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제작사에서 보내온 홍보 일정을 확인했다.《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의 첫 공식 포스터가 공개되는 날이었다.정이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작가님, 포스터 최종본 보셨어요?”“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뭔데요?”“주인공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등장인물 소개에는 뭐라고 적나요?”“현재는 ‘이름을 잃어버린 여자’로 되어 있어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잃어버렸다는 표현은 바꾸고 싶어요.”“어떻게요?”“‘자신의 이름을 선택하려는 여자’는 어떨까요?”이현이 웃었다.“그게 훨씬 좋네요.”오후 12시 41분.공식 포스터가 공개됐다.짙은 남색 배경에 텅 빈 승강장이 펼쳐져 있었다.한유리는 출구를 등지고 서 있었다.그 아래에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당신이 기억하는 나는, 정말 나일까?》서율은 휴대전화로 공개된 반응을 살펴봤다.‘설정 독특하다.’‘한유리 표정부터 분위기 장난 아닌데.’‘6부작이면 전개 빠르겠다.’그때 한유리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한유리: 작가님, 포스터 봤어요? 드디어 공개됐네요!은서율: 네. 정말 멋지게 나왔어요.한유리: 그런데 저만 알고 있는 이름이 있다는 게 묘하게 기분 좋아요.서율은 웃으며 답장했다.은서율: 마지막 촬영까지 우리 둘만 알고 있어요.오후 3시 18분.최태혁은 서율을 데리고 작은 향수 공방에 들렀다.“주인님, 우리 향수는 이미 만들었잖아요.”“오늘은 다른 걸 만들어보려고.”“뭔데요?”“차량용 방향제.”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이제 차에서도 제 향기 맡으시려고요?”“그럴까 생각 중이야.”두 사람은 향을 고르기 시작했다.서율은 은은한 꽃향기에 나무 향을 섞었다.태혁은 시원한 풀 향을 골랐다.“주인님, 이거 되게 좋다.”“네 것도 맡아봐.”태혁이 향을 맡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서율이 같다.”“제가 꽃향기 나요?”“편안한 향.”서율은 그의 팔에 매달렸다.“주인님, 그런 말씀 자꾸 하시면 제가 더 좋
Last Updated : 2026-10-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