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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물결
물건이 깨지는 소리를 들은 최유안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곧 알아차렸고, 엄마의 손을 더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어린 목소리에는 뜻밖의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괜찮아. 그 선물 필요 없어. 이제 아빠와 아줌마, 한시원이랑 같이 생일도 안 보낼 거야!”

최재빈은 그 말을 듣자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을 느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한시원이 케이크를 집어 들고 소지연과 최유안을 향해 던졌다.

이어 연회장에 걸린 생일 사진과 꽃장식, 샴페인까지 닥치는 대로 넘어뜨렸다. 주변을 엉망으로 만든 뒤에도 신이 난 얼굴로 소리쳤다.

“아저씨, 엄마! 여기 엄청 넓어! 우리 숨바꼭질하자! 누가 나를 먼저 찾는지 내기하자!”

이채은은 아이를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재빈의 팔을 잡고 한시원의 놀이에 어울렸다.

최재빈이 모든 행동을 웃으며 받아 주는 모습을 보자, 소지연의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무언가 말하려던 때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화면을 확인하자 위장 사망을 준비해 준 업체에서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소지연 씨, 대역 시신 두 구는 준비를 마치고 바다에 투입했습니다. 이제 아이와 함께 약속한 지점으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다 바로 구조해서 두 분을 빼내겠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소지연은 마음속에 눌려 있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휴지로 아들의 옷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준 뒤 손을 잡고 연회장을 나섰다.

예상대로 이채은은 계속 소지연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지연이 나가자 한시원에게 눈짓해 최재빈을 붙잡아 두게 하고 조용히 뒤를 따라왔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소지연은 아들과 함께 난간 앞까지 걸어갔다. 뒤따라온 이채은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왜 따라왔어? 또 아무도 없을 때 나랑 유안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려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자 이채은도 더는 다정한 척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소지연을 보는 눈에는 감출 생각조차 없는 경멸이 가득했다.

“소지연, 너 자신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재빈이 눈에는 나랑 시원이밖에 없어.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너랑 그 앞 못 보는 아들을 얼마나 괴롭히든 재빈이는 평생 우리 편이야.”

“괴롭혔다고? 그럼 지금까지 시원이한테 유안이를 괴롭히라고 시킨 것도 전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소지연의 눈에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본 이채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시원이한테 일부러 계단에서 넘어져 놓고 네 아들이 민 것처럼 말하라고 했고, 병실에 가서 바늘로 찌르게 한 것도 나야.”

“너한테 제대로 알려 주고 싶었거든. 네가 지하실에 갇혀 있는 동안에는 시원이 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막지 못했어.”

“산에 혼자 버린 것도 내가 일부러 한 거고. 이제 알았으면 어쩔 건데? 재빈이는 네 말을 절대 믿지 않아. 너는 죽을 때까지 나를 이길 수 없어.”

이채은이 모든 일을 직접 인정하는 말을 듣자 소지연의 가슴이 다시 아프게 조여왔다.

최유안을 품에 안은 소지연은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나는 너한테 아무 짓도 한 적 없는데... 왜 계속 나랑 유안이를 이렇게까지 해치는 거야?”

이채은은 차가운 얼굴로 두 사람 앞까지 다가왔다. 입가에는 비뚤어진 웃음이 걸렸다.

“네가 원래 내 것이어야 할 자리를 빼앗았잖아. 그러니 사라져도 할 말이 없지. 나는 나랑 시원이 몫을 되찾으려는 것뿐이야.”

“너희처럼 눈치 없이 내 앞을 막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당해도 자업자득이야!!”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몇 걸음밖에 되지 않았다.

소지연은 이채은의 얼굴에 가득한 열등감과 원망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소지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선실 위쪽의 CCTV를 한 번 확인한 뒤 일부러 이채은을 더 자극했다.

“빼앗았다고? 나는 최재빈과 법적으로 혼인한 아내고, 유안이는 최재빈의 친아들이야.”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고... 최재빈도 우리 모자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했어!”

“너랑 시원이 최재빈의 사랑을 독차지한들 뭐가 달라지지? 결국 너도 남의 가정을 깨고 들어온 내연녀라고 평생 손가락질이나 받을 뿐이야.”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유안이는 최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고, 언젠가는 태강그룹도 물려받을 거고. 네가 나랑 뭘로 경쟁할 건데?”

소지연이 던진 말은 하나하나 이채은이 가장 감추고 싶어 하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이채은은 더는 이성을 붙잡지 못했다.

질투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손을 뻗어 소지연을 힘껏 밀었다.

“그럼 네 아들이랑 같이 죽어!!!”

소지연은 저항하지도, 살려 달라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희미하게 웃으며 아이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밤바람이 불면서 거센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의 모습을 완전히 삼켰다.

파도만 어두운 바다를 끊임없이 두드렸다. 수면 위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크루즈선이 바다를 가로막아 반대편의 시야까지 완전히 가렸다.

아무도 보지 못한 사이에, 작은 보트 한 척이 거친 물살을 뚫고 점점 멀어져 갔다. 이내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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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제17화

    그 무렵, B시.이채은은 고급 브랜드 매장에서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새로 나온 악어가죽 가방에는 수천만 원대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지만, 이채은은 망설이지 않고 직원에게 포장해 달라고 했다.한시원은 옆에서 이채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계속 떼를 썼다.“엄마! 나 저 로봇 사 줘! 어제 사 준다고 했잖아!”“알았어. 사 줄게, 다 사.” 이채은은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린 채 건성으로 대답하고 카드를 내밀었다.최재빈에게 받은 가족카드를 바라보며, 오늘 밤에는 어떻게 말해야 새 차까지 받아낼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최재빈’이라는 이름을 본 이채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응, 재빈아?” 전화를 받은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럽고 다정했다.“나 지금 시원이랑...”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평소의 다정함도 애정도 없었다.[지금 집으로 돌아와.]최재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무슨 방법을 써서든 30분 안에 내 앞에 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이채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재빈이 나에게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야?’‘설마 뭔가 알아낸 건가?’‘그럴 리가 없을 텐데...’크루즈선 CCTV는 돈을 써서 이미 지웠고, 소지연 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모든 일은 빈틈없이 끝났어야 했다. 그날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엄마?” 한시원이 짜증을 내며 이채은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내 장난감 언제 사 줄 건데!”머릿속이 복잡해진 이채은은 아이를 달랠 여유도 없이 손을 잡아끌고 급히 매장을 나섰다.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차창 밖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운전대를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손톱이 핸들 가죽을 파고들 정도였다. 이채은은 마음속으로 계속 자신을 달랬다.‘괜찮아. 재빈이 알 리 없어.’집 문을 열고 들어간 이채은은 평소 환하게 밝혀져 있던 집 안이 어둠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제16화

    임이안이 퇴원하는 날, 심주현은 직접 차를 몰고 모자를 데리러 왔다.병실 문 앞에 선 심주현은 흰 가운 대신 짙은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해바라기 모양의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아저씨!” 기뻐하며 달려간 임이안이 심주현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아이와 눈높이를 맞춰서 앉으면서 심주현이 부드럽게 물었다. “눈은 아직 아파?”임이안은 얌전히 고개를 저었다. 눈을 감싼 붕대 끝을 살짝 들추자 아직 붉은 기운이 남은 눈가가 보였다.심주현은 아이의 볼을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아저씨가 데리러 와서 같이 검사 받으러 갈까?”짐가방을 든 채 옆에 서 있던 임지연은 조금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렇게까지 하면 선배가 너무 힘들지 않아요?”“이게 뭐가 힘들어?” 심주현은 임지연이 든 가방까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어차피 가는 길도 비슷한데.”임지연은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병원은 도시 동쪽 끝에 있고 자신들이 사는 곳은 서쪽 끝이었다. 같은 방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었다.그래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심주현이 임이안을 뒷좌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꼼꼼하게 매 주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차는 사람이 거의 없는 넓은 거리를 지나갔다. 임이안은 창가에 붙어서 길가의 순록 조형물이 몇 개인지 세고 있었다.심주현은 룸미러로 아이를 한 번 바라본 뒤 임지연에게 말했다.“다음 주 수요일이 내가 쉬는 날이야. 그날이면 이안도 눈에 감은 붕대를 완전히 풀 수 있어.”“그러니까 검사 끝나고 셋이 놀이공원에 갈까?”임지연은 난처한 듯 눈썹을 살짝 모았다. 심주현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겨우 얻은 휴일에 아이까지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면 심주현은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이다.“걱정하지 마, 지연아. 수술 잘 끝난 기념이라고 생각하면 돼.” 심주현은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대학 다닐 때 네가 말했잖아. 언젠가 가정을 꾸리면 아이랑 자주 밖에 놀러 다니고 싶다고. 가능하면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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