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테오도르는 솔직하게 답했다.“다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고 싶고, 왜 저를 피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지 않았지만, 거리는 그대로였다.테오도르는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제가 원하는 일을 당신의 결정처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회랑 바깥에서 마차 바퀴 소리가 가까워졌다.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에서 보낸 마차였다.세레나는 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다시 테오도르를 바라봤다.“오늘 제 이름을 확인하지 않으신 일은 기억하겠습니다.”감사하다는 말은 아니었다.용서도 아니었다.테오도르는 그 의미를 넓히지 않았다.“그것으로 충분합니다.”세레나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테오도르는 따라오지 않았다.로이스에게 마차까지 호위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세레나가 열린 문을 지나 황실 보조관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세레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그런데도 문밖으로 나오는 순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보내고 있었다.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은 루멘 성전에서 마차로 반 시간 떨어진 구시가지 끝에 있었다.귀족 손님을 위한 저택이 아니라 조사관과 지방 의원들이 머무는 실무 숙소였기에, 방에는 화려한 가구 대신 책상과 잠금 가능한 문서함, 작은 세면대가 놓여 있었다. 복도 끝에는 밤에도 관리인이 상주했고, 출입 명부에는 방문자의 이름과 목적을 모두 적도록 되어 있었다.세레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창문과 문부터 확인했다.창문은 안쪽에서 열 수 있었고 못이 박혀 있지 않았다.방문 열쇠는 세레나와 관리인이 하나씩 나누어 가졌으며, 관리인이 열 때에도 황실 보조관의 입회가 필요하다는 규정이 문서로 붙어 있었다.그녀는 약제함을 책상 위에 놓고 검은 장갑을 벗었다.손을 씻은 뒤에야 제2정제실에서 회수한 어머니의 마지막 장 사본을 펼쳤다.원본은 황실 기록관과 군 의료 감독관, 성전 기록관이 공동 봉인했다.세레나에게 허락된 것은 현장에서 만든 모사본 한 장뿐이었다.종이의 크기와 제본 구멍은 어머니의 연
세레나가 물었다.루멘 성전 기록관이 답했다.“수습 자격은 정지 상태입니다.”“특별 실기 합격 자체는 취소됐습니까?”“아직 아닙니다.”“그 사실도 보호 문서에 적어 주세요.”“신원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의미가 없습니다.”“그래도 취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습니다.”황실 기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기재하겠습니다.”세레나는 이어서 성 루치아 구호원에서 발급된 원본 서류의 보관 위치, 사본을 베일런가 법무관에게 제공한 사람, 제2정제실 사건 직후 수습 자격 정지 명령을 작성한 책임자의 이름까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그레고리는 점차 말이 줄었고, 루멘 성전 기록관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항목마다 별도 확인 표시를 남겼다.심리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테오도르에게 질문이 돌아갔다.“칼베른 공작 각하께서는 세리스 베인 지원자의 실제 신원을 알고 계십니까?”황실 기록관이 물었다.테오도르는 세레나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확인하지 않았습니다.”“베일런가 장녀와 외모나 행동이 유사하다고 판단하십니까?”“제 판단이 공식 신원 기록보다 먼저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그레고리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각하께서 한마디만 해 주시면 불필요한 심리가 끝납니다.”테오도르의 손이 탁자 위에서 멈췄다.“그분이 다른 이름으로 들어온 이유를 듣지도 않고 제가 끝내야 합니까?”“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이 먼저입니다.”“본인이 돌아가겠다고 했습니까?”그레고리는 대답하지 못했다.테오도르는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황실 기록관에게만 말했다.“제2정제실 조사와 신원 심리를 분리하십시오. 성전과 베일런가 모두 사건 참고인을 데려갈 이해관계가 있습니다.”“칼베른 공작가 역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세레나가 말했다.회의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테오도르는 반박하지 않았다.“맞습니다.”그가 담담하게 인정했다.“그러니 저도 보호 장소나 신원 판단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자신은 좋은 의도로 돕는다는 변명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
“사건 증언을 마치기 전까지는 황실 의료 감찰 대상자이자 핵심 참고인으로 보호해야 합니다.”“보호 장소는 누가 결정합니까?”“당사자의 의사를 먼저 묻게 되어 있습니다.”테오도르는 그제야 세레나를 바라봤다.“어디로 가시겠습니까?”마리엘과 그레고리, 마티아스까지 모두 대답을 기다렸다.칼베른 공작저로 가겠다고 하면 성전과 가족을 피할 수 있었다. 공작가의 기사와 재산, 북부군의 이름이 세레나를 지켜 줄 것이다. 그러나 그 보호를 선택하는 순간 다시 테오도르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세레나는 망설임을 길게 끌지 않았다.“황실 의료감찰원 별관을 요청하겠습니다.”그레고리가 즉시 말했다.“귀족 영애가 공공 조사관 숙소에 머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저는 현재 귀족 영애의 권리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세레나는 황실 기록관에게 시선을 돌렸다.“세리스 베인이라는 이름으로 참고인 보호를 신청하겠습니다. 보호 기간에는 베일런 백작가, 드레이크 후작가, 루멘 성전, 칼베른 공작가 어느 쪽에도 제 신병을 넘기지 않는다는 조건을 넣어 주세요.”테오도르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자신의 공작가까지 제외되었는데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기록하십시오.”황실 기록관이 펜을 들었다.마티아스가 낮게 웃었다.“성전의 수습생이면서 성전의 보호를 거부하는군요.”“수습 자격을 정지시킨 통지서를 방금 주셨습니다.”세레나는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종이를 들어 보였다.“필요할 때는 성전 사람이고, 내보내고 싶을 때는 신원 위조자라고 부르실 수는 없습니다.”마티아스의 눈가에서 온화한 주름이 사라졌다.마리엘은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세레나 가까이 한 걸음 다가왔다. 하녀가 막으려 했지만 마리엘은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언니가 공개할 수 있다면, 드레이크 후작가의 두 번째 혼인 의향서도 함께 기록해 주세요.”세레나는 그녀를 바라봤다.“그 문서가 공개되면 마리엘 영애의 혼담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걸 원해서 말씀드리는
세레나의 검은 장갑이 약제함 손잡이 위에서 아주 조금 움직였다.마티아스가 계단 마지막 칸에 내려섰다.“신원 위조 가능성이 있는 수습생을 성전 안에 계속 둘 수는 없습니다. \베일런 백작가에서 인도를 요청했으니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지요.”“제2정제실 조사 참여자의 신분을 성전이 임의로 변경한 뒤 가족에게 넘기겠다는 뜻입니까?”황실 기록관이 물었다.마티아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변경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그 사실을 확인한 서류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세레나는 황실 기록관 앞으로 한 걸음 옮겼다.“저는 오염 약제와 제2정제실 사건의 최초 발견자 중 한 명입니다. 오늘 제 수습 자격이 정지된 시각과 베일런가 법무 대리인이 도착한 시각도 함께 기록해 주십시오.”그레고리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가족이 딸을 데리러 온 일을 범죄 조사와 연결하지 마십시오.”“저를 데려가려는 사람이 드레이크 후작가의 혼인 문서까지 들고 왔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그레고리 뒤쪽의 붉은 밀랍 상자에 닿았다.“가족을 대표해 온 것인지, 후작가를 대표해 온 것인지 먼저 정하셔야겠군요.”그레고리의 얼굴에서 말끔한 미소가 사라졌다.중앙 홀의 서쪽 문이 다시 열렸다.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검은 베일을 얹은 마리엘이었다.베일런가의 하녀 한 명만을 데리고 온 그녀는 평소보다 장식이 적은 회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치료동에서 사람이 죽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맞춰 애도의 색을 골랐으나, 손에는 드레이크 후작가의 붉은 장미가 수놓인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마리엘은 세레나를 발견하고 걸음을 늦췄다.“언니.”부드러운 한마디가 홀 안에 다시 한번 정체를 못 박았다.세레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마리엘 베일런 영애께서 신원 확인을 위해 오셨습니까?”‘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마리엘의 손가락이 손수건 위에서 굳었지만, 곧 고개를 숙였다.“어머니께서 언니를 모셔 오라고 하셨어요.”“제가 스스로 저택을 떠났다는
“세리스 베인은 세레나 베일런이 맞습니다.”그레고리 헤일 법무관의 목소리가 루멘 성전 중앙 홀을 가로질렀다.치료동의 수습생과 사제들, 제2정제실 조사에 참여했던 군인들까지 한꺼번에 세레나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가슴에 달려 있던 회색 표식은 자격 정지 통지와 함께 회수된 상태였다. 그러나 약제함 손잡이를 쥔 검은 장갑과 호두 껍질 물로 어둡게 물들인 머리카락, 평민용 외투까지 벗겨지는 것은 아니었다.그레고리는 어린 시절 초상화와 성 루치아 구호원의 신원 보증서를 나란히 들어 보였다.“베일런 백작가의 장녀께서 가문의 허락 없이 신분을 감추고 치료사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보호자인 오르센 베일런 백작께서는 영애를 안전하게 저택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셨습니다.”세레나는 그가 내민 초상화를 받지 않았다.“원본입니까?”“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성 루치아 구호원에서 발급한 신원 보증서와 제 어린 시절 초상화 말입니다. 원본인지, 사본인지 묻고 있습니다.”그레고리의 손이 문서 가장자리에서 잠시 멈췄다.“구호원 기록의 정식 사본입니다.”“누가 발급을 요청했습니까?”“베일런 백작가의 법무 대리인 자격으로 요청했습니다.”“제 치료사 시험 제출용 사본을 발급받았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별도의 가족 확인용 사본을 새로 받았다는 뜻입니까?”중앙 홀의 시선이 법무관에게서 세레나로 옮겨갔다.그레고리는 목을 가다듬었다.“같은 기록에서 발급된 사본이니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발급 목적과 열람 권한이 다릅니다.”세레나는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정확히 불렀다.“그레고리 헤일 법무관님께서 성전 지원자의 신원 보증서를 어떤 근거로 열람했는지 기록으로 남겨 주십시오. 성전이 제공했다면 제공한 사람의 이름도 필요합니다.”마티아스가 회랑 위에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가족이 가출한 자녀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에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는군요.”세레나는 고개를 들었다.“가족이라는 말이 절차를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베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도, 그녀를 붙잡지도 않았다.세레나는 지나가던 군 의원을 불러 테오도르의 붕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이 직접 치료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사람이 오도록 연결한 뒤 자리를 떠나려 했다.테오도르가 그녀를 불렀다.“세리스 수습 치료사.”세레나는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췄다.“경고문에 위치를 알릴 뜻이 없다고 적으셨습니다.”“그렇습니다.”“알려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습니다.”세레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테오도르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앉아 있는 상태라 두 사람의 시선 높이는 비슷했고, 그가 길을 막지도 않았다.“다만 오늘 발견한 문서에 당신의 이름이 대체 대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확인했습니다.”“성전 안에 계속 머무를 생각입니까?”전생이라면 그 질문 뒤에는 이미 정해진 답이 따라왔을 것이다.당장 공작저로 오십시오.제가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이번에는 질문만 남아 있었다.세레나는 약제함 손잡이를 바로 잡았다.“수습 자격과 환자 기록을 확보할 때까지 머무를 생각입니다.”“위험할 수 있습니다.”“알고 있습니다.”“그렇군요.”테오도르는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가 폈다.붙잡고 싶은 사람이 손을 멈추는 모습처럼 보였다.“필요한 것이 생기면 요청하시겠습니까?”“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요.”“그렇게 하십시오.”익숙한 문장이었지만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다.테오도르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세레나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계단을 올라갈수록 그의 시선은 느껴졌지만, 뒤따라오는 발소리는 없었다.성전 중앙 홀로 돌아온 세레나는 자신의 수습 표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치료동 감독 사제는 세리스 베인의 수습 자격을 일시 정지한다는 통지서를 내밀었다. 사유는 허가되지 않은 폐쇄 시설 침입과 내부 문서 반출 시도였다.검사단 전원이 서명하고 들어간 장소를 불법 침입으로 바꿔 적은 문서였다.세레나는 통지서를 끝까지 읽었다.“발급 시각이 언제입니까?”“방금 전입니다.”“제2정제실의 문이 닫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