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섭은 리딩이 끝나갈 무렵, 매니저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라도 따라붙을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지호를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가게 하고 싶었다.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회의실 문을 나서자마자, 제작사 쪽 사람이 지호를 향해 다가왔다. 지호의 어깨가 작게 움찔했고, 끝내 그 사람을 쳐다보지 못했다.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지호는 좀처럼 사람의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늘 시선은 비켜가 있었고, 대화는 짧고 조심스러웠다.그런데 우유니에서는 달랐다. 햇빛 아래에서, 소금사막 위에서 지호는 몇 번이나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게 얼마나 드문 순간이었는지,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그런데 오늘의 지호는 다시, 어딘가로 숨어버릴 것 같은 사람이었다. 잔뜩 움츠러든 채, 작아진 채로.왜 이렇게 된 건지 진섭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쉽지 않은 시간이 있었겠구나, 그 정도는 느껴졌다.차에 올라탄 뒤에도, 지호는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계속 창밖만 바라봤다.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 점점 어두워지는 거리. 그걸 따라가듯 시선이 흘러갔다.매니저가 인사를 건넸지만, 지호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했다. 낯가림이 심한 수준을 넘어서, 사람 자체를 어려워하는 느낌이었다.진섭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많이 힘드셨어요?”지호가 잠깐 멈칫했다.“…아, 뭐. 별로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톤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그럼 바람 좀 쐴까요?”“…어디요?”조금은 경계하는 눈치였다.진섭이 가볍게 웃었다.“저 믿어보셔도 됩니다.”짧은 침묵 끝에, 지호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섭은 곧바로 매니저에게 말했다.“형, 남산으로 좀 가주세요.”차는 방향을 틀었다.도착한 곳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이었다. 이미 해는 지고, 도시는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빛들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풍경.지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잠시 말을 잃었다.“…와.”작게 숨이 섞였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3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