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Bab 1 - Bab 10

21 Bab

제1화

“최 대표가 꾸민 사고, 정말 빈틈이 없더라. 경찰도 아무 문제를 못 찾았다잖아.”“그러게. 최 대표의 첫사랑이랑 그 아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한쪽은 신장이 크게 손상돼 이식이 필요했고 다른 한쪽은 눈을 다쳐 각막 이식이 필요했대.”“그런데 맞는 사람이 소지연 씨랑 그 아들뿐이었던 거지. 그래서 최 대표가 일부러 다시 합치자고 매달린 거래.”“가족 자격으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서 소지연 씨의 신장과 아이의 각막을 넘기려고. 이채은 씨를 정말 끔찍이 사랑하나 봐.”“소지연 씨도 불쌍하지. 아들이랑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잖아. 최 대표가 지금도 304호에서 이채은 씨 곁을 지키는 것조차 모르고.”“...”소지연은 온몸이 차갑게 식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그 교통사고를 최재빈이 직접 꾸몄어?!’‘다시 합치자고 매달린 것도 처음부터 목적이 있었어?!’소지연은 비틀거리며 벽을 짚고서, 의사들이 말한 병실로 향했다.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문 틈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재빈아, 지연 씨랑 아이한테도 한번 가 봐.” 이채은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래도 지연 씨는 네 아내고, 유안이는... 네 친아들이잖아.”“갈 필요 없어.” 최재빈의 목소리는 섬뜩할 만큼 차가웠다. “이제 둘 다 쓸모없으니까.”소지연의 숨이 턱 막혔다.“보상은 해 줄 거야. 평생 부족하지 않게 지켜 주겠어.” 최재빈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이채은에게만은 믿기 힘들 정도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야. 채은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너도 알잖아.”이채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유안이는...”“사랑하는 사람의 아이가 더 중요하니까.” 최재빈이 이채은의 말을 끊었다. 낮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네 아들이 당연히 그 아이보다 중요해.”소지연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흘렀다.최재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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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병실로 돌아온 소지연은 핸드폰을 꺼내서 신분 세탁과 위장 사망을 전문으로 하는 비밀 업체에 연락해 대역 시신 두 구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언제 필요한지 묻는 말에 소지연은 달력을 열었다. 아들의 생일에 표시된 날짜를 바라보며 낮게 대답했다.“20일 뒤, 4월 19일이요.”전날 밤 최재빈은 올해만큼은 최유안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를 열어 주겠다고 약속했다.그렇다면 그 성대한 생일 파티에서 아들과 함께 완전히 ‘죽어’ 사라질 생각이었다.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소지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그 뒤로 최재빈은 병실에 나타나지 않았다.대신 비서를 보내 안과 교수들을 알아보고 있고, 최유안이 다시 볼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는 말을 전했다.하지만 모자는 알고 있었다. 그것 역시 최재빈이 새로 만들어 낸 거짓말에 불과했다.최재빈은 줄곧 이채은의 병실을 지키며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있었으니까....퇴원하는 날, 소지연이 모든 수속을 마치자 뜻밖에도 최재빈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최재빈은 꽃다발 하나와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와서 두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두 사람이 기뻐하며 받을 거라 생각했는지 몰라도, 소지연과 최유안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나 꽃가루 알레르기 있어. 생화는 가까이 못 둬.”“아빠, 나도 이제 안 보여. 자동차 장난감도 필요 없어.”선물을 내밀던 최재빈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내가 생각이 짧았어. 선물을 잘못 골랐네. 비서한테 바로 다시 준비하라고 할게. 뭐가 좋아? 보석? 변신 로봇? 새로 나온 명품 가방은 어때? 초콜릿이나 간식도 있고...”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최재빈은 여러 가지를 늘어놓았다. 진심으로 두 사람에게 보상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소지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 최재빈이 말한 것들은 모두 이채은과 한시원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이채은이 SNS에 올린 사진에서 수도 없이 봤던 선물들이었다.5년을 함께 살고도 아내와 친아들이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남자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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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최유안을 겨우 재운 뒤, 소지연은 의사가 처방해 준 한약을 달이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하지만 계단을 다 내려오기도 전에 구슬 하나가 머리를 세게 때렸다. 맞은 자리가 금세 부어올랐다.소지연이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자, 이층 난간에 선 한시원이 신이 난 얼굴로 물건을 아래로 던지고 있었다.유리컵과 오르골, 장난감 자동차가 잇달아 떨어졌다. 소지연의 팔과 어깨에는 금세 시퍼런 멍이 번졌다.통증에 얼굴을 찌푸린 소지연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웅크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엉망이 된 소지연을 내려다보며 한시원은 턱을 치켜들었다.“물건 던지면서 노는 건데? 아줌마가 멍청하게 안 피한 거잖아. 다친 것도 아줌마 탓이지.”소지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네 엄마가 사람한테 물건 던지면 안 된다고 안 가르쳐 줬니?”한시원이 코웃음을 치며 받아치려고 할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러자 곧바로 눈물을 글썽이며 최재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아저씨, 내가 실수로 아줌마한테 물건을 맞혔는데... 갑자기 나한테 화를 냈어!”그 말을 듣자 최재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시원이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어린애 하나 잡아서 뭐 하겠다는 거야?”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누른 채 최재빈의 꾸지람을 듣던 소지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저 애가 물건을 던져서 내 몸이 온통 멍투성이가 됐는데, 당신 눈에는 내가 시원이를 괴롭힌 걸로 보여?”최재빈은 그제야 소지연의 몸에 남은 상처를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말투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한시원의 편이었다.“애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이 정도는 약 좀 바르면 돼. 일 더 크게 만들지 마.”최재빈은 허리를 숙여 한시원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보며 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몇 번이나 숨을 깊게 들이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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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얼음장처럼 차가운 최재빈의 목소리에 소지연의 마음은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소지연은 아들을 꼭 끌어안은 채 집사가 체벌용 회초리를 가져와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바라봤다.“안 돼요!” 매가 날아드는 순간, 소지연은 몸을 틀어 아들 앞을 막아섰다.퍽!매가 등을 후려치는 소리가 넓은 거실 안에 거듭 울려 퍼졌다.온몸이 떨릴 만큼 아팠지만, 소지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옷은 군데군데 찢어졌고, 그 아래로 붉게 부어오른 자국과 상처가 길게 번져 갔다.소지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번지면서, 결국 참지 못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핏방울이 바닥으로 하나둘 떨어지는 동안 의식도 점점 흐릿해졌다.마지막 매가 등을 내리친 순간, 소지연은 버티고 있던 힘을 모두 잃은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시원을 품에 안고 이채은의 손을 잡은 채 멀어지는 최재빈의 뒷모습이었다.소지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병실의 새하얀 천장이었다.쓰러지기 전의 일을 떠올린 소지연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간호사의 손을 붙잡았다.“간호사님, 제 아들은요? 어디 있어요? 괜찮은 거 맞아요?”“아이는 괜찮아요. 요즘 많이 지쳐 있었는지 아직 자고 있어요. 오히려 보호자분 몸이 상처투성이예요. 우선 누워서 좀 쉬세요.”그 말을 듣고도 소지연은 통증을 참으며 아들 곁으로 갔다. 잠든 채로도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왔다.소지연은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목소리에는 자책이 가득했다.“유안아, 엄마가 너를 제대로 지켜 주지 못해서 이렇게 다치게 했어.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누구도 너한테 이런 짓 못 하게 할 거야. 꼭 너를 데리고 떠날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최재빈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다.“떠난다고? 또 이혼 얘기야? 유안이는 앞도 못 보고 아직 어린데, 아이 생각해서라도 좀 조용히 지내면 안 돼? 제발 일 좀 만들지 마.”자신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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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지시를 들은 경호원들이 곧바로 소지연의 팔을 잡아끌어 벽에 붙들었다.소지연은 억울함과 비통함이 가득한 눈으로 최재빈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설명하려 했다.“내가 없는 사이에 시원이 일부러 바늘로 유안이를 찔렀어! 그래서 때린 거야. 유안이 손 좀 보라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뺨 맞는 소리가 날카롭게 병실 안에 울렸다.엄청난 통증과 함께 얼굴 한쪽이 금세 붉게 부어올랐다. 입술 끝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경호원은 힘을 조금도 빼지 않았다. 이번에는 반대쪽 뺨을 세게 후려쳤다. 손바닥이 연달아 소지연의 얼굴을 때릴 때마다 타는 듯한 통증이 머리까지 울렸다.폭행이 끝나고 경호원들이 손을 놓자 소지연의 시야가 빙글 돌았다. 결국 그대로 바닥에 무너졌다.숨을 쉬기도 어려울 만큼 아팠지만, 소지연은 울음을 터뜨린 최유안에게 기어갔다. 아들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갈라진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유안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엄마가 지켜 줄게.”그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최재빈이 이채은에게 시선을 돌리자, 곧바로 눈빛이 부드럽게 바뀌었다.이채은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고, 아직 흐느끼는 한시원을 품에 안아 달랬다.“채은아, 겁먹지 마. 내가 있는 한 너희가 억울한 일 당하게 두지 않을게.”이채은은 최재빈의 팔을 붙잡고 바닥의 소지연을 내려다봤다. 일부러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나랑 시원이는 조금 속상해도 괜찮아. 다만 유안이 어린 나이에 앞을 못 보게 된 것도 너무 안됐는데, 지연 씨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재빈아, 너는 친아빠잖아. 네가 잘 이야기해 줘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말하고 행동하는 걸 아이가 그대로 배우는데, 잘못된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되잖아.”이채은의 말을 듣고 최근에 벌어진 일들을 떠올린 최재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최재빈은 아들을 놓지 않으려는 소지연을 차갑게 내려다봤다.“채은이 말이 맞아. 너 같은 엄마 곁에 두면 유안이 인생까지 망가질 것 같네.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 하겠으면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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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시간이 계속 흘렀다. 너무 오래 울어 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의식마저 점점 흐려졌다.몸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었다. 깊은 무력감이 소지연을 짓눌렀고, 흘릴 눈물조차 남지 않았다.당장 이곳을 빠져나가 최유안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 갇힌 채 고통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희미해진 의식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소지연은 그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집사가 지하실 문을 열자, 소지연은 구원자를 만난 사람처럼 달려들었다. 쉰 목소리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했다.“집사님, 우리 유안이는요? 요 며칠 어떻게 지냈어요? 또 괴롭힘당하거나 다치지는 않았어요? 저 찾으면서 계속 울고 있는 건 아니죠?”몰라볼 만큼 수척해진 소지연의 얼굴을 본 집사의 눈에 안쓰러운 기색이 스쳤다. 한참 망설이던 집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도 아시겠지만 대표님께서 워낙 바쁘셔서 유안 도련님은 이채은 씨가 돌보고 있습니다.”“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챙기는 척하지만, 한시원 군이 장난을 핑계로 자꾸 유안 도련님을 괴롭힙니다.”“식사할 때 일부러 뜨거운 걸 쏟기도 하고, 집 안에서 발을 걸어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밤에는 베란다에 가둬 두고 한밤중까지 들여보내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아들이 며칠 내내 그런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에 소지연은 심장에서 피를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당장 몸을 일으켜 나가려 했지만 집사가 앞을 막았다.“사모님, 오늘 유치원에서 야외 체험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이채은 씨가 한시원 군을 데리고 나가면서 도련님까지 억지로 데려갔어요.”“저희가 말렸는데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채은 씨는 30분 전에 혼자 돌아왔는데 유한 도련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알려 드리러 왔습니다.”그 말은 소지연의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었다.어깨가 덜덜 떨렸다. 원래도 창백하던 얼굴에서 남은 핏기마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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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들의 울음 섞인 말을 듣자 소지연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다시 품에 돌아온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눈물을 쏟았다.“곧 떠날 거야, 유안아. 엄마가 정말 곧 데리고 갈게.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자. 다시는 누구도 너를 해치지 못하게.”최유안을 겨우 달랜 뒤, 소지연은 아이를 안고 세 시간이나 산길을 걸었다.발과 다리에는 물집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고, 온몸은 풀잎과 나뭇가지에 긁혀서 상처투성이였다. 바닥에 찧은 이마에는 피딱지가 엉겨 있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그럼에도 소지연은 마지막 힘을 내서 버티면서 아들을 데리고 집까지 돌아왔다.문을 열자 최재빈이 이채은 모자와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최재빈은 직접 새우 껍질을 벗겨 이채은의 접시에 올려 주고, 한시원이 싫어하는 파와 마늘은 하나하나 골라내며 밥을 먹였다. 두 사람이 먹다 남긴 간식을 건네도 거리낌 없이 웃으며 받아먹었다.기진맥진한 데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한 소지연은 멀리서 한 가족처럼 다정한 세 사람을 바라봤다.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최재빈이 차갑게 불러 세웠다.“앞으로 유안이에게서 떨어져 있으라고 했지. 또 어디를 데리고 다닌 거야? 아이 상태가 왜 이래?”오히려 자신을 나무라는 말을 듣자, 그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다.“유안이 이렇게 다치고, 그동안 온갖 일을 겪은 게 정말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당신 때문인지 몰라서 묻는 거야?”“유안이 앞도 못 보는데 당신은 시원이 뜨거운 걸 쏟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걸 계속 내버려 뒀어! 오늘은 산 절벽에 혼자 버려졌다고!!”“내가 찾아가지 않았으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했을 수도 있어. 자기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관심도 없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따져!!”소지연이 울면서 쏟아 낸 말에 최재빈도 흠칫하며 표저이 굳어졌다.최유안의 몸에 새로 생긴 상처들을 본 최재빈이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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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유안의 생일이 찾아왔다.소지연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간단히 화장을 하고, 아들에게 새 옷을 입힌 뒤 직접 미역국을 끓였다.최유안은 기분 좋게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먼저 엄마의 손을 잡았다.“엄마, 오늘 떠나면 우리 이제 여기 다시 안 와도 돼?”소지연은 아들의 손을 잡고 집을 한 걸음씩 벗어났다. 목소리에는 미련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응. 이제 우리한테는 새로운 집이 생길 거야. 엄마도 언제나 유안이 곁에 있을 거고.”최유안의 생일 파티는 대형 크루즈선에서 열릴 예정이었다.소지연은 아들을 안고 배에 올랐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자, 최유안이 아직 앞을 볼 수 있었던 때가 떠올랐다. 아들은 바닷가에 놀러 오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또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조개껍데기를 줍고, 모래놀이를 하고, 물에서 노는 모습을 늘 부러워했다.그래도 최유안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의젓했다. 울거나 떼쓰는 대신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오히려 달래 주곤 했다.“다른 애들은 아빠랑 같이 놀지만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가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백 배는 더 행복해!”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소지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내 감정을 눌러 두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초대장을 최재빈 명의로 보낸 덕분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참석해 있었다.손님들은 잔을 들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소지연 모자가 나타나자 가볍게 고개를 숙일 뿐,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다.최재빈이 아내와 친아들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였다.소지연도 알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것이 아니라 최재빈과 인연을 만들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이었다.그래서 무시와 냉대를 받아도 마음은 놀랄 만큼 차분했다.밖이 점점 어두워졌지만 최재빈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회장에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의 초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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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물건이 깨지는 소리를 들은 최유안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곧 알아차렸고, 엄마의 손을 더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어린 목소리에는 뜻밖의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괜찮아. 그 선물 필요 없어. 이제 아빠와 아줌마, 한시원이랑 같이 생일도 안 보낼 거야!”최재빈은 그 말을 듣자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을 느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한시원이 케이크를 집어 들고 소지연과 최유안을 향해 던졌다.이어 연회장에 걸린 생일 사진과 꽃장식, 샴페인까지 닥치는 대로 넘어뜨렸다. 주변을 엉망으로 만든 뒤에도 신이 난 얼굴로 소리쳤다.“아저씨, 엄마! 여기 엄청 넓어! 우리 숨바꼭질하자! 누가 나를 먼저 찾는지 내기하자!”이채은은 아이를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재빈의 팔을 잡고 한시원의 놀이에 어울렸다.최재빈이 모든 행동을 웃으며 받아 주는 모습을 보자, 소지연의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무언가 말하려던 때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화면을 확인하자 위장 사망을 준비해 준 업체에서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소지연 씨, 대역 시신 두 구는 준비를 마치고 바다에 투입했습니다. 이제 아이와 함께 약속한 지점으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다 바로 구조해서 두 분을 빼내겠습니다.]메시지를 확인한 소지연은 마음속에 눌려 있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휴지로 아들의 옷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준 뒤 손을 잡고 연회장을 나섰다.예상대로 이채은은 계속 소지연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지연이 나가자 한시원에게 눈짓해 최재빈을 붙잡아 두게 하고 조용히 뒤를 따라왔다.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소지연은 아들과 함께 난간 앞까지 걸어갔다. 뒤따라온 이채은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입꼬리를 비틀었다.“왜 따라왔어? 또 아무도 없을 때 나랑 유안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려고?”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자 이채은도 더는 다정한 척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소지연을 보는 눈에는 감출 생각조차 없는 경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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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채은은 갑판 끝에 선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양손은 몸 옆에서 계속 떨렸다. 아무리 힘을 줘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공들여 말아 올린 머리카락은 바닷바람에 엉망이 됐고, 분노와 공포로 땀까지 난 탓에 화장도 조금씩 번져 있었다.이채은은 불안한 눈으로 사방을 확인했다. 방금 벌어진 일을 본 사람이 없는지 몇 번이나 살폈다.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갑판 위 CCTV의 작은 붉은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지만 이채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지금의 이채은에게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선실로 돌아왔을 때도 최재빈은 한시원과 놀아 주고 있었다.“엄마, 아까 어디 갔었어?”한시원은 엄마를 발견하자 신이 나서 달려왔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밖에 잠깐 둘러보고 왔어.”이채은은 아들을 품에 안고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랑 재미있게 놀았어?”“응! 아저씨가 나중에 크루즈선 모형도 사 준대!”“엄마, 우리 배에서 내리면 바로 사러 가자.”이채은 모자가 장난치며 웃는 모습을 바라보던 최재빈의 머릿속에 이유도 없이 문득 소지연이 떠올랐다.그제야 소지연과 최유안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최재빈의 미간이 저절로 일그러졌다.“대표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최재빈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익숙한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지연이는 어디 갔지?”“사모님께서 아드님과 잠깐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나가셨습니다.”“제가 찾아볼까요?”“됐어.” 최재빈은 손을 내저었다.“자기 아들 생일 파티를 열어 줬더니 정작 본인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하는 짓마다 제멋대로...”최재빈은 한동안 미간을 찌푸린 채 있다가 생각을 바꿨다.“아니다. 사람들 데리고 가서 찾아봐.”하지만 배 안을 한 바퀴 돌며 찾아본 직원들은 소지연 모자를 발견하지 못했다.“채은아.” 최재빈이 이채은에게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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