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교수님의 숨겨진 여자: Chapter 41 - Chapter 50

77 Chapters

[41]

도미닉은 레나타의 손에서 약병을 낚아챘다. 하얀 알약들이 세면대와 타일로 된 욕실 바닥 위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는 약병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내던진 뒤,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마치 마라톤이라도 완주한 사람 같았다.“레나타… 맙소사… 제발… 그러지 마.”진심 어린, 가감 없는 두려움에 잠긴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그녀를 들어 올려 침대까지 데려갔다. 여전히 손이 떨리고 있었다.“이러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레나타는 부서진 인형처럼 온몸에 힘이 풀린 채 그의 품에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울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수치심과 두려움,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워져 버린 모든 것들이 뒤섞인 울음이었다.도미닉은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고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등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분노와 혼란이 뒤섞여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에 남아 있던 알약들을 털어내고, 거칠고 답답한 손길로 약병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말해. 지금.”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단호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렌? 이러면 안 돼.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나한테 말해.”레나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눈물은 그의 잠옷을 흠뻑 적셨다.“나… 나 말할 수 없어, 돔…”“말할 수 있어.”도미닉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만 몸을 뒤로 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깊고 아픈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무슨 일이든 내가 들어줄게.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레나타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몸이 다시 떨려왔다. 그녀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었다. 알렉스와 강요, 세드릭, 그 최후통첩, 그리고 아무리 씻어내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 더러운 기억까지.하지만 말은 또다시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내가 말하면…”한참 후에야 그녀가 속삭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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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셀리는 레나타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을 물 위에 떠 있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라도 되는 듯 가장 친한 친구의 손을 꼭 붙잡은 채였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는데도 작은 아파트 안은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아침에 도미닉이 마시다 남긴 머그잔에서 풍기던 식은 커피 냄새가 아직도 공기 중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레나타는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알렉스, 몇 달 전부터 시작된 강요, 성적과 미래를 빌미로 한 협박, 어제 자신이 레나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잔인한 최후통첩을 날린 세드릭, 아무리 씻어내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끈질긴 더러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늘 피오나와 약혼하기 위해 떠난 도미닉까지.레나타는 거칠게 숨을 들이쉬며 텅 빈 눈으로 셀리를 바라보았다.“나 더는 못 버티겠어, 셀. 어젯밤엔 정말 모든 걸 끝내려고 했어. 난 그저 알렉스의 더러운 비밀일 뿐이야… 그리고 도미닉에게도 난 결국 그런 존재일 뿐이고.”셀리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자신의 뺨으로도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레나타가 마침내 입을 다물자, 그녀의 목소리가 완전히 무너졌다.“렌…”셀리가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내가 너한테…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 나 미워할 거야?”레나타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온몸에 긴장이 들어갔고, 충격에 눈이 크게 뜨였다.“너… 알고 있었어? 어떻게?”“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때 난 끔찍한 실수를 했어. 너를 따라갔다가 너희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봤어. 알렉스 교수님이 내가 호텔에서 너희 둘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셀리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무릎 위로 뚝뚝 떨어졌다.“그리고 결국… 그 사람은 나까지 옭아맸어, 렌. 너한테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협박했어. 나도 몇 달째 그 사람의 비밀이야.”레나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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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도미닉과 피오나의 약혼 축하연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의 연회장에서 열렸다. 홀 안은 새하얀 꽃과 반짝이는 크리스털 조명으로 가득했고, 크림색 식탁보를 두른 원형 테이블들이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무대 위 작은 밴드에서는 은은한 재즈 선율이 흘러나왔다. 참석자는 약 백 명 정도였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도미닉의 동료들, 그리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 초대된 몇몇 원로 교수들까지 자리했다.도미닉은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모이는 중심에서 말끔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피오나는 그의 팔에 손을 끼고 있었다. 그날 밤 피오나는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옅은 푸른빛의 새틴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올린 그녀는 별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방금 소박한 약혼반지를 서로의 손가락에 끼웠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홀 안에는 박수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하지만 도미닉의 미소 뒤에는 아침부터 계속 마음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었다.전날 밤, 레나타가 수면제를 삼키려는 것을 막았을 때부터 느꼈던 그 불안한 기분이었다. 레나타는 오늘 밤 초대받지 않았다.하객들 사이에서 알렉스 해링턴은 샴페인 잔을 든 채 여유롭게 서 있었다. 그는 ‘가족의 친구’이자 ‘선임 강사’라는 명목으로 초대되었고, 그런 위치 덕분에 언제나 어떤 모임이든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었다. 그는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게 보일 만큼 호감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초록빛 눈동자 또한 온화해 보였다.도미닉은 홀 건너편에 있는 알렉스를 발견했다. 정확히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날 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도미닉은 속이 울렁거렸다. 그 남자에게는 무언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어딘가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미소. 여자 하객들에게 말을 거는 지나치게 친근한 태도. 그리고 가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입가에 희미하고 은밀한 미소를 띠는 모습까지.도미닉은 전날 밤 거의 스스로 목숨을 끊을 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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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밤새도록 여길 떠나지 않고 당신에게 키스해도 될까?” 도미닉이 오랫동안 눌러 담아 온 갈망으로 억눌린 목소리를 거칠게 자아내며 속삭였다.레나타는 글썽이는 눈으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줍게, 거의 티도 나지 않을 만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거면 충분했다.수건이 부드러운 마찰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레나타가 그가 입은 헐렁한 티셔츠를 위로 올려 끌어당겼고, 손길 끝에 옷 속의 따스한 살결이 닿았다. 가쁘게 솟아올랐다 내리앉는 그 가슴 밑에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침대까지 갈 생각도, 자신들을 갈라놓으려 기다리는 바깥 세상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며 거실 소파 위로 무너져 내렸다.도미닉이 아직 샤워의 물기가 남아 있는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뜨거운 입술이 피부에 닿았다. 그의 손이 레나타의 오버사이즈 셔츠 밑으로 들어와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오자 조금 더 강하게 가슴을 감싸 안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어지러우면서도, 레나타의 골반은 본능적으로 더 깊은 자극을 원하며 틀어졌다.도미닉은 서둘러 그녀의 반바지를 내렸고, 자신의 셔츠도 찢듯이 벗어 던졌다. 어스름한 거실 불빛만이 밀착된 두 사람의 알몸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도미닉은 급하게 파고들지 않았다. 먼저 그녀의 입술과 목, 가슴에 깊게 키스하더니, 점점 아래로 내려가 아직 민감하게 곤두선 배를 혀로 핥아 내렸다. 레나타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몸을 비틀었다.“아저씨…” 흐느낌에 섞여 나온 그녀의 탄식이었다.그가 다시 몸을 일으켜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나 여기 있어.” 그가 중얼거리고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천천히 그녀의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녀가 마디마디를 다 느낄 수 있도록. 레나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그의 등판에 손톱을 세웠다. 자신을 받아들이며 온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두 사람의 리듬은 부드럽게 시작되었다. 마치 지난밤들의 모든 상처를 지워 내려는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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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날 오후, 교수동 복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주황빛 노을이 닦여진 세라믹 바닥 위에 옅은 잔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레나타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었다. 어깨에 멘 백팩이 그 어느 때보다 тяже게 느껴졌다. 알렉스의 마지막 메시지를 받은 이후, 무서워서 차마 전원을 켤 엄두를 내지 못했기에 그녀의 전화기는 어젯밤부터 꺼져 있었다.그녀는 강의실 연구실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알렉스 해링턴 교수의 연구실 문은 마치 침묵의 초대장처럼 이미 살짝 열려 있었다. 레나타는 조용히 문을 두드린 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알렉스는 책상 뒤에 앉아 입꼬리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초록색 눈동자는 늘 그렇듯 번뜩였다. 방 안에는 오래된 종이와 식어버린 커피 향이 감돌고 있었지만, 레나타는 곧 그 냄새가 다른 무언가로 덮여버릴 것임을 알고 있었다.“결국 왔네, 달콤한 꼬맹이.” 알렉스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는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먹잇감이 도망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포식자처럼 늘 이런 식이었다. “그 요망하고 조그만한 입이 보고 싶었거든.”레나타는 침묵을 지켰다.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양옆으로 내린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제 저항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제 세드릭이 던진 최후통첩이 여전히 머릿속에 맴돌았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그녀의 삶을 망쳐놓겠다는 말. 하지만 알렉스의 협박은 더욱 가깝고 직관적인 공포로 다가왔다. 만약 알렉스가 도미닉에게 말한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알렉스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손이 턱을 낚아채더니, 강제로 눈을 맞추게 했다. 그 초록색 눈동자가 탐색하듯 바라보는 동안,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아랫입술을 거칠게 문질렀다. “오늘은 착하게 굴 거잖아, 안 그래?” 그가 나지막하고 명령조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제처럼 불순종하는 건 딱 질색이야. 내 전화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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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대체 무슨 짓이야, 세드릭?!”“내가 분명히 우리 아버지한테서 씨발 덜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했잖아. 왜 자꾸 그 영감탱이가 하라는 대로 대주는 건데?”레나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렸고, 숨이 턱 막혀왔다.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더니, 생생하고 또렷한 공포로 그를 바라보았다.운전석의 세드릭은 운전대를 쥔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준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제는 정적이 흘러넘치는 캠퍼스 도로 한복판, 가로등 불빛만이 두 사람의 얼굴을 옅은 노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너… 알고 있었어?”마침내 레나타가 겨우 소리를 쥐어짰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이 덜덜 떨렸다.세드릭은 목이 메인 듯한 비참한 웃음을 흘렸다. “오늘 또 봤거든, 렌. 오늘 오후에. 그 영감 집무실에서. 네가 무릎 꿇고 있는 거. 우리 아버지 성기를 입에 가득 물고 있는 모습을 말이야.”그 말은 마치 주먹으로 쳐올린 것처럼 그녀를 타격했다. 레나타는 상체를 웅크린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터뜨렸다. “세드… 설명할 수 있어… 그 사람이 협박해서… 나 너무 무서웠단 말이야…”세드릭은 거친 숨을 내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분노가 안에서 들끓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그보다 훨씬 더 어두운 무언가가 움틀거리고 있었다. 배신감, 거부감, 그리고 분노에서 곧장 피어오른 비틀린 욕망.그는 아무 말 없이 변속 레버를 올렸다. 차는 어둠이 짙게 깔린 곳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앞으로 굴러갔다.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둘러싸여 불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캠퍼스 뒤편의 텅 빈 주차장이었다.“세드… 어디 가는 거야?” 레나타가 물었다. 패닉에 빠진 목소리가 갈라졌고, 단어마다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장 어두운 구석에 차를 세운 뒤 시동을 끄고, 차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 눈빛에 담긴 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한층 더 뜨겁고 굶주린 무언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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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레나타는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답답한 차 뒷좌석에 앉은 그녀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세드릭이 남긴 흔적이 아직도 그녀의 안에 뜨겁게 남아 있었고, 허벅지 사이로는 둔한 통증이 욱신거렸다. 목과 가슴에 남은 깨문 자국은 벌써 멍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끌어내렸지만, 그녀의 시선은 운전석으로 돌아가는 세드릭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젠장… 나도 그놈과 다를 게 없잖아.”세드릭이 낮게 중얼거렸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손가락이 불안하게 떨렸다. 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했다.“하지만 이제 알겠어. 왜 우리 아빠가 널 그렇게 집착하듯 원하는지도.”레나타는 숨을 삼켰다. 목소리는 간신히 속삭임으로 흘러나왔다.“무슨 말이야, 세드릭?”그가 마침내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는 후회와 분노, 그리고 훨씬 더 위험한 무언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너, 아래가 장난 아니더라, 레나타. 셀리조차 그렇게 꽉 조이지 않았어.”“뭐?!”레나타가 작게 숨 막힌 비명을 내뱉으며 좌석 구석으로 몸을 움츠렸다.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은 채 자신을 지키려 했다.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혐오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까지 뒤섞여 있었다.세드릭의 입꼬리가 가늘게 올라갔다. 하지만 그 미소는 눈까지 닿지 않았다.“이제부터 너도 내 거야. 안전하게 지내고 싶다면 말이지. 정말 그만둘 수 없다면 우리 아빠랑 하던 대로 계속해. 대신 내가 너희 둘을 볼 때마다, 나한테도 똑같이 해.”레나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이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때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 어쩌면 자신을 이해해 줄지도 모른다고 믿었던 세드릭마저 또 하나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너도 네 아버지와 똑같아.”레나타가 목이 메어 속삭였다.“괴물이야.”“하지만 네 입과 달리 네 몸은 거짓말을 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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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레나타는 그날 남은 수업 시간 내내 마치 유령처럼 멍하니 떠돌았다.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 교수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필기만 끄적였다. 그러다 이따금 강의실 앞에 서 있는 알렉스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는 세상 그 무엇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듯,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레나타의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듯 세차게 뛰었고, 그녀는 화끈거리는 뺨을 감추려 황급히 공책으로 시선을 떨궜다.셀리는 그 키스 자국을 발견한 뒤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나타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셀리는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셀리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렌, 우리 집으로 가자.”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에는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우리 얘기 좀 해야 해.”레나타는 반박하려 입을 열었지만, 말은 목구멍에서 막혀 버렸다. 그녀는 힘없이 고개만 끄덕인 뒤 셀리를 따라 강의실을 나섰다.두 사람은 나란히 복도를 지나 캠퍼스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셀리는 두 명이 탈 차량 호출 서비스를 불렀고, 곧장 레나타의 아파트로 향했다.차를 타고 가는 내내 셀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레나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치 손을 놓는 순간 레나타가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손가락까지 단단히 얽은 채였다.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셀리는 레나타를 안으로 끌어당겨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를 세차게 끌어안았다.“렌… 나한테 말해.”셀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그게 모기 물린 자국이 아니라는 거 알아. 누군가 너를 괴롭히고 있는 것도 알아. 누구야? 난 널 판단하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그 순간 레나타는 셀리의 품에서 무너져 내렸다. 하루 종일 억눌러 왔던 울음이 터져 나오며 온몸이 떨렸다. 더는 거짓말하는 데 지쳐 있었다.“나… 나 강요당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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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그날 아침, 도미닉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또 한 번 밤을 지새워 핏발이 선 눈을 한 채, 약혼 파티가 있던 날 저녁부터 시작된 집요한 직감이 이제는 그를 집어삼킬 듯이 날뛰고 있었다. 레나타는 여전히 그의 메시지에 답이 없었고, 그 약들을 삼키기 직전인 그녀를 발견했던 지난밤의 일을 겪은 이상, 그는 단 한 시간도 더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누구에게도 말없이 학과 회의에 불참하고 곧장 그녀의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그는 문을 두드렸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이었다. 문이 살짝 열리자, 레나타가 종잇장처럼 파리한 얼굴과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막 침대에서 구러나온 듯한 오버사이즈 T셔츠 차림으로 서 있었다. 단정한 수트 차림에 피로로 찌든 그의 얼굴을 본 그녀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교수님… 도미닉?" 그녀가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그는 초대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어와 뒤로 문을 정적 속에 닫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셔츠 깃 위로 얼핏 보이는 붉은 자국들에 즉시 꽂혔다. 선명한 키스마크, 여전히 벌겋게 멍들어 있는 잇자국들이었다."레나," 손을 그녀의 팔 위에 살며시 얹으며 그가 다정하게, 하지만 회피를 허용하지 않는 서늘함을 담아 말했다. " 얘기 좀 하자. 지금 당장. 너한테 무슨 일 있다는 거 알아. 누군가 너한테 상처 주고 있다는 것도. 말해줘. 누가 이러는 거야?"레나타는 몸을 경련하듯 떨며 굳어졌다. 그녀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한 걸음 물러섰다."저… 저 괜찮아요, 교수님,"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황급히 거짓말을 했다. "그냥… 친구가 그런 거예요.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요."도미닉은 그 말을 단 1초도 믿지 않았다. 그의 눈에 걱정이 밀려들었지만, 동시에 단호함도 서렸다. 그는 다시 거리를 좁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레나타," 그가 낮고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어젯밤에 너 봤어. 그 약들 먹으려고 했던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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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레나타는 좁은 뒷좌석에서 여전히 몸을 떨며 조용히 흐느꼈다. 혀끝에 맴도는 씁쓸한 맛, 거칠게 밀려오는 숨결, 그리고 얼굴을 타고 묵묵히 흘러내리는 눈물.알렉스는 거친 손길로 그녀를 다시 제 무릎 위로 낚아채듯 끌어당겼고, 손가락은 즉시 그녀의 허리춤으로 향해 스커트 단추를 한 번에 튕겨내듯 풀었다. 옷감이 젖혀지자 그는 스커트를 허리까지 말아 올려 떨리는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냈다."하-지만 교수님—" 레나타는 갈라진 목소리로 다시 저항하려 애쓰며, 그의 가슴을 미약하게 밀쳐냈다."토 달지 마." 알렉스가 서늘하게 말을 잘랐다. 그의 녹색 눈동자가 짐승 같은 욕망으로 번뜩였다. "나 거절당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그는 스커트가 배 위에 뭉쳐진 채인 그녀를 시트에 짓눌렀고, 팬티를 발목까지 거칠게 끌어내렸다. 레나타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두 다리를 힘없이 내저었지만, 알렉스는 체중을 실어 그녀를 눌렀다. 무릎으로 허벅지를 강제로 벌려 완전히 자신에게 무방비로 노출시켰다."교수님… 여긴 안 돼요… 제발요…" 그녀가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오열했지만, 첫 번째 라운드에서 이미 기력을 다 소진한 상태였다.알렉스는 낮게 킥킥거리며 손을 다리 사이로 곧장 밀어 넣고, 아무런 애무도 없이 손가락을 거칠게 비벼댔다. 아까의 폭행으로 여전히 젖어 있는 것을 확인한 그가 손가락 하나, 그리고 두 개를 밀어 넣어 빠르고 거칠게 찔러댔다. 레나타는 신음과 오열이 섞인 숨을 턱 들이켰다."꼴 좀 봐, 달콤한 꼬맹아." 그가 귀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으르렁거렸다. "안 된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푹 젖어 있잖아. 네 입보다 몸이 훨씬 더 정직한데. 내가 이렇게 강제로 안아주는 거 좋지? 누군가 볼까 봐 덜덜 떨면서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박히는 거 즐기잖아."레나타는 벗어나려 골반을 비틀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그 움직임은 오히려 그 손가락을 더 깊숙이 파고들게 만들 뿐이었다. "아니에요… 싫어요… 교수님… 손가락 빼주세요…"알렉스는 천천히 손가락을 뺐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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