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판타지 / 알파를 사로잡는 법 / Chapter 101 - Chapter 110

All Chapters of 알파를 사로잡는 법: Chapter 101 - Chapter 110

113 Chapters

제101장: 아르테미스와 헬레네

제인의 시점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하게 날뛰었으나, 참으로 오랜만에 난 그 고동을 억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다.이 순간으로부터 숨을 곳은 없었다.도망칠 곳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눈앞에 우뚝 솟은 커다란 하프를 응시하자 내 모습이 투명하게 비쳐 보였다. 황금빛 머리칼처럼 드리워진 무수한 줄들이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으나,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들은 그 어떤 줄에도 손을 대지 못하도록 나를 붙들고 늘어졌다.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제인, 난 당신이 준비되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어요." 사미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삼각틀 악기에 온통 쏠려 있던 내 의식이 잠시 현실로 끌려 나왔다.마른침을 삼켰다.환하게 빛나는 그녀의 얼굴과 그 초록빛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는 기대감이야말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시작하자꾸나."사미야의 입술이 다시 피리에 닿았고, 그녀의 손가락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움직이자 라크메의 '꽃의 이중창' 선율이 우리 주변의 공기를 다시금 채워 나갔다.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알았기에, 난 한때 더없이 아꼈던 내 하프를 다시 마주하며 불가능에 몸을 던졌다.손가락이 황금빛 줄 위를 미끄러지듯 스쳤다. 줄이 팽팽하게 살갗을 쏘아붙였으나, 그 진동은 훨씬 더 깊숙이 파고들어 내 가슴 정중앙으로 곧장 내리꽂혔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난 그토록 오랜 세월 도망쳐왔던 단 하나의 행위를 스스로에게 강제했다. 난 비로소 숨을 쉬도록 허락했다. 내 손길 아래 하프가 전율하는 동안, 내 영혼이 랄프를 찾아 나서는 것을 마침내 허락한 것이다.내면의 모든 것이 당장 멈추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내 안의 모든 조각들이 이것이 왜 금기인지, 그리고 어째서 수년 전에 이 하프를 부숴 없앴어야 했는지 그 온갖 이유들을 끄집어내며 귓전을 때렸다. 하지만 음악이 품은 이끌림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어져 갔다.원한다 한들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내 하프와 사미야의 피리가 자아내는 화음이 침실을 가득 메웠고,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2장: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제인의 시점마침내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이것이 바로 사미야가 곁에 있을 때에만 내 늑대가 비로소 평온을 누렸던 이유였다. 그녀를 향해 그토록 형언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던 까닭이 바로 이것이었다. 달의 여신께서는 줄곧 나를 상대로 장난질을 치고 계셨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마녀들의 농간이었을 수도 있었다. 내가 살아냈던 줄도 몰랐던 아득한 시간대들이 생생하게 번뜩이며 기억의 조각들이 거칠게 되살아났으나, 모든 조각을 온전히 하나로 꿰맞추지는 못했다. 허나 내가 똑똑히 기억해 낸 사실 하나는, 마녀들과 나의 관계가 결코 원만하지 못했으며 그 모든 비극이 오롯이 내 탓이었다는 점이었다.욕망. 그 찬란한 위용을 온전히 드러낸 강렬하고 절박하며 짓궂은 갈망이 온몸을 휘감았고, 내 빨간 머리 여인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공포를 남겨놓았다. 가슴속에서 심장이 통째로 뜯겨 나간 듯한 격통이라 맹세할 수 있을 정도였다.머지않아 난 다시금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고,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유일한 생각은 내 빨간 머리 여인의 것과 꼭 닮은 목소리뿐이었다.난 헬레네를 보아야만 했다.그녀를 안아야 했다. 입을 맞추어야 했다. 그녀의 달콤한 살냄새를 들이켜야 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영원을 살아가도록 그녀를 옭아매어야 했다.그녀는 내 손가락 틈새로 결코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적어도 이번만큼은 절대로.두 눈이 번쩍 뜨였고,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좁다란 안경과 희끗희끗한 머리칼이었다. 메이 고모가 대체 왜 이곳에 있으며, 내 짝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본능이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으나, 두개골을 짓이기듯 내리누르는 극심한 두통이 중심을 잡기도 전에 푹신한 자리 위로 날 도로 내동댕이쳤다. 관자놀이에 손을 얹고 이마를 짚으며 지난 몇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기억을 더듬으려 애썼다.난 다시 하프를 켰고, 내가 아르테미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3장: 현재

사미야의 시점제인이 쓰러지던 그 순간은 내 평생을 통틀어 가장 끔찍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난 그를 깨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 그의 곁으로 달려갔고, 그러길 참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내 손이 그에게 닿는 순간 나 역시 그 마법에 휩쓸려 버렸으니까. 내가 안다고 믿었던 세계가 눈앞에서 녹아내렸고, 그제야 난 진정으로 세상을 똑똑히 바라보기 시작했다.온갖 부서진 조각들로 흩어진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사납게 들이닥치며 내 무의식을 뒤흔들어 놓았다.첫 번째 생에서 난 사랑이 넘치는 가문 출신이었다. 유일한 문제였다면, 그들이 날 지나칠 정도로 지나치게 사랑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헬레네의 어린 시절은 사미야의 것과는 그야말로 완벽하고 철저하게 정반대였다.그 시절의 나라면 조금이라도 도발적으로 보일 만한 옷차림 따윈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터였다. 난 학자이자 늑대인간이었으며, 부모님의 엄격한 통금 시간 아래 철저히 통제받았다. 그리고 이성과의 교류에 관해서라면, 그저 최소한 중의 최소한으로 억제되어 있었다고만 해두자.아르테미스와 내가 대체 어떻게 만났는지가 의문일 지경이었다.우리는 극명하게 대립하는 사상을 지닌 적대적인 가문 출신들이었다. 두 가문이 함께했던 지독했던 저녁 식사 한 번이 운명의 톱니바퀴를 굴렸고, 우리가 운명의 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함께해야만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유일한 문제는 달의 여신의 뜻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가문의 그 누구도 우리의 결합을 눈 뜨고 보아주지 않으리라는 점이었다.그리하여 아르테미스와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오랜 세월을 싸웠다.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도망쳤다.하지만 우리 둘 다 호락호락 포기할 만한 가문 출신이 아니었다. 우리가 멀리 달아날수록 부모들은 우릴 붙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았고, 마침내 우리의 사랑을 온전히 살아낼 기회를 거머쥐었다고 믿었던 바로 그 순간, 난 숨을 거두었다.아르테미스는 마녀들의 힘을 빌려 날 되살려내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4장: 현재의 연속

사미야의 시점내 말에 대한 제인의 반응은 정교한 초상화로 그려져 에트라나의 모든 벽면에 걸려 마땅했다. 그리하여 다른 모든 이들도 이 순간에 깃든 축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이것은 하나의 예술이었다."사-사미야... 헬-헬레네... 그건 지나치게 위험하지 않겠느냐?" 크게 뜨인 눈과 그 어느 때보다 가쁘게 요동치는 심장을 품은 채 제인이 물었다.그에 대한 화답으로 난 둘 사이의 틈을 한층 더 좁혀 망설임 없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의 위에 올라탔으나, 욱신거리는 내 은밀한 곳과 팽팽하게 솟아오른 그의 물건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영리함을 잊지 않았다.모든 일이 지나치게 빠르고 손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턱 막힌 제인의 거친 숨소리는 그와 정반대의 갈망을 증명하고 있었다.그리하여 지금까지 훌륭하게 처신해 준 그에게 사소한 보상을 베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난 거의 그를 덮치듯 몸을 앞으로 기울여, 얌전하게 순종하고 있는 제인의 병사 위로 내 아랫배가 직접 맞닿도록 허락하며 그의 가슴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의 가슴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내 은밀한 곳까지 찌릿하게 내달렸고,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내어주고 굴복할 뻔했으나 이내 스스로를 다잡았다. 인내. 인내야말로 가장 결정적인 열쇠였다."그저 진정해요, 제인. 제발 이 일에 대해선 날 믿어줘요. 당신, 날 믿잖아요."제인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고, 그 목울대의 울림이 또다시 새로운 갈증을 품은 채 내 온몸을 진동시켰다. 이 팽팽한 신경전을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지 스스로조차 자신이 없었다."널 믿는다." 무릎에 힘이 풀려버릴 만큼 숨결이 섞여 짙게 가라앉은 나지막한 저음으로 마침내 제인이 대답했다.그 순간, 내 자신을 더 이상 억누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직감했다.등을 젖혀 자세를 고쳐잡은 뒤, 내가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 이 욕망에 굴복하기로 결심했다.내 손길이 닿는 곳마다 제인의 시선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뒤따르고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5장: 씨앗을 쏟아내다

제인의 시점이번에는 랄프와의 상황이 사뭇 달랐다.그동안 랄프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녀석은 거칠게 날뛰며 통제권을 요구했고, 평소처럼 난 그에 맞서 싸우곤 했다. 이번의 차이점이라면 녀석과 맞서 싸우기보다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혹은 결국 굴복하고 만 것이 내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이번만큼은 녀석과 완벽한 일치를 이루었으며 내 의식 또한 정신의 어두운 구석으로 내몰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혼란스럽고 생경했으나, 기꺼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낯섦이었다.사미야가 내 입술에서 입을 떼어내고 몸을 뒤로 물렸을 때, 난 랄프가 제 은신처로 조용히 되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사미야에게 끊임없이 입을 맞추고, 그 직후 내 물건을 그녀의 깊은 곳까지 사납고 빠르게 찔러 넣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 외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었다.지금 내 머릿속을 맴돌아야 할 마지막 생각들이었겠으나, 난 그저 일개 사내에 불과했다. 제 짝의 앞에서는 모든 나약함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마는 사내."통했나요?" 사미야가 물었고, 그녀의 눈동자에 어린 새로운 반짝임은 희망이라는 이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이 질문에 대체 어떻게 답해야 한단 말인가?"아직은 모르겠구나." 솔직히 털어놓았다.그녀의 눈동자에 서렸던 빛이 흐려지더니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가장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 빨간 머리 여인이 실망하는 꼴을 지켜보는 일이었다.그녀에게 한층 더 바짝 다가가 턱을 감싸 쥐고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보아라, 네 바람대로 난 끈을 놓아주었고 랄프는 괴수처럼 날뛰지 않았잖느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내 사랑?"사미야는 긴 속눈썹 사이로 날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랄프는 내 앞에선 결코 괴수로 날뛰지 않는걸요... 만약...""만약이란 없다." 그녀의 말을 자르며 대꾸했다.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며 그녀의 위로 올라타 자세를 고쳐잡았다. 지금의 이 자세가 미친 듯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6장: 자유인가?

제인의 시점이것은 새로운 영원의 시작이라 보아도 무방했다.사미야를 무자비하게 품어 안은 뒤, 난 우리가 어질러놓은 흔적들을 말끔히 치우고 그녀를 얼마나 깊이 연모하는지 온 마음을 다해 일깨워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녀에게 바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였으니까.품 안에 내 빨간 머리 여인을 꼬옥 껴안은 채, 우리는 동이 터올 때까지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며 우리의 과거에 대해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입을 열어 털어놓을수록 더 많은 기억들을 붙잡아둘 수 있었으나, 여전히 메워지지 않은 거대한 공백들이 군데군데 가로놓여 있었다."제인, 우리 한 가지 시도해 보는 건 어때요?" 사미야의 목소리가 내 가슴팍을 타고 부드럽게 울리며 물었다.불과 몇 순간 전 우리가 나누었던 정사의 잔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고, 입가로 번지는 미소를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녀가 더 원하고 있는 것일까?"변신을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때요?" 그녀가 덧붙인 한마디는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그 모든 달콤한 환상들을 일순간에 깨부수고 무너뜨리며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가슴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사미야가 어째서 그런 제안을 건넸는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사실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으나, 이해하는 것과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것 사이에는 아득한 간극이 존재했다. 내 정신과 심장은 변신이라는 행위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고문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심장 박동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어쩌면 난 한때 내 자신을 일컬었던 그런 피학증 환자가 아닐지도 몰랐다.어쩌면 때로는 비겁함이야말로 칭송받을 만한 미덕이 될 수 있는 법이었고, 바로 이 순간만큼은 그 비겁함의 널찍한 어깨 뒤로 숨어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엔 그것이 더없이 알맞아 보였다.사미야가 몸을 뒤척이며 내 가슴에서 고개를 떼어내더니 날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것만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내 안에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7장: 남은 시간이 없다

사미야의 시점스칼렛이 내 의식의 전면으로 사납게 치고 올라왔고, 상황이 더 이상 변신을 허락하지 않음에도 통제권을 억지로 쥐어짜며 날 늑대의 형상으로 끌어당기려 발버둥 치는 것이 느껴졌다. '랄프야! 우리가 랄프를 구해냈어!' 마음의 고리를 타고 녀석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쳤다.'그래, 해냈어, 스칼렛. 하지만 지금은 그 녀석과 함께할 수 없어. 이런 상황에선 안 돼. 이 사태가 수습되는 즉시... 꼭 함께하도록 해줄 테니 약속하마.'스칼렛을 거부할수록 가슴이 미어지듯 저려왔다. 녀석이 이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그리고 내 거절이 녀석에게 얼마나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으니까.'스칼렛, 제발 부탁이야.' 다시 한번 간절히 애원했다.'알았어.' 녀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수백 년을 기다려왔는데, 고작 몇 시간 더 기다리는 게 뭐 대수겠어?'스칼렛은 입을 다물었고 날 옭아매던 힘도 서서히 풀려나갔으나, 슬픔과 환희가 똑같은 무게로 빚어내는 날카로운 통증만큼은 살갗 아래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마녀라고?! 네놈이 우리의 미래를 마녀의 손에 통째로 넘겨주었단 말이냐?!" 메이의 서슬 퍼런 일갈이 나를 다시 현실의 방 안으로 거칠게 끌어내렸다.메이더란 놈이 기어이 또 한 방을 먹인 것이다. 그 성가신 빌어먹을 작자의 존재를 그새 까맣게 잊고 있었다.그자가 아르테미스일지도 모른다고... 나의 아르테미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던 내 자신이 대체 얼마나 멍청했던가?사람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 떠들어대곤 하지만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지란 머릿속에 독기 어린 망상을 풀어놓고 그것을 진실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끔찍한 맹독에 불과했으니까. 내가 메이더란을 아르테미스라고 믿어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 수많은 작자들 중에 하필이면... 메이더란이라니?메이와 제나가 들이닥쳤을 때 난 황급히 담요 하나를 집어 들어 몸을 둘렀고, 제인에게도 다른 하나를 건넸다. 늑대인간들이 나체에 제법 익숙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8장: 경악의 오두막

제인의 시점무능함.지금 내가 느끼는 심정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우리 중 그 누구에게도 남은 시간이 없어요." 그 의문의 오두막으로 마차를 타고 내달리는 내내 제나가 남긴 그 한마디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녀들과 위험천만한 거래를 맺었고, 그 대가로 소중한 무언가를 바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떠올렸으나, 그토록 중대했던 단 하나의 제물이 대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답을 얻어내려 제나를 몇 번이고 몰아세웠으나, 그녀는 매번 이전보다 훨씬 더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대답만을 늘어놓을 뿐이었다.제나는 울화를 치밀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주가 있었다.사미야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은 상황을 조금도 나아지게 만들지 못했고, 그리하여 난 그저 자리에 편히 기대앉아 눈앞에 닥쳐올 예기치 못한 파도를 맞이하는 수밖에 없었다.참으로 완벽하지 않은가!"제인." 거칠게 소용돌이치던 상념 속에서 사미야의 목소리가 날 건져 올렸다.달팽이처럼 느릿한 속도로 사미야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사미야." 그녀가 내게 건넸던 어조를 그대로 흉내 내며 나지막이 불렀다."메이더란에 대해 진작 털어놓지 않아서 화난 거죠, 안 그래요?" 낮게 깔린 속삭임으로 물어오는 그녀의 시선은 내 얼굴에 온전히 머물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화가 난 것은 사실이었으나, 내 앞에 도사린 미지의 위험에 대한 염려가 훨씬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화가 났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털어놓으려 약속했었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잖아요. 그래서 메이더란의 일은 우리 문제들 중 가장 사소한 것으로 느껴졌을 뿐이에요." 그녀가 변명하듯 설명했다.입술을 굳게 다물어 얇은 선을 그렸다.그녀의 심정을 훤히 이해하고 있었고, 특히나 이 소중한 두 번째 기회를 거머쥔 마당에 사미야를 향해 오랫동안 분노를 품고 있을 수 있는 구석 따윈 내 안에 전혀 없었다. 나 역시 메이더란을 얕잡아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09장: 마녀 에스메랄다

사미야의 시점난 마녀라는 존재들에 늘 묘한 호기심을 품어왔으나,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마주치게 될 마녀가 하필이면 내 짝의 옛 연인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달의 여신께서 날 상대로 잔인한 장난질을 치기로 작정하신 모양이었다.웃기지도 않았다. 손톱만큼도 유쾌하지 않았다."있잖아, 내가 널 이곳으로 데려오겠다고 했을 때... 나-난... 그저 널 이 흉측하고 낡은 구덩이에서 죽게 내버려 두려고 데려온 게 아니었어. 내 진짜 뜻은 널 에스메랄다에게 데려가서 그 마녀로 하여금 우리 둘을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려는 거였단 말이다. 그러면 우린 늑대인간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되는 그 모든 미친 짓거리들에서 벗어나 평생토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미야. 더 이상 신분 따위도 없고, 늘 이것저것을 내놓으라며 우리 머릿속을 쏘아 다니는 그 멍청한 늑대 놈들도 사라지는 거지. 우린 완벽함을 손에 쥘 수 있었단 말이다!"여신께서 내 전 짝과 날 한자리에 나란히 가두어두셨다는 사실을 미처 언급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농담이었다.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난 조금도 우스꽝스럽지 않았다.제 아비가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그리고 내가 앞뒤 안 가리고 경합에 기어들어가지만 않았더라면 우리가 얼마나 완벽한 한 쌍이 되었을지 줄줄이 늘어놓는 메이더란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제인과 내가 아르테미스와 헬레네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그자가 전해 듣는다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사방으로 헝클어진 백발을 휘날리며 지껄이는 말 한마디마다 두 손을 요란스레 휘젓는 꼴은 이미 미쳐 날뛰는 토끼나 다름없어 보였다.어쩌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자는 정말로 온전히 돌아버린 미치광이 토끼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내 가설이 맞는지 당장 시험해 보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으나, 내 두 손은 이미 손목을 파고들며 가렵게 짓누르는 억센 매듭에 꽁꽁 묶여 있었고, 입에는 보기 좋게 재갈까지 물려 있는 처지였다. 변신을 감행하여 밧줄을 끊어내고 스스로를 해방시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제110장: 월장석

제인의 시점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쏟아부어 사미야를 찾아 헤맸으나, 그 어떤 흔적도 건져내지 못했다.지독하고 위태로운 나흘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음에도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난 근위병들을 이끌고 그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마땅히 자리하고 있어야 할 곳으로 말을 달렸으나, 그 자리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광활하게 펼쳐진 텅 빈 공터뿐이었다. 오두막이 분명히 위치해 있었으리라 확신했던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마치 내가 그 모든 광경을 머릿속으로 지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밤마다 난 에스메랄다가 사미야를 감금해 두었을 법한 은신처들을 그려보는 것으로 지새웠고, 아침은 분노로 가득 차올랐으며, 내 평생 처음으로 랄프가 통제권을 쥐고 앞길을 가로막는 자들을 모조리 찢어발겨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마치 헬레네를 또다시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다만 이번에는 슬피 울며 찾아갈 무덤도, 내 상념들을 적어 내려갈 종이쪽지도 없다는 점만이 달랐다. 난 그저 머릿속으로 수없이 갈라지는 온갖 가정들을 억지로 되감기하며 괴로워해야만 했다.하지만 닷새째 되던 날,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제나와 함께 마차에 오르려던 바로 그 찰나에 전갈이 닿았다. 두 발은 내 평생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나를 실어 날랐고, 요동치는 심장은 발걸음보다 한참 앞서 내달렸다. 성문에 다다를 때까지 난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그곳에 그녀가 서 있었다. 그날 걸치고 나갔던 바로 그 옷차림이었으나, 이제는 갈기갈기 찢겨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 시야를 찔렀고, 굳이 감추려 애쓰지 않았다. 내 눈앞에 서 있는 이가 바로 내 짝인데, 대체 어떻게 감출 수 있단 말인가?내 빨간 머리 여인이었다.그녀의 붉은 머리칼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눈 밑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얼굴은 극심한 피로로 처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하게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던 총기가 완전히 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
PREV
1
...
78910111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