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섭은 늦잠을 잤다.밤새 뒤척인 탓인지 몸은 무거웠고, 눈을 떠도 한동안 정신이 맑아지지 않았다. 어제 본 지호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울음을 삼키다 나온 듯한 붉은 눈가, 불빛 아래에서 유난히 하얗게 보이던 얼굴, 그리고 문 앞에 서서도 쉽게 안으로 들이지 않던 그 경계심까지. 그는 괜히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방 안은 조용했다. 진섭은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어디선가 스미듯 퍼져 오는 커피 향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거실을 지나 주방 쪽으로 걸어가자, 지호가 서 있었다. 커피 포트가 끓고 있었고, 지호는 그 옆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치 이 집의 원래 주인처럼,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료를 꺼내고 접시를 챙기고 있었다.진섭은 잠깐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잠옷 위로 겉옷을 대충 걸친 모습이 영 성의 없어 보여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매무새를 고쳤다. 그 뒤에야 지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굿모닝이요.”지호는 고개만 아주 조금 끄덕였다. 대답은 없었지만, 거절도 아니었다. 그냥 그 정도만 허락하겠다는 식의 표정이었다.진섭은 그런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주방 쪽을 기웃거렸다. 식탁 위에는 간단한 아침상이 하나씩 차려지고 있었다. 계란프라이, 살짝 구운 베이글 반쪽, 베이컨 두 줄, 커피, 그리고 바나나와 사과가 담긴 작은 바구니까지.“아침은 각자 해 먹는 게 룰이긴 한데요.”지호가 짧게 말했다.“하는 김에 조금 더 했어요.”그 말에는 별다른 온도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차갑기만 한 건 아니었다.지호는 다시 말이 없었다. 진섭은 그 침묵이 어색해서, 또는 어색한 걸 못 견뎌서였는지 곧바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와, 이 집 아침 되게 괜찮네요.”그는 식탁을 한 번 훑어보고는 웃었다.“원래 이렇게 잘 차리세요?”지호는 대답 대신 그를 바라봤다. 말이 많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던지는 말들은 가볍고 빠르지만, 귀에 거슬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0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