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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알파를 사로잡는 법: Kabanata 61 - Kabanata 70

113 Kabanata

제61장: 그녀를 무너뜨리다

제인의 시점사미야는 지난 며칠 동안 눈에 띄게 유순해졌으나, 정작 본인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초록빛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사그라들었고, 내가 어느덧 익숙해져 있던 그 날카로운 독기 또한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한층 더 다듬어져 보였다. 왕족의 삶에 더없이 어울리는 자태였다. 무리의 백성들과 메이가 더없이 흡족해할 만한 틀에 완벽히 들어맞도록 빚어진 모습이었다. 젠장! 다른 어떤 알파였더라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을 터였다.하지만 나는 아니었다.어쩌면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모든 상황이 그토록 끔찍하게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내가 그녀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조차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그녀를 내게서 밀어내는 미래 따윈 그 어떤 현실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으나, 그녀가 내게 다가올수록 더 거대한 위험에 그녀를 노출시키게 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괴물에게 얽매여 버린 여인, 그녀가 곁에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조차 없는 그런 괴물에게.지금 그녀를 응시하고 있자니,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랄프의 에너지가 한낮의 바다 물결처럼 잔잔한 파동을 그리며 맴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고요가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그릇된 판단이나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발만으로도, 지난날 사미야가 목격했던 그 괴물을 얼마든지 다시 불러낼 수 있었으니까.이 문제를 더 이상 곱씹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사미야의 손길에 몸을 더 깊이 기댄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왕국 전체의 정무를 이끄는 데서 오는 단순한 피로일 뿐이다." 목소리를 가능한 한 단단히 가다듬고 내 생각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뻔뻔하게 새빨간 거짓말을 내뱉었다.그녀의 눈빛은 무언가 더 있을 것이라는 듯, 어쩌면 또 다른 폭로라도 기다리듯 내 눈을 뜯어보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왕국과 우리 둘 모두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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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그를 믿는다는 것

사미야의 시점이것이야말로 내가 평생토록 갈망해 온 모든 것이었으나, 어째서인지, 그리고 어떤 뒤틀린 방식으로 인해 애초의 시작점보다 오히려 그것에서 훨씬 더 멀어져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제인의 침대에 걸터앉아 있자니 머릿속은 회의실에서 나눈 대화로 자꾸만 되돌아갔다. 그 늑대인간은 대화가 이어지는 내내 내 쪽을 돌아보려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는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건만, 마치 아득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내 불편함의 원흉이라도 되는 양 손아귀에 쥔 침대 시트를 온갖 방향으로 쥐어짜고 비틀어대다, 가쁜 숨을 밖으로 뱉어냈다.눈물이 차올라 시야를 흐려놓았고, 귓가를 때리는 핏줄의 고동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 요란했다.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쓸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순간이야말로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졌어야 할 순간이었다. 난 루나라는 칭호를 얻었다. 알파와 결합을 맺었다. 그리고 마침내 더 나은 신분을—가장 드높은 신분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이곳의 그 누구도 내게 어떤 것 하나 믿고 맡기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메이더란에게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할 수 없었고, 내 늑대와 나는 며칠째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졌고, 폐부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소리는 반은 분노요, 반은 절망이었다.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시야가 흐려져 몸을 똑바로 가눌 힘조차 잃어버릴 때까지, 그 날것의 거친 비명이 귓가에 맴돌았다.침대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은 채 머릿속의 목소리들이 잦아들 때까지 조용히 흐느꼈다.적어도 모든 목소리가 멎었다고 생각했다."미야, 정신 차려." 마음의 고리를 통해 스칼렛이 속삭였다.뺨에 흐른 눈물을 훔쳐내며 머릿속을 맴도는 둔탁한 두통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살아는 있었네."녀석이 대답하기 전 눈을 굴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원래 강한 쪽은 네 몫이잖아, 사미야. 내가 알기론 우리 둘의 배는 그렇게 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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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굴복과 통제

제인의 시점그녀는 내게 말 한마디조차 건네려 하지 않았다.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분명 들었음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은밀하게 들어올 생각도 없었거니와, 설령 그랬다 한들 우리 늑대인간 특유의 발달된 청력과 우리가 공유하게 된 새로운 유대가 존재했으니까.양옆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다렸다. 사미야가 자신의 알파이자, 자신의 짝이며, 자신의 제인인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만을 기다렸다.모든 것을 바로잡고 우리의 삶을 한 편의 행복한 동화로 바꾸어놓고 싶다는 내 마음은 여신께서도 아실 터였지만, 솔직히 말해 난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난 단순히 내 늑대와 나 자신 사이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내 늑대, 그리고 "의무"라는 신성한 이름 뒤에 가려진 위험천만한 비밀들, 그리고 나 자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사투 속에 갇혀 있었다.이 망할 놈의 싸움이 나를 사미야에게서 떼어놓고 있었고, 가장 끔찍한 것은 내가 이 싸움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왔어요, 제인."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절묘하게 뒤섞인 목소리가 나를 단숨에 생각 속에서 끄집어내어 내 빨간 머리 여인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얼굴 위로 번진 검은 화장 자국이 비뚤비뚤한 선을 그리며, 그녀가 울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거대한 죄책감이 덮쳐왔고, 그 충격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두 발을 바닥에 한층 더 단단히 딛고 버텨야만 했다.회의실에 머물렀던 시간은 그저 가면극에 불과했고, 어쩌면 완충 지대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른다. 사미야가 회의실에 나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을 때, 그녀에게 달려가 그 초록빛 눈동자나 아찔한 바닐라 향에 넋을 잃고 빠져들고 싶은 모든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 알파로서, 특히 나처럼 벅찬 짐을 짊어진 알파로서는 결코 온당치 못한 처신이었기에 난 그저 기다렸다. 내 안의 모든 것과 싸우며, 내 늑대를 포함해 의무를 저버릴 각오까지 한 채 의자의 나무 팔걸이에 발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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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옛 벗과의 재회

사미야의 시점내가 새롭게 꾸며낸 태도를 향한 제인의 의심은 대낮처럼 명백했다.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시선이 따라붙었으나, 난 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발이 허락하는 한 빠르게 움직여 방금 전 무너져 내렸던 흔적들을 말끔히 지워냈다. 제인에게라면 이런 모습을 보여도 괜찮았지만, 슈젠 님은 전혀 다른 상대였다. 그녀는 원칙, 예의, 규율, 그리고 지혜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었고, 내가 그녀의 제자가 되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했다... 적어도 가능한 한 그 모습에 가까워져야만 했다.거울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완벽에 가까워졌는지 확인한 뒤 스스로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족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거울 앞에서 물러나 내 짝을 향해 다가갔다.발끝을 세워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뒤로 물러섰다. "나중에 봐요, 제인. 당신도 좀 쉬는 게 좋겠어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요."그의 눈빛이 누그러졌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얼굴에서 의심이 걷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마, 고맙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진 말거라, 빨간 머리."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새로운 과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슈젠 님을 뵈러 가는 길이었다.방에서 꽤 멀어지고 나서야 제인이 정말로 내 말을 믿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한 말들이 그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가 내 마음을 읽어내어 내가 이 일을 어디로 끌고 갈지, 다음에 무엇을 할 계획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그럴 리 없어.'그 한마디가 머릿속 전면에 떠오르며 내 짝을 온전히 믿도록 마음을 다잡아주었다. 게다가 만약 그랬더라면 방금 전 나눈 대화가 두 배는 더 길어졌을 터였다.성 안의 복도를 몇 차례 더 돌아 마침내 왕실 도서관에 도착했고, 스칼렛과 함께 슈젠 님을 위해 준비해 둔 말들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하지만 슈젠 님은 지혜로운 만큼이나 속을 헤아리기 힘든 분이었다.강력한 기운이 허공을 맴돌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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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스승과 제자

메이 슈젠 님의 시점우리의 사소한 수싸움에서 내가 승리했고, 그 작은 짜릿함에 가슴이 팽팽하게 조여들었음에도 이따위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서둘러 스스로를 다잡았다.가끔은 사미야가 내 젊은 시절에 살아있었더라면, 혹은 적어도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우리가 둘도 없는 친우가 되었을까 궁금해지곤 했다. 그 젊은 여인은 내 젊은 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것은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경이로운 일이었다. 난 사미야만큼이나 매혹적인 모순 덩어리를 만난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제인이 온전한 진실을 알기도 전에 그녀에게 빠져버렸던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그 아이는 오늘 나를 감탄시킬 뻔했으나, 그것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인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그녀는 진정한 슈젠 가문의 일원다운 태도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저 조금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을 뿐이었다.안경을 고쳐 쓰며 눈가의 긴장을 조금 풀고 방 안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사미야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굳어 있었고, 제나는 차오르는 기쁨을 억누르느라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미야가 마침내 말문을 틔우기까지 거의 보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것만 같았다. "걱정 마세요, 슈젠 님. 제나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그리고 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기꺼이 사미야에게 가르쳐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메이." 제나가 꽤나 성급하게 대답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고스란히 묻어났다.두 손을 마주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구나. 우리 모두 서로의 뜻을 잘 이해한 모양이다."제나의 바로 앞에 놓인 탁자로 걸어가 고대 문양이 새겨진 특정한 짙은 녹색 책을 찾아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책 표지의 익숙한 문양을 더듬어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난 그것이 줄곧 숨겨져 있던 자리에서 재빨리 꺼내 들었다.지난 세월 동안 난 아르테미스 1세의 일기들을, 특히 헬레네에 관한 기록들을 보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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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나의 선택?

사미야의 시점슈젠 님과 제나의 대화를 엿듣고 싶다는 압도적인 충동이 나를 집어삼켰고, 그 충동과 맞서 싸울 의지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하지만 내겐 스칼렛이 있었고, 스칼렛은 우리 중 누구라도 계획을 망쳐놓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녀석이었다.그리하여 이어진 고통스러운 몇 분 동안, 난 슈젠 님이 건네준 책을 손가락이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쥔 채 제자리를 지켰고, 스칼렛의 달래는 목소리를 닻 삼아 스스로를 붙들어두었다.제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엄밀히 말해 베타 가문의 일원이었으나 동시에 그들을 증오했다. 그 누구보다 먼저 제인의 과제들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었고, 이제는 그녀가 슈젠 님의 제자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심지어 그 늑대인간은 감히 그녀를 메이라고 부르는 뻔뻔함까지 지니고 있었다. 난 오직 제인만이 그녀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방금 목격한 기이한 광경을 곱씹을수록 소외감은 더욱 깊어졌다.내가 과연 진정으로 슈젠 가문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새 책을 가슴에 더 바짝 끌어안자 스칼렛의 목소리는 점차 잦아들었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서성일수록 내 새로운 스승과 시고모가 숨어 있는 그 방문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점이었다.스칼렛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게 울려 퍼져도 멈출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운명은 내가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것을 막아주었다.금기를 범하기 직전 문이 벌컥 열렸고, 난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제나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슈젠 님이 따랐다.발걸음을 최대한 단단히 딛고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그 미소에 화답해 준 것은 오직 제나뿐이었다."우리 함께 해낼 일들이 정말 많아요, 루나 님." 제나가 눈을 환희로 반짝이며 활짝 웃었다."분명 그렇겠지." 나는 목이 메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꾸했다.우리 사이의 공기는 어색함으로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슈젠 님의 찌푸린 얼굴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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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비밀, 비밀, 그리고 또 다른 비밀들

사미야의 시점거칠게 굴던 제나는 온데간데없고,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종잡을 수 없는 신비로운 제나였다.이런 순간에는 오히려 성가실 정도로 발랄하던 예전의 제나가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적어도 그때의 녀석은 속을 읽기 쉬웠고 통제하기도 한결 수월했으니까.제나는 마음만 먹었다면 나를 얼마든지 협박할 수도 있었다. 내게 그 아이에게 진 빚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내게 모든 주도권을 순순히 넘겨준 것이 영리한 처신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도대체 제나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손가락 두 개를 허공으로 치켜들어 경비병들에게 경계를 풀라는 신호를 보낸 뒤, 제나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좋아, 이야기해."제나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내밀며 무언의 간청을 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녀가 먼저 앞장서서 걷도록 내버려 두었다. 새로운 신분과 그것이 지닌 무게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제나가 슈젠 님과 얼마나 격의 없이 지내는지 목격하고 나니 내가 쥐고 있다고 믿었던 권력에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내가 과제들에서 승리하도록 그토록 애를 썼던 녀석인데, 이제 와서 판을 망치려 들 리는 없지 않은가?악마 그 자체와 손을 잡기로 맹세한 것인지도 모른 채 묵묵히 제나의 뒤를 따랐다. 내 방식대로 일을 밀어붙이는 것을 끔찍이 사랑했지만, 스칼렛과 나 모두 명백히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까.이 성에 오래 머물수록 우리는 그 어떤 진실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본성에 어긋날지라도 굴복하는 것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판을 뒤바꿀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는 그 빌어먹을 규칙들을 따르는 것만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일 때가 있으니까.제나는 나를 성 밖으로, 성 정원에서 조금 더 벗어난 외딴곳으로 이끌었다.마침내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었을 때,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녀석이 내게 털어놓을지도 모를 말들에 마음의 준비를 갖추었다.그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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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장: 오래된 일기

사미야의 시점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우리 둘 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고 공격적인 천민처럼 답을 캐묻지도 않는 완벽한 루나가 되라는 회유를 받더니, 또 다른 순간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파를 내 것으로 만들고 메이더란이 내게 저지른 짓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계획을 품고 이 성에 들어섰던 그때의 사미야를 다시 끄집어내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다만 이제는 내가 원하던 것을 손에 쥔 듯했고, 그 단순했던 계획은 훨씬 덜 단순해 보였다.한숨을 내쉬며 눈에 띄는 가장 가까운 벤치에 걸터앉았다.스무 번째는 족히 되었을 시선으로 성벽을 올려다보다가, 슈젠 님이 친절히도 내게 하사하신 책으로 다시 눈길을 떨구었다."사미야, 이런 야외에서 책을 읽는 게 정말 최선일까? 슈젠 님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하셨잖아... 여기서 읽는 건 위험할 수도 있어.""그 빌어먹을 책을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우리 방으로 가져갔다가, 너도 알고 나도 알다시피 내가 대답조차 못 할 온갖 질문을 제인에게 받는 것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스칼렛. 게다가 제나가 우릴 여기로 데리고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 장소가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 아니겠어?"이어진 몇 순간 동안 머릿속에는 스칼렛의 침묵만이 메아리쳤고,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논쟁에서 이겼음을 확신하기에 충분했다.책장을 넘기며 스스로를 다잡았다.이 책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었고, 어쩌면 내게 나아갈 방향을 조금이나마 제시해 주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마침내 깨닫게 해줄지도 몰랐다. 동시에, 지금까지 내가 알아온 모든 것들이 거대한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결론으로 나를 이끌 수도 있었다. 후자 쪽은 그리 기대하고 싶은 바가 아니었다.귓가에서 심장 박동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아무리 멈추려 애써도 가라앉지 않았다. 근처의 경비병이 위험할 정도로 빠른 심장 박동을 듣고 침입자라도 나타난 줄 아는 꼴만큼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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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루나를 위한 책무

제인의 시점사미야가 자리를 비운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두 번의 회의에 참석하고, 성 주변을 여유롭게 거닐다 우리 방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내 빨간 머리 여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호기심에 방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배치된 경비병들에게 물어보았고, 그들 역시 그녀가 오늘 훨씬 이른 시간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다.발걸음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정신을 차렸을 땐 왕실 도서관 안에서 혹여 사미야를 마주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비밀들이 여전히 온전히 묻혀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그 광활한 공간을 무심하게 서성이고 있었다.난 사미야를 사랑했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여신께서도 아실 터였고, 언젠가 사미야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 유일한 길은 오직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내 비밀들을 숨겨두는 것뿐임을 여신과 나 모두 잘 알고 있었다.등 뒤로 가벼운 발소리가 메아리쳤고, 온전한 알파로 자라나기 위해 거쳤던 혹독한 훈련들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터였다. 재빨리 몸을 돌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몇 마일 밖에서도 고모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아시잖아요, 메이. 이제 고모의 평소 속임수에 넘어가기엔 제가 나이를 제법 먹지 않았나요?"가벼운 농담이나 비아냥거리는 대꾸가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메이 고모의 입술은 얇은 선을 그리고 있었고, 그녀는 불안하거나 벅차오를 때, 혹은 신경이 곤두섰을 때마다 늘 하던 그 기묘하게 눈을 가늘게 뜨는 버릇을 보이고 있었다. 글쎄, 내 고모는 표정이 다채로운 여인이 결코 아니었다.마른침을 삼키며 바닥에 발을 굳게 딛고 고개를 조금 더 높이 치켜들었다."이번엔 또 무슨 문제인가요, 메이?"메이 고모가 내 바로 앞에 와 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비록 나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작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덜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메이 같은 여인만이 풍길 수 있는 기세였다. 어쨌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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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과거의 짝과 미래의 짝

사미야의 시점"루나, 당신이 왕실에서의 귀한 시간을 이런 식으로 허비하고 계실 줄은 미처 몰랐군요." 특유의 빈정거리는 어조로 메이더란이 한마디를 얹었고, 그 목소리는 내가 겪고 있던 충격의 여파를 단숨에 쓸어내 버렸다."그럼 내가 내 시간을 대체 어떻게 보내길 바랐던 건데, 메이더란?" 눈을 굴리며 쏘아붙였다.그 불청객은 대답을 건네기 전 제법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메이더란은 재빠른 동작으로 벤치 위 내 곁에 걸터앉더니,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글쎄, 돈으로 살 수 있는 온갖 드레스와 보석들을 이것저것 걸쳐보며 돌아다닐 줄 알았지. 이제 그런 것쯤은 넘쳐나도록 쥐고 있다는 걸 알 테니까. 아니면 영지를 활보하며 마침내 에트라나의 요부가 아닌 에트라나의 루나로서 백성들에게 거들먹거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손에 쥔 권력을 좋은 일에 써보려 애쓰기라도 하든가? 난 잘 모르겠으니 당신이 직접 말해보지 그래, 미야?"미야.내뱉는 모든 말들이 하나같이 모욕에 지나지 않으면서, 어찌 저토록 부드럽고 다정한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그가 내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어린 시절 그가 나를 부르던 방식을 떠올리게 했다. 내 안에서 한 줄기 온기나 애정의 편린이라도 남아있는지 더듬어보았으나, 마주한 것은 오직 차디찬 무관심의 벽뿐이었다.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손에 쥔 책을 덮었다. "루나 사미야, 아니면 그냥 루나라고 불러, 메이더란. 똑바로 호칭해."곁눈질로 그가 항복하듯 두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좋습니다, 루나 사미야. 죄송하군요.""내가 내 시간을 어떻게 쓰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니, 용건만 간단히 전하고 네 갈 길이나 가." 담담하게 쏘아붙이며 내 머릿속은 다시 시조의 일기장으로 흘러갔다. 만약 내가 헬레네의 환생이라면, 제인은 아르테미스 1세의 환생임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신께서 이번 생에서 우리가 온전한 짝이 되도록 허락하지 않으신 것일지도 몰랐다. 아르테미스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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