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처형에 서명한 공작과 계약 결혼했다: Kabanata 11 - Kabanata 20

49 Kabanata

11. 길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듯

“조금만 왼쪽으로요.”라울이 칼끝을 멈췄다.“이쪽입니까?”“아니요. 반대입니다. 혈관을 피해야 합니다.”라울은 세레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절개를 넓혔다. 집게 끝이 유리를 물었고, 길게 박혀 있던 조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컸다. 손가락 한 마디에 가까운 길이였고, 한쪽 끝은 낚싯바늘처럼 휘어 있었다.조각이 빠지는 순간 눌려 있던 혈관에서 피가 솟았다.에마가 짧게 신음하며 몸을 움츠렸다.“움직이지 마세요.”세레나는 상처를 압박하면서 라울에게 깨끗한 천을 요구했다. 피가 한 겹을 적시면 곧바로 새 천으로 바꾸되, 이미 엉긴 피를 닦아 내지는 않았다. 라울이 지혈용 약초 가루를 꺼내려 하자 세레나는 냄새를 맡고 손을 막았다.“그 약초는 쓰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혈관을 수축시키는 약입니다.”“상처가 깊습니다. 가루가 안쪽에 남으면 힘줄 주변이 굳을 수 있어요. 압박으로 피를 줄인 뒤 봉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라울은 다시 세레나를 보았다.이번에는 질문하지 않았다. 약초병을 닫고 봉합용 실을 꺼냈다.에마의 안색은 점점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세레나는 하녀 한 명에게 따뜻한 설탕물을 준비하라고 시킨 뒤, 에마의 어깨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벽과 등 사이에 접은 천을 넣었다.“아가씨, 손이…….”에마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손을 못 쓰게 될까요?”라울이 대답하려 했지만 세레나가 먼저 에마의 시선을 붙잡았다.“지금 손가락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는 아닙니다. 유리도 뽑았고 출혈도 줄고 있어요.힘줄을 연결한 뒤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면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다시 바느질을 할 수 있을까요?”“그럴 수 있도록 치료할 겁니다.”기대만 심어 주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능성을 숨기지도 않았다. 전생의 환자들은 거짓된 희망과 지나치게 차가운 진단 사이에서 자주 무너졌다. 세레나는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으려 했다.라울이 힘줄을 봉합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그때 에마의 피부 아래에서 흐르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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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저택 곳곳에 남은 균열

라울은 다시 도구를 들었다.세레나는 이번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성맥의 흐름은 안정되어 있었고, 라울의 손도 정확했다. 끊어진 힘줄과 벌어진 피부가 차례로 이어진 뒤 손바닥 전체를 얇은 천으로 감쌌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도록 작은 나무판을 대고 고정하자, 그제야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의 굳은 어깨가 조금 풀렸다.“며칠은 열이 오르는지 지켜봐야 합니다.”라울이 말했다.“상처가 붉게 부어오르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불러 주십시오. 손가락은 임의로 움직이지 말고요.”에마가 고개를 끄덕였다.세레나는 사용인 둘에게 에마를 숙소 안 침대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에마가 일어나려 하자 다리에 힘이 풀렸고, 세레나가 반사적으로 팔을 받쳤다.“아가씨, 옷이 다 더러워졌어요.”에마는 자신의 상처보다 세레나의 치맛자락을 먼저 보고 있었다.세레나는 피와 약품이 얼룩진 옷자락을 내려다봤다.“갈아입으면 됩니다.”“헬레나 부인께서 보시면…….”“손부터 보세요.”세레나는 에마가 다치지 않은 손으로 상처를 만지려는 것을 막았다.“지금부터는 제 옷보다 본인 손을 먼저 걱정하세요.”에마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붉어진 눈가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였고, 사용인들의 부축을 받아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복도에 남은 피와 유리 조각도 대부분 치워져 있었다.라울은 도구를 닦으며 세레나를 바라봤다.“영애께서 공작저로 가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소문은 빠르기도 했다.세레나는 피 묻은 손을 다시 물에 씻었다.“가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공작님께서는 영애의 치료를 원하셨다고 하더군요.”“환자가 특정 치료사를 원한다고 해서 그 치료사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전에는 다르게 생각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세레나는 물속에서 손가락을 천천히 비볐다. 손톱 틈에 남은 핏자국이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전에는 제가 틀렸던 모양입니다.”라울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깨진 약병이 담겨 있던 상자를 살펴보더니 표정을 굳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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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가문의 채무가 어느 정도입니까

에마의 치료가 끝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헬레나가 세레나를 찾았다.시녀가 전한 말은 초대가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즉시 응접실로 내려오라는 것, 옷은 갈아입되 지나치게 시간을 끌지 말라는 것까지 덧붙었다.세레나는 피 묻은 드레스를 벗었다.하녀가 새 옷을 내오려 했으나 화려한 장식이 달린 연분홍 드레스 대신 단정한 회색 원피스를 골랐다. 머리도 다시 정교하게 올리지 않고 목덜미 아래에서 낮게 묶었다. 거울 속 열아홉 살의 얼굴은 어린 티가 남아 있었지만, 눈빛까지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았다.목에 걸린 펜던트의 균열은 옷깃 안에 감췄다.응접실로 향하는 길에 사용인 숙소를 한 번 들렀다. 에마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다친 손은 베개 위에 올려져 있었다. 옆에는 설탕물과 온도 변화를 기록할 종이가 놓여 있었다.“아가씨.”에마가 일어나려 하자 세레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그대로 계세요. 열이 오르거나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면 바로 라울 의원님을 부르세요.”“부인께 가시는 길이세요?”“네.”에마의 시선이 세레나의 회색 옷에 머물렀다.“공작님께 가지 않으신 일로 화가 많이 나셨을 거예요.”“그럴 겁니다.”“저 때문에 더 화가 나실지도 몰라요.”세레나는 에마의 다치지 않은 손 옆에 기록용 펜을 놓았다.“에마 때문에 제가 공작님께 가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 순서는 바뀌지 않아요.”에마의 손가락이 펜대에 닿았다.“그러니 죄송해하지 마세요. 다친 사람이 사과하면, 상자를 관리하지 않은 사람은 편해지니까요.”세레나는 더 머물지 않고 방을 나왔다.응접실 문 앞에는 마리엘이 서 있었다. 연한 크림색 드레스와 진주 장식을 한 그녀는 아침부터 벌어진 소란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언니.”마리엘은 세레나의 소박한 차림을 훑어본 뒤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공작님께서 많이 다치셨다는데 정말 가지 않으셨어요?”“네.”“왜요?”세레나는 문손잡이에 손을 얹었다.“가고 싶지 않았으니까.”마리엘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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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허락을 구한 적 없습니다

헬레나의 눈이 가늘어졌다.“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지?”“제 치료와 공작님과의 관계가 채무에 영향을 준다고 하셨으니까요. 제가 가문의 재정 수단이라면 적어도 어떤 거래에 사용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마리엘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언니, 어머니께서는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게 아니에요.”세레나는 시선을 헬레나에게 둔 채 말했다.“그럼 어떤 뜻인지 직접 듣겠습니다.”헬레나의 손가락이 부채살을 천천히 쓸었다.“몰락한 가문의 딸이 공작의 관심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모양이구나.”“그 관심이 제가 달려가야만 유지되는 것이라면 오래갈 관계는 아닙니다.”“관계는 원래 노력해서 유지하는 것이다.”“한쪽만 계속 달려가는 것을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말이 떨어진 뒤 짧은 정적이 흘렀다.마리엘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돌아왔다. 오르센도 이번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세레나 자신조차 전생의 몸 어딘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테오도르를 향한 마음을 누군가 앞에서 그렇게 말해 본 적이 없었다.헬레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사소한 다툼을 크게 만들지 마라. 오늘 중으로 공작저에 사과 편지를 보내고, 내일 직접 방문하도록 해.”“하지 않겠습니다.”“세레나.”헬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세레나는 팔걸이에서 손을 내렸다.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누르고 있던 자리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공작님의 상처에 필요한 소견은 이미 전달했습니다. 그 이상은 하지 않겠습니다.”“네가 지금 누구 덕분에 이 저택에서 먹고사는지 잊은 모양이구나.”세레나는 대답하기 전 탁자 위의 봉투를 바라봤다.칼베른의 검은 늑대 문양.처형 승인서에도 같은 문양이 찍혀 있었다.“잊지 않았습니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서 제 몫을 제가 마련하려는 겁니다.”헬레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봤다.“치료사 흉내로 독립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흉내인지 아닌지는 자격을 얻은 뒤 판단하시죠.”마리엘의 손이 무릎 위에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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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찾아온 남자

테오도르 칼베른이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응접실 안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검은 외투 아래로 드러난 군복은 단정했으나 옆구리에 감긴 붕대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마차에서 내릴 때보다 피가 더 번진 듯, 흰 천 위에 짙은 얼룩이 손바닥만 하게 퍼져 있었다. 그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외투 자락이 상처를 스쳤고, 단단히 다문 입술 아래로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졌다.헬레나는 방금 전까지 세레나를 몰아세웠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칼베른 공작님. 이런 몸으로 직접 오시다니요.”테오도르는 형식적으로 고개를 기울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오르센과 마리엘에게도 짧은 눈길만 주었고, 이내 세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세레나는 그가 가까워지는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붕대의 위치와 피가 번지는 방향이 먼저 보였다. 왼쪽 옆구리 아래, 갈비뼈 끝에서 등 쪽으로 이어지는 상처. 전생과 같은 사고라면 겉으로 난 상처보다 안쪽의 골절이 문제였다. 세레나가 아침에 적어 보낸 소견이 제때 전달되었다면 공작가 의원도 이미 확인했을 것이다.그럼에도 테오도르는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명령이 거절된 이유를 들으러 온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공작님.”세레나는 먼저 인사했다.예법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만 허리를 숙였고, 그 이상 다가가지는 않았다.테오도르의 눈이 그녀의 회색 드레스와 느슨하게 묶은 머리, 손등에 남은 작은 핏자국을 차례로 훑었다. 그의 시선이 손에 머물자 세레나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말았다가 곧 펼쳤다.“내가 사람을 보냈는데도 오지 않았더군.”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전생의 세레나가 가장 익숙하게 듣던 어조이기도 했다. 테오도르는 부탁할 때조차 명령하는 사람처럼 말했고, 그녀는 그 안에 숨은 필요를 애써 다정함으로 해석했다.“기사님께 이유를 전해 드렸습니다.”“정식 치료사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지.”“틀린 말은 아닙니다.”테오도르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세레나는 그의 호흡이 짧아지는 것을 알아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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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니니까요

테오도르의 눈에 짧은 불쾌감이 스쳤다. 익숙한 표정이었다. 명령이 거부됐을 때 나타나는 차가운 침묵. 전생의 세레나는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해 먼저 변명하고, 자신의 거절을 무른 말로 바꾸곤 했다.세레나는 의자 등받이에서 손을 뗐다.“정 이야기하셔야 한다면 정원으로 나가겠습니다. 사용인들이 오가는 열린 곳에서요.”“내가 당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 생각하나?”“그런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습니다.”테오도르는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다.세레나의 얼굴을 오래 살피던 그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 손등에는 에마를 치료하며 묻은 피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 손톱 가장자리에 붉은 선이 남아 있었다.“누가 다쳤지?”“사용인 한 명이 손을 베었습니다.”“그래서 나에게 오지 않았나?”세레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그 질문에는 비난과 확인이 섞여 있었다.자신보다 하녀를 먼저 선택했느냐는 의미가 너무 선명해, 방 안의 누구도 모른 척하기 어려웠다.“아닙니다.”그녀의 대답에 테오도르의 굳은 턱이 조금 풀렸다.세레나는 그 변화를 확인한 뒤 말을 이었다.“공작님께 가지 않기로 한 뒤에 그 사람이 다쳤습니다. 두 일의 순서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테오도르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세레나는 한 치도 피하지 않았다.“공작님보다 하녀를 먼저 치료했다고 해도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은 그 선택을 비교할 이유조차 없다는 뜻입니다.”마리엘이 내린 눈꺼풀 아래로 시선을 움직였다.헬레나는 세레나를 향해 입술을 달싹였지만, 테오도르가 먼저 말했다.“정원으로 가지.”그는 세레나의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옆구리가 당긴 듯 걸음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세레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허공에서 멈췄다.테오도르도 그 움직임을 보았다.두 사람 사이에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가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손을 거두며 라울을 불렀다.“공작님께서 밖으로 나가기 전에 상처를 확인해 주세요.”응접실 문 밖에서 대기하던 라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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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테오도르는 대답하지 않았다.세레나가 먼저 질문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전생의 그녀는 늘 그의 일정을 물었고, 상처가 아픈지 확인했으며, 다음 원정이 언제인지 궁금해했다. 자신의 일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고 묻지는 않았다.그가 모른다는 대답을 들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베일런 가문의 채무가 얼마인지 아십니까?”“그것이 지금 무슨 관계지?”“제가 왜 성전으로 가려 하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관계가 있습니다.”“가문의 빚 때문에 치료사가 되려는 건가?”“그 빚이 저를 누구에게 팔지 결정하기 전에 제 삶을 마련하려는 겁니다.”테오도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누가 당신을 판다는 말이지?”세레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가 화를 내는 이유가 자신을 염려해서인지, 자신의 영향권에 있던 사람이 다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불쾌해서인지 아직 구별할 수 없었다.“제가 알아볼 일입니다.”“이름을 말해.”명령이 자연스럽게 나왔다.세레나는 마른 분수대의 가장자리에서 손을 거두었다.“공작님.”그녀가 작위를 정확히 부르자 테오도르의 눈썹이 움직였다.“그런 방식으로 말씀하실 때마다 제가 왜 공작님과 거리를 두려 하는지 설명하기 쉬워집니다.”“나는 당신을 도우려는 것이다.”“제가 도움을 청했습니까?”“청할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 수도 있다.”“그래서 공작님께서 먼저 결정하시겠다는 뜻인가요?”테오도르는 입을 다물었다.정원사를 부르는 하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마른 가지가 잘려 나가는 소리와 흙을 뒤집는 삽의 마찰음이 둘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세레나는 그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테오도르는 자신이 틀렸다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생에도 전쟁 전략이나 가문의 결정에 관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세레나가 위험하다고 경고해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출정했고, 그녀가 쉬어야 한다고 해도 치료를 요구했다.그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확신으로 살아왔다.세레나는 그 확신에 기대어 자신까지 맡겼다.“당신은 늘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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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흔적 없는 손목 위의 족쇄

세레나는 말이 미끄러졌다는 것을 알아챘다.테오도르가 한 걸음 다가왔다.세레나는 같은 만큼 뒤로 물러났다. 등 뒤에는 마른 분수대가 있었고, 더 물러가면 갈라진 돌 가장자리에 부딪힐 거리였다.그가 손을 뻗었다.세레나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굳혔다.그러나 테오도르의 손은 그녀에게 닿기 전에 멈췄다.그의 시선이 세레나의 손목에 고정되어 있었다.세레나는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봤다.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깨끗한 피부뿐이었다. 그러나 테오도르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미간을 좁혔다.“공작님?”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테오도르의 눈앞에는 잠시 다른 장면이 겹쳤다.하얀 손목을 짓누르는 검은 쇠고리. 피가 말라붙은 피부. 족쇄의 사슬이 바닥을 긁고, 누군가 자신을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빛도 없었다.오직 손목을 둘러싼 검은 흔적과, 그것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만 보였다.테오도르는 숨을 멈췄다.정원의 풍경이 돌아왔을 때 세레나가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그는 여전히 손을 내민 채였다.테오도르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손목을 다친 적이 있나?”세레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조금 사라졌다.“없습니다.”“정말로?”“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테오도르는 다시 손목을 봤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설명할 수도 없었다.“공작님께서는 지금 쉬셔야 합니다.”세레나는 소매를 내려 손목을 가렸다.“상처가 벌어진 상태에서 여기까지 오셨으니 열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끝난 것으로 하겠습니다.”“나는 아직”“공작님.”세레나가 그의 말을 막았다.화가 날수록 상대의 이름과 작위를 정확히 부르는 습관은 전생에도 같았다. 다만 전생에는 분노가 오래 가지 못했다. 테오도르가 한 번 이름을 부르면 결국 그의 뜻을 따랐다.이번에는 아니었다.“저는 공작님께서 찾으면 어디에 있든 달려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 그것을 알게 되셨으니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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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식 기록만 확인해

테오도르는 저택의 이층 창문을 올려다봤다.회색 드레스 자락이 창가를 스쳤다가 사라졌다. 세레나인지 다른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베일런 영애가 최근 만난 사람들을 조사해.”로이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감시를 붙일까요?”“붙이지 마라.”테오도르의 대답은 빨랐다.세레나가 정원에서 뒤로 물러나던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이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정확히 같은 거리만큼 멀어졌던 움직임. 열린 정원을 택한 이유도, 둘만 남는 일을 거부한 이유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감시를 붙인다면 알게 될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알아차리는 순간, 지금보다 더 멀어질 가능성이 컸다.테오도르는 그런 계산을 하는 자신이 불편했다. 그는 원래 사람의 마음을 고려해 명령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필요한 정보라면 얻었고, 위험이라면 제거했다.세레나만은 그 방식으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확인했다.“공식 기록만 확인해.”그가 말을 이었다.“성전 시험 일정과 베일런 가문의 최근 채무 변동, 혼담이 오간 가문이 있는지 알아봐라. 영애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따라다니지는 말고.”로이스가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아침에 보낸 소견서는 공작저 의원에게 도착했나?”“예. 베일런 영애의 지시대로 갈비뼈 안쪽 출혈을 확인했고, 덕분에 처치가 늦지 않았다고 합니다.”테오도르는 마차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오지 않으면서 살리는 방법은 보냈다.자신을 버린 것도, 죽기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곁으로 달려오는 역할을 거부했다.그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고,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면 세레나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각하, 한 가지 더 있습니다.”로이스가 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베일런 저택으로 오는 길에 확인한 소식입니다. 드레이크 후작이 최근 베일런 백작가의 채권 일부를 사들였다고 합니다.”테오도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드레이크 후작은 세레나보다 서른 살 이상 많은 남자였다.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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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빚으로 팔린 광산

세레나는 독촉장의 마지막 문장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장녀 세레나 베일런과 드레이크 후작의 혼인이 성사될 경우, 잔여 채무 전액을 재조정한다.그 문장을 읽은 순간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분노가 아니라 날짜였다. 성전 치료사 선발 시험 접수 마감과 드레이크 후작이 참석하는 무도회가 같은 날이었다.헬레나가 우연히 그 일정을 겹치게 두었을 가능성은 낮았다. 무도회에서 혼담을 굳힌 뒤에는 세레나가 저택 밖으로 나갈 명분부터 사라질 터였다.그녀는 독촉장을 장부 사이에 넣고 서재 문을 닫았다. 복도 끝에서 다가오던 발소리는 마리엘의 시녀가 지나가는 소리였고, 늙은 서기 벤은 먼지를 털러 나온 사람처럼 허리를 굽힌 채 반대편 계단으로 사라졌다.세레나는 곧장 문을 잠그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이 숨길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보다,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움직이는 편이 안전했다.장부를 덮은 뒤 책상 위에 놓인 종이들을 용도별로 정리했다. 전생의 사건을 기록한 장부, 드레이크 후작의 채무 문서, 성전 시험에 필요한 신분 증명 목록. 손이 할 일을 찾는 동안 호흡도 조금씩 제자리를 되찾았다.베일런 가문의 빚은 단순한 몰락의 결과가 아니었다.채무 독촉장에는 광산 지분이 담보로 잡혀 있었고, 채권을 사들인 상단들 사이에 루멘 성전의 대리 인장이 찍혀 있었다. 드레이크 후작은 마지막 단계에 등장한 사람이었다. 가문이 갚지 못할 만큼 빚을 키운 뒤, 혼인을 조건으로 채무를 조정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문제는 시작점이었다.베일런 가문은 오래전부터 재정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전생에서 세레나가 기억하는 몰락은 지나치게 빨랐다.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광산 수익으로 영지의 곡물 부족을 메웠고, 제도에 작은 저택을 유지할 정도의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은 뒤 몇 해 사이 광산은 사고가 잇따랐고, 운송비와 복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아버지는 천재지변과 불운을 탓했다.헬레나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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