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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물결
얼음장처럼 차가운 최재빈의 목소리에 소지연의 마음은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

소지연은 아들을 꼭 끌어안은 채 집사가 체벌용 회초리를 가져와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안 돼요!”

매가 날아드는 순간, 소지연은 몸을 틀어 아들 앞을 막아섰다.

퍽!

매가 등을 후려치는 소리가 넓은 거실 안에 거듭 울려 퍼졌다.

온몸이 떨릴 만큼 아팠지만, 소지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옷은 군데군데 찢어졌고, 그 아래로 붉게 부어오른 자국과 상처가 길게 번져 갔다.

소지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번지면서, 결국 참지 못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핏방울이 바닥으로 하나둘 떨어지는 동안 의식도 점점 흐릿해졌다.

마지막 매가 등을 내리친 순간, 소지연은 버티고 있던 힘을 모두 잃은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시원을 품에 안고 이채은의 손을 잡은 채 멀어지는 최재빈의 뒷모습이었다.

소지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병실의 새하얀 천장이었다.

쓰러지기 전의 일을 떠올린 소지연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간호사의 손을 붙잡았다.

“간호사님, 제 아들은요? 어디 있어요? 괜찮은 거 맞아요?”

“아이는 괜찮아요. 요즘 많이 지쳐 있었는지 아직 자고 있어요. 오히려 보호자분 몸이 상처투성이예요. 우선 누워서 좀 쉬세요.”

그 말을 듣고도 소지연은 통증을 참으며 아들 곁으로 갔다. 잠든 채로도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왔다.

소지연은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목소리에는 자책이 가득했다.

“유안아, 엄마가 너를 제대로 지켜 주지 못해서 이렇게 다치게 했어.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누구도 너한테 이런 짓 못 하게 할 거야. 꼭 너를 데리고 떠날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최재빈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떠난다고? 또 이혼 얘기야? 유안이는 앞도 못 보고 아직 어린데, 아이 생각해서라도 좀 조용히 지내면 안 돼? 제발 일 좀 만들지 마.”

자신이 당연히 옳다는 듯한 말투에 소지연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아들의 다친 이마와 초점 없는 두 눈을 바라보자 모든 상황이 너무도 어처구니없었다.

당장이라도 최유안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이 대체 누구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입술 끝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삼켰다.

소지연과 최유안이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최재빈이 눈치채면 절대 순순히 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이채은이 곁에 있는 한 자신과 최유안은 계속 짓밟힐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소지연은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

“유안이한테 지금 뭐가 가장 필요한지는 나도 알아. 이혼할 생각도 없어.”

‘대신 당신이 아내도 아들도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들 생각이야.’

그 뒤의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최재빈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피가 배어 있는 붕대를 보고 나서야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알고 있으면 됐어. 내가 너희 모자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은 지킬 거야.”

소지연은 무슨 말을 해도 최재빈이 이채은과 한시원의 편을 들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재빈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최재빈은 소지연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지 약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상처에 바르는 약이야. 유안이한테 매일 발라 줘. 흉터 남지 않게.”

최재빈이 병실을 나간 뒤 소지연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몸에 난 상처는 언젠가 딱지가 앉고 아물 건데...’

‘그렇다면 마음에 난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눈을 잃은 우리 유안의 인생은 무엇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

그 질문들에 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뒤 며칠 동안 최재빈은 병실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병실을 오가던 간호사들이 가끔 병원 안에서 도는 이야기를 나눴다.

“특실 층을 통째로 쓰는 사람이 태강그룹 대표라던데. 같이 있는 아이가 꽤 잘생겼대.”

“그런데 엄청 어리광을 부린다더라. 아빠한테 책 읽어 달라고 하고, 자동차 놀이도 같이 하자고 하고, 밥도 한 숟갈씩 먹여 달라고 하는데 전부 다 해 준대.”

“아이 엄마도 예쁘고 성격이 그렇게 부드럽다잖아. 최 대표가 꼼짝도 못 할 만하지.”

“먹고 싶은 디저트가 있다거나 새 목걸이가 갖고 싶다고 하면, 바로 차 키 들고 나가서 사 온대. 정말 끔찍이 아끼나 봐.”

소지연은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잠잠했다.

잠든 최유안의 이불을 잘 덮어준 뒤, 소지연은 발소리를 죽여 약을 받으러 병실을 나섰다.

혹시라도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 갈 때도 올 때도 뛰다시피 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병실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최유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소지연이 문을 거칠게 열었다.

한시원이 수액 바늘을 손에 쥔 채 최유안의 손등을 마구 찌르고 있었다.

최유안의 손은 피로 젖어 있었다.

눈앞이 뜨거워진 소지연은 이성을 잃었다. 달려가 한시원의 뺨을 세게 때리고 아이를 옆으로 밀어냈다.

곧바로 최유안을 품에 안고 손등에 맺힌 피를 닦아 냈다. 미안함에 가슴이 아파오면서 손이 떨렸다.

한시원의 울음소리가 복도까지 울려 퍼지자 최재빈과 이채은이 곧 달려왔다.

두 사람을 발견한 한시원은 눈물을 훔치며 먼저 달려가 억울한 척 호소했다.

“아저씨, 엄마! 나 유안이랑 놀고 있었는데... 아줌마가 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제 뺨부터 때렸어!”

그 말을 들은 최재빈의 표정이 무섭게 어두워졌다. 소지연을 바라보는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최재빈은 상황을 확인할 생각조차 없이 곧바로 경호원들을 불렀다.

“지난번에도 분명히 경고했어.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겠다면 이번엔 확실히 기억하게 해 주지. 어린애 뺨을 그렇게 세게 때렸으니 열 배로 돌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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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제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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