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교수 동 복도는 바짝 말라붙은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네온등 하나가 치직거리며 위태롭게 불빛을 반짝였고, 타일 바닥 위로 길고 기다란 그림자가 가늘게 떨렸다. 셀리는 계단 맨 위칸에 선 채, 가방 끈을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고 있었다.아침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다. 알렉스 교수의 입꼬리가 레나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미묘하고 은밀한 미소를 띠던 모습. 그리고 도미닉 교수가 레나타를 바라보던 눈빛—마치 세상에 그 아이 하나만 존재하는 듯한 그 시선. 이름 높은 두 중년 교수가 까마득히 어린 학생 하나를 두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셀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기에 오늘 오후, 레나타가 도미닉 교수의 연구실에서 걸어 나왔을 때—헝클어진 머리, 구겨진 블라우스, 그리고 울기라도 한 것처럼 붉게 부어오른 눈을 한 채 나타났을 때, 셀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자신의 차를 그대로 둔 채 택시에 올라타 레나타의 뒤를 쫓았다. 도착한 곳은 니르와나 스위트 호텔. 오늘 아침, 셀리 자신도 방문했던 바로 그 호텔이었다.레나타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한 손으로는 얼굴을 반쯤 가린 상태였다.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불과 열 걸음 뒤에서 자신을 바짝 쫓아오는 셀리의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레나타가 마침내 호텔 객실 문을 두드렸을 때, 셀리는 커다란 화분 뒤로 몸을 숨겼다. 나뭇잎 사이로 숨을 죽인 셀리의 눈에 문을 열어주는 알렉스의 모습이 들어왔다.“들어와, 달링. 10분 늦었네.” “죄송해요.” “사과는 받을게. 어제처럼 오늘 밤도 날 기쁘게 해 준다면 말이지.”셀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알렉스가 갑자기 레나타를 안으로 끌어당기며 거침없이, 지체 없이 입을 맞추자 셀리의 눈이 확장되었고 손이 절로 입을 막았다.당황하여 뒷걸음질 치던 셀리는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다. 둔탁한 마찰음이 그녀의 위치를 폭로했다.찰나의 순간, 알렉스의 시선이 셀리의 눈과 정확히
Last Updated : 2026-08-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