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의 차가운 공기가 펜트하우스의 넓은 거실을 느리게 채우고 있었다. 차태혁은 서율이 깊게 잠든 모습을 확인한 뒤,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그의 표정은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대기업 회장 특유의 차갑고 서늘한 빛을 띠고 있었다. 태혁은 암호화된 전용 휴대폰을 꺼내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처리하라고 한 차성현의 잔당들, 깔끔하게 정리됐나?" * "예, 회장님. 해외로 피신하려던 차성현 상무의 비자금 관리 책임을 검찰에 몰래 제보해 공항에서 체포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제 그룹 내에 차성현의 입김이 닿는 인물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 좋아. 그리고……." 태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서율이 있는 침실 쪽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묘한 열기와 불안감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서율 작가의 개인 계좌와 비밀 페이퍼 컴퍼니 쪽 흐름, 계속 모니터링해. 나한테 보고할 필요는 없고, 그 여자가 위험해지거나 외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만 체크해." * "알겠습니다, 회장님." 통화를 끝낸 태혁은 창가로 걸어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태혁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서율의 손바닥 위에서 기꺼이 놀아나는 피통제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통제의 판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뒤에서 무자비한 사냥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서율이 완벽한 작가로서 자신을 조종하려면, 그 판을 위협하는 모든 불순물을 자신이 미리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태혁은 알지 못했다. 거실 구석에 설치된 초소형 스마트 홈 카메라를 통해, 서율이 침대 안에서 패드로 태혁의 모든 행동과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서율은 패드 화면 속 태혁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 "나를 지키겠답시고 뒤에서 움직이는 그 충성심…… 참 마음에 드네, 태혁 씨." 서율은 패드를 끄고 암전된 모니터에 새로 구상한 42화의 개요를 적어 내려갔다. 태혁이 자신을 위해 비밀리에 움직일수록, 그가 벗어날 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7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