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니라고.” 홍연지, 그 여자가 문제였던 건가? “아, 그래? 미안해. 동창이라길래.” “선배가 왜 미안해. 그냥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나도 오늘 보고 알았어. 주승 씨랑 작업하게 된 거.” “아, 그럼 너도 놀랐겠구나.” 서현이 고개를 들어 건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도? 선배는 왜?” 건하가 ‘아차!’ 싶어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다행히 신호가 바뀌었다. 건하는 얼른 액셀을 밟으며 얼버무릴 말을 골랐다. “그, 뭐야. 아나운서라니까…놀란 거지 나는.” 서현은 잠시 건하를 바라보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거워진 서현의 숨결에 건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연지는 서현과 초,중,고 동창이었다. 오래된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건 서로의 담벼락 안 집안 사정을 너도 알고 쟤도 아는 일이 된다는 뜻이었다. 누구 엄마가 집을 나갔다더라, 누구네 아빠가 반장 집에서 나오는 걸 봤다더라, 쟤네 집에 빚이 얼마라더라. 아이들에게 집안 이야기는 금세 소문이 됐다. 연지는 그 많은 이야깃거리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이였다.집이 얼마나 잘 사는지, 부모가 얼마나 잘났는지, 그 집 자식이 딸 하나인데 연예인 뺨치게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며 동네에서 유명 인사나 다름없었다. 반면 서현에게 따라붙은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엄마가 애를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