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안의 시점.'왜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그렇게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중학생이 되고부터 강현우도, 이서준도 정하린을 마치 공주처럼 떠받들기 시작했다. 이 무렵이 되자 한 씨 가문에서 정하린의 교복이며 학용품까지 모두 준비해 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고작 가정부 딸이었을 뿐인데.'처음부터 잘못됐던 거였다. 가정부의 딸은 어디까지나 가정부의 딸로 대했어야 했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그렇게 교육받으며 자란 나는 정하린을 받아들이고 '평등하게' 대해 주었고, 그 대가로 그런 배신을 당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고등학교.이 무렵부터 나는 강현우, 이서준, 정하린과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의대를 목표로 했던 나는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강현우도 그랬다. 나와 강현우에게는 의대라는 좁은 문을 함께 뚫겠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고, 가끔은 둘이 함께 공부하기도 했었다.그래도 정하린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곤 했다."서준이……."문득 정우진이 중얼거렸다. 나는 놀라 정우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선배……"내가 조심스럽게 부르자, 정우진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눈물을 닦아냈다."무슨 일이에요?"내가 묻자 정우진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이제는 말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네."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서준은 내 동생이야." '이서준이… 동생이라고?' 멍하니 있는 나를 보고 정우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놀랄 만하지." 놀랐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눈앞의 정우진과 함께 지냈는데도,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다. "서준이랑… 형제였던 거예요…?" 내가 묻자 정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일찍 이 씨 가문을 떠난 사람이니까." 일찍 이 씨 가문을 떠났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 집안의 사정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서준과는 소꿉친구였고, 그 집안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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