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이 있다고 믿는 게 두 번째 실수입니다." 변조된 음성이 끊기자마자 대기실 안은 차가운 정적에 휩싸였다. 경찰관이 즉시 서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발신지는 이미 해외 가상 IP로 우회되어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서율은 손끝에 남아 있는 서늘한 진동을 느끼며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상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등골을 타고 오싹한 소름이 흘러내렸다. "……지금도 보고 있다는 거네요." 서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태혁은 아무 말 없이 대기실 내부의 천장과 벽면, 조명 사이를 눈으로 훑었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면 단순히 세트장뿐만 아니라 이 대기실 내부, 혹은 건물 복도 전체가 감시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서율 씨." 태혁이 서율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짙은 우디 향이 밀려들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서율의 호흡이 겨우 정돈되었다. "집으로 가겠다고 한 약속, 기억합니까?" "네. 집 앞까지만 동행하기로 했잖아요." "상대는 당신이 혼자 있는 순간을 노리고 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 짧은 찰나조차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태혁은 서율을 압박하지 않았다. 아까 서율이 지적했던 것처럼, 그녀의 선택권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지 않고 직시해야 할 현실을 담담하게 짚어줄 뿐이었다. "그래도 혼자 들어가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게 당신이 선택한 일곱 번째 규칙이라면요." 서율은 입술을 짓씹었다. 태혁의 말이 맞았다. 혼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에게 온전히 의존하는 순간, 자신이 그 감시자의 의도대로 태혁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된다는 사실도 명확했다. "……집 앞까지만 같이 가요." 서율이 단단하게 말을 덧붙였다. "단,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건 제가 혼자 해요.
Last Updated : 2026-08-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