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자 미팅은 오전 열한 시에 시작됐다.상대는 윤시혁.국내 굴지의 유통·호텔 계열사를 물려받은 재벌 3세였고, 나이는 최태혁보다 어렸다.그리고 첫인상부터—서율에게 관심이 많았다.“서율 대표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윤시혁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서율도 가볍게 악수했다.“좋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네요.”“대부분은요.”“대부분?”“나머지는 직접 확인해 보려고요.”서율이 눈썹을 올렸다.말투가 꽤 노골적이었다.맞은편에 앉은 최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도 그대로였다.그런데 서율은 알았다.지금 기분이 안 좋다.아주 많이.회의가 시작됐다.윤시혁은 사업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서율 쪽으로 질문을 던졌다.“이번 프로젝트 직접 지휘하십니까?”“네.”“그럼 자주 뵙겠네요.”“아마도요.”“좋네요.”태혁이 펜을 내려놓았다.탁.작은 소리였지만 서율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서율은 웃음을 참았다.‘질투하네.’일부러 모른 척했다.회의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마지막 자료까지 확인한 윤시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 저녁은 어떠세요?”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저녁이요?”“업무 이야기 조금 더 하죠.”“오늘?”“네.”윤시혁이 자연스럽게 웃었다.“좋은 레스토랑 예약해두겠습니다.”서율이 대답하려는 순간.“일정 있습니다.”최태혁이었다.너무 빠른 대답.서율이 고개를 돌렸다.“나?”“네.”“오늘 저녁 일정 없는데.”회의실이 조용해졌다.최태혁의 표정이 굳었다.윤시혁이 흥미롭다는 듯 둘을 번갈아봤다.“그러면 일정 없으신 거네요?”서율은 일부러 조금 뜸을 들였다.그리고 웃었다.“그런 것 같네요.”최태혁의 턱선이 굳었다.윤시혁은 명함을 내밀었다.“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네.”회의가 끝났다.윤시혁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철컥.서율은 바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최태혁.”“네.”“일정 만들어.”태혁이 돌아봤다.“뭐?”“네가 있다고 했잖아.”“…….”“없는데
최신 업데이트 : 2026-08-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