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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201 - Capítulo 210

231 Capítulos

[198화] 닿지 못한 손(2)

 그녀의 깨끗한 살결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불결하고 끔찍한 오점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혹여 그녀가 자신의 거친 손길에 잠에서 깨어,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마주하고 또다시 형조 옥사와 대군저에서 겪은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지는 않을까.그 절망적인 비명 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면, 자신은 그 자리에서 심장이 터져 미쳐버릴지도 모른다.“안 돼…….”이헌의 입술 사이로, 피를 토해내듯 끔찍하게 억눌린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그는 짐승처럼 헐떡이며, 허공에 뻗었던 손을 스스로 거칠게 거두어들였다.그는 덜덜 떨리는 자신의 오른손을 왼손으로 꽉 움켜쥐며 억누르고는, 스스로를 향한 지독한 혐오와 깊은 자학 속으로 끝없이 곤두박질쳤다.“흐으…… 윽.”그는 차마 그녀에게 닿지 못한 짐승의 비애와, 평생 속죄해야 할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절망으로 방바닥에 이마를 깊게 찧었다.이헌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서연의 몸 위로 길게 드리워진 자신의 시커먼 그림자를 바라보았다.그는 그 그림자의 끄트머리.호박 등불의 빛을 받아 장판 위에 선명하게 맺힌, 서연의 옆얼굴 그림자 위로 자신의 마르고 갈라진 입술을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었다.쪽.그것은 따뜻한 살결이 아닌, 차가운 장판 위로 흩어진 허무하고 서늘한 빛의 잔상에 바치는 처절한 입맞춤이었다.감히 그녀를 만질 수조차 없는 끔찍한 죄인이.그저 그녀의 곁에 맴도는 어두운 그림자에 입을 맞추는 것만으로, 자신의 미칠 듯한 갈증과 숭배를 위태롭게 달래는 가장 비참하고도 거룩한 의식.“&hell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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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구원의 봄(1)

 지독하게도 길고 혹독했던 겨울이 마침내 그 끝을 맺고 있었다.대군저 안채 마당, 꽁꽁 얼어붙어 짐승처럼 울부짖던 삭풍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살을 에던 칼바람이 불던 자리에는 옅은 온기를 머금은 보드라운 훈풍이 밀려와 처마 끝을 다정하게 간질이고 있었다.언 땅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촉촉한 흙내음이 공기 중으로 훅 끼쳐왔다.이헌이 직접 흙을 나르고 다져 만들었던 안채 마당의 작은 화원.그곳에도 마침내 기나긴 혹한과 눈보라를 견뎌낸 생명의 기운이 경이롭게 움트기 시작했다.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봄의 전령을 자처하며 피어난 것은, 검고 앙상한 가지 끝에서 붉은 망울을 터뜨린 매화(梅花)였다.“…….”이른 아침, 이헌은 그 매화나무 앞에 쪼그려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가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만개한, 가장 붉고 탐스러운 매화꽃 한 송이에 끈질기게 고정되어 있었다.핏기 없는 여인의 뺨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만 같은, 작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이헌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수많은 정적을 베어내고, 한겨울 내내 도끼질을 하느라 흉터가 가득 앉은 그의 억세고 투박한 손.그 잔혹한 손끝이 꽃잎에 닿을세라 덜덜 떨리며 조심스럽게 가지의 밑동을 꺾어 내었다.톡.경쾌한 소리와 함께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매화 가지 하나가 그의 커다란 손안으로 들어왔다.이헌은 그 작은 매화 가지를 마치 천하의 어보(御寶)라도 되는 양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었다.그리고는 흙바닥에서 일어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서연의 처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방 안은 아침 햇살이 창호지 문을 투과해 들어와 은은하고 고즈넉한 빛을 띠고 있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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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구원의 봄(2)

 과거의 자신은 그가 건네는 모든 것을 독이라 여겨 내쳤지만, 지금의 자신은 달랐다.수백 번, 수천 번을 거절당하고 짓밟혀도.자신의 악의적인 시험에 손바닥이 찢어지고,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을 뻔하면서도.그는 끝내 도망치지 않고 그녀의 닫힌 문밖을 묵묵히 지켜내었다.그가 바치는 맹목적인 진심은 더 이상 그녀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니었다.그것은 이미 그녀의 메말랐던 영혼을 숨 쉬게 하고, 끔찍한 악몽의 밤을 지켜주는, 그녀의 삶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너무도 거룩하고 당연한 숨결이 되어버린 것이다.서연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그녀의 시선이 화병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화병 바로 옆, 바닥을 짚고 있는 이헌의 커다란 손이 보였다.수많은 도끼질과 한파로 인해 물집이 터지고 굳은살이 박인 데다, 동상으로 흉하게 변색된 그 투박하고 불쌍한 짐승의 앞발.스윽.서연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허공을 가르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그리고.“……!”화병 옆에 위태롭게 놓여있던 이헌의 그 거칠고 흉측한 손등 위로.서연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아주 살포시, 그러나 단단하게 겹쳐지며 맞닿았다.이헌의 거대한 어깨가 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듯 미친 듯이 튀어 올랐다.그의 핏발 선 눈동자가 기악을 한 듯 크게 팽창하며, 자신의 손등 위를 포개어 잡은 서연의 하얀 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아, 아가씨…….”이헌의 목구멍에서 형편없이 갈라진, 숨넘어가는 듯한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자신이 만지면 오점이 남을까 두려워, 그녀가 잠든 밤 그림자에만 몰래 입을 맞추며 오열했던 그 더럽고 끔찍한 손이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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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완벽한 백기(白旗)(1)

 그날의 붉은 매화꽃 아래서 서연의 기적 같은 미소를 목격한 이후.이헌의 숨 막히던 세상은 마치 천지가 개벽한 듯 완벽하게 뒤바뀌어 버렸다. 지독한 겨울이 끝나고 찬란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 아니, 그에게는 봄을 넘어선 영원한 낙원의 시작이었다.“대, 대감. 이것이 정녕 사실이옵니까?”궐내의 무거운 편전.호조판서가 이헌이 붉은 주서로 직접 내린 윤허가 적힌 상소문을 받아 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그것은 최근 도성 외곽에 흉년이 들어 세금을 내지 못한 빈농들의 죄를 조건 없이 사면해 주고, 국고를 헐어 구휼미를 대대적으로 풀라는 파격적인 자비의 하명이었다. 그것도 부족하여 노역까지 한 해 동안 완전히 면제해주라는 상상도 못 할 자비로운 조항이 덧붙어 있었다.“…….”상석에 앉은 이헌은 호조판서의 경악스러운 반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평소 같았다면 ‘감히 국법과 기강을 어긴 자들의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내걸라’며 차갑게 핏방울을 튀기며 공포로 군림했을 살육귀였다. 조금의 자비도 없는, 피를 머금은 폭군 그 자체였으니까.하지만 지금, 여유롭게 서책을 넘기는 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에는 지독한 살기 대신 묘하게 부드럽고 넉넉한 기운마저 감돌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찢어졌던 입가에는 미세한 미소마저 걸려 있는 듯했다.“어려운 자들을 핍박하여 나라 곳간을 채운들 무엇하겠는가. 백성들도 배불리 살아야 이 나라가 제대로 도는 법이다. 내 뜻이 확고하니 토 달지 말고 서둘러 시행하라.”이헌의 건조하지만 눈에 띄게 누그러진 목소리가 편전 안을 고요하게 울렸다.“……!!!”대신들의 턱이 기악하며 바닥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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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빗소리와 찻잔(1)

 밤잠을 줄여가며 그 피투성이 거친 손으로 조심스럽게 붓을 쥐고,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그녀를 향한 자신의 그 처절하고 절절한 연모(戀慕)를 활자라는 가장 안전한 껍데기를 빌려 소리 없이 토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요동치는 심장이 종이 위에서 팔딱이며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하아…….”서연은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조용히 핏기 없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는 아주 깊고 지독한 체념이 묻어 있었다. 눈가가 시큰해졌다.자신은 수백 번을 내동댕이치고, 짓밟고, 찢어발겼다. 그가 건네는 모든 것을 피비린내 나는 독이라 여겨 내쳤다.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피로 더러운 흙바닥을 닦고, 뼈를 깎아 그녀의 어두운 방을 밝힐 호박 등불을 만들고, 봄의 붉은 매화꽃을 꺾어 바치더니. 이제는 이 무겁고 애달픈 시집으로 그녀의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속 빈틈을 아주 빈틈없이, 그리고 뭉클하게 따뜻하게 채워가고 있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하고 부드러운 덫과도 같았다.서연은 두 손으로 이헌이 필사한 시집을 천천히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 품에 꽉 끌어안았다.부드러운 명주 종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주 옅고 정갈한 먹물 냄새와, 그가 며칠 밤을 새우며 쏟아부었을 그 미련하고 맹목적인 순애의 냄새가.그녀의 겹겹이 닫혀있던 가슴 깊은 곳의 심연까지, 쩍쩍 갈라진 마른땅에 단비가 스며들듯 완전히 젖어 들며 깊숙이 스며들었다.‘이제는…….’서연은 시집을 품에 소중히 안은 채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그녀를 감싸고 있던, 그를 거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방어기제마저 무참히 붕괴하는 소리가 귓가를 고요하게 맴돌았다. 더 이상의 몸부림과 저항은 완전히 무의미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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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빗소리와 찻잔(2)

 “봄비가 와서 공기가 제법 차가우니, 식기 전에 따뜻할 때 한 잔 드십시오.”“……!!”이헌의 심장이 흉곽을 갈기갈기 찢고 터져나갈 듯이 거세게 요동쳤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듯했다.그가 수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고 뜨거운 탕약을 직접 식혀 바친 적은 있어도.서연이 그를 위해 먼저 다과를 손수 내어주고, 자신의 곁으로 올라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라 권한 것은 그녀가 대군저에 갇힌 이후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없었던 기적 같은 일이었다.그것은 단순히 따뜻한 차 한 잔의 의미가 아니었다.자신만의 고립된 영역을 완벽하게 개방하고, 그를 동등한 대화의 상대로, 더 나아가 자신의 온전한 일상 속으로 기꺼이 초대하겠다는 너무도 눈부시고 거룩한 허락이었다. 그의 모든 헌신이 비로소 그녀에게 닿은 순간이었다.“아…… 아가씨…….”이헌의 목구멍에서 형편없이 갈라지고 억눌린 짐승의 쇳소리가 왈칵 새어 나왔다.그는 덜덜 떨리는 거구의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마치 신전의 가장 깊은 제단에 오르는 세상에서 제일 비천한 순례자처럼 아주 느리고 조심스럽게, 숨조차 참아가며 정자의 마루 위로 한 걸음 내디뎠다. 마루가 더러워질까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서연이 앉아있는 평상 맞은편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 서연은 이미 자신의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그를 가만히, 아주 깊은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대군께서는…….”서연의 시선이 찻잔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넘어, 이헌의 흉터 가득한 상처투성이 두 손과, 자신만을 맹목적으로 담고 있는 핏발 선 눈동자를 향했다.그녀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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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 붉게 물든 봄(1)

 대군저 안채 마당에는 찬란한 봄의 기운이 완연했다.따뜻한 햇살 아래 만개한 붉은 매화는 흐드러지게 피어나 달콤한 향기를 뿜어냈고, 서연의 방문은 이제 낮 동안 늘 활짝 열려 이헌의 출입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허락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지독했던 냉기는 봄눈 녹듯 사라진 지 오래였다. 평온하고 완벽한 나날이었다. 이 평온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만 같았다.“대령하였사옵니다, 자가.”그날 오후.주방을 담당하는 하인 하나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서며 소반을 내밀었다.소반 위에는 서연의 기혈을 보충하기 위해 매일 정성스레 끓여 올리는 진귀한 탕약이 담겨 있었다.“…….”이헌은 툇마루 끝에 서서 무심한 눈으로 탕약을 내려다보았다.그의 핏발 선 시선이 탕약 사발에서, 고개를 푹 숙인 하인의 파르르 떨리는 좁은 어깨를 스치듯 지나갔다.표면적으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폭군의 날카로운 육감은, 지금 이 순간 아주 미세하고도 불길한 위화감을 감지하고 있었다. 하인의 호흡이 평소보다 미세하게 거칠고 빨랐으며,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끝이 유독 눈에 띄었다.최근 지방으로 비참하게 숨어들었던 반정의 잔당 세력들이, 도성 내에 세작을 심어 섭정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첩보가 흑위대를 통해 올라온 직후였다.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기였다.“이리 내어라.”이헌은 하인의 덜덜 떨리는 손에서 탕약 사발을 낚아채듯 거칠게 받아 들었다.방 안에서는 서연이 서안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책을 읽으며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에게 다가가기 전, 이헌은 늘 하던 대로 탕약의 온도를 확인하고 기미(氣味)를 보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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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붉게 물든 봄(2)

 하지만 맹독은 섭정의 초인적인 인내심마저 무참히 비웃으며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력을 무자비하게 빠르게 갉아먹고 있었다. 이대로 의식을 잃으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몰랐다.“보지…… 마십시오…….”이헌이 피 거품을 연신 토해내며 처절하게 헐떡였다.“제 더러운…… 피가…… 아가씨를, 또 아프게…….”“닥치십시오!”서연은 그의 피투성이 얼굴을 양손으로 꽉 감싸 쥐었다. 손끝에 닿는 뜨거운 피가 지독하게 소름 끼쳤지만 밀어내지 않았다.그녀의 눈동자에는 형조 옥사와 피비린내 나는 기억을 떠올리는 공포나 혐오 따위는 티끌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오직 눈앞에서 생명의 불꽃이 위태롭게 꺼져가는 한 사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끔찍한 충격과 지독한 절망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이성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눈을 뜨십시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란 말입니다!”서연의 창백한 두 뺨 위로, 태어나 처음으로 이 사내를 향해 쏟아내는 처절하고도 짐승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핏자국을 씻어내렸다.“당신이 평생 나를 지킨다 하지 않았습니까! 내 어두운 밤을 영원히 지켜주겠다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 어찌 내 앞에서 이리 허무하게 눈을 감으려 한단 말입니까!”서연은 피투성이가 된 이헌의 거대한 몸을 자신의 좁은 품 안으로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핏물이 그녀의 가슴팍을 붉게 물들였다.“제발…… 제발 눈을 뜨십시오! 죽지 마라, 죽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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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피로 쓴 맹세(1)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 건조하고 처절한 시선이었다.밤이 깊어갈수록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이헌의 호흡은 점점 더 옅어지고 불규칙해졌다. 맥박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약하게 뛰었다. 맹독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맹독이 내장을 무자비하게 태우는 고통 때문인지,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그의 굵은 주름이 패일 정도로 미간이 끔찍하게 일그러지며 고통스러운 신음이 잇새로 새어 나왔다. 피가 식어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어의들의 탄식 소리가 깊어졌다.“으흑…….”서연의 피가 날 정도로 꽉 다문 입술 사이로, 기어이 억눌렸던 짐승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그녀는 이헌의 차갑게 굳어가는 손등에 자신의 이마를 푹 파묻었다.자신을 살리기 위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 끔찍한 맹독을 들이켰다.그리고는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그 참혹한 순간조차, 자신의 피가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고개를 돌리며 ‘보지 말라’고 애원했다. 자신의 죽음보다 그녀의 두려움을 더 끔찍하게 여긴 미련한 사내였다.‘이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내야.’서연의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려 이헌의 손등을 축축하게 적셨다.그녀의 가슴 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알량한 자존심으로 그를 밀어내고 잔인하게 시험하느라 낭비했던 그 모든 아까운 시간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을 무자비하게 후벼 파기 시작했다. 피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그가 찬 바닥에서 무릎이 닳도록 엎드려 밤을 지새울 때.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꽁꽁 얼어 죽어갈 때.손바닥의 물집이 다 터지도록 자신을 위해 땔감을 패고 등불을 깎아 바칠 때.자신은 얄팍한 방어기제와 이헌에게 겪으며 쌓인 공포와 불신이라는 단단한 벽 뒤에 숨어, 그가 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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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남겨진 자의 대답(1)

 끝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의 늪이었다.사흘 밤낮.맹독이 내장과 혈관을 잔혹하게 유린하는 동안, 이헌의 영혼은 뜨거운 불길이 타오르는 무간지옥을 수없이 헤매고 또 헤맸다. 육신의 고통보다 그녀를 홀로 두고 영영 떠나야 한다는 지독한 절망감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싶을 만큼의 통증이 수십 번을 덮쳐왔지만, 그는 결코 의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기다릴 그녀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생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던 그의 흩어지는 의식을 끝끝내 붙잡은 것은, 오직 귓가에 맴도는 처절한 여인의 목소리 하나뿐이었다.『네가 만약 이 지옥에서 살아난다면.』『나도 내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오직 너만을 사랑하겠다.』그 목소리가, 그 눈물겹고 독기 어린 맹세가.저승의 사자에게 멱살을 잡힌 그의 넋을 기어이 이승의 빛으로 다시 질기게 끌어올렸다. 그 절박한 약속을 듣고 어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바닥을 박박 기어서라도 다시 그녀의 곁으로 살아 돌아가야만 했다. 그녀의 맹세가 그를 살렸다.“으흑…… 하아…….”이헌의 굳게 감겨있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끔찍한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아주 천천히 열렸다.흐릿하고 흔들리는 시야 너머로, 익숙한 침소의 화려한 천장이 희미하게 들어왔다.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온몸을 빈틈없이 휘감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간신히 인지했다. 아직, 살아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대군?”그때, 바로 곁에서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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