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눈을 뜨자 익숙한 마호가니 천장과, 다시는 누울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부드러운 침대 시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도, 무균실 특유의 희미한 정적도 없었다. 나는 더 이상 팩 병원이 아닌, 팩 하우스에 있었다. 내가 예전에 쓰던 방이었다. 날이 밝고 몇 시간이 지난 뒤, 팩 주치의는 충분한 안정을 취하라는 당부와 함께 나를 퇴원시켰다. 병실을 나서자 트리스탄이 기다리고 있었고, 내 짐을 모두 팩 하우스로 옮겨 놓았다고 말하며 나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나는 내내 그를 무시한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내 짐을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을 뜰 때마다 전혀 다른, 그러면서도 익숙한 장소에 있다는 현실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팩 주치의의 말로는 약효가 언제 완전히 사라질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빠르면 일주일, 길게는 몇 주까지 걸릴 수도 있으며, 그동안은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에서는 요란하게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몸을 움직일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식당으로 내려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아래에 계실까? 아린은? 내가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아니면 늘 그랬듯 아린에게만 정신이 팔려 내게는 관심조차 없을까?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생각이 끊겼다. 나는 놀라 몸을 일으켰다. “들어오세요.” 내 말이 끝나자 문이 열렸고, 가운데의 하녀 한 명이 음식이 담긴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