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산속에서 벌어졌던 도륙의 밤이 지나고.며칠새 사나웠던 폭풍우도 거짓말처럼 걷힌 아침.푸르스름한 해안가 너머로 투명한 햇살이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청사 몽돌 해변의 초가집 마당에, 유진이 가녀린 양팔을 넓게 벌리고 서 있었다.기어이 사츠마의 상선을 타겠다며 짐을 챙겨 나서는 사내.그녀는 요스케의 앞을 막아서며, 황금빛 눈동자를 고집스럽게 번뜩였다.“절대 안됩니다. 못 보내 드립니다. 이대로 가시면 탈이 날 게 분명한데 어찌 보내드린단 말입니까.”가슴의 봉합 부위가 찢어질 듯 욱신거렸다.“조심하면 되니, 괜찮습니다.”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요스케는 그녀를 피하려 자신의 시선을 바닥으로 툭 내렸다.유진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셔서 속상하시다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직 살이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저를 구하시려다 그리 되셨는데……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지요.”요스케는 잠시 미동도 없이 서 있다 툇마루에 놓여 있는 지필묵을 들어 묵직한 필담을 건넸다.‘속상해서 그리 물은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 그대에게 신세를 지고 너무도 염치가 없어서 드린 말입니다.’그가 건넨 필담을 읽은 유진은 일부러 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리고 결심을 확고히 굳혔다.그를 보내지 않겠다고. 비록 당분간만일지라도.그녀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 그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을 했다.‘정 그리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이건 어떠실까요? 제게 제대로 된 사츠마 언어를 가르쳐 주셔요. 한번 시작한 공부이니 끝은 명확히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 무례한 청을 양해해 주신다면, 제게 귀하의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는 깊은 의아함과 염려가 서린 필체로 받아쳤다.‘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검술을…… 왜 배우려 하시는 겁니까.’‘원래 활쏘기를 무척 좋아해서, 나름 무예에는 제법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젯밤 그 산속에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참으로 나약하다는 것을요. 활은 먼 거리에 있
Last Updated : 2026-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