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Kabanata 21 - Kabanata 30

49 Kabanata

21. 만난 뒤 거절해도 됩니까

에마가 소매를 붙잡으려다가 다친 손을 의식하고 멈췄다.세레나는 그 손이 허공에 머무는 것을 보고 잠시 침묵했다.전생의 에마는 언제 저택을 떠났을까. 세레나가 테오도르의 부름을 따라다니는 동안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에마가 누구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빈자리가 불편했지만, 미안하다는 말로 덮을 수는 없었다.“벤이 서고 위치를 알려 줄 겁니다.”세레나가 말했다.“다만 그 사람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확인하면서 움직일 거예요.”에마는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결정하지 않으시니 다행이에요.”그 말에 세레나의 손가락이 책상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전생의 자신은 혼자 희생하는 데 익숙했다. 누군가와 역할을 나누는 대신 모든 위험을 자신이 감당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강함이라고 믿었고, 그 결과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맡길 수 있는지도 배우지 못했다.“에마.”“네.”“제가 부탁한 일은 거절해도 됩니다.”에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다.“위험하거나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에요.”“저는 하고 싶어요.”“그럼 하세요.”세레나는 더 설득하지 않았다.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뒤 선택을 받는 것.그것은 자신이 테오도르에게 바라면서도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아침 식탁은 지나치게 정갈했다.은제 식기에는 얼룩 하나 없었고, 얇게 자른 흰 빵과 과일 절임이 접시마다 정확히 같은 양으로 놓여 있었다. 가문의 재정이 흔들리고 있다면서도 귀족의 체면만큼은 부족함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오르센은 평소처럼 신문을 펼친 채 수프를 떠먹었고, 헬레나는 차를 따르며 세레나를 관찰했다. 마리엘은 크림을 조금 넣은 차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는데, 어제 정원에서 테오도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질문보다 노골적이었다.헬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열흘 뒤 드레이크 후작저에서 무도회가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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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좋은 기회라는 거짓말

식탁 위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세레나는 그 침묵에서 답을 들었다.마리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언니, 아직 혼인이 정해진 건 아니잖아요.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만나 보는 게 어떨까요? 후작님께서 언니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가문의 어려움도 해결될 수 있고…….”세레나는 마리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요?”“네?”“드레이크 후작이 아니라 제가 그분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마리엘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반듯하게 맞췄다.“언니께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뜻이었어요.”“좋은 기회는 거절할 수 있어야 기회가 됩니다.”마리엘의 눈에 짧은 감정이 스쳤다. 불쾌함보다는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에 가까웠다. 마리엘은 자신에게 주어진 혼인을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계단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세레나가 그 계단을 걷어차는 모습을 어리석다고 느낄지도 몰랐다.헬레나는 더 이상 우회하지 않았다.“무도회에는 참석한다. 드레스도 이미 준비하고 있으니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마라.”“성전 치료사 시험 접수 마감도 같은 날입니다.”오르센의 표정이 굳었다.“그 이야기는 끝난 줄 알았다.”“저는 끝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성전에 들어가면 네 의지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으냐?”오르센의 목소리가 드물게 높아졌다.“정식 서약을 마친 치료사는 성전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지방으로 보내질 수도 있고, 전쟁터에 배치될 수도 있어. 귀족의 딸이 선택할 길이 아니다.”“귀족의 딸이라서 혼인 담보가 되는 길보다는 낫습니다.”“세레나!”그가 식탁을 짚고 일어났다.은식기가 작게 흔들렸다.전생의 세레나는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이면 먼저 사과했다. 어머니가 죽은 뒤 남은 가족에게까지 버려질까 두려웠고, 자신 때문에 가문이 더 힘들어진다는 말을 견디지 못했다.세레나는 이번에도 그를 바라봤다.다만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아버지께서는 광산이 왜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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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가 도움을 청했습니까

그는 두꺼운 서류철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겉으로는 광산 사고 복구와 운송비 때문에 발생한 빚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말해.”“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광산 생산량이 장부에서 줄어들었습니다. 실제 운송 기록과 세금 신고량도 맞지 않습니다.”테오도르는 서류철을 펼쳤다.광산에서 반출된 백휘석의 양, 제도 관문을 통과한 마차 수, 성전에 납품한 정제석 수량이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베일런 가문의 장부상 생산량은 매년 감소했지만,관문 기록에 남은 운송 마차는 오히려 늘었다.“사라진 물량은 어디로 갔지?”“공식 기록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운송을 맡은 상단 셋이 모두 루멘 성전과 거래하고 있습니다.”“드레이크 후작은?”“그 상단들의 채권을 최근 사들였습니다. 베일런 가문이 상환하지 못하면 광산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테오도르는 종이 위의 숫자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광산 수익을 장부에서 줄이고, 부족한 운영비를 빚으로 채우며, 그 빚을 성전과 연결된 상단이 사들인다. 마지막에는 드레이크 후작이 채권을 인수해 혼인을 조건으로 내건다.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흐름이 지나치게 매끄러웠다.“베일런 백작은 알고 있나?”“적어도 채권 이전에는 서명했습니다. 생산량 조작까지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헬레나 부인은?”“가문의 회계 권한을 맡은 뒤 운송 상단이 전부 교체됐습니다.”테오도르는 서류를 덮지 않았다.정원에서 세레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가문의 빚이 자신을 누구에게 팔지 결정하기 전에.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동안 혼담이 진행되는 기색만 알아챈 것일까.테오도르는 책상 위의 호출종에 손을 뻗다가 멈췄다.세레나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베일런 가문의 채무와 드레이크 후작의 움직임을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말하면 가장 빠를 것이다. 채권을 모두 매입하거나 후작을 압박해 혼담을 거두게 만드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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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삼 일 만에 빼앗긴 유산

세레나는 손수건으로 선반의 먼지를 닦은 뒤 남아 있는 장부를 하나씩 꺼냈다.최근 채무 독촉장에 적힌 수치와 비교하려면 최소 십 년 전 기록부터 확인해야 했다. 에마에게 부탁해 가져온 얇은 장갑을 끼고 장부를 펼치자, 오래된 백휘석 가루가 먼지처럼 종이 위에서 반짝였다.전생의 세레나는 백휘석을 치료 보조물로만 보았다. 성력을 오래 사용해야 할 때 손목에 착용하거나, 중환자의 성맥을 안정시키기 위해 침상 곁에 두는 광물. 성전이 허가한 정제석은 값이 비쌌지만 귀족들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그 광물이 자신의 가문을 무너뜨린 빚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첫 번째 장부에는 광산 생산량과 인부 급료, 운송비가 기록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살아 있던 시기에는 생산량의 약 절반을 성전이 고정 가격으로 매입했고, 나머지는 귀족 치료소와 약제 상단으로 판매했다.문제는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 해부터 시작됐다.장부상 생산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인부 수와 운송 횟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생산량이 줄었다면 운송 마차도 줄어야 했지만, 운송비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어 있었다.세레나는 종이 한 장에 수치를 옮겨 적었다.“이 운송 상단 이름을 아십니까?”벤이 가까이 다가왔다.“헬레나 부인께서 데려온 상단입니다. 이전 계약이 너무 비싸다며 바꾸셨지요.”“비용은 줄었습니까?”“처음 한 해만 줄었습니다. 이후 도로가 위험해졌다는 이유로 보험료와 호위비가 붙었습니다.”세레나는 다음 장부를 펼쳤다.운송 중 도적에게 빼앗겼다는 백휘석, 폭우로 유실됐다는 광석, 정제 과정에서 품질이 낮아 폐기했다는 물량이 매달 비슷한 비율로 기록되어 있었다. 고라면 시기와 양이 일정할 수 없었다. 누군가 장부에서 물량을 빼내기 위해 같은 계산을 반복한 흔적에 가까웠다.“이 정도면 몇 년 동안 상당한 양이 사라졌습니다.”“백작님께 보고되지 않았을까요?”벤의 질문에 세레나는 답하지 않았다.오르센이 알았을 수도 있고, 숫자를 보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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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대신할 사람

당시 세레나는 열두 살이었다.서명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그녀의 필체를 흉내 내고 있었다. 그러나 열두 살의 세레나는 자신의 이름을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쓰지 않았다.어머니가 글씨를 가르칠 때 마지막 철자를 길게 뻗는 습관을 고쳐 주었고, 현재의 필체가 자리 잡은 것은 열다섯 살이 지난 뒤였다.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미래의 세레나 필체를 알고 있었다.세레나는 장갑 낀 손으로 서명 부분을 눌렀다. 종이 아래에서 얇은 무언가가 바스락거렸다.계약서가 한 장이 아니었다.두 겹으로 붙인 종이 사이를 조심스럽게 벌리자, 안쪽에서 더 오래된 문서가 드러났다. 겉면과 같은 계약이었지만 내용 일부가 달랐다.광산 지분을 가문으로 이전하는 조건이 아니라, 루멘 성전에 십 년 동안 임대하는 계약서였다. 대가로 성전은 베일런 가문의 채무를 상환하고 광산 안전 설비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그러나 실제 장부에는 채무 상환도, 안전 설비 지원도 기록되지 않았다.계약 마지막 줄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생명인장 보유자의 혈통이 확인될 경우,광산과 함께 해당 인물에 대한 우선 보호권을 루멘 성전이 갖는다.’세레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생명인장이라니…….”벤이 등잔을 가까이 가져왔다.그 순간 계단 위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낡은 경첩이 울리고, 곧이어 잠금쇠가 걸리는 둔탁한 소리가 지하 서고 안에 퍼졌다.벤이 등잔을 움켜쥐었다.“누군가 문을 잠갔습니다.”세레나는 계약서를 접어 드레스 안쪽에 넣었다. 위층에서는 발소리가 멀어지는 대신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한 걸음.그리고 다시 한 걸음.벤이 숨을 죽인 채 세레나를 바라봤다.등잔불 너머로 검은 그림자가 계단 벽을 따라 길게 늘어났다.잠시 뒤, 어둠 속에서 헬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무엇을 찾았는지 내게도 보여 주겠니, 세레나?”헬레나의 목소리는 계단 아래까지 부드럽게 내려왔다.“무엇을 찾았는지 내게도 보여 주겠니, 세레나?”등잔불에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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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거짓된 필요 뒤에 숨은 진실

“글씨 모양 하나로 오래된 계약을 위조라고 주장하겠다는 거니?”“글씨만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세레나는 탁자 위에 펼쳐 둔 광산 장부를 헬레나 쪽으로 돌렸다 탁자 위에 펼쳐 둔.“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장부상의 백휘석 생산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그런데 운송 횟수와 황실에 낸 광산세는 줄지 않았어요. 생산량이 감소했다면 운송비와 세금도 함께 내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빚만 늘었습니다.”모리스의 눈동자가 장부 위를 빠르게 훑었다.헬레나는 그를 보지 않고 물었다.“네가 회계를 아느냐?”“숫자를 더하고 빼는 데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몇 장 들여다본 것으로 가문의 사정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광산에는 장부에 남지 않는 비용이 많다. 도적에게 물건을 빼앗기기도 하고, 품질이 나빠 전량 폐기하는 해도 있어.”“그 폐기 승인은 루멘 성전이 했더군요.”이번에는 모리스의 눈꺼풀이 움직였다.세레나는 그 반응도 기억해 두었다.“폐기했다는 물량이 매달 비슷한 비율로 적혀 있습니다. 사고라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져야 할 텐데, 장부를 작성한 사람은 매번 계산하기 편한 수치를 골랐더군요.”헬레나가 계약서를 접었다.“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지?”“남은 장부와 광산 소유권 원본을 보겠습니다.”“허락하지 않겠다.”“이유는요?”“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끼어들고 있으니까.”헬레나의 대답은 빨랐다. 세레나는 그 말에서 걱정을 가장한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제가 감당할 수 있는지는 제가 판단하겠습니다.”“그 판단으로 칼베른 공작의 부름을 거절하고, 드레이크 후작과의 혼담까지 망치려는 것이냐?”“혼담은 제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아직 망칠 것도 없습니다.”“네 동의만으로 정해지는 일이 아니다.”낮은 천장 아래에서 헬레나의 목소리가 울렸다.벤은 고개를 더 숙였고, 입구를 막은 하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누구도 귀족가의 혼인을 두고 세레나가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세레나는 장갑을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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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찾아보세요

헬레나가 낮게 말했다.“그러시겠지요.”“숨기는 것이 있다면 지금 내놓는 게 나을 거다.”세레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찾아보세요.”헬레나의 손이 세레나의 허리 근처로 움직였다.안감 안쪽에 접어 넣은 얇은 문서와 손끝 사이의 거리가 좁아졌다. 세레나는 물러서지 않았고, 몸을 비틀지도 않았다. 오히려 헬레나가 직접 손을 넣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섰다.그 태도가 헬레나를 멈추게 했다.신분이 낮은 하인들에게 몸을 수색시키는 것만큼이나, 계모가 성인이 된 의붓딸의 드레스 안을 뒤지는 모습도 설명하기 어려웠다.무엇보다 세레나가 너무 차분했다. 헬레나는 숨긴 문서가 허리 안쪽에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손을 내렸다.“방으로 돌아가라.”세레나는 곧장 움직이지 않았다.“벤은 제 지시를 받고 함께 내려왔습니다.”“그래서?”“저 때문에 문책하지 마세요.”헬레나가 벤을 한 번 바라봤다.그 시선만으로 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사용인이 주인을 속이고 장부를 보여 줬다면 책임을 져야지.”“그럼 저를 문책하세요. 열쇠를 가져오라고 명령한 사람도, 서고를 열라고 한 사람도 저입니다.”벤이 놀라 세레나를 바라봤다.실제로는 벤이 먼저 문서를 건넸고 서고 위치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 사실을 인정하면 그는 오늘 안으로 저택에서 쫓겨나거나, 더 나쁜 일을 당할 수 있었다.헬레나는 세레나의 얼굴에서 거짓을 찾으려 했다.“사용인 하나를 감싸기 시작하면 끝이 없단다.”“다친 사용인의 손을 치료했고, 이제는 제 명령을 따른 서기를 보호하는 것뿐입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네가 공작을 거절하고 하녀를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벌써 돌고 있더구나. 사람들은 너를 자비롭다고 칭찬할 수도 있겠지.”헬레나의 손가락이 세레나의 어깨 위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하지만 하인들이 네 편이 되면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지는 마라. 그들은 먹을 것을 주는 사람에게 돌아선다.”세레나는 어깨에 닿았던 손이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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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레나 베일런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에마가 물었다.세레나는 펜던트를 다시 옷깃 안에 넣었다.“위험합니다.”“그런데도 가시려고요?”“성전이 제 어머니와 광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내려면 밖에서 문만 바라봐서는 어렵습니다. 치료사 자격도 필요하고요.”“성전이 아가씨를 노린다면 스스로 들어가는 셈이잖아요.”“그래서 세레나 베일런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에마의 시선이 흔들렸다.세레나는 서랍에서 성전 시험 안내서를 꺼냈다. 귀족 지원자는 가문의 인장과 보호자의 동의서를 제출해야 했고, 평민 지원자는 출신 지역 성직자의 신원 보증을 받아야 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이름으로는 헬레나의 손을 피하기 어려웠다.가명을 만들고 저택을 떠나려면 준비가 필요했다.돈, 신분을 증명할 서류, 치료사 시험에 사용할 도구, 최소 며칠을 버틸 옷과 약품. 무엇보다 세레나가 사라진 뒤에도 에마와 벤이 보복당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전생의 세레나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으나, 버린 뒤의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도망치는 순간의 용기보다 그 이후를 살아갈 구조가 중요했다.“이 문서를 제 방에 두면 바로 발견될 겁니다.”세레나가 말했다.“벤에게 돌려주면 안 될까요?”“벤이 먼저 의심받을 겁니다.”“그럼 어디에 숨겨요?”세레나는 에마의 다친 손을 바라봤다.붕대는 손바닥과 손목까지 두껍게 감겨 있었고, 라울이 다음 진찰을 올 때까지 누구도 풀지 않을 예정이었다.에마도 같은 생각을 한 듯 손을 뒤로 감췄다.“안 됩니다.”세레나가 먼저 말했다.“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붕대 안에 숨기려는 거잖아요.”“제 손을 뒤질 사람은 없을 거예요.”“염증이 생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종이를 넣으면 습기가 차고 상처가 오염될 수도 있어요.”에마가 입술을 내밀었다.“아가씨는 사람 목숨이 걸리면 거절 못 하시면서, 저는 종이 한 장도 못 숨기게 하시네요.”세레나는 접힌 계약서를 손끝으로 눌렀다.“그래서 더 안 됩니다.”“제가 선택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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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내가 누구를 치료할지는 내가 정한다

세레나는 방 안을 둘러봤다.숨길 곳을 고르는 데 남은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이었다. 장부와 문서가 있는 서랍은 반드시 확인할 것이고, 매트리스와 옷장도 피하기 어려웠다.그때 복도에서 다른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마리엘 아가씨께서 외출 준비를 하신답니다. 칼베른 공작저로 보낼 마차를 먼저 내오라고 하셨어요.”에마가 세레나를 바라봤다.“마리엘 아가씨께서 공작님을 만나러 가시나 봐요.”세레나는 문서보다 먼저 그 말을 정리했다.마리엘이 테오도르를 찾아가는 시점이 너무 빨랐다.전생에서 마리엘은 세레나와 테오도르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 나타났다. 세레나가 공작의 부름을 거절하고 드레이크 후작과의 혼담이 거론된 지금, 마리엘은 전생보다 훨씬 이르게 움직이고 있었다.미래가 달라진 만큼 사람들의 선택도 빨라지고 있었다.세레나는 계약서를 들고 거울 앞으로 갔다. 머리를 묶은 검은 리본을 풀고, 문서를 가늘게 접어 리본 안쪽에 감쌌다. 다시 머리를 낮게 묶자 여러 겹의 천 사이로 종이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았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고 시녀 셋이 들어왔다.그들은 정리를 하러 온 사람들처럼 바구니와 천을 들고 있었지만, 가장 먼저 책상 서랍과 옷장 안쪽부터 살폈다. 한 명은 침대 아래를 확인했고, 다른 한 명은 벽난로 재까지 헤집었다.세레나는 창가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에마는 화를 참느라 입술을 세게 다물었지만, 세레나가 가볍게 고개를 젓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녀가 약제함을 열었다.“이것도 가져갈까요?”“그 자리에 두세요.”세레나의 말에 시녀가 멈췄다.“부인께서는 필요 없는 물건을 모두 치우라고 하셨습니다.”“필요한 물건입니다.”“공작님을 치료하지 않으신다면서요?”시녀의 말투에는 이미 저택 안에 퍼진 소문이 묻어 있었다.세레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약제함의 뚜껑을 닫았다.“제가 누구를 치료할지는 제가 정합니다. 물건까지 부인이 정하지는 않으실 겁니다.”시녀는 더 대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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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언니 대신 저를 선택하셔도 됩니다

“그럼 세레나 영애께서 보낸 것은 아니군요.”“언니가 지금은 감정이 많이 상해 있어요. 공작님을 걱정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그 판단도 세레나 영애께 직접 들으신 겁니까?”마리엘은 웃음을 유지했다.칼베른의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문장 사이에서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찾았다.“언니와 저는 자매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요.”로이스는 더 묻지 않고 약통을 받았다.“전달하겠습니다.”그가 그대로 물러나려 하자 마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작님께 잠시 인사드릴 수는 없을까요? 베일런 가문의 일로 직접 드릴 말씀도 있습니다.”로이스가 마리엘을 살폈다.“가문의 일이라면 베일런 백작께서 정식으로 서신을 보내시는 편이 낫습니다.”“언니의 혼인과 관련된 일입니다.”마리엘은 그 말이 효과를 내는 순간을 분명히 보았다.로이스의 눈빛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엘은 응접실이 아니라 테오도르의 집무실로 안내받았다.그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옆구리의 상처 때문에 외투는 입지 않았고, 검은 셔츠 위로 붕대가 비치지 않도록 짙은 조끼를 걸친 상태였다.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으나, 전날 베일런 저택에 나타났을 때보다 호흡은 안정되어 있었다.마리엘은 문 앞에서 깊이 예를 갖췄다.“칼베른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앉으십시오.”테오도르는 세레나에게 하던 것처럼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마리엘은 준비한 자리보다 한 의자 멀리 앉았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여인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대화하기에는 불편하지 않은 거리였다.“각하의 상처가 걱정되어 약을 가져왔습니다.”“세레나가 보낸 것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첫 질문부터 예상 밖이었다.마리엘은 손가락을 모아 무릎 위에 얹었다.“언니가 직접 부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언니의 마음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제가 준비했습니다.”“모르는 척할 수 없다는 것은, 세레나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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