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세레나는 서랍에서 치료사 시험 안내서를 꺼냈다. 귀족 지원자는 가주의 허락과 가문 인장을 제출해야 했고, 평민 지원자는 출신 지역 성직자의 보증이 필요했다. 현재 신분으로 정식 절차를 밟는다면 헬레나의 동의를 피할 수 없었다.“저택에서 나가신다는 뜻인가요?”“시험일 전에요.”“열흘밖에 남지 않았어요.”“그래서 오늘부터 준비해야 합니다.”세레나는 필요한 것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개인 장신구, 평민용 옷 두 벌, 치료 도구, 어머니의 의학서, 신분 보증을 구할 경로. 저택에서 도망치는 것보다 도망친 뒤 굶지 않는 일이 중요했다. 전생의 세레나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일을 용기라고 믿었지만, 아무 대책 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것은 다른 형태의 의존일 뿐이었다.“에마.”“네.”“저를 따라오지 마세요.”에마의 얼굴이 굳었다.“제가 짐이 될까 봐 그러세요?”“손이 회복되지 않았고, 저는 도착할 곳조차 정하지 못했습니다.”“그럼 아가씨 혼자 위험한 곳을 다니시게 두라고요?”“저 때문에 에마가 떠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제가 여기 남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어요.”세레나의 펜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에마는 다친 손을 조심스럽게 탁자에 내려놓았다.“아가씨께서 선택을 존중받고 싶으시다면, 저한테도 고를 기회는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방 안에 촛불 심지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세레나는 에마의 얼굴을 바라봤다. 전생에는 누구도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명분으로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렸다. 그것이 상대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남겨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다.테오도르가 자신의 삶을 대신 결정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지금 결정하지 마세요.”세레나는 펜을 내려놓았다.“손이 나은 뒤, 제가 어디로 가고 무엇을 준비했는지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도 함께 가고 싶다면 다시 물을게요.”에마가 입술을 다물고 있
Huling Na-update : 2026-07-23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