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465 챕터

《171화 : 비 오는 밤》

서울로 돌아온 날.폭우가 쏟아졌다.차가 도로 한가운데 멈췄다.교통 정체.서율은 창밖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한 시간은 걸리겠네.”태혁이 물었다.“심심합니까.”“응.”“내가 있는데?”서율이 돌아봤다.“그래서 더 심심해.”“도발?”“사실.”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프라이버시 스크린이 올라갔다.서율의 눈썹이 움직였다.“뭐 해.”“조용하게 해드리려고.”“뭘.”태혁이 가까이 다가왔다.“심심하다면서.”서율이 웃었다.“여기 차야.”“알고 있습니다.”“밖에 사람 많아.”“안 보입니다.”“기사님은?”“스크린.”서율이 그의 넥타이를 잡았다.“준비 많이 했네?”“우연입니다.”“거짓말.”빗소리가 차 지붕을 두드렸다.그 안에서 입술이 겹쳐졌다.서율의 손이 태혁의 셔츠 깃을 잡았다.태혁의 손은 허리에.조금 뒤.서율이 입술을 떼며 속삭였다.“조용히.”“왜.”“기사님 있잖아.”태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 말.”“왜.”“더 위험한데.”서율이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말하지 마.”태혁은 손바닥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서율이 움찔했다.“야.”태혁이 웃었다.차는 앞으로 300미터 움직였다.도착까지 47분.서율은 시계를 보지 않기로 했다.[제171조.][밀폐된 공간에서는.][시간이 느리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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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 47분》

차가 펜트하우스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도 빗소리는 여전했다.와이퍼가 마지막으로 유리를 훑고 멈췄다.서율은 먼저 안전벨트를 풀었다.“도착.”문을 열려는 순간.최태혁이 불렀다.“잠깐.”“왜.”서율이 돌아보자 태혁의 손이 머리카락 쪽으로 올라왔다.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겼다.“이거.”“뭐.”“흐트러졌습니다.”서율이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누구 때문에.”태혁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서로?”“양심 없네.”서율은 자신의 머리를 거울로 확인했다.확실히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문제는 자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최태혁의 넥타이 역시 완전히 비뚤어져 있었다.셔츠 깃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서율이 눈썹을 올렸다.“너도.”“뭐가.”“넥타이.”태혁이 내려다봤다.“아.”“가만있어.”서율이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손끝으로 매듭을 잡았다.천천히 풀어진 각도를 바로잡았다.최태혁은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서율은 넥타이에만 집중하려 했지만—시선이 너무 느껴졌다.결국 고개를 들었다.“왜.”“뭐가.”“그렇게 보지 마.”“어떻게.”“또 시작하고 싶은 얼굴.”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맞습니다.”서율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너 진짜 솔직해졌네.”“당신이 그러라고 했잖습니까.”“이럴 때는 좀 숨겨.”“왜.”“내가 신경 쓰이니까.”말하고 나서야 서율은 입을 다물었다.태혁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방금.”“뭐.”“신경 쓰인다고.”“넥타이가.”“거짓말.”서율은 매듭을 조금 세게 잡아당겼다.“아프면 조용히 해.”“안 아픕니다.”“그럼 더 세게?”“그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도 됩니까.”서율이 손을 놓았다.“미쳤어.”태혁이 웃었다.서율은 바로 차 문을 열었다.“내려.”“화났습니까.”“아니.”“귀 빨간데.”“비 와서 그래.”“지하주차장인데.”서율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최태혁.”“네.”“한마디만 더 해.”“알겠습니다.”그런데 웃는 기척은 여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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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 질투의 가격》

새로운 투자자 미팅은 오전 열한 시에 시작됐다.상대는 윤시혁.국내 굴지의 유통·호텔 계열사를 물려받은 재벌 3세였고, 나이는 최태혁보다 어렸다.그리고 첫인상부터—서율에게 관심이 많았다.“서율 대표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윤시혁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서율도 가볍게 악수했다.“좋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네요.”“대부분은요.”“대부분?”“나머지는 직접 확인해 보려고요.”서율이 눈썹을 올렸다.말투가 꽤 노골적이었다.맞은편에 앉은 최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도 그대로였다.그런데 서율은 알았다.지금 기분이 안 좋다.아주 많이.회의가 시작됐다.윤시혁은 사업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서율 쪽으로 질문을 던졌다.“이번 프로젝트 직접 지휘하십니까?”“네.”“그럼 자주 뵙겠네요.”“아마도요.”“좋네요.”태혁이 펜을 내려놓았다.탁.작은 소리였지만 서율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서율은 웃음을 참았다.‘질투하네.’일부러 모른 척했다.회의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마지막 자료까지 확인한 윤시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 저녁은 어떠세요?”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저녁이요?”“업무 이야기 조금 더 하죠.”“오늘?”“네.”윤시혁이 자연스럽게 웃었다.“좋은 레스토랑 예약해두겠습니다.”서율이 대답하려는 순간.“일정 있습니다.”최태혁이었다.너무 빠른 대답.서율이 고개를 돌렸다.“나?”“네.”“오늘 저녁 일정 없는데.”회의실이 조용해졌다.최태혁의 표정이 굳었다.윤시혁이 흥미롭다는 듯 둘을 번갈아봤다.“그러면 일정 없으신 거네요?”서율은 일부러 조금 뜸을 들였다.그리고 웃었다.“그런 것 같네요.”최태혁의 턱선이 굳었다.윤시혁은 명함을 내밀었다.“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네.”회의가 끝났다.윤시혁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철컥.서율은 바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최태혁.”“네.”“일정 만들어.”태혁이 돌아봤다.“뭐?”“네가 있다고 했잖아.”“…….”“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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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 제한 없이》

다음 날 아침.서율은 침대 옆 협탁에 놓인 검은 노트를 펼쳤다.그리고 펜을 들었다.최태혁은 셔츠 단추를 채우다 말고 그녀를 바라봤다.“뭘 씁니까.”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아주 크게 한 줄을 적었다.[제7조. ‘제한 없이’라는 표현 사용 금지.]태혁의 손이 멈췄다.“왜.”서율이 고개를 들었다.“몰라서 물어?”“네.”“진짜?”“네.”너무 뻔뻔했다.서율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어제 누가 ‘제한 없이’라고 했지?”“나.”“그리고?”“당신이 받아들였습니다.”“그게 문제야.”태혁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좋았잖습니까.”서율이 펜을 던졌다.태혁이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냈다.“죽을래?”“아침부터 너무 과격합니다.”“그럼 말 조심해.”“나는 사실을 말했는데.”서율이 베개까지 집어 들었다.이번에는 최태혁이 바로 손을 들었다.“알겠습니다.”“안 웃어?”“노력 중입니다.”“입꼬리 내려.”“그건 조금 어렵습니다.”서율이 베개를 던졌다.태혁은 또 받아냈다.“너 요즘 너무 잘 받아.”“많이 던져서.”“누구 때문에 던지는데.”“나.”즉답.서율은 결국 헛웃음을 터뜨렸다.“진짜 뻔뻔해졌어.”“당신이 솔직한 게 좋다고 했잖습니까.”“이런 솔직함 말고.”태혁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서율이 적은 조항을 다시 읽었다.“‘제한 없이’ 사용 금지.”“응.”“반대합니다.”“기각.”“아직 이유도 안 말했는데.”“안 들어.”“불공정합니다.”“가이드라인 원래 내가 최종 승인하잖아.”태혁이 노트를 가져가려 하자 서율이 먼저 품에 안았다.“안 돼.”“수정 의견 쓰려고.”“싫어.”“그럼 말로.”“그것도 싫어.”태혁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혹시.”“뭐.”“어제 너무 셌습니까.”서율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장난기가 빠졌다.태혁도 바로 알아챘다.“진짜로 묻는 겁니다.”서율은 몇 초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 고개를 저었다.“아니.”“확실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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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 출장 규칙》

두 사람에게 유럽 출장이 잡혔다.7박 8일.서율이 일정표를 확인했다.“호텔 방 두 개네.”태혁이 바로 말했다.“하나 취소하겠습니다.”“왜.”“왜겠습니까.”“공식 출장인데?”“밤도 공식 업무입니까.”서율이 웃었다.“글쎄.”태혁이 예약 페이지를 열었다.서율이 노트북을 닫았다.“잠깐.”“왜.”“게임.”“또?”“7일 동안.”서율이 새로운 규칙을 적었다.[먼저 상대 방에 들어오는 사람이 진다.]태혁이 읽었다.“상품은?”“이긴 사람이 원하는 거 하나.”“가능한 범위?”“응.”태혁이 바로 손을 내밀었다.“합의.”서율도 잡았다.첫째 날.둘 다 버텼다.둘째 날.태혁이 서율의 방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갔다.셋째 날.서율이 태혁의 방 번호를 누르려다 멈췄다.넷째 날 밤.서율에게 메시지가 왔다.[자고 있습니까.][응.][거짓말.][왜.][문 아래 불 켜져 있습니다.]서율이 문을 바라봤다.그리고 웃었다.[너 지금 내 문 앞이야?]답장이 없었다.서율이 문을 열었다.태혁이 서 있었다.둘이 동시에 굳었다.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너 졌네.”태혁이 말했다.“안 들어갔습니다.”“들어오려고 왔잖아.”“규칙은 들어오는 사람이 진다였습니다.”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또 허점?”“네.”서율이 그의 넥타이를 잡았다.그리고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럼 내가 넣었으니까.”문이 닫혔다.“무승부.”[제175조.][규칙의 허점은.][둘이 원하면 출입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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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 네가 먼저》

문이 닫힌 뒤.태혁은 그대로 서 있었다.“왜 안 움직여.”“게임 아직 안 끝났습니다.”“뭐?”“먼저 손대는 사람이 집니다.”“그런 규칙 없었어.”“지금 추가.”서율이 웃었다.“좋아.”둘 사이 거리 한 걸음.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30초.1분.서율이 팔짱을 꼈다.“잘 버티네.”“당신도.”2분.서율이 일부러 가까이 지나갔다.어깨가 거의 닿았다.태혁은 움직이지 않았다.“진짜?”“네.”서율은 침대에 앉았다.구두를 벗었다.태혁의 시선이 따라왔다.“봤지.”“보는 건 허용.”“누가?”“내가.”서율이 웃었다.“건방져.”그녀는 천천히 귀걸이를 풀었다.목걸이.시계.태혁은 여전히 버텼다.결국 서율이 말했다.“차태혁.”“네.”“이리 와.”“그건 명령입니까?”“응.”태혁이 다가왔다.“졌네.”“아직 안 만졌습니다.”서율이 그의 셔츠를 잡았다.“이제 졌어.”“당신이 먼저 잡았습니다.”서율이 굳었다.태혁이 웃었다.“내가 이겼네.”“사기.”“규칙입니다.”“상품 뭔데.”태혁이 몸을 숙였다.“오늘은.”입술이 가까워졌다.“내가 정합니다.”서율의 눈빛이 달라졌다.“해봐.”태혁이 마지막으로 물었다.“허락?”“응.”그날 밤 게임의 승자는 태혁이었다.다만 다음 날 아침 서율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제176조.][승패보다.][상품이 중요한 게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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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 아침의 대가》

서율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이었다.두 번째는—이미 옷을 다 입고 침대 옆에 서 있는 최태혁.서율은 눈을 반쯤 뜬 채 그를 봤다.“몇 시야.”“8시 12분.”“회의는?”“10시.”서율은 다시 눈을 감았다.“그럼 두 시간 더.”“안 됩니다.”“왜.”“아침 먹어야 합니다.”“싫어.”“어제 저녁도 제대로 안 먹었습니다.”“누구 때문인데.”최태혁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서율은 눈을 뜨자마자 그 표정을 봤다.“웃지 마.”“안 웃었습니다.”“입꼬리.”“원래 이렇습니다.”“거짓말.”서율이 베개를 집었다.태혁이 바로 손을 들었다.“잠깐.”“왜.”“오늘은 머리 맞으면 회의할 때 티 납니다.”“그럼 얼굴.”“더 티 납니다.”서율은 결국 베개를 내렸다.“말 잘하네.”“살아남으려고.”“누구한테.”“당신한테.”서율은 피식 웃다가 다시 이불을 끌어당겼다.그런데 최태혁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일어나십시오.”“싫어.”“서율.”“안 들려.”“다 들리잖습니까.”“자고 있어.”“대답하면서?”서율은 아예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태혁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리고—이불 끝이 살짝 당겨졌다.서율이 바로 잡았다.“건드리지 마.”“얼굴만 보려고.”“안 돼.”“왜.”“민망하니까.”말이 먼저 나왔다.이불 속에서 서율이 굳었다.밖도 조용해졌다.잠시 후 최태혁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뭐가.”“…….”“어제?”서율이 이불을 확 내렸다.“한마디만 더 해.”태혁은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안 했습니다.”“지금 하려고 했잖아.”“확인하려고.”“확인하지 마.”“왜.”“그냥.”최태혁이 그녀를 한동안 바라봤다.서율은 괜히 시선을 피했다.어젯밤.자기가 먼저 시작한 게임이었다.먼저 손대는 사람이 지는 규칙.결국 먼저 입을 맞춘 것도 자신이었다.그리고 태혁이 이긴 뒤—상품까지 태혁이 정했다.문제는.서율이 그걸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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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 엘리베이터 37초》

오후 5시 57분.서율은 회의실 시계를 세 번째 확인했다.최태혁이 옆에서 자료를 넘기며 물었다.“왜 계속 봅니까.”“안 봤어.”“세 번째입니다.”서율이 고개를 돌렸다.“너도 세고 있었어?”“당신을.”“뭘.”“시계 보는 횟수.”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할 일 없냐.”“있습니다.”“그런데 왜 나를 봐.”“오늘 게임 때문.”그 말에 서율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아침에 정한 규칙.업무 종료 이후.먼저 키스하는 사람이 승자.회사 안에서도 가능.단, 공개된 장소 제외.그리고 현재—업무 종료까지 3분.서율은 일부러 태연한 얼굴로 마지막 자료를 덮었다.“회의 끝.”최태혁이 바로 시계를 봤다.“아직 5시 58분.”“2분 정도는 서비스.”“안 됩니다.”“왜.”“규칙은 6시부터.”서율이 웃었다.“너 진짜 이럴 때만 원칙주의자야.”“중요한 건 정확해야 합니다.”“좋아.”서율은 의자에서 일어났다.“그럼 6시까지는 손도 대지 마.”“원래 그럴 생각이었습니다.”“진짜?”“네.”“자신 있어?”최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당신이 먼저 올 것 같아서.”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해보자는 거야?”“이미 시작했잖습니까.”둘은 동시에 회의실을 나왔다.복도.직원들이 지나갔다.서율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최태혁도 마찬가지였다.다만 거리가 평소보다 조금 멀었다.그게 더 신경 쓰였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시계는 5시 59분.서율이 버튼을 눌렀다.띵.문이 열렸다.아무도 없었다.둘만 탔다.문이 닫혔다.정적.서율은 거울을 바라봤다.최태혁은 반대편 벽에 기대 서 있었다.너무 아무렇지 않았다.“왜 거기 있어.”“왜.”“멀잖아.”“게임.”“게임이어도 너무 멀어.”“그럼 가까이 갈까요.”“아니.”“뭡니까.”서율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바로 풀었다.최태혁의 시선이 그 움직임을 따라왔다.서율이 알아챘다.“봤지.”“네.”“왜.”“보고 싶어서.”“또 솔직해.”“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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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 검은 장갑》

만찬이 끝난 건 밤 열한 시가 넘어서였다.서율은 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오자마자 귀걸이를 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피곤해.”최태혁은 재킷을 벗으며 말했다.“오늘 일정 끝났습니다.”“알아.”서율은 하이힐까지 벗어 던지고 소파에 기대앉았다.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검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아까는 없던 물건이었다.“이거 뭐야.”최태혁이 돌아봤다.“선물.”“누가?”“나.”서율이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검은 가죽 장갑 한 켤레가 들어 있었다.얇고 매끈한 재질.손목 위까지 올라오는 디자인이었다.서율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갑자기 장갑?”“마음에 안 듭니까.”“아니.”서율은 장갑을 손끝으로 만져봤다.“예쁜데.”최태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다행이네요.”“근데 왜?”“써보고 싶어서.”“뭘.”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서율 앞에 앉아 장갑 하나를 받아들었다.“손.”서율이 눈썹을 올렸다.“명령?”“부탁.”“요즘 부탁 많이 쓰네.”“효과가 좋으니까.”서율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최태혁이 손끝부터 천천히 장갑을 끼워줬다.엄지.검지.중지.손가락 하나하나를 맞춰 당기는 손길이 지나치게 느렸다.서율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최태혁.”“네.”“너 일부러 이러지.”“뭘.”“느리게.”“사이즈 확인.”“거짓말.”“증거 있습니까.”서율은 대답 대신 그의 손목을 잡았다.“지금 네 표정.”태혁이 웃었다.“그건 증거로 인정 안 됩니다.”“왜.”“주관적이라서.”“말 잘하네.”장갑이 손목까지 올라왔다.최태혁은 끝부분을 정리하다가 손등을 바라봤다.그리고—입술을 아주 짧게 눌렀다.서율의 손가락이 순간 움찔했다.“야.”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왜.”“누가 거기 키스하래.”“싫었습니까.”서율이 잠깐 그를 노려봤다.“아니.”“그럼.”“갑자기 해서 놀랐다고.”최태혁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다행입니다.”“뭐가.”“싫은 건 아니라서.”서율은 장갑 낀 손으로 그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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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화 : 신호》

호텔 스위트룸.검은 장갑은 전날과 같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서율은 한쪽 장갑을 천천히 끼며 최태혁을 바라봤다.“오늘도 할 거야?”태혁이 노트를 덮었다.“당신이 원하면.”“대답 잘하네.”“어제 배웠습니다.”서율은 장갑 끝을 손목까지 당겨 올렸다.“규칙 기억해?”“네.”“말해봐.”태혁이 그녀 앞에 섰다.“넥타이를 잡으면 멈춤.”“응.”“손바닥을 가슴에 올리면 천천히.”“그리고?”태혁은 잠시 서율의 손을 내려다봤다.“손가락을 얽으면 계속.”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잘 외웠네.”“중요하니까.”“오늘은.”서율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말하지 말고 해보자.”태혁의 눈썹이 올라갔다.“아예?”“응.”“확인도?”“신호로.”태혁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안 됩니다.”서율이 웃었다.“왜.”“애매하면 묻겠습니다.”“또 원칙.”“그건 안 바뀝니다.”서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리고 첫 번째 신호.장갑 낀 손으로 그의 넥타이를 잡았다.멈춤.최태혁은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서율이 일부러 손을 놓지 않은 채 그를 바라봤다.태혁도 기다렸다.“진짜 안 움직이네.”“신호가 아직 안 풀렸습니다.”서율이 손을 놓았다.이번에는 손바닥을 그의 가슴 위에 올렸다.셔츠 너머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생각보다 빨랐다.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긴장했어?”“지금 말 안 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이건 질문.”“조금.”서율이 웃었다.“솔직해.”손바닥을 그대로 둔 채 아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태혁 역시 속도를 맞췄다.천천히.서율이 정한 만큼만.입술이 닿기 직전.그녀의 손가락이 다시 넥타이를 잡았다.멈춤.최태혁은 숨까지 참은 듯 그대로 섰다.둘 사이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서율이 웃었다.“재밌다.”“당신만.”“왜.”“계속 멈추잖습니까.”“테스트.”“어제도 충분히 했습니다.”“오늘은 실전.”최태혁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서율은 이번에는 그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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