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32분.은서율은 거실 소파에 앉아 질문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최태혁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준비됐어?”“잠깐만요, 주인님.”서율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진짜 인터뷰처럼 해주세요.”“알겠습니다, 은서율 작가님.”태혁이 진지하게 말하자 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아, 그렇게 부르니까 이상해요.”“인터뷰라며.”“그래도 주인님이 그러시니까요.”태혁은 질문지를 펼쳤다.“그럼 시작할까요?”서율은 허리를 곧게 폈다.“네.”“《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를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서율은 준비한 답변을 떠올렸다.“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역이었나요?”서율이 멈칫했다.“그건…….”“준비한 질문에 없었어?”“네.”태혁이 웃었다.“실제 인터뷰에서도 그럴 수 있잖아.”오전 10시 16분.서율은 질문지 여백에 새로운 답변을 적었다.“역은 사람들이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장소잖아요.”“응.”“누군가는 내리고, 누군가는 계속 타고 가고요. 해온이는 처음에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요.”태혁은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그런데 마지막에는 누가 내려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내리죠.”“그게 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구나.”“네.”서율은 펜을 내려놓았다.“주인님, 이상하지 않아요?”“뭐가?”“대본 쓸 때는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요.”태혁은 질문지를 접었다.“그럼 외우지 마.”“네?”“지금 나한테 설명한 것처럼 이야기해.”서율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더 자연스럽겠네요.”태혁이 장난스럽게 덧붙였다.“대신 인터뷰 중에 나한테 하듯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안 돼.”서율은 쿠션을 집어 들었다.“그럴 리가 없잖아요!”오후 1시 48분.서율은 정이현과 통화하며 제작발표회 준비 사항을 확인했다.“질문 범위는 대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