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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알파를 사로잡는 법: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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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긴장과 문신

제인의 시점또다시 이성을 잃고 말았다. 가장 끔찍한 것은 하필 사미야의 눈앞에서 다시 통제력을 놓쳐버렸다는 사실이었다.비록 메이더란을 반죽음이 되도록 두들겨 팬 순간의 짜릿함은 일생에 다시없을 경험이었으나, 사미야의 넋 나간 눈빛을 마주하자 내 안에 남아있던 일말의 자부심조차 산산조각이 났다.내가 망쳐버렸다. 또다시.사미야와 이 일,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가늠하며, 눈앞에 널브러진 오물을 치우러 감마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 몸은 굳어 있었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내 시선은 매처럼 메이더란의 처참한 몰골에만 꽂혀 있었다.피에 굶주린 짐승처럼 분노가 내 안에서 울부짖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만큼이나 강력한 감정이 내 안을 맴돌며 나를 붙들어주고 있었다—얼음장 같은 후회였다. 그것은 나를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고, 메이더란을 내치자고 간청하던 사미야의 모습을 끊임없이 되감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가 끝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던 모습까지도. 그 개자식이 감히 내 성 안에서 수작을 부릴 만큼 대담하리라곤 믿지 않았던 오만함 탓에 듣지 않았다. 내가 무력했기 때문에 듣지 못했다.지독히도 무력했으니까.난 눈앞의 얼간이와 나를 묶어둔 비밀들에 얽매인 가련한 노예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아니었다.긴장을 조금이라도 털어내야 했기에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꽉 쥐어짜며 요동치는 심장 박동을 억지로 다잡았다."나중에 추가 지침을 내리겠다. 지금은 그 누구의 면회도 절대 허락하지 마라." 감마들이 내 베타를 끌고 가기 전 명을 내렸다.이제 메이더란도 사라졌으니 내겐 핑곗거리조차 없었다. 내 안의 악마를 마주할 시간이었다. 아니, 이번만큼은 내 천사를 마주할 시간이었다.내면의 모든 것이 돌아보지 말라고 소리쳤음에도 다시 사미야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마주한 순간 또 다른 후회의 파도가 엄습하며 등골을 서늘하게 훑고 내려갔다. 사미야의 얼굴에는 거장의 화려한 붓질을 기다리는 새하얀 캔버스처럼 그 어떤 감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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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기대 이하와 기대 이상

사미야의 시점온몸이 굳어지며 팔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그에게 다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메이더란의 개입과 함께 그 초록빛 일기장을 숨겨둔 것만으로도 이미 그를 철저히 속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조금 전까지 만끽하던 달콤한 공기는 순식간에 다른 무언가로 뒤바뀌고 있었다. 우리 주변의 숨통을 틀어막을 듯한 숨 막히는 기운으로.나는 마른침을 삼켰다."최근에... 정확히는 우리 결합식 직전에 여신의 축복으로 우연히 얻게 된 표식이에요. 이제야 보셨다니 조금 의외네요." 우리를 둘러싼 어색함을 가리기엔 턱없이 역부족인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그 표식이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서 그랬을 뿐이다. 그리고 네 말이 맞아. 제 짝의 몸을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지 못하는 짝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그가 대꾸했으나, 같은 방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제인의 목소리는 아득하게 멀게만 들렸다. 마치 광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처럼.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을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제인을 돌아보았으나, 놀랍게도 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내가 이제부터는 방식을 좀 바꿔야 할 때가 된 모양이군." 그가 헛기침을 한 뒤 덧붙였다.나 역시 터져 나오려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제인과 나 사이에 이런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우리에게 허락된 이 사소한 기쁨의 편린들을 뼈속까지 움켜쥐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제인은 침대 위에 오일을 내려놓고 일어서더니,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 내 허리에 손을 얹었다. 맨살에 닿는 그의 손길에 오직 짝들만이 서로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전율이 번져와 나도 모르게 숨을 헐떡였다. 어찌 이런 감각을 까맣게 잊고 살 수 있었단 말인가?"이번 순서를 위해 침대에 누워주었으면 좋겠구나." 제인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부드럽게 내 몸을 침대 쪽으로 돌려세우며 설명했다.그의 눈빛에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었고, 내 발목이 침대 틀에 닿아 제인이 조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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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괴물이 아니야

제인의 시점내 손이 굳어버렸다. 아무리 손을 움직이려 애쓰고, 무언가 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 있을 뿐이었다.내가 약간의 통제권을 내려놓고 사미야를 안으로 들이겠다고 말했을 때, 결코 이런 뜻이 아니었음은 여신께서도 아실 터였다. 내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여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고 싶었을 뿐이지, 제 앞가림조차 못 하는 한심한 어린애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사미야가 내 밑에서 몸을 뒤척였을 때에야 비로소 내 손은 잃어버렸던 움직임을 되찾았다.사미야가 일어나 침대 위에 단정히 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손은 무릎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진심인가요?"그것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우리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는 동안 내 입술은 굳게 맞물려 있었는데, 조금 전의 손처럼 입이 기능을 잊어버려서가 아니라 내가 최선의 방식으로 처신하고 있는지 확인해 줄 일종의 신호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늑대와의 교감이 끊어진 상태에서 내 알파로서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온 신경을 곤두세워 귀를 기울였으나, 사미야의 심장 박동은 단 한 순간도 요동치지 않았다. 잔잔한 시냇물이 일정한 박자로 흐르듯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녀의 눈을 뜯어보아도 호기심과 어쩌면 한 조각의 놀라움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요한 순간이 흐르고 또 다른 순간이 지나갔으나, 그 어떤 변화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난 억지로 입을 열었다."그래, 진심이다. 내가 답을 알아야 할 질문은 네가 정말로 그것을 원하느냐는 것이지. 그 누구도 괴물을 짝으로 맞이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을 테고, 오늘 메이더란을 상대로 내가 보인 모습이나... 지난번 그날 내가... 내가—"사미야의 손이 내 턱을 감싸 쥐며 내리깔려 있던 내 시선을 다시 자신의 얼굴로 이끌었고, 이번에는 그녀를 찬찬히 뜯어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완전히 허를 찔리고 말았다."당신은 괴물이 아니에요. 당신도, 랄프도, 둘 다 결코 괴물이 아니라고요. 설령 당신이 괴수 알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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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새로운 맹세를 기리며

사미야의 시점제인이 이렇게까지 무방비하고, 모든 것을 드러내며,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젖힌 모습을 난생처음 보았고, 이 절호의 기회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었고, 이 순간이 건네는 모든 선물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가 대체 무슨 여인이란 말인가?침묵의 일 분이 흐르고, 또 다른 일 분이 지나갔다. 그동안 제인의 눈빛은 마치 초상화를 그리기 직전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화가처럼 내 이목구비 구석구석을 뜯어보고 있었다. 그동안 제인의 시선은 방 안의 무의미한 물건들을 헤매다 다시 내게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그의 처절한 사투가 고스란히 보였다. 그는 싸우고 있었고, 난 그가 그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손을 잡고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우리는 함께 승리할 터였다."조심스러운 걸음마부터예요, 제인. 지금 당장 털어놓지 않아도 괜찮아요. 난... 난 그저 당신이 내게 무엇이든 말해도 좋다는 걸 알아주길 바랄 뿐이에요." 제인을 그를 가둔 정신의 새장에서 끄집어낼 좋은 방도를 떠올리기 위해 잠시 말을 멈추었고, 첫 번째 묘안이 스치는 순간 잽싸게 그것을 붙들었다. "난 당신의 짝이고, 철자를 조금만 이리저리 바꾸어보면 팀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지죠. 우린 이제 한 팀이에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철자를 조금 더 주무르면 고기라는 단어도 나오지. 내가 네 먹잇감이기도 한 건가?" 제인의 짓궂은 대꾸가 정곡을 찔렀고, 그 말속에 일렁이는 노골적인 유혹의 뉘앙스를 놓칠 리 없었다.아직 알몸인 상태라는 것을 온전히 의식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침대에 다시 등을 기댔다. "물론이죠, 그것도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어요. 조금 더 장난을 치며 길들임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이 방에 있는 우리 둘 중 하나는 분명 길들여질 필요가 있는 게 확실해요, 제인... 그리고 그건 내가 아니죠."제인의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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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그의 일기

제인의 시점사미야의 눈이 번개를 맞은 짐승처럼 번뜩이며 크게 뜨였다.그녀의 심장은 난생처음 들어볼 만큼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숨결은 가쁘고 얕게 턱턱 끊겨 나왔다. 충동적으로 책을 침대 구석으로 내던지고 사미야의 손을 감싸 쥐며,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괜찮다, 사미야. 괜찮아. 넌 안전해. 내가 여기 있으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공황에 빠진 상태에서 사미야는 나를 돌아보았고, 눈을 여전히 크게 뜬 채 내 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넌 안전해, 알겠지? 넌 안전하다." 그 말을 거듭 되뇌었고, 사미야가 온전해질 수만 있다면 이 말들을 신성한 성가로 바꾸어 부를 각오마저 되어 있었다.짧은 시간 동안 사미야와 나는 그렇게 머물렀고, 마침내 그녀는 평정을 되찾았다.여전히 손을 놓아주기가 두려워 조심스레 물었다. "이제 좀 나아졌나?""다 나았어요." 사미야가 내 손에서 제 손을 빼내며 대답했다."나쁜 일 따윈 일어나지 않을 거다, 빨간 머리. 우리는 전통과 늑대인간의 규율에 따른 짝이다. 여신께서 이 결합을 축복하셨으니, 그 누가 끼어들어 우리의 관계를 망치려 든다면 내 결코 좌시하지 않을 테다. 난 이 땅에서 가장 강력한 무리의 알파이며, 시조든 그 누구든 감히 내게서 내 짝을 빼앗아 갈 수는 없을 테니까." 내 맹세에 가슴이 확신으로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이보다 더 진실한 말을 입에 올려본 적이 없었고, 이번 생에서 아르테미스가 누구로 태어났든 그자를 막아서기 위해 손에 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사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을 믿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을게요... 헬레네의 기억을 되찾기 시작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요. 우린 잘 해낼 거예요. 우린 괜찮아요."침대 구석의 책을 다시 집어 들며 미소를 지었다. 사미야를 내 세상 안으로 들여놓을 것이며, 그녀의 매혹적인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내 곁에 지켜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참이었다.책을 펼쳐 첫 장을 넘기던 바로 그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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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유대와 상처

사미야의 시점랄프와 나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서로의 시선이 얽혀든 채, 그 누구도 먼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침대에 그대로 걸터앉아 랄프를 똑바로 응시하며, 이 난처한 딜레마를 해결할 여러 가지 방도를 머릿속으로 헤아렸다. 은 탄환과 차를 가져오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갈 수도 있었으나, 그것은 랄프를 홀로 남겨두는 것을 뜻했고, 랄프를 혼자 두는 것은 끔찍한 학살극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슈젠 님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그 노부인에게 나 스스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어쩌면 내 자존심이 이성을 가려버린 것일지도 몰랐으나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옳게 느껴졌기에, 그 선택지 역시 완전히 지워버렸다."미야, 저 녀석은 우릴 해치지 않을 거야." 머릿속에 울려 퍼진 스칼렛의 목소리가 랄프와의 소리 없는 신경전에서 나를 끄집어냈다.그리고 마치 랄프 역시 전혀 다른 내면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는 듯, 녀석은 뒷다리를 굽혀 주저앉더니 고개를 살며시 숙여 내 허벅지 위에 주둥이를 얹었다."거봐?"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 늑대의 진홍빛 눈동자를 다시금 들여다보았다.핏빛으로 일렁이는 눈동자를 마주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랄프의 낑낑거림을 듣고 있자니, 가련한 늑대를 향한 연민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적인 은빛 새장에 갇혀 있거나, 은의 독성에 의해 이 세상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처지. 이 불쌍한 야수는 그 어떤 잘못도 저지른 적이 없었다. 그는 이 비극의 순수한 피해자였다.녀석의 털을 쓸어 넘기며 나직이 속삭였다. "괜찮아, 랄프. 다 괜찮아."거대한 늑대는 내 손길에 제 몸을 한층 더 바짝 부벼왔고, 내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상황을 온전히 통제하고 있었고, 제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꺼이 녀석과 이렇게 함께 머무를 생각이었다. 제인과 랄프 둘 모두에게 그들에게 절실한 자비를 베풀어줄 참이었다."미야, 난 너와 스칼렛 곁에 온전히 머물고 싶어. 널 지켜주고 네게 어울리는 진정한 짝이 되고 싶지, 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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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서열과 성별의 역할

제인의 시점몸을 굽혀 침대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이 방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아무리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애써도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내게 닥친 유일한 문제는 사미야에게 입힐 옷을 구하는 일이었다. 그녀 역시 변신하여 랄프의 품에 안겨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눈을 떴을 당시의 자세가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랄프는 흉포한 야수였지, 누군가를 다정하게 품어줄 녀석이 결코 아니었으니까.사미야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은 옷을 꺼내 들며 속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 정도면 방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할 것 같군."사미야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좋아, 내 안목이 그리 훌륭하지 못했던 모양이다."드레스가 더 좋겠지? 당연히 드레스를 원하겠지. 그 어떤 여인도 사내들의 칙칙한 옷 따위를 억지로 입어서는 안 되지, 특히 루나라면 더더욱." 머릿속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헤아리며 혼잣말을 웅얼거렸다.사미야가 내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당신 옷을 입는 건 전혀 상관없어요.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방으로 돌아간다'는 그 사소한 부분이에요. 나도 의회 회의에 함께 참석하는 것 아니었나요?""아."사미야를 위해 꺼내둔 옷을 침대에 내려놓고, 서둘러 내가 입을 옷가지를 건져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네가 처리해야 할 다른 공무들이 있거든... 뭐라 말해야 할까? 음... 루나에게 더 어울리면서도, 그만큼이나 동등하게 중요한 일들 말이다.에트라나의 루나로서 백성들 앞에 나아가 연설을 하는 일도 있고, 넌 아직 그것을 하지 않았지. 또 나처럼 네게도 오른팔이 필요할 테니 네 오른팔을 직접 간택하는 일도 있다. 영토 안에서 더 많은 발전이나 추가 지원이 필요한 구역들을 파악해 두는 일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도 있겠다만, 그건 백성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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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창녀-루나

사미야의 시점내게 넘쳐나는 이 자유로운 시간을 두고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그리하여 난 제나를 부르고 성 안의 하녀 몇 명을 대동하여 먹을거리들을 챙기도록 했다. 이제 에트라나의 루나로서 무리의 백성들에게 다시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된 것이다.우리의 첫 행선지는 거대한 시장 광장이었다. 그곳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기 싫어했던 장소였고, 공개적으로 치욕을 당했던 그날 이후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수없이 스스로를 다독였음에도, 공포는 여전히 내 곁을 맴돌며 끊임없이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이 행차를 완전히 취소해 버렸을 것이라 맹세할 수 있었으나, 내 유일한 실수는 바로 제나를 데려온 것이었다.그녀는 지독할 정도로 끈질겼다."사람들에게 루나 님이 그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주고 싶다면 시장 광장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시작점이에요.""생각해 보세요, 루나 님. 그곳은 온갖 서열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거예요. 소식을 널리 퍼뜨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죠. 풍문과 소식지들, 그리고 입소문이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갈지 눈에 선하네요. 루나 님이 얼마나 자애로운 분인지 금세 소문이 자자해질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건 바로 그 신속함이니까요.""게다가 선물까지 챙기셨잖아요. 그걸 나누어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어디 있겠어요, 루나 사미야 님?"제나의 제안은 이 초마다 쏟아져 나왔고, 이쯤 되니 마음만 먹는다면 그 잔소리로 노래 한 곡을 지어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내가 그녀를 묵과해 준 유일한 이유는 하녀들이 다른 마차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녀의 끊임없는 잔소리가 내가 느끼는 공포로부터 주의를 돌려주었기 때문이었으며, 인정하기 싫지만 난 제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갖 비밀주의와 지나치게 빠르게 놀려대는 그 주둥이에도 불구하고, 난 그녀를 신뢰하고 있었다.제나는 필요할 때 상황을 어떻게 주물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궁정에 머무는 동안 나 역시 그 기술을 터득하거나 적어도 그 기술을 지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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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그녀를 위해 싸우다 I

제인의 시점성 안을 거니는 내 발걸음에는 은근한 경쾌함이 실려 있었다.메이는 내가 제나를 새로운 베타로 임명한 것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난 그것을 그녀의 무언의 승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이 사미야를 흡족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원로들의 경우 처음에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으나, 몇 가지 명백한 사실들을 짚어주자 모두 내 결정에 타당성이 있음을 납득했다. 그리고 내 자신으로 말하자면, 메이더란이 없는 삶이 이토록 나쁘지 않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훨씬 더 일찍 그자를 지하 감옥에 처넣었을 터였다.오늘만큼은 하늘의 별들이 온전히 내 편에 서 있었고, 수년의 세월이 흐른 끝에 여신께서 마침내 내게 미소를 지어주기로 결심하셨음이 분명했다.방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은 사미야의 뒷모습이었다.그녀는 검은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붉은 머리칼은 허리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동이 틀 때까지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는 것 외에는 세상 그 무엇도 바랄 것이 없었다.한 걸음 내딛으며 방 안으로 들어서 등 뒤로 문을 닫았으나, 사미야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거나, 내 존재 자체를 아예 의식하고 싶지 않다는 듯 한자리에 우두커니 멈추어 서 있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에스메랄다 이후로 여인이 내게 언짢아하는 일 따위로 속을 끓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나, 난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할 최선의 방도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등 뒤로 두 손을 맞잡고 앞으로 걸어가며 스스로를 잠재적인 전쟁터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바로 등 뒤에 바짝 다가서서야 겨우 입을 열 용기가 났다. "좋은 저녁이다, 사미야. 나... 음... 오늘 아침에 우리가 다툰 것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를 떠나야만 했던 것도 미안해... 난 그저—"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그녀가 찻잔 하나를 손에 든 채 홱 돌아섰다. 그것은 내 차였다. 나의 샬라짓 차.그녀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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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장: 유리집

사미야의 시점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말들이 입술 밖으로 쏟아져 나와 버렸다.내면 깊은 곳에서 그 말들을 주워 담고 내가 처한 이 모든 상황의 흐름을 뒤바꾸라 애원하는 은밀한 외침이 들려왔으나, 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난 파멸이라는 이름의 유리 온실 속에 홀로 갇힌 채, 제인이 그 안으로 들어서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시선은 제인이 조심스레 힘주어 감싸 쥐고 있는 손으로 떨어졌다. 시장 광장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에 선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그 어두운 생각들은 대체 무엇일까?날 이해하고 위로하려 애쓸까?실망하게 될까?루나를 잘못 골랐다고 후회하게 될까?마지막 생각 하나만으로도 가슴을 후벼 파는 통증이 번져왔다. 난 충분히 고통을 겪어냈다고 믿었으나 명백한 착각이었다. 과거를 다 극복했다고 믿었으나 오산이었다. 오늘 시장 광장에서 벌어진 일은 내가 얼마나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는지를 똑똑히 일깨워주었고, 제인이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입을 열어달라 애원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결국 내가 이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나 있는 존재인지 회의감마저 들었다.야속한 눈물 한 방울이 또다시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도망치고 싶다는, 숨어버리고 싶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압도적인 충동이 온몸을 휘감았다. 안타깝게도 내겐 그 어떤 소망도 실행에 옮길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숨을 쉬며 살아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난 그저 멍하니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난 널 사랑하고 존중한다, 사미야... 그리고 네가 바라는 방식으로,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방식으로 널 사랑하고 존중해 주고 싶구나." 제인의 목소리가 내 유리벽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나의 비좁은 피난처 안에 울려 퍼졌다.마지못해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당신이 그걸 진정으로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인...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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