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의 시점.그날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다.한지안이 내게 이혼을 통보하고 모습을 감춘 그날로부터 5년.내 인생은 완벽 그 자체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성공'을 이룬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나는 성 카트리나 국제의료센터 최연소 외과부장이 되었고, 학술적 성과 또한 눈부셨다. 명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언론에서는 나를 '심장외과의 정점'이라고까지 불렀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외로움을 견디는 나날만이 이어지고 있었다.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5년 전 그날. 정하린은 내게 함께 임신 검진을 받으러 가 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내 아내는 내 아이를 유산한 채 병원으로 실려 갔다. 아내에게서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내 오랜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지안의 친구였던 정하린의 임신 검진에 함께 가는 것이, 한지안에게 스스로 저지른 죄를 마주하게 하고 그녀에 대한 벌을 주는 일이라고 믿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성 카트리나 국제의료센터 외과부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그곳에는 오직 고독만이 기다리고 있었다.침실 화장대에는 한지안이 쓰다 남긴 향수병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옷장에는 그녀가 두고 간 옷과 가방이 남아 있었고, 그녀가 사용하던 서재에는 수많은 의학 서적과 그녀가 즐겨 읽던 소설들이 그대로 꽂혀 있었다.모든 것은 한지안이 떠난 5년 전 그날 이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모두가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만 대며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집에 돌아와 혼자가 되는 순간, 나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한지안이 쓰던 침대에 몸을 누인 채, 이미 사라진 그녀의 온기를 찾아 헤맸다. 울면서 내가 저질렀던 일을 후회하기도 했다.그날. 한지안은 이혼을 말했고, 집에 있던 내가 건네준 이혼신고서를 아무런 연락도 없이 제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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