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 Chapter 31 - Chapter 40

50 Chapters

얽매인 것

발레리 가장 가까운 기둥에 몸을 기댄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눈에 띄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모두의 이목을 받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나는 방 안 가득 놓인 와인과 샴페인 사이에서 겨우 구한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지난 이틀 동안보다 훨씬 편안해진 마음을 느꼈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이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부터 내 마음을 달래 주었다. 과일주스를 마지막 한 모금 마신 나는 춤을 추거나 어울리는 사람들, 그리고 미니바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밤은 계속 깊어졌고 파티도 이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실패로 끝난 짝 의식의 뒤풀이였다. 비록 짝 의식은 치러지지 않았지만, 준비된 것들은 이미 모두 갖춰져 있었고 그대로 버릴 수도 없었다. 앨린이 뛰쳐나간 뒤 정적이 이어졌을 때, 트리스탄이 긴장을 깨며 뒤풀이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뜻밖이었다. 그 직후 수많은 속삭임과 웅성거림이 이어졌지만, 오히려 뒤풀이가 시작되면서 모두가 조금은 긴장을 풀고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마지막 파티는 부족 저택의 정원에서 열렸다. 보다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탁 트인 장소였다. 앨린도 부모님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기 직전, 나를 노려보던 앨린의 시선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마치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하는 눈빛이었다. 반면 부모님은 내 곁을 지나가면서도 나를 쳐다보려 하지조차 않았다.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지만, 그 고통은 예전만큼 크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번 일을 어떻게 바라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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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발레리 눈부신 빛이 눈을 찔러 왔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욱신거리는 두통에 신음을 흘렸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 너무 밝고, 너무 과했다. 꼭 숙취라도 있는 것처럼.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강렬한 빛을 견디며 억지로 눈을 뜨자 남아 있던 나른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에도 그… 약의 여파는 여전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 약을 먹었어.' 나는 숨을 거칠게 들이마셨다. 어젯밤의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약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있었던 일도 여전히 생생했다. 정신없이 헤매던 나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고, 그 직후 의식을 잃었다. '누구 목소리였지?' 빛에 눈이 익숙해지자 나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부족 저택이 아니라 부족 호텔이었다. 하지만 내 방은 아니었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에 나는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알리스테어였다. 허리에는 수건 하나만 두른 채. “깨어났군요.” 그는 미소를 지었지만, 내 안을 채운 것은 공포뿐이었다. 머릿속에는 너무나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그가… 우리가? “뭐… 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심장이 뛰는 와중에도 나는 겨우 그 말만 내뱉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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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림

발레리 “고마워, 미나.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빨리 또 보고 싶어. 그럼 이만 끊을게.”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통화가 끝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두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관절이 시원하게 우두둑 소리를 내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더 푹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뜬 덕분에 기분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몸도 가볍고 개운했다. 게다가 미나에게 꽃집은 별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좋은 소식만 들었다. 혼자라 외롭다는 투정 섞인 불평까지 덧붙이긴 했지만. 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볼 필요도 없었다. 내리쬐는 햇살만으로도 이미 정오가 훌쩍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을 더 끈 것은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었다. 벌써 여러 대의 차량과 각 부족의 대표들이 떠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족은 저녁 늦게 출발할 예정이었기에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다. 알리스테어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래서인지 트리스탄은 그들을 배웅하러 나온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다. 잠들기 전 품었던 생각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이곳을 떠나면 다시 돌아올 이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앞으로도 연락을 이어 갈 기회는 그에게 주었지만, 그래도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었다. 짧은 작별 인사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나는 그 질문을 애써 밀어냈다. 물론 마지막 미련을 정리하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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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발레리“으음…” 두 번째로 의식을 되찾는 순간에도 빛은 눈이 시릴 만큼 눈부셨다. 주변을 둘러보기도 전에 알코올과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나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아무 병원이나 아니었다. 나는 이클립스 팩 병원의 익숙한 벽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이 바싹 말라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나는… 쓰러졌었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어지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흐려지는 시야와 메스꺼움을 견디며 나는 눈을 감았다. ‘심호흡하자.’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도대체 여신님…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내 아이는? 겨우 어지러움이 조금 가라앉아 고개를 들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알리스테어와 트리스탄이 다급한 표정으로 병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발레리.” 알리스테어는 곧장 내게 달려와 침대 곁에 앉더니 내 손을 감싸 쥐었다. “깨어났군. 밖에서 소리가 들려서 바로 왔어.” 알리스테어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직 몸이 너무 무거웠기에 나는 그의 손을 떼어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몇 시죠?” 나는 생각보다 훨씬 쉰 목소리로 물었다. 목을 가다듬으며 답답한 느낌을 삼켰다. 물이 필요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물이 담긴 컵 하나가 불쑥 내 앞으로 내밀어졌다.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손이 누구의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들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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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발레리 눈을 뜨자 익숙한 마호가니 천장과, 다시는 누울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부드러운 침대 시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도, 무균실 특유의 희미한 정적도 없었다. 나는 더 이상 팩 병원이 아닌, 팩 하우스에 있었다. 내가 예전에 쓰던 방이었다. 날이 밝고 몇 시간이 지난 뒤, 팩 주치의는 충분한 안정을 취하라는 당부와 함께 나를 퇴원시켰다. 병실을 나서자 트리스탄이 기다리고 있었고, 내 짐을 모두 팩 하우스로 옮겨 놓았다고 말하며 나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나는 내내 그를 무시한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내 짐을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을 뜰 때마다 전혀 다른, 그러면서도 익숙한 장소에 있다는 현실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팩 주치의의 말로는 약효가 언제 완전히 사라질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빠르면 일주일, 길게는 몇 주까지 걸릴 수도 있으며, 그동안은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에서는 요란하게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몸을 움직일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식당으로 내려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아래에 계실까? 아린은? 내가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아니면 늘 그랬듯 아린에게만 정신이 팔려 내게는 관심조차 없을까?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생각이 끊겼다. 나는 놀라 몸을 일으켰다. “들어오세요.” 내 말이 끝나자 문이 열렸고, 가운데의 하녀 한 명이 음식이 담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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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존재

발레리 밖으로 나오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막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팩 도시를 천천히 거닐다 보니 여러 시선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몇몇 시선은… 어딘가 달랐다. 나는 팩원들이 내게 보내던 비난과 조롱의 시선에는 이미 익숙했다.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아는 얼굴과 부딪힌 뒤 사과를 건넸지만, 그녀는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제가 사과드려야죠, 발레리 님.” 여인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뒤 자리를 떠났고, 나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당황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한동안 걷다 보니 근처 정원에 이르렀고, 나는 벤치 하나에 앉았다. 눈을 감은 채 밤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몇 주 동안 다시 이곳에서 지내며 팩 생활에 적응해서인지, 아니면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찾아온 이 자유 때문인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평온했다. 오랫동안 이곳은 내게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만큼은 달랐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마음이 가벼웠던 게 언제였더라? 그 생각이 들자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저려 왔다. '이건 잠시뿐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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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

발레리 ‘이럴 줄 알았어.’ 두 사람과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고, 그중 하나는 그들이 어떻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그 답은 어렵지 않았다. 비록 바깥세상과의 접촉은 거의 없었지만, 팩 사람들을 통해서든 하인들을 통해서든 결국 소문은 퍼졌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쓰러진 일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벌어졌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왜 나를 만나러 온 걸까? 충격에 휩싸인 나는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어머니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울고 계셨던 걸까? 그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조여 왔다. 오랫동안 품어 왔던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다가가 어머니를 안아 드리고, 내가 늘 바라왔던 것처럼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발레리, 왜 앨린에게 그런 짓을 한 거니?”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나는 순식간에 현실로 끌려 내려왔다. ‘역시.’ 나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이번에도 그들에게 중요한 건 앨린뿐이었다.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따뜻한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라앉는 듯한 허탈함만 남았다. 몇 달 만에 부모님과 제대로 대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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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싸다

트리스탄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괜찮다는 신호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녀의 침묵만으로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걸까? 내가 달려들기 직전 그녀의 눈동자가 갑자기 초점을 잃었던 모습도, 거의 과호흡 직전까지 몰려 있었던 모습도 잊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를 휘감았던 공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지금은 그 흐릿함이 사라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내가 읽어낼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또다시 끔찍한 기억 속을 헤매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그녀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될까 봐 간신히 참아냈다. 믿기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방금 들은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내가 이곳까지 달려온 속도였을까. 국경에서 일을 처리하던 중 근처 경비병들에게 두 분이 이곳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했다. 간발의 차로 도착한 덕분에 그들이 왜 찾아왔는지… 그리고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무겁게 침을 삼켰다. 나는 내가 분노가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키워 준 사람들, 그녀의 부모가 그녀에게 내뱉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이토록 격렬한 분노와 혐오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끼어들기 직전, 그녀가 했던 말은?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나는 늘 앨린의 편에 서서 무슨 일이든 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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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회상: 짝 맺기 의식 애프터파티가 끝난 밤트리스탄 바깥의 축제는 한풀 꺾였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침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 벌어진 모든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 결과만으로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애프터파티 동안 내게 말을 걸어온 여러 팩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위로를 건넸다. 허울뿐인 결혼에 얽매이기 전에 진실이 밝혀진 것을 다행이라며, 내 ‘관용’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결같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칭찬은 모두 발레리가 받아야 합니다.” “발레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발레리는 제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도 내가 품은 감정이 단순한 감사 이상이라는 걸 눈치챈 듯했다. 각 팩에서 온 사람들은 이미 우리 사이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는 사실과 그녀가 떠났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알리스터의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내 마음이 너무도 훤히 드러난 것 같아 민망함이 등줄기를 스쳐 지나갔다. 멀리서 그녀를 힐끗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그녀와 관련된 일만 되면 심장은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뛰었다. 다시 대화에 집중했을 때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팩의 알파들 역시 그 모습을 눈치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마치 내 마음이 연회장 전체에 그대로 드러난 것만 같았다. 그날 밤 내가 이야기를 나눈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정작 그녀와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쩌면 가장 씁쓸했다. 몇 번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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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2)

트리스탄 “알파 트리스탄.”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그의 시선으로부터 감추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차가운 시선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그녀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는 거의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내 늑대는 당장이라도 그를 몰아붙이고 싶은 충동에 털을 곤두세웠다. 여기는 내 집이었다. 내 방이었고, 내 영역이었다. 정원에서 발레리가 그의 곁에 서서 나에게서 그를 데려가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나는 억지로 감정을 눌러 삼켰다. “복도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어. 약까지 먹은 상태였고 열도 심하게 나서 도와준 거야. 너는 이 일에 대해 아는 게 있나?” 나는 되받아쳤다.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린 것 같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잠깐 그녀를 놓쳤어.” 알리스터는 걱정과 충격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놓쳤다고? 감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당장 쏘아붙이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지만 억눌렀다. 적어도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의 반응을 보면 범인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그는 더 이상의 말도 없이 성큼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살폈다. 나는 턱을 굳게 다물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선명한 걱정이 담긴 것을 보고 간신히 참아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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