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Kabanata 41 - Kabanata 49

49 Kabanata

41. 라벤더 향이 남아 있는 방

세레나는 건물 옆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어머니는 환자들이 본관을 통과하지 않도록 별도의 출입문을 사용했다.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지 않고 치료했던 탓에 오르센과 자주 다투었지만, 엘레노라는 자신의 진료실에 들어오는 사람에게만큼은 어떤 문장을 붙이지 않았다.세레나도 어린 시절에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약초를 말리던 선반, 붉은 실로 묶은 진료 기록, 어머니가 사용하던 작은 은제 청진관. 기억 속 풍경은 선명했지만, 어머니가 죽은 뒤에는 한 번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헬레나는 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세레나는 그 말을 믿었다.전생의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다른 사람의 말로 확인했다.약재 반입문에는 녹이 슨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세레나는 약제함에서 가느다란 봉합 바늘과 작은 집게를 꺼냈다. 자물쇠를 열어 본 경험은 없었지만, 오래된 구조라 내부의 걸쇠가 단순했다. 집게로 내부 판을 밀고 바늘을 돌리자 금속이 안쪽에서 몇 번 걸렸다.에마가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폈다.“치료사들은 원래 자물쇠도 열어요?”“환자 몸 안의 쇳조각보다는 단순하네요.”세 번째 시도 끝에 걸쇠가 풀렸다.문을 조금 열자 오래 갇혀 있던 공기가 틈 사이로 빠져나왔다. 마른 약초와 먼지, 오래된 목재 냄새 사이로 희미한 라벤더 향이 남아 있었다.세레나의 손이 문고리에서 멈췄다.어머니가 옷장과 책 사이에 넣어 두던 향낭 냄새였다.시간은 사람을 데려갔지만, 냄새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았다.에마가 먼저 들어가려 하자 세레나는 약제함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과 코를 가렸다.“잠깐 기다리세요.”그녀는 문 안쪽 바닥과 천장을 확인했다. 약품을 보관했던 방에는 쥐약이나 독성 약초가 남아 있을 수 있었고, 오랫동안 닫혀 있던 공간의 곰팡이도 위험했다.창문 하나를 조금 열어 공기를 통하게 만든 뒤에야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어머니의 진료실은 누군가 오래전에 떠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책상 서랍은 전부 열려 있었고, 벽면의 약초 표본은 이름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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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밝은 단면이 남긴 진실

에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세레나는 힘으로 돌리는 대신 손바닥을 금고 표면에 댔다.진료실에서 에마를 치료할 때 보였던 성맥의 빛은 사람의 몸에서만 나타났다. 그런데 철문 안쪽에서도 아주 희미한 흐름이 보였다. 금속 사이에 백휘석 가루를 넣어 만든 잠금장치였다. 올바른 성력의 흐름을 가진 사람이 접촉해야 내부 걸쇠가 움직이는 구조였다.어머니는 혈통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금고를 잠갔다.세레나는 성력을 손바닥 전체로 밀어 넣지 않았다.펜던트와 철문 사이에 끊긴 부분만 찾았다. 에마의 손바닥에서 했던 것처럼 막힌 지점에 아주 가느다란 길을 놓자 금속 안쪽에서 빛이 번졌다.찰칵.작은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에마가 놀라 세레나를 바라봤지만, 세레나는 안쪽에 든 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금고 안에는 붉은 끈으로 묶인 책 한 권과 작은 나무 상자,편지 봉투 세 장이 들어 있었다. 책은 검은 가죽으로 표지를 씌웠고, 겉면에는 제목 대신 은실로 성맥 모양이 수놓아져 있었다.세레나는 붉은 끈을 손끝으로 쓸었다.어머니의 연구 기록이었다.책을 꺼내는 순간 금고 안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얇은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에마가 그것을 주웠다.“아가씨께 드리는 편지 같아요.”봉투 앞면에는 엘레노라의 글씨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세레나에게.세레나는 봉투를 받았지만 바로 뜯지 않았다. 봉랍은 이미 부서져 있었고, 한쪽 모서리에 누군가 칼을 넣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자신보다 먼저 이 금고를 연 사람이 있었다.“누가 읽고 다시 넣어 둔 걸까요?”에마가 물었다.세레나는 봉투 안의 편지를 꺼냈다.편지지는 남아 있었지만 내용은 한 줄뿐이었다.‘이 책의 마지막 장은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그 아래에는 문장이 이어졌을 만한 빈 공간이 넓게 남아 있었다. 잘라 낸 흔적은 없었다.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한 문장만 적은 것인지, 뒤의 글씨가 지워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세레나는 연구서를 펼쳤다.첫 장에는 성맥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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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불길이 밀려오기 전에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약장을 옆으로 밀었다. 마룻바닥이 긁히며 낮은 소리가 났고, 동시에 문밖의 대화가 멈췄다.“안에 누가 있나?”세레나는 약장 뒤의 나무판을 열었다.어두운 통로 아래로 밧줄과 작은 발판이 보였다. 성인 두 사람이 함께 타기에는 좁았지만, 한 사람씩 내려가면 지하 약초 저장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에마가 먼저 내려가세요.”“아가씨께서 먼저 가세요. 책도 들고 계시잖아요.”“밧줄을 아래에서 고정해야 제가 약제함까지 들고 내려갈 수 있습니다.”에마는 더 다투지 않고 승강구 안으로 몸을 넣었다.문고리가 돌아갔다.“잠겼는데?”“열쇠가 바뀐 것 같습니다.”“부수어.”문 바깥에서 어깨로 나무를 들이받는 소리가 울렸다.에마의 발이 아래에 닿았다는 신호가 오자 세레나는 약제함을 끈으로 묶어 먼저 내렸다. 연구서의 무게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어머니가 남긴 병의 기록, 성전과 광산을 연결할 증거, 그리고 누군가 가져간 마지막 장.문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세레나는 승강구 안으로 들어간 뒤 나무판을 닫으려 했다.그 순간 진료실 문이 안쪽으로 부서졌다.등불을 든 하인의 그림자가 방바닥을 가로질렀다. 세레나는 나무판을 완전히 닫지 못한 채 몸을 낮췄고, 좁은 틈 사이로 장화를 신은 발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누가 뒤졌어.”하인이 열린 금고를 발견했다.“부인께 바로 알려.”“먼저 기름부터 뿌려. 안에 있던 사람이 아직 건물에 있을 수도 있어.”세레나는 입술을 다문 채 밧줄을 잡았다.에마가 아래에서 밧줄을 당겼다.세레나가 몸을 내리자 장갑 안쪽으로 거친 마찰이 전해졌다. 좁은 통로에서는 위에서 붓는 기름 냄새가 훨씬 짙게 느껴졌다.발이 저장실 바닥에 닿는 순간, 머리 위에서 불붙는 소리가 났다.마른 종이와 약초는 순식간에 불을 먹었다. 승강구 안으로 붉은 빛이 번졌고, 뜨거운 공기가 아래로 밀려왔다.에마가 약제함을 끌어안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어디로 나가요?”세레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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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죽은 것을 살리지 못한다

하녀는 세레나에게 고개를 숙인 뒤 창문으로 내려가지 않고, 감시가 비어 있는 복도를 통해 빠져나갔다.세레나는 문을 잠그고 약제함을 책상 위에 올렸다.바깥에서는 별관의 불을 끄라는 고함과 종소리가 이어졌다. 유리창 너머로 붉은 불빛이 번졌고, 어머니의 진료실이 있던 지붕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세레나는 창문 앞에 오래 서 있지 않았다.불길을 바라본다고 사라진 기록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구해 온 것을 확인하고,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야 했다.에마가 젖은 천으로 세레나의 얼굴에 묻은 그을음을 닦아 주려 하자, 세레나는 천을 받아 직접 닦았다.“에마의 손부터 확인하겠습니다.”“제 손은 괜찮아요.”“불 속을 지나왔습니다. 열기 때문에 감각이 둔해졌을 수도 있어요.”붕대를 풀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의 색과 온도, 통증 변화를 확인했다. 에마가 문제없다고 말한 뒤에야 세레나는 자신의 장갑을 벗었다.손바닥에는 밧줄에 쓸린 붉은 자국이 남았지만 피부가 찢어지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책상에 앉아 어머니의 연구서를 다시 펼쳤다.불길을 피해 가져온 책에는 마지막 장이 없었다.세레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페이지를 촛불 가까이 가져갔다. 찢긴 자국은 거칠었지만, 종이 표면에는 앞장을 눌러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장을 작성할 때 힘을 주어 쓴 글씨가 바로 앞 페이지에 희미하게 새겨진 것이다.맨눈으로는 선 몇 개만 보였다.“무슨 글씨인지 알 수 있을까요?”에마가 물었다.세레나는 서랍에서 잘게 간 흑연 가루를 꺼냈다. 평소 치료 도구의 금속 균열을 확인할 때 쓰던 것이었다. 부드러운 천에 가루를 묻혀 종이 위를 아주 가볍게 문지르자, 눌린 홈 사이로 검은 선이 서서히 드러났다.어머니의 필체가 거꾸로 떠올랐다.문장은 완전하지 않았다. 마지막 장을 찢은 사람이 일부러 앞 페이지까지 긁어 낸 듯, 여러 단어가 상처처럼 지워져 있었다.세레나는 거울을 가져와 반사된 글자를 읽었다.‘생명인장은 죽은 것을 살리지 못한다.’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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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이름 없이 치르는 시험

별관의 불은 날이 밝아서야 완전히 꺼졌다.젖은 재 냄새가 바람을 타고 별채까지 흘러왔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서쪽 하늘은 새벽빛보다 먼저 검은 연기에 물들어 있었다. 불을 끄러 다녀온 사용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오래된 등잔이 넘어졌다는 사람도 있었고, 말린 약초 더미에서 저절로 불이 붙었다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세레나의 방에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방화 가능성을 입에 올리는 이는 없었다.헬레나가 내린 결론이 이미 사고였기 때문이다.세레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검은 장갑을 벗었다. 손바닥에는 밧줄에 쓸린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손목 가까이에는 가느다란 물집까지 올라와 있었다. 에마가 찬물에 적신 천을 가져왔지만, 세레나는 곧바로 손을 담그지 않고 먼저 그녀의 붕대 상태부터 확인했다.“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 보세요.”에마가 엄지와 검지를 천천히 구부렸다. 약지는 전날보다 움직임이 부드러워졌고, 붕대 밖으로 드러난 손끝의 색도 나쁘지 않았다.“밤사이 통증이 심해지지는 않았습니까?”“철문을 들 때만 조금 당겼어요. 지금은 괜찮아요.”“괜찮다는 말 대신, 어제보다 어떤지 말씀하세요.”에마가 익숙해진 듯 잠시 손의 감각을 확인했다.“저린 느낌은 줄었고, 손바닥 안쪽이 맥박에 맞춰 욱신거려요. 뜨겁지는 않아요.”세레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새 붕대를 준비해 두고도 상처를 함부로 풀지는 않았다. 라울 의원이 봉합한 부위를 매일 열어 보는 것은 오히려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그녀는 에마의 손을 베개 위에 올려놓은 뒤 자신의 손바닥에 젖은 천을 감았다.책상 위에는 밤새 펼쳐 둔 문서들이 놓여 있었다.어머니의 연구서, 불에 타기 직전 금고에서 꺼낸 치료사 인장, 루멘 성전과 광산 사이의 숨겨진 계약, 그리고 테오도르가 이름 없이 보낸 운송 기록 사본.서로 다른 곳에서 나온 종이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베일런 광산에서 생산된 백휘석 일부는 장부상 폐기된 것으로 처리되었으나 실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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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

“성전이 아가씨를 찾고 있을 수도 있는데도요?”“그래서 들어가야 합니다.”“들어간 뒤 나오지 못하게 하면요?”세레나는 장갑을 다시 끼지 않고 맨손으로 펜을 들었다.“나올 방법까지 마련한 뒤 들어갈 겁니다.”그녀는 빈 종이를 가운데에 놓고 세로로 선을 그었다. 왼쪽에는 성전 시험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것, 오른쪽에는 저택을 떠난 뒤 필요한 것을 적기 시작했다.응시 자격.신분 증명.시험 접수비.기본 치료 도구.사흘 이상 머물 곳.합격한 뒤 제출할 정식 서류.에마가 침대에서 내려와 책상 가까이 앉았다.“가주의 허락서가 없으면 접수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귀족 지원자는 그렇습니다.”세레나는 전날 챙긴 성전 시험 안내서를 펼쳤다.앞면에는 귀족과 평민의 일반 접수 방식만 크게 적혀 있었지만, 뒷면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별도 조항이 붙어 있었다. 대규모 전쟁이나 재난으로 치료사가 부족할 때 시행하는 임시 선발 절차였다.“올해는 북부 국경 부상자와 제도 빈민가의 열병 때문에 치료사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예비 시험까지는 출신과 가문을 확인하지 않는 특별 접수가 열렸어요.”에마가 작은 글씨를 따라 읽었다.“응시자는 이름 대신 번호를 받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먼저 치른다…….”“예비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사흘 안에 신분 서류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그럼 시험을 치르는 날에는 헬레나 부인의 허락서가 없어도 되네요.”“접수용 임시 표식과 비용만 있으면 됩니다.”세레나는 안내서 한쪽에 찍힌 접수처 위치를 확인했다.제도 남부의 루멘 성전 외곽 진료소. 귀족들이 드나드는 본당과는 떨어진 곳이었다. 시험 당일에는 지원자가 몰려 신분을 하나하나 확인하기도 어렵다. 얼굴을 가리고 들어가 번호만 받는 데 성공한다면 예비 시험까지는 치를 수 있었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합격하면 사흘 안에 신분을 만들어야 하는 거군요.”에마가 말했다.“네.”“사흘 안에 가능한가요?”“가능하게 만들어야죠.”세레나는 종이 오른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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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장갑 속으로 감춘 문양

“따라오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택 밖의 길과 후작저 구조를 확인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다만 다친 손으로 직접 움직이지는 마세요.”“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말씀이시죠?”“세탁물과 꽃, 식재료를 납품하는 사람들은 귀족 저택의 뒷문을 잘 압니다. 에마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골라 길만 알아봐 주세요.”에마는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가 혼자 정해서 통보하신 건 아니네요.”세레나는 종이 위에 ‘에마의 역할’이라는 말을 적었다가 가로줄을 그었다. 대신 ‘에마에게 요청할 일’이라고 다시 썼다.“하기 싫으면 거절해도 됩니다.”“그 말은 매번 하실 건가요?”“필요할 때마다요.”에마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그럼 하겠습니다.”아침 식사가 끝난 뒤, 세레나는 불에 탄 서쪽 별관 앞에 섰다.허락 없이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명령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어머니의 유품이 불탔다는 이유로 현장을 확인하겠다고 하자 헬레나의 시녀도 대놓고 막지는 못했다. 대신 두 걸음 뒤에서 따라붙어 세레나의 움직임을 모두 지켜봤다.별관의 절반은 지붕이 내려앉았고, 검게 그을린 서까래 사이에서는 아직도 가느다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물을 퍼부은 바닥은 진흙처럼 질척였으며, 불에 젖은 종이 조각이 발끝에 달라붙었다.헬레나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검은 우산 아래에 선 그녀는 집사 모리스가 들고 온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다. 곁에는 오르센도 있었지만, 그는 불탄 건물보다 자신의 옷자락에 튀는 진흙을 더 신경 쓰는 듯했다.“여긴 왜 나왔니?”헬레나가 물었다.“어머니의 물건이 남았는지 확인하려고요.”“모두 타 버렸다.”“누가 불을 냈습니까?”오르센의 얼굴이 굳었다.“낡은 건물에서는 불이 날 수도 있다.”“어젯밤에는 비가 왔습니다. 젖은 건물에서 저절로 불이 붙었군요.”헬레나가 우산 손잡이를 천천히 돌렸다.“나를 의심하는 거니?”세레나는 대답하지 않고 무너진 진료실 쪽으로 걸었다.시녀가 따라오려 했으나 바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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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필요해지면 요청하겠습니다

세레나는 불탄 나무 기둥에서 시선을 거뒀다.헬레나는 늘 다른 사람의 생계를 세레나의 선택 위에 올려놓았다. 가문의 빚도, 하인들의 급료도, 아버지의 체면도 모두 세레나가 거절하지 못해야 유지되는 것처럼 말했다.전생의 세레나는 그 무게를 혼자 들려고 했다.이번에는 먼저 무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무도회에는 참석하겠습니다.”헬레나의 표정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오르센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만 참석과 혼인 동의는 별개의 일입니다.”헬레나의 손가락이 우산 손잡이에서 굳었다.세레나는 더 말하지 않고 별관을 돌아섰다.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헬레나와 성전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연결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무도회 전에 저택을 떠나는 것보다, 무도회를 이용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라지는 편이 나았다.그리고 그날은 치료사 시험일이었다.칼베른 공작저의 집무실에는 비에 젖은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다.테오도르는 베일런 별관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해가 뜨기 전에 받았다. 세레나가 머무는 별채가 아니라 오래된 진료 별관이라는 보고가 뒤따랐고, 인명 피해는 없다고 했지만 그는 문장을 두 번 읽었다.“세레나 영애는 무사합니다.”로이스가 말했다.“직접 확인했나?”“베일런 저택으로 사람을 들이지 말라는 각하의 명령이 있어 외부에서만 확인했습니다. 새벽 이후 영애가 불탄 별관 앞에 나오는 모습은 봤다고 합니다.”테오도르는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고 싶었다.세레나의 방에 들어가 손과 얼굴을 직접 보고, 어젯밤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불이 난 곳이 그녀의 어머니가 쓰던 진료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그 충동이 더 강해졌다.그러나 사람을 보내지 않는 것과 무관심한 것은 같지 않았다.그 차이를 테오도르는 아직 익숙하게 다루지 못했다.“화재 원인은?”“낡은 등잔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불이 시작된 시각에 별관은 잠겨 있었고, 비가 내린 뒤라 자연 발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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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세레나 베일런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무도회 초대장을 꺼냈다.드레이크 후작은 칼베른 공작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지만, 테오도르는 아직 참석 여부를 회신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드레이크와 가까워질 이유도 없었고, 상처가 낫지 않은 상태에서 사교 행사에 나갈 생각도 없었다.초대장 위에 세레나의 이름이 겹쳐졌다.“각하께서 참석하시면 혼담 발표를 막을 명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로이스의 말에 테오도르는 초대장을 내려놓았다.“세레나가 내게 막아 달라고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참석하지 않으실 겁니까?”테오도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붙잡지 않는 것과 외면하는 것 사이에는 그가 알지 못한 거리가 있었다. 세레나는 그 거리에서 자신을 보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고,테오도르는 처음으로 어디까지 따라가도 되는지 판단해야 했다.그는 초대장을 서랍에 넣지 않았다.“회신은 보류한다.”“언제까지요?”“세레나의 선택이 확인될 때까지.”저녁 무렵, 헬레나는 세레나의 방으로 드레스 상자를 보냈다.상자는 성인 둘이 들어야 할 만큼 컸고, 뚜껑을 열자 짙은 자주색 실크와 검은 레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스의 목선은 높았지만 허리와 가슴 부분이 지나치게 조여 있었고, 긴 치맛자락은 혼자 걷기 어렵도록 무거운 장식이 달려 있었다.도망치기 불편한 옷이었다.에마가 드레스 아래쪽을 들어 무게를 확인했다.“안쪽에 납을 덧댄 것 같아요.”세레나는 치마 끝의 보석 장식을 하나씩 살폈다. 보석처럼 보이는 것 중 절반은 유리였고, 무게를 늘리기 위해 안쪽에 금속판을 넣어 두었다.“무도회장에서 혼자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다른 드레스를 입는다고 하면요?”“당일에 방에서부터 시녀들이 붙겠지요.”세레나는 드레스의 안감을 뒤집었다.허리 뒤쪽에는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만한 작은 틈이 있었고, 치마 옆선은 겉으로 보이지 않게 실밥을 뜯을 수 있는 구조였다. 에마가 옷을 입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안쪽을 미리 바꿀 수 있었다.“무게 장식을 절반만 떼어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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