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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알파를 사로잡는 법: Chapter 91 - Chapter 100

113 Chapters

제91장: 베타 메이더란

제인의 시점내가 바란 것은 그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짝과 단둘이 보내는 하룻밤뿐이었다.그런 것을 감히 바랄 수 있다고 여겼던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시장 광장을 방문한 뒤 메이와 나는 기나긴 대화를 나누었다. 격렬한 언쟁으로 시작되었던 것은 내가 모든 정황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설명하자 점차 서로를 향한 이해로 탈바꿈해 갔다. 하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분은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내 독단으로 오메가에 관한 규율을 그토록 갑작스럽게 뜯어고쳤다는 점이었다.원로회가 내 선언을 문제 삼아 따져 물을 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단 하룻밤만이라도 그런 골치 아픈 사안들에서 벗어나고 싶어 모든 이들과의 정신적 통로를 차단해 두었으나, 내가 새로 맞이한 베타를 지나치게 얕보았던 모양이다.스칼렛의 정수리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나직이 속삭였다. "금방 돌아오마, 내 사랑. 먼저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거라. 우리의 밤이 이토록 일찍 끊겨버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마. 달빛 아래에서 함께 보낼 밤들은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을 테니, 스칼렛. 약속하마."스칼렛은 고개를 저었고, 그제야 난 녀석 역시 사미야만큼이나 고집불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약속하마." 제나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뜨기 전 다시 한번 나지막이 속삭였다."어디로 먼저 향하는 건가? 지하 감옥인가, 아니면 원로들과의 회의인가?" 끔찍하게 긴 밤이 되리라는 것을 짐작하며 스스로를 다잡으며 물었다."원로회 회의실입니다, 알파님.""이번엔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짚이는 게 있나?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면 도움이 되겠는데."제나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내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비스듬히 들었다. "알파께서 새로 내리신 포고령 때문일 수도 있고, 제 사촌 메이더란 때문일 수도 있죠. 아니면 루나 님께서 어째서 아직도 아이를 배지 못하셨는지 따져 묻는 것일 수도 있고요. 늘 무언가 꼬투리가 잡히기 마련이잖아요, 안 그래요?"그녀가 툭 던진 마지막 가능성에 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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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오랜 베타, 더 오래된 친구

사미야의 시점한 걸음 내딛으면 열 걸음 물러선다.그 한 문장이야말로 제인과 나의 관계를 가장 완벽하게 대변해 주는 말이었다. 어젯밤, 몸을 짓누르는 피로에 온전히 굴복할 때까지 그를 기다렸으나, 눈을 떴을 때도 그는 여전히 곁에 없었다. 그리하여 난 아침 일과를 마친 뒤 조금 더 기다렸다.문 경첩이 거칠게 젖혀지며 제인이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정오가 다 되어서였다. 마치 온몸의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처럼 그의 몸은 좌우로 사납게 흔들리고 있었다. 맥주와 에일의 지독한 술 냄새가 그의 주변을 감돌며 그 특유의 자연스러운 나무와 향신료 체향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그 냄새는 에트라나의 요부로서 일거리를 찾아 선술집을 전전하던 시절의 기억을 단숨에 끄집어냈다.하지만 이곳은 선술집이 아니었고, 이 사내는 내가 알던 제인의 모습이 아니었다.경악에 질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제인에게로 서둘러 다가갔다."원로회 회의가 광란의 난교 파티로 끝나는 줄 알았더라면 따라가겠다고 훨씬 더 매달렸을 텐데요. 꼴이 대체 이게 뭐예요." 그를 우리 침대로 부축해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핀잔을 던졌다.우리가 베는 베개보다도 더 커다란 다크서클이 핏발 선 그의 눈 밑에 짙게 똬리를 틀고 있어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으나,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었다."기막힌 난-난교 파티였지... 내 사랑, 그리고 그거 아나... 맞춰보아라. 메이더란 베타가 돌아왔단다, 그-그리고 이번엔 영영 머물 생각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내 반응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제인은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지껄였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의 삶은 완벽에 가까울 만큼 평온했건만, 메이더란은 우리 관계의 피를 빨아먹는 병든 거머리나 다름없는 자였다.우린 그따위 놈 곁에 둘 필요가 전혀 없었다."정말 대-대단한 일이지 않느냐, 사미야. 안 그래?" 그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기 직전까지 제인은 집요하게 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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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오래된 베타, 새로운 배움

사미야의 시점제나의 눈이 환하게 밝아지고 특유의 미소가 얼굴로 돌아오자 방 안 가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역시 영리한 여인이라니까. 솔직히 그걸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마녀들은 너무 일찍 그 어떤 것도 누설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네요... 그-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영리했으니까요. 그래요, 맞아요." 박수 소리가 잦아드는 가운데, 제나는 내게라기보다 스스로에게 읊조리듯 중얼거렸다.순식간에 눈앞의 여인이 훨씬 덜 미쳐 보이기 시작했고, 방 안에 널려 있던 기괴한 유물들이 비로소 납득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실은 나 자신이 온전히 미쳐버렸을 사소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었으나."그럼 이 일에 지침이라도 정해져 있다는 건가요? 어째서 당신이 가장 먼저 기억을 되찾은 건데요? 원래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건가요? 헬레네와 당신은 정확히 어떤 사이였죠? 헬레네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리고 아르테미스는요?" 머릿속에 스치는 온갖 의문들을 떠오르는 족족 지체 없이 쏟아냈다. 이 광기에 순순히 굴복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처럼 보였으니까.제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돼요, 안 돼, 절대로 안 되죠. 더 이상의 정보는 건넬 수 없어요. 스스로 직접 알아내셔야만 하고, 그 책부터 끝까지 읽으셔야 해요. 말해봐요, 대체 왜 그 책을 다 읽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거죠? 일부러 피하기라도 했던 건가요?"제나를 비롯해 이 성 안의 모든 인간들이 얼마나 지독하게 비밀스러운지 그새 까맣게 잊고 있었다.눈을 굴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과거 제나가 내 방을 찾을 때마다 늘 그러했듯 그녀의 침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책을 딱히 피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바빴을 뿐이죠." 제나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두려움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우물쭈물 얼버무렸다."좋아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주였고,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바쁘지 않잖아요. 그러니 그 책은 언제쯤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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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새로운 베타가 불러온 대가

제인의 시점아르테미스는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도자였다.머리가 깨질 듯한 지독한 숙취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그 통증은 마침내 가라앉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어김없이 두 배로 날뛰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내겐 샬라짓 차가 있었고, 그 역겨운 차는 랄프를 억누르는 것 이상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하지만 그 차조차도 이 질긴 삶에서 내가 그토록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존재—메이더란만큼은 억누르지도, 치워버리지도 못했다.방 안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으나, 내 머릿속은 끊임없는 혼란으로 뒤엉켜 있었다. 원한다 한들 메이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를 전쟁터 한가운데 선 적으로 갈라놓았고, 게다가 이 일만큼은 그녀에게 철저히 숨겨야 한다는 사실 또한 가로놓여 있었다. 사미야라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으나,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집요한 목소리는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을 고백했다간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우리의 관계마저 침몰시킬 뿐이라고 나를 갉아먹었다.내 삶에서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무너져 내리게 둘 여유 따윈 없었다.사미야의 화장대 위에 놓인 초록색 책 한 권이 나를 비웃으며, 내가 얼마나 수많은 영역에서 번번이 실패해 왔는지 귓가에 조롱하듯 속삭이고 있었기에, 내가 그 책으로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벽에 몸을 기댄 채 아르테미스의 일기장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페이지는 헬레네를 향한 그의 끝없는 갈망과 마녀들이 그를 어떻게 도왔는지에 대한 기록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정보들이 줄줄이 이어졌으나, 우연히도 내 흥미를 끈 유일한 대목은 사미야로 하여금 대체 무엇 때문에 아르테미스가 메이더란이라고 믿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사내가 어떻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뿐이었다.평생을 메이더란과 함께 지내왔으나, 그자가 이 책 속에서 아르테미스가 스스로를 묘사한 방식처럼 감정에 휘둘려 충동적으로 굴 수 있는 인물이라곤 생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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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오래된 일기장 속 마법

사미야의 시점"사미야, 우리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다오." 조금 전 내게 건네던 다정한 어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절제되고 격식을 차린 목소리로 제인이 간청했다.문고리를 한층 더 꽉 쥐며 메이더란을 노려보았고, 눈빛으로 서슬 퍼런 칼날을 소리 없이 꽂아 넣었다. 그 늑대인간은 입꼬리를 비틀며 비열하게 웃었다.그날 정원에서 그자가 정말로 숨을 거두었어야 했는데.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제인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방을 빠져나왔다.머리가 목적지를 채 인식하기도 전에 내 두 발이 먼저 갈 곳을 꿰뚫고 있었다. 왕실 도서관 구석에 숨겨진 그 작은 밀실 안으로 들어서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나는 어디에나 엿듣는 귀가 도사리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나, 난 이곳이야말로 성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피난처라 확신했다. 제나와 메이, 그리고 제인이 이 방을 그토록 아끼는 데에는 필시 그럴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방은 우리가 남겨두고 떠났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탁자 위에는 책 몇 권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모퉁이에 놓인 침대 위에는 여전히 펼쳐진 채 뒹굴고 있는 왕가의 실록이 눈에 들어왔다."완벽하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완벽한 건 아무것도 없어, 미야. 우리 방에서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둘 다 똑똑히 보고 느꼈잖아. 대체 언제부터 아무나, 그것도 메이더란 같은 작자가 우리 방을 제집 드나들듯 쑤시고 다닐 수 있게 된 건데?!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우린 그게 뭔지 당장 밝혀내야 해!' 스칼렛이 마음의 고리를 통해 제 모든 좌절과 분통을 쏟아내며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책상 앞에 앉았다. 책들을 조심스럽게 치워 탁자 저편 구석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며 책을 읽을 만한 충분한 공간을 마련했다.'제인이 마음의 준비가 되면 우리에게 직접 털어놓을 거야. 게다가 지금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따로 있잖아.'스칼렛이 입속으로 무어라 웅얼거리더니 이내 침묵 속으로 잦아드는 소리가 들려왔다.녀석도 내 말이 옳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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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조건 속의 마법

사미야의 시점온몸의 모든 감각이 도망치라고, 메이더란에게서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라고 비명을 질러댔으나 난 오늘 기필코 해답을 얻어내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뒤따를 대가 따윈 어찌 되든 알 바 아니었다.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격분을 한 줄기 굳은 의지로 위장하려 애쓰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네 조건이 대체 뭐지?"그는 마치 이것이 참으로 오랜만에 겪는 가장 유쾌한 대화라도 되는 양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참 좋았겠으나 오늘 아침 제인이 보여준 그 은밀하고 위태로운 태도를 떠올려보면,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내겐 오직 단 하나의 조건뿐이다. 그날 너와 나를 위해 완벽한 계획을 마련해 두었다고 말했던 것, 기억하나?"서늘한 공포가 살갗을 타고 기어오르며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고 머릿속이 멍해질 만큼 아득해졌으나, 난 두 발을 바닥에 굳건히 딛고 허리를 곧게 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해답을 쥐기 전까진 물러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내 유일한 조건은 바로 그날 널 데려가려 했던 그곳으로 날 따라오는 것이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을 테고, 네 바람대로 함께 음악도 연주할 수 있겠지."'미야, 저 미련한 놈이랑 단둘이 은밀한 곳으로 가겠다는 게 정말 확실한 생각이야?' 스칼렛이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며 내 은밀한 불안을 고스란히 입 밖으로 내뱉었다.'우릴 어쩌지 못해. 우린 이제 루나이고,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인은 모든 걸 바로잡을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메이더란은 믿지 않지만, 제인은 믿어.'스칼렛은 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암늑대는 이미 이 고집 싸움에서 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여신께 짤막한 기도를 읊조린 뒤 완전히 입을 다물어버렸다.스칼렛이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은 녀석의 그 깊은 염려가 내 안의 경계심을 그 무엇보다 날카롭게 곤두세워 놓았다는 점이었다. 조금 전 살갗을 기어오르던 공포는 이제 피부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도를 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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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버려진 집

사미야의 시점"여기가 끝인가요, 메이더란?" 내 당혹감을 고스란히 비추며 제나가 물었다."그래. 아주 완벽하지." 메이더란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우리 셋은 세상의 온갖 풍파를 홀로 다 짊어진 듯 위태로워 보이는 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붕이 마땅히 덮여 있어야 할 자리엔 앙상한 뼈대 같은 목재 구조물만이 얹혀 있었고, 곰팡이는 무슨 조화인지 외벽을 뒤덮은 새로운 페인트가 되어 있었다. 에트라나의 국경 바로 바깥에 웅크리고 선 그 집은 제 존재를 감추기에 족할 만큼 적당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날 메이더란이 날 데려오려 했던 곳이 정녕 이곳이란 말인가?목구멍까지 쓴물이 치밀어 올랐으나 서둘러 삼켜 넘겼다. 손에 쥔 피리를 조금 더 꽉 쥐며, 애초에 내가 무슨 이유로 이 미친 짓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새겼다."어물거리다 시간 끌지 말고 어서 끝내버리죠." 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메이더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 걸었고, 우리를 향해 뒤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자라면서 내가 아는 세상이라곤 에트라나가 전부였고, 다 자란 성인이 된 지금도 아는 것이라곤 그곳뿐이었다. 줄곧 국경 변두리에 터를 잡고 살아왔으나 단 한 번도 그 경계를 넘어보려 시도한 적은 없었다. 그 바깥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나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온갖 흉흉한 가능성들이 쏟아져 나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경계 너머에는 마녀들이, 부랑 늑대들이, 그리고 에트라나의 백성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다른 늑대인간 무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생처음으로 경계를 넘어 마주한 곳이 지옥 구덩이에서 게워낸 듯 흉측한 몰골의 폐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집 안으로 들어서자 퀴퀴하고 묵은 공기가 사방을 짓눌렀고 낡은 바닥널이 삐걱거렸다. 오직 여신만이 아실 오랜 세월 동안 버려져 있던 집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 유일한 골칫거리는 자욱한 먼지뿐이었다.제나는 먼지를 이기지 못하고 팔로 코를 틀어막더니 거친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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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장: 버려진 계획들

사미야의 시점내가 한때 사랑했다고 믿었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하고 싶어 했던 그 사내가, 나와 함께 도망치길 원했었다고?숨 막히는 긴장감이 방 안의 불청객처럼 똬리를 틀더니, 먹잇감을 옭아매는 비단뱀처럼 나를 옥죄어왔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미야, 나 도저히 못 하겠어. 여기 못 있겠다고.' 스칼렛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고, 이번에는 미리 경고를 건네준 점이 고맙기는 했으나 홀로 남겨지는 상황만큼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불현듯 드레스 자락에 잡힌 자잘한 주름이 눈에 들어왔고, 서둘러 손으로 매만져 펴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소한 손짓 따위가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만들어주진 못했고, 이 대화를 서둘러 끝마치기 위해선 내가 먼저 입을 열어야 한다는 자각이 거칠게 나를 잡아당겼다.목을 가다듬었다. "그 모든 것을 다 내팽개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고? 그 권력도. 신분도. 막대한 부도. 오직 불확실한 미래 하나를 위해서? 그러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내가 네 짝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깨달았다 이거지... 참으로 편리하기도 하네, 메이더란." 빈정거림이 독처럼 목소리에서 뚝뚝 묻어 나왔다.그자에게 일말의 불쾌감조차 안겨주지 않고서 내 불편한 꼴만 구경하게 내버려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아니다. 넌 지금 단단히 오해하고 있어. 난 이미 오래전부터 떠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네가 성에서 보낸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똑똑히 보았듯, 궁정의 삶이란 겉보기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 못 되니까. 특히 나 같은 가문을 등에 업고 있다면 더더욱..." 그의 말이 우리 주변의 공간에 맴돌다 귓가에 파고들었으나, 난 그에게 위로라는 안식을 쥐여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자가 떠들기를 원했으니, 난 그저 지껄이도록 내버려 둘 작정이었다."어릴 적 너와 친구 관계를 끊고 싶었던 적도 결코 없었다. 아버지는 내가 가장 미천한 계급과 어울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고, 내 아버지는 남들이 쉬이 무시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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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장: 음악 속의 마법

사미야의 시점메이더란과의 거리를 좁히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거세게 내달렸다. "넌 결코 그런 짓을 벌이지 못해."메이더란이 조금 전까지 당당하게 두르고 있던 고통과 죄책감의 기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서늘하고 사악한 가면만이 남았다. 그의 입술이 비열한 호선을 그리며 비틀려 올라갔고 허리가 곧게 펴졌다. "너와 네 짝이 고분고분 협조하겠다고 합의할 때에만 난 결코 그런 짓을 벌이지 않을 게다. 제인이 계속해서 이성적으로 굴도록 네가 단단히 챙겨야 할 테지. 그렇다면 그놈도 아무것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메이더란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낡은 집의 허름한 구석구석을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훑어보았고, 그사이 내 머릿속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정처 없이 표류했다."그 빌어먹을 돌에 대해 만인이 알게 된다면, 너 역시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보지, 천재 양반?!""내 말을 전혀 새겨듣지 않는군, 미야. 난 이곳에서의 삶 따윈 더 이상 조금도 바라지 않는다고 이미 설명했을 텐데. 난 에트라나에서의 삶을 갈망하는 짓 따윈 진작에, 아주 오래전에 집어치웠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똑똑히 읊조렸다.메이더란의 지껄임을 들으면 들을수록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제인에게서 정확히 원하는 게 대체 뭔데?""그놈에게 직접 물어보아라. 너희 둘은 짝이지 않나. 너희의 유대가 네 생각만큼 끈질기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텐데 말이다."손가락 마디를 뚝뚝 꺾으며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메이더란의 말은 스스로 깨달은 것보다 훨씬 더 아프게 내 폐부를 찔렀다. 제인과 내가 관계에 있어 참으로 많은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정면충돌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었고 충돌이야말로 지금 내게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더 깊이 캐물을 틈도 없이, 나직하게 메아리치는 발소리가 대화를 가로막았다.피곤에 찌든 눈을 부라리며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우리의 임시 처소 안으로 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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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장: 음악 속의 마법 II

제인의 시점서재 안 내 은밀한 밀실의 사방 벽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묵직하게 나를 짓눌러왔다.메이더란 놈이야말로 내가 단명하게 될 유일한 원인이 되리라.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정성스레 매만져 두었던 머리칼을 모조리 엉망으로 헝클어뜨렸다. 하루하루 내면이 곪아 터져가는 판국에 겉모습만 번듯하게 꾸며댄들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내 늑대로서의 반쪽은 쓸모없어진 지 오래였고, 이제는 인간으로서의 반쪽마저 파멸의 구렁텅이로 처박힐 위기였다.하지만 사미야는 랄프를 위한 치료법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머릿속에서 참견하기 좋아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쳤고 난 생각보다 훨씬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난 마땅히 한 사내이자 알파여야 했거늘,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머저리나 다름없었다. 랄프를 통제하기 위해 사미야에게 끔찍한 고통을 겪게 하더니, 이제는 날 이 빌어먹을 저주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짐까지 그녀의 어깨에 떠넘겨야 한단 말인가?!그럴 수는 없었다.결코 그리 두지 않으리라.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미야를 찾아가 아르테미스의 책을 빼앗고, 그녀가 손쓰기 전에 내 손으로 직접 저주를 풀어내겠다는 짧은 계획을 세웠으나 그 계획은 떠오른 순간만큼이나 쏜살같이 산산조각 났다.백 번은 족히 귓가를 맴돌았을 메이더란의 목소리가 다시 메아리쳤고, 난 구석에 놓인 좁은 침대 위로 풀썩 무너져 내렸다. "동이 틀 때까지 메이에게 월장석에 관한 진실을 낱낱이 털어놓는다면 내 입을 굳게 닫아두지. 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친절히 널 도와 네 그 고귀하신 실책을 온 세상에 까발려 줄 테니까."그놈의 조건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금전을 원했다면 내 모든 재물을 기꺼이 내어주었을 터였다. 더 막강한 권력을 바랐다면 앞으로 선포될 모든 포고령을 제 뜻대로 주무르도록 순순히 허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메이더란이었다. 그놈은 내가 그놈을 아는 만큼이나 나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지하 감옥에 처박혔던 수모를 겪고도 그토록 손쉬운 대가를 요구할 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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