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가장 큰 후회는 너였다: Chapter 51 - Chapter 60

95 Chapters

제51화.

아리아는 레이와의 통화 결과를 전하기에 앞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엘레나의 목소리에는 극도의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당연히 엘레나 빅토리아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거절이 아니었다."거절?"엘레나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아리아, 지금 우리는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설마 세 배의 금액을 우습게 보는 건가? 다시 그들을 설득해. 협상을 하든, 아니면 적어도 그에 버금가는 다른 장인의 연락처라도 받아 와.""저도 이미 그렇게 해봤습니다, 사모님."아리아가 미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지만 레이 씨는 그들의 수석 장인이 심장에 매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쪽에서는 당분간 새로운 주문을 전혀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엘레나는 세차게 욱신거리기 시작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뒤편에서는 레오가 훌쩍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다른 방법을 찾아, 아리아! 울다가 지쳐서 우리 아들이 또 열이 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네가 직접 듣고 있잖아? 레오는 아까부터 계속 칭얼거리고 있어.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까, 그들에게 다시 연락해!""알겠습니다, 사모님. 이후에 레이 씨에게 다시 한번 연락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대체할 장인을 소개해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아리아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찰칵.엘레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이미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골치가 아팠다. CEO인 그녀는 차라리 거대 기업의 최고위 임원들 앞에서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자신이 줄 수 없는 물건 때문에 떼를 쓰는 레오를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엘레나는 몸을 돌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꼿꼿하게 서 있는 저택 경비대장을 바라보았다."현관문 앞 CCTV 영상을 가져와. 그 나무 배를 대체 누가 쓰레기통에서 가져갔는지 직접 확인해야겠어."그것을 가져간 사람이 아직 시티-B 구역에 있다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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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그날 오후, 찰리는 취리히에 도착했다. 레이는 일부러 퇴근하지 않고 알테어 로지스틱스 운영 사무실에서 묵묵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찰리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레이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레이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그의 상사가 품에 꼭 끌어안고 있는 거대한 물건을 바라보면서였다.그것은 어제 시티-B로 배송했던 길이 50센티미터의 나무 배 모형이었다.‘아리아 비서가 오늘 아침에 전화해서 그 나무 배가 쓰레기통에서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설마 반 씨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가? 직접 되찾아온 건가?’레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반 씨, 벌써…… 돌아오셨군요."레이는 얼굴에 떠오르는 당혹감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레이, 음식 좀 주문해."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차갑게 대답했다. 그는 레이를 그대로 지나쳐 자신의 개인 집무실로 곧장 걸어갔다."알겠습니다, 반 씨."레이는 그저 굳은 자세로 서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짙은 긴장감이 서려 있는 상사의 꼿꼿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였다.집무실 문이 완전히 닫히자 찰리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나무 배 모형을 넓은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찰리는 우두커니 서서 이제는 조금 더러워진 걸작을 바라보았다. 거칠어진 손가락으로 배의 선체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그의 손끝이 아름답게 새겨진 ‘L.V.’라는 이니셜 위에서 멈췄다."이 배에 네 이름과 내 이름을 새긴 건 전부 내 바람이었어, 레오. 우리가 계속 함께하고 서로 가까이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찰리가 깊은 슬픔을 억누른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그런데 아무래도…… 네 엄마는 그 빌어먹을 남자를 위해 네 친아버지의 이름을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모양이구나!"찰리의 손바닥이 순간 강하게 주먹으로 움켜쥐어지며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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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엘레나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펜이 유리 책상 표면을 연달아 두드리며 단조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톡…… 톡…… 톡……그녀의 집중력은 눈앞에 쌓여 있는 분기별 보고서 서류 더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녀의 생각은 머나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호화로운 저택, 아니 레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들의 하교 시간은 이미 지났고, 엘레나는 자신이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작은 아이가 무엇을 요구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어떻게 달래야 하지?’엘레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엄마인 그녀는 레오가 놀라울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지닌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나무 배를 되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집에 돌아간다면, 아들의 히스테릭한 울음이 다시 터질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너무 지쳐 울다가 작은 레오의 몸이 다시 열에 시달리며 떨리는 모습을 상상하자 엘레나의 가슴이 답답해졌다.링!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의 날카로운 벨소리가 엘레나의 상념을 단번에 끊었다. 그녀는 화들짝 놀란 뒤 재빨리 납작한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화면에는 아리아의 이름이 깜빡이고 있었다.엘레나는 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초록색 수신 버튼을 밀었다."여보세요, 아리아? 진전이 있어? 찾았어?"전화기 너머에서 아리아의 숨소리가 조금 가쁘게 들려왔다. 급하게 임무를 처리하고 막 돌아온 모양이었다."사모님, 나무 배를 쓰레기통에서 가져간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했고, 그의 행방도 찾아냈습니다."아리아의 첫마디를 들은 순간, 엘레나는 그제야 아주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던 고통스러운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이제 집에 돌아가 아들의 원망 어린 눈빛을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정말 잘했어."엘레나의 목소리가 기대감에 가득 차 높아졌다."그 남자는 지금 어디에 있어? 경호원들을 보내서 당장 나무 배를 저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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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다음 날, 정확히 오후 2시.레이는 일정한 간격으로 찰리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주요 귀빈의 도착을 즉시 보고했다. "바네 님, 스테파니 부인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현재 개인 비서와 함께 대회의실에서 대기 중이십니다."찰리는 수북이 쌓인 서류 더미 너머로 고개를 들고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온 스테파니 소유 화장품 공장의 프로필을 간략히 보고한 상태였다. 이번 자산 인수는 알타이르 로지스틱스의 신규 사업부에 거대한 도약의 발판이 될 터였다.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건장한 체격에 완벽히 떨어지는 짙은 회색 수트를 정돈했다. 차분하면서도 위엄 있는 태도로 회의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스테파니와 그녀의 비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안녕하십니까, 스테파니 부인.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찰리가 타원형 테이블 상석에 앉기 전,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십니까, 바네 님.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테파니 역시 세련되고 전문적인 태도로 답했다.지체 없이 스테파니의 비서가 서류 가방을 열었다. 비서는 몇 가지 법적 서류, 주요 자산 소유권 증명서, 그리고 모던 미니멀리즘 양식의 공장 건물 전경이 담긴 고해상도 사진 한 장을 찰리 앞에 놓았다.찰리는 사진을 살피더니 눈매를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는 탐색하는 눈빛으로 스테파니를 바라보았다. "이 공장 건물, 혹시 아직 뱅가드 그룹과 연관되어 있는 곳입니까?"스테파니는 찰리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이미 예상했다는 듯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바네 님. 이 공장 건물은 제 명의로 된 개인 자산입니다. 뱅가드 코퍼레이션의 지사도 아니고, 저희 가문의 거대한 비즈니스 문어발에 속한 자회사도 아닙니다. 순수하게 제 독립적인 소유권이 인정되는 곳이지요."이어 비서가 태블릿 PC를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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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미칠 듯한 집착으로 번진 호기심은 결국 엘레나를 B-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끌었다. 항공사의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로 아리아가 끝내 탑승객 명단을 구하지 못하고—모자를 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유럽행 국제선 출국 터미널 속으로 사라졌다는 힌트만 겨우 건진 채 돌아오자—엘레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엘레나는 전용기에 올라 스위스 취리히로 직행했다. 에델 코퍼레이션의 업무 때문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장소, 바로 찰리가 안치되어 있는 공동묘지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그날 낮 스위스의 하늘은 엘레나가 입은 회색 니트 원피스처럼 먹구름이 짙게 끼어 있었다. 정적 속에 고요히 정돈된 묘지 한구석에 엘레나가 석상처럼 서 있자, 빗방울이 떨어지며 대지를 적시기 시작했다.아리아는 그녀의 반 걸음 뒤에 충직하게 서서 큰 검은 우산으로 상사를 가려주었다. "마담... 직접 보셨잖습니까. 이 묘지는 수년 전 장례식을 치렀을 때 모습 그대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사의 감정이 불안정해질까 우려한 아리아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엘레나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눈앞에 놓인 회색 대리석 묘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조금씩 빛이 바래가는 금빛 글씨로 분명하게刻겨 있었다. 찰리 바네.엘레나의 가슴이 쓰리게 조여왔지만, 이내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코트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내가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찰리는 분명히 죽었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필체 한 줄과 낯선 퀵서비스 기사의 체구 때문에 비이성적인 생각을 했던 자신을 속으로 자책했다. 전남편의 죽음은 법적,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된 사실이었다.엘레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가슴속의 이상한 소동을 털어내려 애썼다. 그녀는 자기가 만들어낸 환상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듯 단호하게 돌아섰다. "차로 돌아가자, 아리아. B-시로 귀국하겠어." 다시 차갑고 이성적인 어조로 돌아온 목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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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오늘 밤 저와 함께 음식 샘플을 찾으러 가시는 건 어떠세요?" 스페파니가 로비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괴고 기대며 안달 어린 눈빛으로 찰리를 바라보았다. "마침 제가 이 B-시에서 정말 맛있고 유명한 레스토랑들을 잘 알고 있거든요."찰리는 부드럽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윌리엄의 사촌이 보여주는 호의에 고마움을 표했다. "괜찮으시다면 기꺼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스테파니 양.""전혀 안 괜찮을 리가 없죠, 바네 님. 아주 즐거운 식도락 기행이 될 거예요." 스테파니가 눈을 반짝이며 활기차게 응수했다.짧은 대화를 마친 뒤, 찰리와 레이는 B-시에 머무는 동안 투숙할 호텔로 돌아갔다. 밤이 되자 찰리는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윽한 짙은 회색 니트 티셔츠에 캐주얼한 재킷을 걸친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여전히 늠름하고 품격 있는 아우라를 풍겼다.레이는 오늘 밤의 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보스가 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가치가 있는 음식 샘플을 탐색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찰리는 스테파니와 단둘이 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레이에게 동행을 요청했다.약속 장소는 스테파니가 엄선한 모던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예약석에 도착했을 때, 찰리가 그의 개인 비서를 동반하고 나타나자 스테파니의 입술이 살짝 삐죽 튀어나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은밀한 데이트 계획이 방해받은 데 대한 작은 서운함을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하지만 스테파니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예의 바르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앉으세요, 바네 님, 레이 님.""스테파니 양, 오늘 밤 우리의 모든 탐색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일부러 레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찰리가 스테파니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아, 그러셨군요... 괜찮습니다, 바네 님. 일은 효율적으로 해야 하니까요." 스테파니는 시선을 찰리의 얼굴에 고정한 채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럼, 이곳이 우리가 첫 번째로 음식을 맛볼 레스토랑인가요?" 찰리가 본론으로 들어가며 대화를 열었다."네, 이곳은 고기 요리로 정말 유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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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스테파니와 한 약속에 따라, 오전 9시 무렵 찰리는 이미 외출 준비를 마쳤다. 든든한 체격에 완벽하게 떨어지는 깨끗한 흰색 셔츠 차림의 그는 늠름하면서도 품격이 넘쳐흘렀다. 평소와 다름없이 찰리는 개인 비서인 레이를 동반했다. 매스컴의 억측 어린 플래시 세례를 피하고 모든 것을 철저히 프로페셔널한 선상에 두기 위한 포석이었다.찰리는 자신이 누구와 동행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스테파니는 뱅가드가의 사람이었다. 그 막강한 권력 가문의 일거수일투족은 B-시 기자들의 카메라 망을 결코 비켜 갈 수 없었다."보스, 꽃다발이라도 좀 준비해 둘까요?" 양복 상의 단추를 채우며 레이가 불쑥 물었다.찰리는 손목시계를 매만지던 손가락을 잠시 멈추고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건 왜?""오늘 데이트를 위해서 말입니다, 바네 님." 레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졌다.찰리의 미간이 단번에 날카롭게 구겨졌다. "무슨 소리야?"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우리가 가는 건 고아원 아이들을 위한 자선 행사에 스테파니 양을 동행해 주는 것뿐이야. 그 일이 끝나면 곧바로 우리 본업인 음식 샘플 탐색을 계속할 거다. 엉뚱한 소리 하지 마라, 레이."레이는 그저 나지막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삼키고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후, 짙은 광채를 뿜어내는 검은색 럭셔리 세단 한 대가 호텔 로비 앞에 멈춰 섰다. 수행원이나 개인 기사도 없이 스테파니 직접 고가의 차량을 운전해 온 것이었다.솔직히 스테파니의 마음 한구석에는 찰리가 또다시 비서를 데려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서려 있었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내심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갑고 단호한 바네 님의 비위를 거슬렀다간 역효과가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어색함에 차마 티를 내지 못했다.찰리와 레이가 다가오자, 스테파니는 곧바로 창문을 내리며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바네 님.""좋은 아침입니다, 스테파니 양." 찰리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스테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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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엘레나를 태운 고급 세단이 컨벤션 건물의 드롭오프 구역에 정확히 멈춰 섰다.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자 아리아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어서 내리십시오, 엘레나 마담.”아리아의 목소리에는 깊은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엘레나는 천천히 한쪽 발을 내디뎠다. 그녀가 신고 있던 선명한 붉은색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과 가볍게 부딪혔다. 손가락에는 엄청난 가격의 명품 가방이 들려 있었고, 우아한 디자인의 아이보리색 드레스는 아름다운 몸매를 감싸고 있었다. 엘레나의 매력은 완벽하게 빛을 발했다.고급스럽고 화려하며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비즈니스의 여왕.로비의 조명 아래에서 그녀의 단정하고 강인한 이목구비는 한층 더 매혹적으로 보였다.아리아는 곧바로 두 걸음 뒤에서 자신의 상사를 따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엘레나의 차량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엘레나의 도착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윌리엄 밴가드는 일부러 개인 운전기사에게 그곳에 차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몇 분 전 자신의 픽업 제안을 거절했던 여자가 이미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을 그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차에서 내리기 전, 윌리엄은 작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재킷을 매만졌다. 길쭉한 다리를 내디디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경제계를 손에 쥔 거물 중 한 사람다운 자신감 넘치는 기세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오늘 내가 막대한 금액을 기부해서 반드시 엘레나가 나에게 감탄하게 만들겠어.’윌리엄은 야망에 가득 찬 마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윌리엄의 등장에 행사 조직위원장은 즉시 열렬하게 그를 맞이했다.“어서 오십시오, 밴가드 회장님! 특별히 준비해 둔 회장님의 자리는 앞줄에 마련되어 있습니다.”“내가 특별히 요청한 조건에 맞는 자리인가?”윌리엄이 은근히 압박하는 어조로 물었다.“물론입니다,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조직위원장은 지극히 공손하게 대답했다.윌리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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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로비 바깥쪽에 먼지가 좀 많아서 목이 불편하군요, 스테바니 양.”찰리는 아이보리색 마스크 너머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목소리가 약간 가려져 있었지만, 여전히 절제된 평온함이 느껴졌다.“저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면 면역 체계가 조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스테바니가 눈을 깜빡이더니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아, 그러셨군요… 죄송해요, 베인 회장님. 장거리 여행을 막 마치고 오셨다는 걸 깜빡했어요. 어서 바로 메인 홀로 들어가시죠. 안쪽은 공기가 훨씬 잘 정화되어 있어서 더 쾌적할 거예요.”“고맙습니다.”찰리는 무심하게 대답하며 마스크의 위치를 다시 바로잡았다.그들 뒤에서 레이는 아주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 사람은 금빛으로 장식된 양문을 지나 메인 볼룸으로 들어섰다.한편, 홀 앞쪽 한구석에서는 윌리엄이 엘레나의 손가락을 붙잡은 손을 아직 놓지 않고 있었다. 엘레나는 더 강하게 손을 뿌리쳤고, 결국 윌리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공공장소에서는 행동을 조심해 주세요, 밴가드 회장님.”엘레나가 억눌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얼음으로 만든 단검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회장님이 제 손을 잡고 계시는 게 정말 불편합니다.”윌리엄은 멍하니 자신의 텅 빈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잠시 짜증으로 어두워졌지만, 주변 손님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재빨리 우아한 미소를 억지로 지어 분노를 감췄다.“미안해, 엘레나. 아까는 그저 우리 사이에 오해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아서 반사적으로 그랬어.”“오해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관계는 순수하게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업무적인 관계일 뿐이에요.”엘레나는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고급스러운 클러치백의 위치를 바로잡으며 VIP 좌석이 마련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엘레나가 세 걸음도 채 걷지 않았을 때, 그녀의 시선에 맞은편 VIP 좌석에 막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그녀가 아주 잘 아는 샴페인 컬러 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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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볼룸 안은 순식간에 숨이 막힐 듯한 침묵에 휩싸였다. 수백 명의 하객들이 이제 VIP석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아이보리색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윌리엄은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밴가드 가문의 적통 후계자인 자신의 자존심이 들끓었다. City-B의 최고급 사업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특히 엘레나의 바로 옆에서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는 외국인 사업가에게 자신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15억!”사회자가 흥분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며 침묵을 깨뜨렸다.“오른쪽 VIP석의 신사분께서 15억 루피아를 제시하셨습니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실 분 계십니까?”윌리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표정을 다스렸다. 여유롭고 권위 있어 보이도록 감정을 억눌렀다. 그리고 단호한 동작으로 입찰 번호판을 들어 올리며 찰리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20억.”윌리엄의 차가운 목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뒤쪽 좌석에서 희미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고대 옥 목걸이 하나에 20억 루피아라니, 최초 감정가를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윌리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뒤, 압도적인 태도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는 곁눈질로 엘레나를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에서 감탄하는 표정을 찾고 있었다.그러나 엘레나는 그를 전혀 바라보지 않았다.오히려 엘레나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남자가 앉아 있는 방식, 생각에 잠길 때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일정한 리듬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습관까지…….그 작은 몸짓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보이던 찰리의 습관과 너무나 똑같았다.‘아니야…… 찰리는 죽었어. 저 남자는 찰리가 아니야.’엘레나는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었지만, 눈길은 좀처럼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찰리의 옆에 앉아 있던 스테바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팔을 살짝 건드리며 속삭였다.“베인 회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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