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내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분노도, 억울함도, 자존심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듯했다. 어머니는 눈물을 애써 참는 듯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고, 그런 어머니를 부축한 아버지는 체념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고,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을 이었고, 세상은 다시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닿았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받을게요.” 내가 상자를 받아 들자 어머니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는 내가 다시 돌려줄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고, 훌쩍이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나는 그런 모습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상자 안을 내려다보았다. 한때 부모님의 사랑을 간절히 바라던 그 아이를 위해, 나는 내 혈통의 상징인 이 유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착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미래로 전해 주기 위해서. 다시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본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제 돌아가 주세요. 저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왜인지, 어떻게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은 두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어머니는 거의 비명을 터뜨리듯 울며 아버지의 품으로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울음을 감추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곧 흐느낌은 오열로 바뀌었고, 목이 메인 채 흘러나오는 말들은 내 이름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뒤엉켜 있었다. 잠시 그녀의 손이 나를 향해 뻗어 왔지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