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안의 시점.5년 만이었다. 정하린의 얼굴을 보는 건.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도 아무렇지 않게 내 앞에 나타나는 걸까. 아까 정우진이 말했듯, 이곳은 정우진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방이다. 격리 구역은 아니라 누구나 이 방 앞을 지나갈 수는 있지만, 굳이 안으로 들어올 이유는 없었다.'뭐, 어차피 강현우가 들어가는 걸 봤겠지…….'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하린이 여전히 강현우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뭐, 나야 그 편이 오히려 편하지만.'그렇게 생각하며 정우진의 넓은 등 너머로 그녀를 바라본 순간, 나는 확신했다.'아이는 낳지 않았나 보네.'몸에 밀착되는 옷. 남자라면 누구라도 시선이 갈 만큼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볼륨 있는 엉덩이. 저 몸매를 유지하려고 대체 얼마나 돈을 썼을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가정부의 딸로, 나와 강현우, 이서준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만 해도 훨씬 청순한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요염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웬만큼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경계심부터 들 정도로 철저하게 꾸며져 있었다."하린아……."작게 중얼거린 건 강현우였다. 나는 정우진의 등 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이름을 부른다는 건, 두 사람의 관계는 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겠지. 정하린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다가 놀란 듯 말을 잃었다."아…… 저, 죄송해요……. 현우 씨가 방으로 들어가는 걸 봐서, 저도 모르게……."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그래. 그 반응이 정답이긴 하지, 정하린.'예전 내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정하린의 이런 연기에 너무도 쉽게 넘어갔다. 툭하면 울고, 가장 힘 있어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기대고, 그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 뒤, 나를 악역으로 만들고, 자신은 아무 말 없이 피해자인 척한다. 그런 방식으로 살아온 여자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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