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천천히, 젖은 눈동자를 들어 올려 서연을 올려다보았다.그의 시선에는 오직 맹목적인 구원을 갈구하는 광적인 신앙만이 가득했다.“저를 위해 피를 묻히셨다 하였습니까.”서연이 그를 내려다보며, 아주 느리게,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권력도, 옥좌도 걷어차고…… 이 좁은 문지방 아래서 죽기를 자처할 만큼, 당신의 죄가 깊다 여긴다 하셨습니까.”“그렇습니다, 아가씨. 제 모든 것을 찢어 바쳐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그렇다면.”서연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이헌을 꿰뚫었다.“당신이 쥐고 있는 그 칼끝을…… 이제 나에게 넘기십시오.”“……!”이헌의 숨이 턱 막혔다.율법의 사각지대에서 시작되어, 세상을 피로 물들였던 그 지독하고 끔찍한 복수극의 2막.그 무자비한 정치전이 완벽하게 막을 내리고, 이제 두 사람만이 남겨진 이 적막한 툇마루 위에서.도망치고 숨기만 했던 서연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그 권력의 정점인 이헌의 숨통을 스스로 쥐어 흔들기 위해 닫힌 입을 연 것이다.폭풍전야.서연의 발밑에 엎드린 이헌과, 그를 서늘하게 굽어보는 서연.서로의 영혼을 옭아매고 살을 파고들, 가장 지독하고 파괴적인 애증의 3막이, 달빛 아래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그 거대한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차가운 겨울밤의 정적이 짓누르는 대군저의 안채.수개월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성을 피비린내로 물들였던 광란의 학살극이 끝났다.조선의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던 우의정의 잔당들은
Last Updated : 2026-08-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