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텔 코프(Aethel Corp) 로비의 대리석 바닥에 울려 퍼지는 찰리의 구두 소리는 마치 사형 집행을 향해 째깍거리는 시계 바늘 소리 같았다. 단정한 검은색 수트와 당당한 체구 뒤로, 찰리의 심장은 폭풍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하면서도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다.최상층에 도착하자 부드러운 알림음과 함께 VIP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발걸음을 내딛자 대표이사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차갑고 적막하기만 했다.양쪽으로 열리는 큰 문 앞에는 아리아가 이미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엘레나의 개인 비서인 그녀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고, 눈빛에는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들어오십시오, 베인 씨." 아리아는 상아색 마스크를 쓴 그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한 채, 문을 열어주며 낮게 속삭였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찰리는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남은 용기를 쥐어짜 낸 뒤, 문턱을 넘어섰다.뒤이어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약 20평 남짓한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진 집무실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한낮의 햇살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높이 올려다보이는 도시 풍경을 등지고 서 있는 한 여인의 실루엣을 비추었다.엘레나 빅토리아. 버건디 색상의 크레이프 드레스가 그녀의 우아한 몸매를 감싸고 있었고, 비즈니스의 여왕다운 절대적인 지배력을 피워내고 있었다."알타이르 로지스틱스의 CEO를 그저 대화나 나누자고 초청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 줄이야." 엘레나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커다란 소리는 아니었으나, 뼈를 찌를 듯 차갑고 날카로우며 모멸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엘레나가 천천히 돌아서자, 강철처럼 차가운 그녀의 시선이 3미터 앞에 서 있는 찰리에게 정확히 꽂혔다.찰리는 심장이 가슴이 아플 정도로 가쁘게 뛰었지만, 꼿꼿하게 서 있었다. "어제 약속을 취소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엘레나 회장님. 취리히에서 발생한 화재는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사
최신 업데이트 : 2026-08-2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