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Capítulo 461 - Capítulo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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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화. 비가 오기 전에

도현이 고기를 받아 들고 냉장고 안을 확인했다.“양파도 있고 버섯도 있고.”“응.”“밥은?”“있어요.”“그럼 덮밥으로 하죠.”서윤은 식탁에 턱을 괴었다.“좋아요.”“아무거나 해달라고 해놓고 바로 좋다고 합니까.”“도현 씨가 만든다니까.”도현이 잠깐 그녀를 바라봤다.“그렇게 말하면 부담스럽습니다.”“왜요?”“실패하면 핑계가 없잖습니까.”서윤이 웃었다.“실패하면 라면 끓이면 되지.”“어제도 라면 먹었잖습니까.”“라면은 언제나 가능해요.”도현은 결국 고개를 저으며 앞치마를 꺼냈다.회색 천 위에 익숙한 문구가 보였다.오늘은 안 태우기.서윤이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그 앞치마 오래 입는다.”“멀쩡하니까요.”“나중에 새로 사줄까?”“필요 없습니다.”“왜.”도현이 고기를 팬에 올렸다.치익.소리가 퍼졌다.“이거 마음에 듭니다.”서윤은 잠시 앞치마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도현 뒤로 가 허리에 둘러진 끈을 한번 당겼다.“이게 그렇게 좋아요?”“네.”“문구 때문에?”“그것도 있고.”“또?”도현이 뒤를 돌아봤다.“당신이 골랐으니까.”서윤의 손이 멈췄다.“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마요.”“왜.”“괜히 안고 싶어지잖아.”도현이 팬을 가리켰다.“지금은 안 됩니다.”“왜요.”“진짜 태웁니다.”서윤은 웃으며 한 걸음 물러났다.“그럼 끝나고.”“예약입니까.”“응.”저녁을 먹은 뒤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약했다.조금 지나자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확실해졌다.서윤은 컵을 들고 창가로 갔다.“비 온다.”도현이 식탁을 정리하며 말했다.“예보에 있었습니다.”“오늘 휴대폰 안 봐서 몰랐네.”“아까 확인할 때 날씨는 안 봤습니까.”“급한 연락만 봤잖아요.”서윤은 창문 가까이 서서 밖을 내려다봤다.가로등 아래로 빗줄기가 보였다.“도현 씨.”“네.”“나가자.”도현의 손이 멈췄다.“지금?”“응.”“비 오는데요.”“그러니까.”“어디를.”“편의점.”도현이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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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화. 비 냄새가 남은 밤

현관 앞에서 한참을 안고 있던 두 사람은 결국 서윤의 젖은 머리카락 때문에 떨어졌다.도현이 수건을 다시 집었다.“이리 오십시오.”“내가 말려준다니까 왜 반대가 됐어요?”“제 머리는 거의 말랐습니다.”“내 것도 조금 젖은 건데.”“조금 아닌데요.”서윤은 자신의 머리끝을 만졌다.생각보다 축축했다.“우산 나한테 다 줬으면서.”“그래도 젖었네요.”“바람 불었잖아요.”도현은 욕실에서 드라이어를 가져왔다.서윤이 소파에 앉자 그가 뒤에 섰다.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왔다.서윤은 눈을 감았다.“좋다.”“졸립니까.”“조금.”“아까는 안 피곤하다면서요.”“비 오는 날은 원래 졸려.”도현의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가볍게 나눴다.서윤은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나 이거 좋아해요.”“머리 말려주는 거?”“응.”“알고 있습니다.”서윤이 눈을 떴다.“어떻게 알아요.”“가만히 있잖습니까.”“내가 평소에 그렇게 안 가만히 있어?”드라이어 소리가 멈췄다.도현이 짧게 대답했다.“네.”서윤이 뒤를 돌아봤다.“너무 단호한데.”“사실입니다.”“다시 켜요.”“왜요.”“대답 마음에 안 들어.”도현이 웃으며 다시 드라이어를 켰다.머리를 다 말린 뒤에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서윤은 편의점에서 사 온 초콜릿을 들고 《사이》로 들어갔다.도현도 뒤따라왔다.“여기서 먹게요?”“응.”서윤은 러그에 앉아 포장을 뜯었다.초콜릿을 반으로 나눠 하나를 건넸다.“생각해보니까 웃겨.”“뭐가.”“집에 먹을 거 엄청 많은데 비 맞으면서 나가서 이거 하나 사 왔잖아요.”“제가 아까 말했습니다.”“그래도 좋았어.”서윤은 초콜릿을 한입 먹었다.도현은 창가 쪽으로 갔다.유리창 너머로 빗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서윤도 옆으로 다가갔다.“창문 조금 열어볼까?”“비 들어옵니다.”“진짜 조금.”도현이 창문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열었다.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서윤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비 냄새.”“춥습니다.”“조금만.”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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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화. 빗소리가 멎은 자리

소파 아래로 떨어진 쿠션은 그대로였다.서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도현의 셔츠에서 손을 떼지도 않았다.두 번째 단추까지 풀린 틈 사이로 손끝이 닿았다.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여기 있겠다고 했죠.”“응.”“침실 안 가고.”“지금은.”서윤이 웃었다.“나중에는 모르고.”“아무것도 안 정하기.”“잘 기억하네.”도현의 손이 서윤의 허리를 감쌌다.입술이 다시 맞닿았다.창밖에서는 여전히 빗소리가 이어졌다.서윤은 도현의 목을 감싸며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조금 전까지 나누던 장난스러운 말도 어느 순간 끊겼다.셔츠의 남은 단추가 천천히 풀렸다.서윤의 손바닥이 그의 맨가슴에 닿았다.따뜻했다.비를 맞고 돌아왔을 때 차가웠던 피부는 이제 흔적도 없었다.“도현 씨.”“네.”“나 오늘 이 소리 좋아.”“무슨 소리.”“비.”서윤은 잠시 입술을 떼었다.“밖에서는 계속 비 오는데 여기 따뜻한 거.”도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그래서 편의점까지 나갔습니까.”“그건 그냥 나가고 싶었고.”“지금은?”서윤의 시선이 그의 입술로 내려갔다.“지금은 안 나가고 싶어.”다시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오래 이어졌다.서윤이 소파에 등을 기댔고 도현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그 과정에서 남아 있던 쿠션 하나마저 바닥으로 밀려났다.서윤이 잠깐 아래를 내려다봤다.“두 개 다 떨어졌네.”“아까 하나는 새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습니까.”“지금은 안 보여.”도현이 웃었다.“편리하군요.”“내일 주우면 되지.”서윤은 그의 셔츠를 완전히 벗겨 소파 옆으로 밀었다.“이것도 내일?”“그건 구겨집니다.”“도현 씨 진짜 분위기 없다.”결국 도현이 셔츠를 집어 소파 등받이에 걸었다.서윤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됐습니까.”“응.”“그럼.”도현이 다시 그녀에게 가까워졌다.“이제 방해하지 마십시오.”“내가 언제.”이번에는 서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닿았다.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랐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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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화. 아침까지 남은 온기

서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다리의 묵직함이었다.고개를 숙였다.도현이 여전히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었다.“……진짜 여기서 잤네.”밤새 같은 자세였을 리는 없었다.서윤의 등에는 쿠션이 두 개나 받쳐져 있었고, 도현의 머리 아래에는 어느새 작은 쿠션 하나가 들어가 있었다.누가 중간에 깼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창밖은 밝았다.비가 그친 뒤의 햇빛이 젖은 유리창을 통과해 《사이》 안으로 들어왔다.서윤은 도현의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렸다.“도현 씨.”반응이 없었다.“일어나 봐요.”이번에는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몇 시입니까.”“몰라.”도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확인 안 했어요?”“응.”“휴대폰은?”“밖에.”도현이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그러다 자신의 자세를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다리 괜찮습니까?”서윤은 바로 인상을 썼다.“안 괜찮아.”“왜 안 깨웠습니까.”“잘 자길래.”“저 때문에 저린 거잖습니까.”“그러니까 책임져요.”도현이 서윤 앞에 앉아 종아리를 조심스럽게 주물렀다.“여기?”“조금 아래.”손이 내려갔다.“여기.”“응.”서윤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그를 내려다봤다.“이상하다.”“뭐가.”“어제는 내가 도현 씨 재워준 것 같은데.”“결국 제가 마사지하고 있네요.”“그러게.”“손해 본 기분입니다.”“그래도 잘 잤잖아요.”도현이 잠시 생각했다.“그건 인정합니다.”서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좋았어요?”“네.”“내 무릎.”“네.”“또 해줄까?”도현이 손을 멈추고 올려다봤다.“다리 저리다고 방금 책임지라면서요.”“가끔.”“그 정도면 좋습니다.”서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둘이 《사이》에서 나온 건 한참 뒤였다.거실 테이블 위에는 어젯밤 그대로 휴대폰 두 대가 놓여 있었다.서윤이 자신의 휴대폰을 집었다.화면을 켰다.“열한 시 오십팔 분.”도현도 시간을 확인했다.“또 점심이네요.”“우리 요즘 주말마다 아침이 없어.”“자는 시간이 문제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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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화. 세탁기가 멈추기 전까지

침실 문이 닫혔다.서윤은 도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침대 앞까지 걸어갔다.벽 너머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도현이 물었다.“정말 세탁 끝날 때까지만입니까.”서윤이 돌아봤다.“왜요.”“시간 제한이 있는 것처럼 들려서.”“그럼 싫어요?”“아니요.”대답이 너무 빨랐다.서윤이 웃었다.“방금 대답 되게 빨랐어.”“굳이 고민할 이유가 없으니까.”“좋네.”서윤이 그의 티셔츠 자락을 잡아당겼다.도현이 가까워졌다.“그럼 세탁기는 신경 쓰지 말아요.”“먼저 얘기한 건 당신인데.”“지금부터 안 하면 되지.”입술이 맞닿았다.처음에는 짧았다.하지만 서윤이 떨어지지 않았다.다시 한번.그리고 또 한번.도현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서윤은 티셔츠 위로 그의 등을 쓸다가 옷자락을 잡았다.“이거 벗어요.”도현이 그대로 따랐다.티셔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서윤의 손바닥이 맨가슴에 닿았다.그녀는 잠시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왜 멈췄습니까.”“그냥.”“그냥?”“이렇게 만지는 거 좋아서.”서윤은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온기를 천천히 따라갔다.도현이 그녀의 손등을 덮었다.“저도 좋습니다.”“뭐가.”“당신이 이렇게 보는 거.”서윤이 눈을 들었다.“어떻게 보는데.”도현은 대답 대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서윤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밀었다.“말 안 해주네.”“지금 꼭 말해야 합니까.”“아니.”이번에는 서윤이 먼저 그의 목을 감쌌다.“나중에 들어도 돼.”둘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서윤의 머리카락이 한쪽 어깨 앞으로 흘러내렸다.도현이 그것을 뒤로 넘겼다.손끝이 목덜미를 스쳤다.서윤의 어깨가 미세하게 움직였다.“거기 좋아요.”도현의 시선이 내려갔다.“여기?”다시 한번.서윤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응.”목덜미에 입술이 닿았다.서윤은 눈을 감았다.벽 너머 세탁기 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제 거의 들리지 않았다.도현이 그녀를 침대 안쪽으로 끌어당겼다.서윤은 순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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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화. 다 개고 난 다음

따뜻한 빨래가 거실 바닥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다.서윤은 수건 하나를 반으로 접었다.한 번 더 접었다.옆에 내려놨다.도현이 그걸 보더니 다시 집었다.“왜요?”“크기가 다릅니다.”“뭐가.”도현은 자신이 접은 수건 옆에 서윤의 것을 놓았다.확실히 달랐다.서윤이 두 장을 번갈아 봤다.“쓰는 데 문제없잖아요.”“수납할 때 문제 있습니다.”“도현 씨 이런 거 되게 신경 쓰는구나.”“같은 크기로 접으면 되는 걸 왜 다르게 접습니까.”서윤이 수건을 하나 더 집었다.이번에는 도현이 접는 모습을 빤히 봤다.반.다시 반.마지막으로 삼등분.“아.”“이제 알겠습니까.”서윤이 그대로 따라 했다.완성한 수건을 그의 것 옆에 놓았다.이번에는 거의 같았다.“됐죠?”“네.”“칭찬.”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수건을 잘 접었습니다.”서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그게 끝?”“뭘 더 해야 합니까.”“몰라요. 좀 더 성의 있게.”도현이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놨다.그리고 서윤 쪽으로 몸을 기울여 볼에 입을 맞췄다.“잘했습니다.”서윤은 잠시 그대로 있다가 웃었다.“이 정도면 됐어요.”“기준이 명확하군요.”“앞으로 참고해요.”문제는 옷이었다.서윤은 자신의 티셔츠를 접다가 도현 쪽을 봤다.도현은 옷가게 직원처럼 반듯하게 접고 있었다.“잠깐.”“왜요.”“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그냥 접은 건데요.”“다시 해봐.”도현이 펼쳤다가 다시 접었다.서윤은 유심히 봤다.그리고 따라 했다.결과는 달랐다.“왜 내 건 이상하지?”“소매가 들어갔습니다.”“어디로?”도현이 손을 뻗었다.“이쪽.”서윤이 들고 있던 옷을 바로 가져가지 않고 그녀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소매를 안쪽으로 정리했다.서윤은 옷보다 그 손을 내려다봤다.“도현 씨.”“네.”“지금 빨래 가르쳐주는 거 맞죠?”“그런데요.”“왜 이렇게 가까워요.”도현이 그녀를 봤다.“당신이 보여달라면서요.”“그렇긴 한데.”서윤은 괜히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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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화. 늦은 점심의 약속

침실 문이 다시 열린 건 한참 뒤였다.서윤이 먼저 얼굴만 내밀었다.거실은 조용했다.당연한 일이었지만 괜히 주변을 확인한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도현 씨.”“네.”“배고파.”도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왜.”“점심 먹은 뒤로 제대로 먹은 게 없으니까.”서윤이 벽시계를 확인했다.오후 다섯 시가 넘었다.“……점심이 아니라 저녁 먹어야겠는데?”“그렇죠.”“오늘 왜 이렇게 빨리 갔지.”도현이 마지막 단추를 채우며 그녀를 봤다.“정말 모르겠습니까.”서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모르는 걸로 할래.”그대로 돌아서려는데 도현이 불렀다.“서윤.”“응?”“옷.”서윤이 아래를 내려다봤다.도현의 티셔츠였다.아까부터 그대로 입고 있었다.“이거 입으면 안 돼요?”“됩니다.”“그럼 왜.”“바지가 없습니다.”서윤이 문 뒤로 다시 사라졌다.“왜 이제 말해!”도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저녁 메뉴는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재료로 만든 볶음우동이었다.서윤이 양배추를 썰고 도현이 면을 볶았다.이번에는 앞치마도 없었다.서윤이 옆에서 소스를 넣으며 물었다.“많이?”“조금만.”“이 정도?”“조금 더.”“이 정도?”“네.”서윤이 소스병을 내려놓았다.“우리 요리할 때 대화 진짜 단순하다.”“요리하면서 무슨 깊은 이야기를 합니까.”“할 수도 있지.”“예를 들면?”서윤은 잠깐 고민했다.그러다 갑자기 말했다.“우리 여행.”도현이 면을 뒤집던 손을 멈췄다.“결국 못 참았군요.”“장소 정하자는 거 아니야.”“그럼?”“날짜는 다음 달이라고 했잖아요.”“네.”“이박 삼일이고.”“네.”서윤은 도마 위에 남은 양배추를 그릇에 옮겼다.“그 여행에서 하고 싶은 거 하나씩만 정할래요?”도현이 다시 팬을 움직였다.“장소도 모르는데?”“장소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거.”“당신부터.”서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볶음우동이 완성될 때까지 고민했다.둘이 식탁에 앉은 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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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화. 베개 밑의 초대장

아침에 먼저 눈을 뜬 건 도현이었다.서윤은 그의 팔을 베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도현은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그러다 베개 끝에 삐져나온 흰 종이를 발견했다.어젯밤 서윤이 황급히 숨겼던 메모였다.종이 끝이 손가락 하나만큼 나와 있었다.도현은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그때 서윤이 움직였다.“……몇 시예요?”“일곱 시 조금 넘었습니다.”“벌써?”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도현 쪽으로 더 붙었다.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든 듯 베개 밑을 더듬었다.메모가 있었다.서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봤어요?”“아니요.”“진짜?”“네.”“종이 나와 있었는데.”“봤지만 읽지는 않았습니다.”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궁금하지도 않았어요?”“궁금했죠.”“그런데 어떻게 참아?”“당신이 다음 주에 알려준다고 했으니까.”서윤은 메모를 꺼냈다.접힌 종이를 한동안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도현에게 내밀었다.“그냥 봐요.”“다음 주라면서요.”“마음 바뀌었어.”도현이 메모를 펼쳤다.다음 토요일,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하기.그가 문장을 읽고 서윤을 바라봤다.“이게 비밀이었습니까.”“왜. 별거 아닌 것 같아요?”“아니요.”도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좋은데요.”서윤이 바로 물었다.“진짜?”“네.”“그럼 토요일 비워놔요.”“원래 비어 있습니다.”“그래도 이제 내 거.”“하루 전체가?”“응.”서윤은 메모를 다시 가져갔다.“아침부터 밤까지.”“어디 갑니까.”“그건 아직 비밀.”“또?”“이번에는 진짜 안 알려줄 거예요.”도현이 웃었다.“알겠습니다.”서윤이 오히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왜 이렇게 쉽게 알겠다고 해.”“그러면 캐물어야 합니까.”“조금은 궁금해해도 되잖아요.”“굉장히 궁금합니다.”도현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그래도 기다리겠습니다.”서윤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그게 더 부담되는데.”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서윤의 머릿속에는 토요일이 떠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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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화. 토요일에 입을 옷

금요일 저녁.서윤은 옷장 문을 열어둔 채 한참을 서 있었다.침대 위에는 이미 옷이 세 벌이나 놓여 있었다.검은 원피스.크림색 블라우스와 검은 슬랙스.그리고 허리선이 단정하게 잡힌 짙은 네이비 원피스.서윤은 마지막 원피스를 몸 앞에 대봤다.거울을 보고.다시 내려놓았다.“아닌가.”뒤에서 책을 보던 도현이 결국 고개를 들었다.“몇 번째입니까.”“뭐가.”“갈아입어 보는 거.”“아직 안 갈아입었거든요.”“꺼낸 것만 네 번째입니다.”서윤이 뒤를 돌아봤다.“보고 있었어요?”“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보입니다.”“보지 마요.”“같은 방인데 어떻게 안 봅니까.”서윤은 옷장 문으로 몸을 가렸다.“내일 입을 거 고르는 중이니까.”“알고 있습니다.”“도현 씨는 아직 보면 안 돼.”“왜요.”“내가 데이트 신청했잖아요.”서윤은 네이비 원피스를 다시 옷장 안에 걸었다.“내일 처음 봐야지.”도현이 책을 덮었다.“그럼 저는 뭘 입습니까.”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서윤이 바로 돌아봤다.“도현 씨는 정했어요.”“언제.”“아까.”“제 옷인데?”“내가 고른다고 했잖아요.”서윤은 도현 쪽 옷장으로 이동했다.잠시 뒤 차콜색 셔츠와 검은 팬츠를 꺼냈다.“이거.”도현이 옷을 받아 들었다.“사진도 이걸로?”“응.”“당신 옷이랑 맞습니까.”“맞출 거예요.”“아직 본인 것도 못 골랐으면서.”서윤의 표정이 굳었다.“그걸 꼭 말해야 해?”“사실인데요.”“도현 씨 옷 다시 고를까?”“이게 마음에 듭니다.”대답이 빨랐다.서윤이 피식 웃었다.“그럼 내일 이거 입어요.”“알겠습니다.”“그리고.”“또 있습니까.”“향수.”도현이 눈썹을 올렸다.“저 향수 잘 안 쓰는데.”“알아요.”서윤은 서랍에서 작은 향수병을 꺼냈다.“그래서 아주 조금만.”도현이 병을 받아 향을 확인했다.“언제 샀습니까.”“전에.”“저 주려고?”“아니.”서윤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향이라 샀는데 내일 도현 씨한테도 어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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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화. 사진 속에 남을 우리

사진관은 집에서 차로 삼십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도현은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서윤이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고, 도현은 그대로 운전했다.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그가 간판을 올려다봤다.“여기군요.”“응.”“예약했습니까?”“당연하지.”서윤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오늘은 내가 다 준비했다니까.”도현도 뒤따라 내렸다.“생각보다 철저하네요.”“사진 망치면 오래 남잖아요.”“벌써 부담되는데.”“왜요?”“잘 나와야 할 것 같아서.”서윤이 그의 팔을 잡았다.“도현 씨는 그냥 나만 봐요.”“카메라 안 보고?”“그런 사진도 찍을 거야.”서윤이 웃었다.“내가 이미 생각해놨어.”사진관 내부는 생각보다 단순했다.밝은 벽과 큰 창.촬영 공간 한쪽에는 의자와 작은 테이블 정도만 놓여 있었다.서윤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화려한 배경보다 두 사람이 잘 보였으면 했다.처음에는 나란히 섰다.카메라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 몇 장.조금 더 가까이 붙어서 몇 장.서윤은 처음에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도현이 낮게 말했다.“긴장했습니까.”“조금.”“데이트 신청한 사람이?”“사진은 다르거든요.”“평소처럼 있으면 되잖습니까.”“카메라가 보고 있는데 어떻게 평소처럼 있어.”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럼 저만 보십시오.”서윤이 고개를 들었다.“뭐라고요?”“아까 당신이 한 말.”그 순간 촬영음이 났다.찰칵.서윤이 바로 웃었다.“방금 찍혔잖아.”도현도 웃었다.또 한 번.찰칵.그 뒤부터는 훨씬 쉬웠다.서윤은 카메라보다 도현을 더 자주 봤다.도현의 팔을 잡고.어깨에 기대고.손가락을 얽었다.서로를 보다가 동시에 웃어버린 순간도 그대로 사진에 남았다.“이거 좋다.”중간 확인 화면을 본 서윤이 한 사진을 가리켰다.도현이 서윤을 보고 있고, 서윤은 웃으며 그의 셔츠 소매를 잡고 있었다.정면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거 크게 뽑을까?”“어디에 두려고요.”“집.”“어디.”서윤은 잠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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