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여린 빛과 시원한 바람결을 느낀 지음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 어젯밤 자신의 옆자리에 있던 서현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흔적처럼 남은 구겨진 호텔 시트만이 보였다.…가버린 건가? 하긴, 아침을 함께 맞이하자는 조건은 없었으니까. 이참에 추가해야 하나?지음은 푹 자고 일어나니, 또 다른 욕심이 샘솟는 자신의 추악함(?)에 헛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살짝 열린 테라스 문을 가리고 있던 시폰 커튼이 바람에 밀려 크게 살랑였다.그러자 테라스 안, 흐린 하늘 아래 보잇한 빛을 받으며 서 있는 서현의 옆 모습이 보였다.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서현은 청초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사운대는 커튼 사이로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서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음은 당장에라도 서현을 으스러지게 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간 줄 알았던 서현을 보니 반가웠던 건지, 남자의 본능이었는지…아무튼 그랬다.지음은 조용히 침대를 나서서는 곧장 테라스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감추며 테라스 문고리를 잡은 그 순간,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아, 응. 선배. 어제는 미안.”멈칫한 지음이 저도 모르게 벽 뒤로 제 몸을 숨겼다.선배라면…윤건하 대표인가?“연락하려고 했는데, 피곤했는지 일찍 잠 들었네. 응, 미팅은…뭐…”잠시 생각에 잠긴 듯 늘어지는 서현의 말을 지음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집중해 들었다.“별거 없었어. 아, 그래요? 응, 잘됐네, 뭐. 알았어요. 근데 선배 밖이야? 이 아침에? 나…는 집이지. 아무튼 회사에서 봐요. 응, 응.”‘별거 없었어.’그래, 별거 없었지. 맞지. 하!‘나는 집이지’여기가 집이셔? 응? 5성급 호텔이? 대단하네 마서현.지음은 기분 좋게 올라갔던 입꼬리를 비릿하게 끌며 저도 모르게 기가 찬 웃음을 뱉어냈다. 물론 회사 상사에게 계약할 작가랑 호텔에서 잤다고 얘기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 상대가 윤건하 라고 생각하니 왠지 속이 뒤틀렸다.애초에 통화 내용부터 직장 상사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7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