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 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떻게 제시간에 도착했는지는 나조차 알지 못했다.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을 본 직후,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고, 이어서… 고통이 밀려왔다. 마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몸속에 박힌 총알은 분명 느껴졌지만, 동시에 모든 감각이 완전히 무뎌져 있었다. 그러다 발레리의 손과 드레스 위로 번져 가는 붉은 핏자국을 본 순간에야 비로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발레리.’ 그녀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눈물로 가득 찬 그녀의 눈과 충격에 얼어붙은 표정을 마주하자 가슴이 미어졌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처음으로 희망을 품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또다시 총성이 울렸고, 또다시 발레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데자뷔라 부르든, 업보라 부르든, 아니면 세상의 뒤틀린 장난이라 부르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그 상황이 온다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예전에 그녀가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살리다 죽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자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 했다. 그녀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라면 반드시 전해야 했다… 내가 사— 하지만 내가 했던 모든 일이 그랬듯, 이번에도 너무 늦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 버렸고, 나는 무게를 잃은 듯 허공에 떠올랐다. 모든 감각과 자아를 잃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