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그렇게 결론을 내렸었다.그런데도 휘웅은 결국 미팅이 열리는 건물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회의실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지호가 나오는 걸 먼발치에서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스스로도 우스운 변명이라는 걸 알았지만, 몸은 이미 그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건물 로비 근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자리에 서서 휘웅은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호가 나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그 배우,진섭이 옆에 있었다. 두 사람은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차에 올라탔고, 휘웅은 저도 모르게 그 뒤를 따라갔다.멀리서 지켜본 지호는, 그가 알던 어떤 모습과도 달랐다.밝게 웃고 있었다. 진섭이 무슨 말을 했는지, 지호가 소리 내어 웃는 모습이 차창 너머로 보였다.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다시 무언가 대꾸하는 얼굴에는 그늘이 없었다.유진과 동학이 말했던, 10년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휘웅은 혼란스러웠다.분명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지호는 자신을 철저히 외면했다.시선 한 번 주지 않았고, 목소리에는 온기가 없었다.그건 유진과 동학이 말했던,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의 얼굴과 정확히 일치했다.그런데 오늘, 진섭과 함께 있는 지호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그냥, 여느 서른 초반의 사람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잘 웃고, 편안해 보이고,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이는 얼굴.'뭐가 진짜야.'세 개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자꾸 어긋났다. 갓 스물 사랑에 빠진 얼굴. 10년을 갇혀 지냈다는 얼굴. 그리고 지금, 저렇게 편안하게 웃고 있는 얼굴.휘웅은 자신도 모르게 차를 몰아 그 뒤를 쫓았다. 얼마 가지 않아 차가 어느 골목 앞에서 멈췄고, 두 사람은 작은 치킨집으로 들어갔다.휘웅은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채, 불 켜진 유리창 너머를 오래도록 지켜봤다. 치킨과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지호가 뭔가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