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숨을 몰아쉬는 말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겼다.마침내 청사(靑蛇)의 한적한 자락에 위치한 거처에 당도했다.말에서 뛰어내린 유진은 이미 바닷물과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었다.가녀린 숨을 헐떡이며 안채의 대청마루를 디디는 순간.저 멀리서 청색 비단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의 여인이 버선발로 뛰어 내려왔다.사가 시절부터 유진을 보필해 온 유모 최 상궁이었다.“아이고, 마마! 마마! 옷차림이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일입니까!”최 상궁은 경악을 금치 못한 얼굴로 잔소리를 사정없이 퍼붓기 시작했다.“하인들의 옷을 빌려다 입으신 것도 모자라, 도대체 밖에서 무얼 하고 오셨기에 온몸이 이토록 엉망진창이 되셨단 말입니까? 폐하의 눈밖에 나, 먼 청사(靑蛇)까지 유배를 오셨으면 제발 숨죽이고 자중하셔야지요.”최 상궁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하인들의 눈치를 살폈다.이내 유진의 귀밑에 대고 목소리를 바짝 낮추어 속삭였다.“천방지축 홀로 나돌아 다니시며, 그 해괴한 의술을 베푸신다는 소문이 만에 하나 낙성 궁 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당장 부안군 마마께 어떤 불똥이 떨어질지 몰라 이러십니까?”유모의 애간장 태우는 간섭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유진은 다급하게 약장과 서랍들을 바쁘게 뒤적였다.마음이 벼랑 끝에 선 것처럼 급했다.유진의 옥수(玉手) 같은 손길이 한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서랍이 거칠게 열리고 닫히는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웠다.“아니, 마마! 이건 또 왜 챙기십니까? 해가 벌써 뉘엿뉘엿 저물어가는데.”“유모, 장은 언제까지 서지?”유진이 다급하게 최상궁의 주름진 손을 잡으며 절박한 눈빛으로 물었다.“갑자기 장이라니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아래 것들을 시켜 당장 구해올 테니.”유진은 대답 대신 창문 너머로 빠르게 기울어가는 붉은 석양을 바라보았다.하늘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시간이 없다.두두두두ㅡ!묵직하고 소란스러운 수십 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마당 가득 거칠게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Last Updated : 2026-08-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