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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잃어버린 생명과 속죄

작가: 오드린
한지안의 시점.

"……! 지금 뭐 하는 거야!"

강현우는 다급히 달려와 치켜든 내 손목을 붙잡았다.

"하린이한테 손을 대려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강현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내 사정 따위는 조금도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 그대로 전해졌다. 내 손목을 움켜쥔 그의 손에는 비정상적일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고, 그 힘이 나를 향한 분노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제정신이야? 방금 네가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쉴 새 없이 몰아붙인 그는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힘껏 밀쳐진 나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반사적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 그는 마치 공주를 지키는 기사처럼 내 앞을 가로막아 섰고, 등 뒤에 있는 정하린을 감싸고 있었다. 강현우의 뒤에서는 정하린이 나를 내려다보며 비뚤어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강현우의 아내였다. 방금 유산한 그의 아내. 그런 아내를 걱정하기는커녕, 다른 여자를 자신의 아내에게서 감싸고 있는 남편.

게다가 이 사람은 조금 전까지 정하린의 임신 검진에 함께하고 있었다.

내가 유산 수술을 받고 있는 동안 이 사람은 자기 아내를 내버려 둔 채 다른 여자를 챙기고 있었다.

내게는 자신의 아이를 낳을 자격조차 없다고 말했던 남자...

그리고 그 남자에게 보호받는 정하린은 악의를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나를 비웃고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다 의미 없게 느껴졌다.

"현우 씨."

나를 멸시하는 강현우의 시선과 조롱하는 정하린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이혼해."

◇◇◇

우리 집과 강현우의 집, 그리고 이서준의 집은 오래전부터 집안끼리 왕래가 있던 사이였다. 말하자면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한편 정하린은 우리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의 딸로, 나와 동갑이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냈지만, 정하린은 어디까지나 사용인의 딸이었다. 그래서 나나 강현우, 이서준과는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하린은 사랑스러운 외모 덕분에 강현우와 이서준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언제나 겁먹은 듯 두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누군가가 지켜 줘야만 하는 작은 흰 꽃 같은 아이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강현우를 좋아했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었다.

강현우와 이서준의 시선이 향해 있던 사람은 정하린이었다는 것을.

정하린은 늘 여리고,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강현우가, 또 어떤 때는 이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정하린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손을 잡히고,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반면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일은 내가 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사용인을 두는 집안이었지만, 내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고,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아도 혼자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정하린처럼 살아가는 방식은 흉내 낼 수도 없었고, 실제로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과 강현우의 집 사이에 혼담이 오갔고, 나는 강현우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이서준과 정하린도 결혼했다.

정하린이 이서준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강현우가 정하린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나와 결혼했으니 이제는 정하린이 아니라 나를 바라봐 주겠구나...

결혼 초기의 시간은 평온했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나날이었다. 우리 둘은 의료계에서 각자의 분야를 대표하는 의사로 인정받고 있었다. 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강현우는 뇌외과 전문의로 눈부신 성과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서준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를 당한 이서준이 이송된 병원은 나와 강현우가 근무하던 성 카트리나 국제의료센터였다. 나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이서준의 치료를 맡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이서준을 살리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멍하니 서 있던 나, 그런 나를 노려보던 정하린, 그리고 뒤늦게 달려온 강현우...

정하린은 강현우에게 매달린 채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지안 씨는 응급의료 최고 권위자잖아요? 그런데 왜 서준 씨를 살리지 못한 거죠!"

그 한마디는 나와 강현우 사이를 갈라놓기에 충분했다. 강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죽인 사람이 나라는 듯이. 그때의 나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 이서준의 죽음은 내 책임이라고. 그 뒤에서 꿈틀거리던 악의를 나는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이서준은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을 당시 알고 있던 사람은 정하린뿐이었다는 것을.

이서준이 죽은 뒤 사고의 경위는 세상에 크게 보도되었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천재 의사 한지안의 치명적인 실수! 허술한 의료 시스템과 거짓 실력!]

[한지안 의료사고의 진실은?!]

병원 내부 조사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달랐다. 그리고 나 역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서준의 죽음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메스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정을 선택했다.

그 후 2년 동안 나는 내 모든 것을 강현우에게 바쳤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좋은 아내가 되는 것, 절대 앞에 나서지 않고, 오직 강현우를 뒷받침하는 삶. 그것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했던 양보도 내가 감내했던 희생도 결코 강현우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사랑했어야 할 내 아이는 강현우와 정하린에게 그저 속죄를 위한 제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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