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첫사랑과 불면 계약을 했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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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나랑 있었으니까

“왜, 아나운서랑 처음 자 봐?”가까이 다가온 건하가 연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무정했다.“그러게. 이런 건 또 처음이네.”“그래서, 그렇게 재밌니? 왜 너도 뭐 이걸로 협박이라도 해서 나 좀 어떻게 해보고 싶어?”연지의 또렷한 눈매가 서늘해졌다. 그런 연지를 가만히 응시하던 건하의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그러더니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연지가 일그러진 얼굴로 건하에게서 떨어졌다.“미쳤어?”연지의 물음에 건하가 흘러나온 웃음을 거두며, 나긋한 목소리로 답했다.“연지씨, 나쁜 놈들만 만났구나. 근데, 걱정 마요.”“……”건하가 의자에 걸려있던 제 셔츠를 집어 들더니 연지의 어깨에 둘러주며 셔츠로 그녀의 몸을 폭 감쌌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숙여 연지와 다정히 눈을 맞추었다.“나는 처음 본 여자랑은 자도, 같은 여자랑 두 번은 안 자거든.”물론, 어젯밤 그 거침없고 대범하던 여자가 저렇게 TV 속에서 단아하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걸 보니…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아주 조금 아쉽긴 하지만.건하는 마치 인사를 하듯이 연지에게 씩 웃어 보이곤 돌아서서 테이블 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런 건하의 뒤통수를 연지가 기가 찬 얼굴로 노려보다 건하의 셔츠를 거칠게 잡아 끌어내리곤 욕실로 향했다. 문을 닫으려는 찰나, 건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천천히 해요. 나 곧 나갈 거니까. 그래도 되죠?”연지의 잇새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저 인간 뭐야, 진짜?“마음대로 하세요.”연지가 말을 마치고 문을 완전히 닫았다. 욕실 안은 사용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게 치워져 있었고, 대리석 욕조에는 새로 받아둔 듯 깨끗한 물이 채워져 있었다. 물 온도를 체크한 연지가 욕조에 몸을 담갔다.촉촉한 온기가 씩씩거리던 연지의 숨을 달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하가 문을 나서는 소리가 들려왔다.연지는 그대로 고개를 젖혀 기대고 눈을 감았다.어젯밤의 강렬했던 여파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리고 천천히 곱씹었다. 어젯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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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내가 너랑 일한댔지, 연애한댔어?

그날 아침.여린 빛과 시원한 바람결을 느낀 지음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 어젯밤 자신의 옆자리에 있던 서현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흔적처럼 남은 구겨진 호텔 시트만이 보였다.…가버린 건가? 하긴, 아침을 함께 맞이하자는 조건은 없었으니까. 이참에 추가해야 하나?지음은 푹 자고 일어나니, 또 다른 욕심이 샘솟는 자신의 추악함(?)에 헛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살짝 열린 테라스 문을 가리고 있던 시폰 커튼이 바람에 밀려 크게 살랑였다.그러자 테라스 안, 흐린 하늘 아래 보잇한 빛을 받으며 서 있는 서현의 옆 모습이 보였다.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서현은 청초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사운대는 커튼 사이로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서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음은 당장에라도 서현을 으스러지게 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간 줄 알았던 서현을 보니 반가웠던 건지, 남자의 본능이었는지…아무튼 그랬다.지음은 조용히 침대를 나서서는 곧장 테라스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감추며 테라스 문고리를 잡은 그 순간,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아, 응. 선배. 어제는 미안.”멈칫한 지음이 저도 모르게 벽 뒤로 제 몸을 숨겼다.선배라면…윤건하 대표인가?“연락하려고 했는데, 피곤했는지 일찍 잠 들었네. 응, 미팅은…뭐…”잠시 생각에 잠긴 듯 늘어지는 서현의 말을 지음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집중해 들었다.“별거 없었어. 아, 그래요? 응, 잘됐네, 뭐. 알았어요. 근데 선배 밖이야? 이 아침에? 나…는 집이지. 아무튼 회사에서 봐요. 응, 응.”‘별거 없었어.’그래, 별거 없었지. 맞지. 하!‘나는 집이지’여기가 집이셔? 응? 5성급 호텔이? 대단하네 마서현.지음은 기분 좋게 올라갔던 입꼬리를 비릿하게 끌며 저도 모르게 기가 찬 웃음을 뱉어냈다. 물론 회사 상사에게 계약할 작가랑 호텔에서 잤다고 얘기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 상대가 윤건하 라고 생각하니 왠지 속이 뒤틀렸다.애초에 통화 내용부터 직장 상사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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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파편

문을 나서기 전부터 흘러내리던 눈물이 닫힌 문에 등을 기대자마자 온몸을 적실 듯이 쏟아져 내렸다.서현은 그대로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입을 틀어막았다. 혹여 소리가 새어 나갈까,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을 억지로 삼켰다.지음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내내, 서현은 여태껏 자신이 무엇으로부터 도망쳐왔는지를 생각했다.그래, 10년 전, 자신과 그 여자가 지음의 세상을 앗아갔던 그날로부터였다. 내 지옥이 너를 덮친 그날로부터….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그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고통으로 물든 기억의 파편들이 먹먹한 귓가를 파고들었다.‘너도 네 애비도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그 애도 데려가자고…그게 누구 무덤이든.’‘……내가 배운 것이 없어 곱게 말허는 재주 같은 것도 없고, 가진 게 우리 손자 하나뿐인데 저 지경이 돼부렀으니 내가 말이 셔도 좀 이해허요. 다신 우리 손자 근처 얼씬도 마요. 그 더럽고 질긴 팔자가 우리 애 잡는다고…잡어! 내가 죽어서도 속이 문드러질거여…!! 가! 가드라고!’‘그러게 지가 뭐라고 남자 질을 하고 다녀 다니길. 너 같이 재수 없는 것들은 나 죽고 너 죽고라고 말했냐, 안 했냐. 딱 지 엄마지, 딱 지 엄마야.’서현은 이제 입이 아닌 귀를 막고 있었다.꿈이든 현실이든 강지음은 안 돼.절대 안 돼, 마서현.서현은 어느새 마른 눈가를 슥 훔치곤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복도를 빠져나갔다.그렇게 호텔 로비로 내려온 서현은 예상치 못한 사람과 마주쳤다.“마서현?”건하였다.서현의 얼굴이 굳었다.집에 있다고 거짓말까지 해놓고 호텔에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함께 있던 지음이 언제 내려올지도 몰랐다.하지만, 우려하던 일은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었다."그건 곤란한데요. 나와, 마서현”데려다주겠다는 건하를 말리는데, 기어코 나타난 지음이 제 손목을 감싸 쥐었다. 먼저 다른 손목을 잡고 있던 건하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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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파동-1

서현은 주말 내내 핸드폰을 꺼둔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력감이었다. 발버둥 치고, 이를 악물고 버티며,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해냈다. 무기력 따위가 머물게 두었다간 언제고 무너져 내렸을 테니까. 그래, 바로 지금처럼. 꺼버린 핸드폰과는 달리 꺼지지 않는 서현의 머릿속엔 온통 지음이 있었다. 지음의 존재를 부정하던 모든 것이 오히려 더 강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켰다. 오랜 불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눈앞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던 얼굴. 제 손에 맞아 붉어진 뺨과, 피가 묻은 입술로 저를 바라보던 눈빛. 주말 내내 그 모습들이 끊임없이 서현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특히 지음의 눈빛이 그랬다. 자책과 죄책을 가득 머금은 눈. 그래도 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던, 처연한 눈빛. 그 눈빛은 머릿속에 남은 기억이 아니라, 마치 살갗을 파고든 상처처럼 선명했다. 차라리 원망해. 증오해. 아주 잠시라도 나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제발, 강지음. 그렇게 제 것이 아니어야 할 생각과 감정으로 흘러간 주말은 혹독했다. 덕분인지, 지음을 다시 만나야 하는 월요일은 더 빨리 찾아와 버렸다.  “대리님, 저 오늘 드디어 그분이랑 미팅합니다!” 커피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가는 서현을 따라오며 주승이 오늘도 어김없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 주승씨 이번이 처음이지. 단독 기획.” 서현이 느리게 고개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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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파동-2

“마 대리, 인사는 이따 하는 걸로 하고 잠시 자리 좀.” 건하가 서현에게 나긋한 투로 양해를 구했지만, 서현은 토요일 호텔 로비에서 느꼈던 팽팽한 긴장감이 겹쳐 내심 불안해졌다.하지만, 이 불편한 구도에서 벗어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네.” 짧게 대답한 서현이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서현이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주승과 채연이 빠르게 달라붙었다. “대박! 대리님이 진짜 이연 작가 잡아 오신 거예요?!” 주승이 가슴에 태블릿과 프린트를 한가득 끌어안은 채 호들갑을 떨었다. “잡긴 뭘 잡어.” 서현이 애써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회의실 쪽을 힐끗 바라봤다. 유리문 너머로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평소 점잖던 채연도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역시 우리 마숲의 에이스! 근데 강 작가님이 말씀하신 게 진짜네요! 아우라가 완전…와.” “채연씨, 디자인 브리핑 작성 다 했어?” “아…거의 다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승님 기획 미팅 참관해도 된다고 하셔서 가려던 참이라…” 서현이 채연의 말에 주승에게 시선을 슥 옮기자, 주승이 발을 동동 굴렀다. “떨려 죽겠어요! 사무실 곧 도착하신다는데…!” 서현은 그런 주승을 바라보다 픽 웃었다. “준비한 만큼만 해요. 괜히 잘하려고 하지 말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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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저 여자 뭐야

“어머, 서현아. 괜찮아? 발을 헛디뎠나 보다. 내가 너무 반가워서 놀랐나? 하하, 어떻게에—”지음의 한 팔에 안기듯 기대 있던 서현을 연지가 다시 잡아당겼다. 얼결에 지음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 서현이 정신을 차리고 연지의 손을 휙 뿌리쳤다.“반가운 건 몰라도 놀라긴 했네. 미팅하러 온 거면 저쪽 작은 회의실로 가면 돼.”“어머, 안녕하세요!”연지는 서현의 말에 대답은커녕 단칼에 눈길을 거두곤 지음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서현에게 향해 있던 표정과는 전혀 다른, 놀란 기색이 스친 얼굴이었다.지음은 연지의 인사를 가벼운 목례로 받아주곤 서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대리님, 가시죠.”“네? 가긴 어딜-.”역시나 지음은 서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발길을 옮겼다.하, 정말…!지음도 모자라 연지까지.짧은 시간 안에 극심한 피로가 몰려들었다. 서현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래도 연지와 마주 서 있는 것보다는 지음을 따라가는 편이 나았다.그때였다.연지는 자신을 지나쳐 멀어지는 지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분명 맞는데…”서현의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연지가 지음을 알고 있는 건가?그 의문이 머릿속을 스칠 즈음, 주승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대리님, 괜찮으세요?”“응, 신경 쓰지 말고 얼른 회의실로 안내해. 미팅 잘하고.”주승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더 묻지 않은 채 연지를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잠시 확인한 서현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이미 지음은 사무실 밖으로 나간 뒤였다.“하…….”그를 따라 사무실을 나선 서현은 입구를 벗어나자마자 지음을 잡아 세웠다.“가긴 어딜 가냐고.”지음이 천천히 돌아섰다. 지음은 왠지 화가 나 보였다.“저 여자 뭐야? 뭔데 너를-,”“나를 뭐?”“뭔데 너를 밀어. 분명히 밀었잖아.”서현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화난 얼굴을 하고 있는 지음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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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파동-3

“안녕하세요, 윤건하 대표님.” “그쪽이 왜, 여기-.” 그 순간, 기획안 하나가 건하의 뇌리를 스쳤다. 현재 휴가 중인 기획팀 권지혁 팀장이 주승에게 처음 단독으로 맡긴 건이라며 잘 좀 도와주라고 내밀었던 기획안이었다. 한창 주가를 달리던 여 아나운서가 프리를 선언한 뒤, 본인 이름을 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 롤을 꿰찼고, 예능과 라디오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특강과 강연까지 섭렵했다며 해당 아나운서의 에세이 출간을 기획했다고 했었다. 그게 바로 홍연지 아나운서였다. “아…이게 이렇게 되네.” 건하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혼잣말을 내뱉자, 연지가 웃음기를 걷어내곤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오늘따라 나를 반기는 사람이 영 없네요? 나 그 정도는 아닌데. 아니에요?” “누가 안 반겨요? 난 반가워하는 중인데. 주승 씨랑 미팅은 잘했어요?” “와, 진짜 대표님 같네. 그날은 생 양아치 아닌가 했거든요.” 건하가 연지의 맞은편에 앉으며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게 쉬울 뻔했는데, 일이 또 이렇게 재밌어지네요.” "세상은 좁고, 사람 인연은 질기구. 그쵸?" 연지가 다리를 천천히 꼬았다. 치마 트임 사이로 연지의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저도 다시는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윤 대표님. ” 단정한 차림과 달리 연지의 말과 몸짓에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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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파동-4

“…너 울어?” 어느새 기울어 있던 몸을 바로 세운 지음이 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커다란 빛이 그의 얼굴 위를 여러 색으로 스쳐 지나갔고, 뒤편에서는 고조된 영화의 OST가 장중하게 울려 퍼졌다. 영화 때문이었을까.미안하다는 그 말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왜…왜 나 때문에 못 자는데! 진짜 싫어.진짜, 너무 싫어…! 지음은 한참 동안, 제 커다란 재킷에 파묻힌 채 아이처럼 우는 서현을 말없이 바라봤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지음이 서현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가자.” 지음은 그 이상 별다른 말 없이 울고 있는 서현을 이끌고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어두운 상영관 문을 지나 텅 빈 영화관 복도를 걸어, 로비,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닫힌 엘리베이터 안에는 서현의 엷은 흐느낌만이 희미하게 맺혔다. “…놔, 알아서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제 손목을 잡고 있는 지음의 뒤통수가 괜히 미웠다.아니, 더 싫은 건 바보처럼 그의 앞에서 울어버린 자신이었다. “영화가 그렇게 슬펐어?” 서현이 손목을 빼내려 하자 지음이 오히려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원래 슬픈 영화잖아.” 한참을 뒤통수만 보여주던 지음이 천천히 돌아섰다. 밝은 조명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근데 왜 날 보고 울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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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마음의 관성

“선배, 이건 너무 거창한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새하얀 린넨으로 깔끔하게 덮인 테이블 위에는 반짝이는 커트러리와 크리스털 잔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곧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서버가 조용히 다가와 물잔을 채워주웠다. 건하는 익숙한 듯 메뉴를 넘기며 몇 가지를 간결하게 주문했고, 서버는 정중하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눌레보다도 작은 아뮤즈 부쉬가 먼저 나왔다. 작은 구성임에도 그림처럼 예쁘게 놓인 음식은 선뜻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 “먹어 봐. 그만 바라보시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낯설고 어색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건만, 선배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공간처럼 보였다. 새삼스러웠다.이렇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데도, 문득 윤건하라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밥, 술, 해장, 디저트 다 한 번에 까려고 머리 쓴 거지?” “뭐, 머리 쓰면 봐주고?” “어림없지! 술이랑 해장은 내가 가자는 곳으로 가요. 나 이런 거 어려워. 맛도 모르고.” 이어지는 전채요리와 수프도 고급 재료의 풍미와 다채로운 색감이 오감을 자극했다. 수프의 적절한 온도가 어지러운 속을 조금씩 달래주었다. 따뜻한 수프가 속을 부드럽게 풀어줄 즈음, 건하가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으며 낮게 물었다. “서현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선배 그날은,” “강지음 그 사람, 혹시 너한테 중요한 사람이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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