, 제발 고집을 꺾어주시옵소서!”가솔들이 비를 맞으며 진흙탕에 엎드려 통곡을 했으나, 이헌은 그들의 절규를 완벽하게 차단해 버렸다.“가까이 오지 마라…….”이헌의 턱관절이 추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곤룡포 아래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이 덮어준 그늘막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해 온전히 숨을 쉬고 있는 어린 새싹들을 내려다보며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다행이다…… 꺾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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