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세레나는 열두 살이었다.서명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그녀의 필체를 흉내 내고 있었다. 그러나 열두 살의 세레나는 자신의 이름을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쓰지 않았다.어머니가 글씨를 가르칠 때 마지막 철자를 길게 뻗는 습관을 고쳐 주었고, 현재의 필체가 자리 잡은 것은 열다섯 살이 지난 뒤였다.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미래의 세레나 필체를 알고 있었다.세레나는 장갑 낀 손으로 서명 부분을 눌렀다. 종이 아래에서 얇은 무언가가 바스락거렸다.계약서가 한 장이 아니었다.두 겹으로 붙인 종이 사이를 조심스럽게 벌리자, 안쪽에서 더 오래된 문서가 드러났다. 겉면과 같은 계약이었지만 내용 일부가 달랐다.광산 지분을 가문으로 이전하는 조건이 아니라, 루멘 성전에 십 년 동안 임대하는 계약서였다. 대가로 성전은 베일런 가문의 채무를 상환하고 광산 안전 설비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그러나 실제 장부에는 채무 상환도, 안전 설비 지원도 기록되지 않았다.계약 마지막 줄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생명인장 보유자의 혈통이 확인될 경우,광산과 함께 해당 인물에 대한 우선 보호권을 루멘 성전이 갖는다.’세레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생명인장이라니…….”벤이 등잔을 가까이 가져왔다.그 순간 계단 위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낡은 경첩이 울리고, 곧이어 잠금쇠가 걸리는 둔탁한 소리가 지하 서고 안에 퍼졌다.벤이 등잔을 움켜쥐었다.“누군가 문을 잠갔습니다.”세레나는 계약서를 접어 드레스 안쪽에 넣었다. 위층에서는 발소리가 멀어지는 대신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한 걸음.그리고 다시 한 걸음.벤이 숨을 죽인 채 세레나를 바라봤다.등잔불 너머로 검은 그림자가 계단 벽을 따라 길게 늘어났다.잠시 뒤, 어둠 속에서 헬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무엇을 찾았는지 내게도 보여 주겠니, 세레나?”헬레나의 목소리는 계단 아래까지 부드럽게 내려왔다.“무엇을 찾았는지 내게도 보여 주겠니, 세레나?”등잔불에 늘
Huling Na-update : 2026-07-22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