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검정 예복이 흙바닥에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 막 정실로 책봉된 서연의 발밑에 한쪽 무릎을 꿇고 완전히 엎드린 것이다.“…….”서연조차 예상치 못한 이헌의 맹목적인 돌발 행동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하지만 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는 그 어떤 흔들림이나 수치심도 없었다.오직 자신이 평생을 바쳐 모실 신(神)을 향한 맹목적인 숭배와, 거룩하고도 숨 막히는 복종만이 번뜩이고 있었다.이헌이 서연의 하얀 손을 다시금 두 손으로 꽉 감싸 쥐며, 그녀의 손등에 아주 깊고 뜨겁게 입을 맞췄다.“나 섭정 이헌은.”그의 굵고 위압적인, 짐승의 포효 같은 목소리가, 대군저의 마당을 넘어 온 도성에 쩌렁쩌렁 울려 퍼질 듯 단단하게 뻗어 나갔다.“이 만천하가 엎드려 보는 앞에서, 나의 유일한 정실부인에게 피로 맹세한다.”“…….”“내가 쥔 조선의 이 모든 권력과, 내 심장의 뜨거운 박동과, 내 영혼의 마지막 남은 숨결까지.”이헌이 짐승처럼 고개를 들어, 붉은 적의를 입고 내려다보는 서연의 깊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오직…… 내 부인만의 것입니다.”“……!!”바닥에 엎드린 훈구파 대신들의 어깨가 파르르 경련하듯 떨렸다.그것은 단순한 부부의 낭만적인 서약이 결코 아니었다.조선의 섭정이, 자신이 쥔 모든 무력과 권력의 진짜 주인이 바로 이 여인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완벽한 굴복이자 무자비한 양도의 선언이었다.그 누구도 감히 서연을 헐뜯거나 해치거나 그녀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