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교수님의 숨겨진 여자: Chapter 11 - Chapter 20

77 Chapters

[11]

그날 아침, 하늘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다. 하지만 레나타에게는 모든 것이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늘 가슴을 편안하게 해주던 캠퍼스의 공기가 이제는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게 느껴졌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마치 모두가 그녀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뒤흔들고 있는 생각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교수진 정원 근처 벤치에 앉아 멍하니 본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든 자판기 커피는 이미 반쯤 식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떨쳐내지 못한 단 하나의 생각에 붙잡혀 있었다. 그 메시지.[피오나예요. 당신 어머님의 친구분 딸이에요. 약혼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만나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레나타는 마른침을 삼켰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틀렸다.신경 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경 쓸 자격도 없었다. 그와 자신 사이에 사랑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필요에 따라 맺어진 관계일 뿐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짓누르는 것처럼 답답한 걸까?시선이 손에 들린 휴대폰으로 떨어졌다. 도미닉은 이미 몇 차례 메시지를 보내온 상태였다.도미닉: [캠퍼스 도착했어? 10시에 내 연구실로 와.]평소 같았으면 이런 메시지만 받아도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가슴속에서 묘하게 일렁이는 감정뿐이었다. 긴장과 망설임이 뒤섞인 감정.레나타는 짧게 답장을 입력했다.레나타: [수업이 있어요. 시간이 되면 나중에 갈게요.]차갑게 들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도미닉이라면 분명 눈치챌 것도 알았다.하지만 오늘만큼은 그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피오나라는 여자가 보낸 그 메시지를 본 뒤로는 더더욱.레나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캠퍼스를 스치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커피 향과 마른 낙엽 냄새를 실어 날랐다.멀리서 교수진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는 도미닉이 보였다. 다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검은 정장, 여유로운 걸음걸이, 시선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특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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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레나타의 발소리가 복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도미닉은 깨달았다. 자신의 사무실이 평소보다 훨씬 차갑게 느껴진다는 것을.그는 책상에 기대어 콧등을 꾹 눌렀다. 턱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젠장. 아직도 입술에 그녀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아니었다.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으로 향했다. 새로운 알림은 없었다. 레나타에게서 온 메시지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귀찮다고 생각했을 메시지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메시지를 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물론, 절대 인정하지 않을 일이었다.도미닉은 손가락 사이로 휴대폰을 초조하게 빙글빙글 돌렸다. 젠장. 자신이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지?그때 벨소리가 울리며 적막을 갈랐다. 그의 생각을 끊어놓듯 화면에 피오나의 이름이 떠올랐다.도미닉은 짧게 숨을 내쉰 뒤 전화를 받았다. “왜?”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돔, 바빠? 오늘 저녁 약속 확인하려고. 내가 예약해 뒀거든—”“안 돼.”자신의 귀에조차 생각보다 날카롭게 들릴 만큼 목소리가 차갑게 튀어나왔다.피오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게 웃었다. “어?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갑자기 일정이 바뀌었어.”도미닉은 차갑게 말을 잘랐다. 무례하게 들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아…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실망이 역력한 목소리였지만, 도미닉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을 들어 뒷목을 문질렀지만, 그곳에 맺힌 긴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도미닉은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한 단어를 입력했다가 지웠다. 또 다른 말을 입력했다가 다시 지웠다.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한 끝에, 마침내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도미닉: [오늘 밤에도 거기서 잘 거야. 어제처럼 예쁘게 하고 있어.]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기다렸다.몇 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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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레나타는 캠퍼스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안색이 창백했다.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너무 오랫동안 참아온 눈물 탓에 눈가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거칠어진 그녀의 숨소리를 집어삼켰다.알렉스 해링턴 교수의 제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속이 뒤틀리는 그 더러운 말들. 자신의 학문적 지위를 지키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가 어떻게 감히 그런 역겨운 제안을 할 수 있는지. 울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이 현실을 비웃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으려면 정말 여기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혼잣말처럼 속삭였다.발소리가 가까워지자 레나타는 서둘러 휴지로 얼굴을 닦았다.“레나타? 정원에서 한참 찾았잖아. 여기 숨어 있었구나.”안도감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목소리에는 걱정이 배어들었다.“야… 무슨 일 있어? 너 너무 슬퍼 보여.”레나타는 거울에 비친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애써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그냥… 알레아가 보고 싶어서.”“아…”셀리는 커피잔을 조심스럽게 세면대 위에 내려놓았다.“알레아는 어때? 아직 병원에 있어?”레나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엄마 말로는 아직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대. 보러 가지도 못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아.”셀리는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였다.“그렇게 생각하지 마. 너도 여기서 네 싸움을 하고 있잖아. 알레아도 그걸 알고 있을 거야.”레나타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젖은 휴지를 손에 꼭 움켜쥔 채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희미하게 웃었다.“셀…”“응?”“나… 오늘 밤 네 집에서 자도 될까?”레나타가 조용히 묻자, 셀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당연하지. 그런 걸 왜 허락까지 받아.”레나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입가에 걸린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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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도미닉은 제 품 안의 스폰서 상대 때문에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레나타 아세가프가 또 다시 사라졌다. 흔적도, 메시지도, 아파트로 돌아올 기미조차 없이.더 최악인 건 그날따라 그녀와 overlapping되는 수업조차 없어서, 직접 얼굴을 볼 명분조차 없다는 사실이었다.이제 그리움과 걱정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웠고, 고요한 연구실 안에서 담배 연기처럼 심란하게 피어올랐다.도미닉은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핸드폰을 멍하니 노려보았다. 전날 밤 보낸 마지막 메시지 옆에는 여전히 '읽지 않음'을 뜻하는 숫자 1만 덩그러니 떠 있었다. 답장도, 그녀가 확인했다는 기색조차 없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이더니, 손가락으로 책상을 초조하게 두드렸다.“그 기집애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듯 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레나타가 마지막으로 아파트에 모습을 드러낸 지 이틀이 지났고, 도미닉의 인내심과 이성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하려고 그녀의 수업 교실 앞까지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그녀가 늘 앉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전화, 문자, 심지어 캠퍼스 맞은편의 작은 카페까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도서관? 텅 비어 있었다.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름 하나. 셀리. 도미닉은 즉시 노트북을 켜고 대학 학생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다. 그의 눈이 빠르게 목록을 훑어내렸고, 마침내 셀리의 주소를 찾아냈다.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는 차 키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날 저녁, 그는 어느 작은 자취방 앞에 서서 초조함과 짜증이 섞인 손길로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그곳에 자신의 교수가 서 있는 것을 본 셀리는 명백히 충격을 받은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도미닉 교수님?” 그녀가 문장을 더듬었다. “여, 여기는 무슨 일로…?”“레나타를 찾고 있네.” 도미닉이 팽팽한 긴장감이 실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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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국 현대 웹소설 문체와 어조에 맞추어 어색한 단어, 오탈자, 번역투 표현, 불필요한 외래어 괄호 표기를 대폭 정돈했습니다."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레나타?"레나타는 얼어붙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저—저 진짜 아무것도—""거짓말. 너랑 도미닉이 이미 그 이상까지 간 거 다 알고 있어."하느님,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반박할 겨를도 없이 알렉스 하링턴이 그녀의 입안으로 기둥을 억지로 밀어 넣었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입을 더 크게 벌렸다. 열기와 단단함, 그리고 진하게 풍기는 고급 향수 냄새가 한꺼번에 몰아치며 속이 뒤틀리고 얹힌 듯 답답해졌다."착하지." 알렉스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 똑똑한 우등생 꼬맹이가 얼마나 잘하는지 어디 한 번 보여봐."레나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숙련된 리듬으로 입술을 굴리고 혀로 누르며, 손으로는 거대하고 어두운 성기를 문질렀다.알렉스는 그녀의 머리채를 더 강하게 쥐어잡고 머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더 깊숙이. 순진한 척 그만하고."헛구역질이 터져 나오고 침이 턱 밑으로 흘러내렸지만, 그에게 자비 따위는 없었다. 그는 그녀의 목구멍 깊은 곳까지 귀두가 닿도록 기둥을 밀어 넣었다.이 사람은 도미닉이 아니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명백한 처벌이었다.하지만 몸은 언제나처럼 그녀를 배반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혀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두 아래를 핥고 머리를 빨아들이며, 숙련된 솜씨로 아래쪽의 묵직한 음낭을 주물렀다.알렉스는 게으르게 눈을 감으며 만족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거봐, 본능적으로 타고난 걸레잖아."순간 그가 기둥을 싹 빼냈고, 레나타는 부풀어 오른 입술을 벌린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침이 그녀의 가슴 위로 점점이 떨어졌다."이제 다리 벌려. 방금 그걸로 얼마나 젖었는지 어디 한 번 보자고."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그녀를 엎어 놓더니 베개에 얼굴을 처박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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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저녁 공기는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무겁고 답답했다. 레스토랑 창밖의 하늘은 탁한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구석 테이블에 내려앉은 분위기는 그보다 훨씬 어두웠다.레나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포갠 채 앉아 있었고, 휴대폰은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여 있었다. 그 맞은편에서 알렉스는 검은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앉아 있었다. 옅은 미소를 띤 얼굴은 지나치리만큼 태연했다. 마치 방금 누군가의 인생을 위협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제가 왔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사진 지워요.” 레나타가 담담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알렉스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그녀를 유심히 살폈다.“본론부터 말하는군. 마음에 들어.” 그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비웃듯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사진은 안 지울 거야. 아직은.”레나타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원하는 게 뭐예요, 알렉스?”“네가 원하는 건 이미 뻔하잖아. 넌 도미닉과 계속 함께 있고 싶은 거지.” 알렉스는 아무 의미 없이 커피를 휘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설마 내가 너희가 같이 살고 있다는 걸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레나타의 턱이 굳었다. “내 인생을 마음대로 통제할 권리는 당신한테 없어요.”“권리가 없다고?” 알렉스가 짧고 냉소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동안 Nirwana Suite에서 나와 그 많은 밤을 보낸 여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속삭이듯 부드러웠지만, 그 말에 레나타의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그 얘기 좀 그만하세요!” 그녀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주변 테이블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지만, 알렉스는 태연했다. 오히려 자신이 만들어낸 작은 소란을 즐기는 듯했다.“화내도 좋아.”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다시 나를 찾아오게 만들 방법 정도는 알고 있어. 그리고 네가 더 이상 오고 싶지 않다면…….” 그의 미소가 잔인하게 깊어졌다. “도미닉에게 직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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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캠퍼스의 공기는 햇살이 이미 높이 떠올랐는데도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레나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얼굴은 잿빛이 내려앉은 것처럼 창백했다. 다른 학생들의 발소리와 웃음소리, 수다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지만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수업 시간, 레나타는 중간쯤 되는 자리에 앉았다. 노트는 펼쳐져 있었지만 시선은 텅 빈 채 칠판만 향하고 있었다. 손에 쥔 펜은 손가락 사이에서 무의미하게 빙글빙글 돌았다. 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단 한마디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옆자리에 앉은 셀리는 말없이 레나타를 지켜봤다. 평소의 레나타라면 수다를 떨기 좋아했고, 질문이 나오면 가장 먼저 대답했으며, 과제 이야기가 나오면 웃으며 불평부터 늘어놓곤 했다. 하지만 그날 아침의 그녀는 마치 껍데기만 남은 사람 같았다. 말없이, 움츠러든 채, 자신조차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쉬는 시간이 되자 셀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렌, 어디 아파? 오늘따라 얼굴이 너무 창백한데.”레나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셀. 그냥… 잠을 별로 못 잔 것 같아.”셀리는 납득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 미소 뒤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금방이라도 금이 갈 것처럼 차갑고 위태로운 무언가가.때로 가장 깊은 상처는 몸에 난 상처가 아니다.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비밀이다.레나타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무릎 위에서 깍지를 낀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입가에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쳐 있다는 것, 설명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셀리는 계속 그녀를 바라봤지만, 레나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필기를 정리하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몸이 안 좋으면 무리하지 마, 렌.” 셀리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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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스름한 노란 조명이 킹사이즈 침대 위로 비스듬히 내리쬐며, 벨벳 구속구의 그림자를 지나치게 길게 늘어뜨렸다. 레나타는 흐트러진 흰 시트 위에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손목은 헤드보드에 묶인 검은 비단 리본에 매여 있었다. 살이 짓무를 정도로 꽉 조여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알렉스는 검은색 보서 브리프만 걸친 채 상체를 드러내고 매트리스 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은색의 작은 진동기가 들려 있었다. 유리가면 속에 갇힌 벌처럼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엉덩이 살짝 들어."의사가 지시를 내리듯 무미건조하고 담담한 목소리였다.레나타는 그 말에 따랐다.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차가운 금속 끝이 음두에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이 펄떡 튀어 올랐다. 너무 빠르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전율이었다. 그녀는 쓰라릴 때까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아—"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허락도 없이 비집고 들어온 쾌락 때문이었다.알렉스가 다이얼을 돌렸다. 진동이 한 단계 거세졌다. 레나타가 숨을 턱 들이쉬며 허리를 활처럼 꺾었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 일어난 열기가 발끝까지 솟구치며, 숨 막히는 찰나 동안 그녀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속삭였다.이건 내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라고.그녀는 강제로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구석진 곳에 작은 얼룩이 져 있었다. 이전에 묵었던 투숙객이 쏟은 오래된 커피 자국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딴생각을 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알렉스는 진동기를 더 깊숙이 눌러대며 천천히, 의도적으로 원을 그렸다. 레나타는 신음을 삼키려 애썼지만, 결국 수치스러운 소리가 새어 나가고 말았다. 마치 낯선 타인의 소리처럼."좋아."알렉스가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좋지, 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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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알렉스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그는 지난 절정의 여진으로 그녀의 몸이 여전히 파르르 떨리고 있는 동안, 1인치씩 천천히 밀고 들어오며 레나타를 한 꺼풀씩 갈라놓았다. 레나타의 숨이 턱 막혔다. 목구멍 뒤편에서 부서진 작은 소리가 멎어버렸다. 그녀의 모든 신경은 살갗이 벗겨진 것처럼 예민해져 있었지만, 몸속을 파고드는 그의 뜨거운 감촉은 다시금 불을 지폈다."슉—"그가 관잣놀이에 입을 맞추며, 나른하고 미칠 것 같은 원을 그리며 허리를 굴렸다."그냥 나를 느껴."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알렉스는 두껍고, 뜨겁게,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나칠 정도로 정확히 파악한 채 그녀의 내부를 꽉 채웠다. 삽입이 반복될 때마다 이미 토이들로 학대받은 부위를 스쳐 지나갔고, 아랫배를 관통하는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 묶인 손목이 헤드보드를 잡아당기자 비단 리본이 서늘한 소리를 냈다. 무언가를 긁어내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복종뿐이었다.그는 잔혹할 정도로 느린 템포로 자리를 잡았다. 더 빠르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만큼 천천히, 자신의 이름조차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만큼 깊숙하게. 피부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방 안에는 정사의 흔적과 열린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빗물 냄새가 섞여 감돌았다."나 봐."그가 나지막하지만 차가운 철이 섞인 목소리로 명령했다.레나타는 억지로 눈을 떴다. 알렉스가 그녀의 위로 몸을 겹치고 있었다—동공이 검고 큼직하게 확장된 채, 지독하게 아름답고 잔혹한 모습으로. 자신을 부숴뜨리는 동안 그가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그녀는 그 사실이 지독히도 싫었다.그가 허리를 아주 살짝 틀자, 스트로크가 들어올 때마다 내부의 가장 완벽한 지점에 정확히 닿아 눈꺼풀 뒤편에서 열기가 폭발했다. 차마 삼키지 못한 낮은 신음이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 허벅지가 저절로 솟아올라 그의 삽입을 맞아들이며, 완벽하면서도 전율적인 그 무자비한 쾌락을 좇았다."아, 읏… 알렉스 교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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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호텔 니르와나 로비의 아침 공기는 해가 이미 높이 떠올랐는데도 여전히 차가웠다. 한쪽 구석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향이 바닥 세정제의 톡 쏘는 냄새와 뒤섞여 있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아침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깨끗하고 고요한 공간이었다.레나타는 긴 소파에 앉아 마스크와 선글라스 뒤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두 손으로 감싼 종이컵 속 커피는 이미 오래전에 식어 있었다.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고, 머리는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무거웠다.회전식 유리문이 열리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자 레나타가 고개를 들었다. 셀리가 나타났다. 머리는 엉망이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는 급하게 달려온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레나타를 발견하는 순간 걸음이 느려졌다. 셀리의 시선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려갔다. 굳이 묻지 않아도 모든 것을 읽어 내려는 눈빛이었다.“레나타…….” 셀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살짝 나무라는 듯한 어조였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그리고 왜 갑자기 나한테 데리러 와 달라고 한 거야?”레나타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차 안에서 설명할게. 알았지?”셀리는 코로 짧게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셀리는 레나타의 손을 잡고 로비 밖으로 데리고 나가 곧장 차로 향했다. 차 문이 닫히자마자 셀리가 몸을 돌려 레나타를 바라보았다. 날카롭고 집요한 시선이었다.“나 사실 하숙집에서 나왔어.” 레나타가 조용히 말했다.셀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나왔다고? 지난주에는 계약 연장한다고 했잖아, 렌. 무슨 일이야? 지금은 어디서 지내?”레나타는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계약 안 했어. 나…… 여기로 왔어. 그러니까, 호텔 니르와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든. 새로 지낼 곳을 구하는 동안 잠깐 여기서 지내려고.”거짓말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매끄러웠지만 쓰라렸다. 말을 할 때마다 혀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냥…… 직원 숙소가 별로 편하지가 않아. 엄마가 알면 걱정할 것 같아서 말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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