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는 망설임 없이 꽃다발을 낚아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꽃다발을 버리기 직전, 스치듯 풍겼던 향기가 떠올랐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향수 냄새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시신을 보존할 때 사용하는 특유의 방부제 향이었다.“감히 누구 놀리는 거야, 지금?”그녀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떻게든 마음을 가다듬은 안젤리나는 침착하게 대표 의자로 걸어갔다. 그러나 등에 의자 등받이가 닿기가 무섭게, 책상 위의 전화기가 날카롭게 울리며 팽팽하던 정적을 깨뜨렸다. 안젤리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좋은 아침입니다, 안젤리나 님.” 비서의 정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9시에 새 고객사, 싱가포르에서 온 투자자와 미팅이 있어서 잠시 알림 드립니다.”안젤리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머릿속을 맴도는 혼란을 억눌렀다. “네, 알겠어요.” 무덤덤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잠깐만요.” 그녀가 급히 말을 덧붙였다. “내 방으로 꽃다발 가져다 놓은 사람 누구예요?”수화기 너머의 비서가 잠시 머뭇거렸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젤리나 님. 하지만 이 층 담당 미백원에게 바로 확인해 보고 보고드리겠습니다.”안젤리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반드시 알아내세요. 허락 없이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요. 이런 장난질, 정말 사절이니까.”“네, 알겠습니다.”전화가 끊겼다. 사무실에는 다시 조용한 정적이 찾아왔고,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안젤리나는 방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을 곁눈질했다. 꽃다발은 마치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아직 채 풀리지 않은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했다.안젤리나는 마음이 급했다. 복도를 지나는 발걸음 소리가 거칠었고, 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회의실 문을 밀어젖혔다. 커피 향과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지만, 그 모든 것은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굳어버리게 만든 단 하나의 풍경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