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에는 태경이 지시한 방어 방안과 법률 서류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지안은 두 손에 뜨거운 인스턴트 커피가 든 종이컵을 쥐고, 탁자 맞은편에 앉은 태경을 바라보았다.“오늘도 늦게까지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매번 이렇게 저희 회사 일에 매달려 주시고…….”“컨설팅 비용은 추후에 특허가 상용화되면 정식으로 청구할 테니, 벌써부터 빚진 표정 지을 필요 없습니다.”태경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서류에서 눈을 뗐다.지안의 피로한 얼굴 위로 희미한 안도감이 번져 있었다.지난 한 달간 태경은 채권자들의 독촉을 법적으로 막아내고, 얽힌 소송들을 깔끔하게 지연시켰다.물론 그것은 성원테크를 살리기 위함이 아니라, TK그룹이 흡수하기 좋도록 덩치를 다듬고 타 세력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밑작업일 뿐이었다.하지만 지안은 철저히 기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그를 신앙처럼 의지하고 있었다.“변호사님 아니었으면…… 저희 아버지, 그리고 우리 공장 식구들 전부 길거리에 나앉았을 겁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지안이 컵을 만지작거리며 작게 미소 지었다.지치고 갈라진 입술 위로 번지는, 티 없이 맑고 맹목적인 신뢰.그 미소를 마주한 순간, 태경은 넥타이를 풀던 손가락을 멈칫했다.심장 한구석이 까끌하게 긁히는 듯한,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이질적인 감각이 정맥을 타고 흘렀다.그녀의 얇은 손목, 지친 어깨, 그리고 오직 자신만을 향해 열려 있는 무방비한 시선.그것들을 모조리 짓밟아 부숴버리고 싶다는 파괴 충동과, 동시에 제 품에 가두고 싶다는 기형적인 소유욕이 엉켜 들었다.태경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턱을 굳혔다.‘건방진 착각이다.’그는 속으로 차갑게 선을 그었다.저 여자를 향한 이 불쾌한 시선은 연민이나 끌림 따위가 아니다.오직 완벽하게 길들여진 사냥감의 목줄을 틀어쥐었을 때 느끼는, 포식자 특유의 정복욕일 뿐이다.태경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지안을 직시하며 손을 내밀었다.“은혜를 갚
Last Updated : 2026-07-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