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이곳에 오기 전 그랬던 것처럼 나는 알리스테어의 회의에 참석하며 여전히 팩의 고문 같은 역할을 맡았다. 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일을 도왔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도 나는 늘 생각에 잠겨 있었고, 배정받은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밤이 되면 온갖 생각에 짓눌린 채 몸을 웅크리고 잠들었다. 섀도우 문 팩은 따뜻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 알리스테어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것을 배려해 주었고, 식사마저 방으로 가져다주게 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았다. 이 팩도, 사람들도, 이곳의 분위기도. 도시로 돌아가 미나를 만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설령 그녀를 만나더라도 본능은 말하고 있었다. 그 공허함은 조금 옅어질 뿐,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밤이 되면 대부분의 시간은 나 자신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찼다. 떠나기로 결정한 건 나였고, 처음으로 그 선택이 조금도 옳게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도시도, 꽃집도, 내 아파트도 아니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이 통증, 내 늑대가 울부짖는 듯한 감각, 쓰라릴 만큼 아픈 상실감. 그것은 집을 그리워하는 감정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도, 내 늑대도 더 이상 이곳을 집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 팩도, 도시도 더는 내 집이 아니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다른 곳이었다.
Huling Na-update : 2026-10-03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