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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물결
최유안을 겨우 재운 뒤, 소지연은 의사가 처방해 준 한약을 달이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계단을 다 내려오기도 전에 구슬 하나가 머리를 세게 때렸다. 맞은 자리가 금세 부어올랐다.

소지연이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자, 이층 난간에 선 한시원이 신이 난 얼굴로 물건을 아래로 던지고 있었다.

유리컵과 오르골, 장난감 자동차가 잇달아 떨어졌다. 소지연의 팔과 어깨에는 금세 시퍼런 멍이 번졌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린 소지연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웅크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엉망이 된 소지연을 내려다보며 한시원은 턱을 치켜들었다.

“물건 던지면서 노는 건데? 아줌마가 멍청하게 안 피한 거잖아. 다친 것도 아줌마 탓이지.”

소지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네 엄마가 사람한테 물건 던지면 안 된다고 안 가르쳐 줬니?”

한시원이 코웃음을 치며 받아치려고 할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러자 곧바로 눈물을 글썽이며 최재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아저씨, 내가 실수로 아줌마한테 물건을 맞혔는데... 갑자기 나한테 화를 냈어!”

그 말을 듣자 최재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시원이 장난 좀 친 걸 가지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어린애 하나 잡아서 뭐 하겠다는 거야?”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누른 채 최재빈의 꾸지람을 듣던 소지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 애가 물건을 던져서 내 몸이 온통 멍투성이가 됐는데, 당신 눈에는 내가 시원이를 괴롭힌 걸로 보여?”

최재빈은 그제야 소지연의 몸에 남은 상처를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말투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한시원의 편이었다.

“애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이 정도는 약 좀 바르면 돼. 일 더 크게 만들지 마.”

최재빈은 허리를 숙여 한시원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보며 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몇 번이나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에야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고, 그녀는 약재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

소지연은 오후 내내 불 앞을 지키며 한 발짝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약이 다 달여져 그릇에 옮겨 담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때, 거실 쪽에서 큰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직감에 소지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둘러 뛰어나가 보니 한시원이 거실 바닥에 넘어져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최유안은 계단 난간을 붙잡고 서 있었다. 눈물에 젖은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고, 계속 엄마를 찾고 있었다.

그때 이채은이 울먹이며 달려오더니 최유안을 거칠게 밀어 버렸다.

막을 틈도 없었다. 소지연은 눈앞에서 최유안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이마가 찢어지며 피가 쏟아졌다.

“유안아!”

선명한 피가 흘러 바닥을 적시면서, 소지연의 두 손까지 붉게 물들였다.

소지연은 정신을 잃은 아들을 품에 끌어안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쳤다.

“119 불러!!! 유안아, 엄마 여기 있어. 눈 좀 떠 봐, 제발...”

소리를 듣고 달려온 최재빈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한시원이 먼저 울면서 고자질했다.

“아저씨, 유안이 깨어났길래 내가 도와주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나를 밀어서 계단에서 넘어졌어. 너무 아파!”

그 말을 들은 이채은도 눈물을 쏟으며 소지연을 바라봤다.

“지연 씨, 우리가 이 집에 있는 게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왜 아이한테 우리 시원이를 해치라고 가르쳐요?”

“지연 씨도 엄마면서 어떻게 아이한테 이럴 수 있어요?”

이채은 모자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자 최재빈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소지연을 바라보는 표정은 무서울 만큼 어두웠다.

“소지연, 네가 유안이를 이렇게 가르친 거야?”

“채은과 시원이는 내가 데려온 사람들이야. 나한테 화가 났으면 나한테 풀어. 다섯 살짜리 아이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최재빈의 거친 꾸지람을 들으며 소지연은 피투성이가 된 아들의 상처를 눌렀다. 가슴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소지연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최재빈을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따져 물었다.

“유안이는 앞이 안 보여?! 일부러 누군가를 밀 수가 없다고!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면서 왜 전부 친아들 잘못이라고 몰아가?”

“유안이 말은 한마디도 들어 볼 생각이 없어? CCTV라도 확인해 볼 생각은 없냐고!!!”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최재빈에게는 소지연의 말이 변명으로만 들렸다. 분노는 더 거세졌다.

“그만해! 시원이는 겨우 다섯 살이야. 그런 애가 거짓말을 하겠어?”

“뻔히 벌어진 일을 두고 네 변명까지 듣고 싶지 않아! 네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가르칠 거야.”

최재빈은 말을 끝내자마자 집사를 불러 세웠다.

“유안이 손님 아이를 일부러 다치게 했어. 가규대로 매 스무 대 때려.”

그 지시를 들은 소지연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최재빈을 올려다봤다.

“유안이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도 때리겠다고? 당신 잊었어? 유안이는 당신 친아들이야!”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해. 내 친아들이라고 해도 잘못을 눈감아 줄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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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제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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