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661 - Chapter 670

817 Chapters

《661화 : 카메라 밖의 약속》

오전 8시 53분.은서율은 제작사에서 보내온 첫 촬영본을 확인하고 있었다.장례식장 문이 열리고, 한유리가 영정사진 앞에 멈춰 섰다.몇 번이나 봤던 장면인데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때 정이현에게 전화가 왔다.“작가님, 오늘 편집실에 오실 수 있으세요?”“무슨 일 있어요?”“첫 장면을 붙여봤는데요. 예상보다 훨씬 좋아요. 다만 한 군데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서요.”“어딘데요?”“해온이가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순간이요.”서율은 영상을 멈췄다.“그 장면은 아직 촬영 안 했잖아요.”“맞아요. 그래서 촬영 전에 결정하려고요.”오전 11시 26분.편집실 모니터에는 한유리의 얼굴이 크게 떠 있었다.감독이 장면을 재생했다.“여기서 바로 바깥으로 나가면 감정이 조금 끊깁니다.”서율은 화면을 유심히 바라봤다.“그럼 누군가 해온이를 붙잡는 건 어떨까요?”정이현이 물었다.“조문객이요?”“아니요. 장례식장 직원이요.”서율은 대본을 펼쳤다.“해온이가 나가려는데 직원이 조의금 봉투를 건네는 거예요.”“누가 보낸 건데요?”“발신인이 없는 거죠.”감독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봉투 안에는요?”“아무것도 없어요.”서율이 대답했다.“대신 봉투 겉면에 해온이가 직접 쓴 글씨가 있는 거예요.”《이번에는 열어보지 마.》정이현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해온이가 자신에게 경고한 셈이네요.”“네. 그런데 결국 열어보는 거죠. 자신의 선택으로요.”오후 3시 17분.서율은 편집실을 나와 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 어디세요?”“오늘 자문 회의 끝났어. 왜?”“저랑 데이트하실래요?”“지금?”“네. 제가 오늘은 모시려고요.”태혁이 웃었다.“어디로?”“비밀이에요.”오후 5시 08분.서율이 태혁을 데려간 곳은 작은 도자기 공방이었다.“오늘은 찻잔 만들 거예요.”태혁은 작업대 위의 흙을 바라봤다.“이건 처음인데.”“그래서 예약했죠.”서율은 웃으며 앞치마를 건넸다.물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태혁은 조심스럽게 흙을 눌렀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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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화 : 열어도 되는 봉투》

오전 9시 24분.은서율은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소품 담당자를 찾았다.“어제 말씀드린 봉투 준비됐나요?”“네, 작가님. 여기 있습니다.”베이지색 봉투 앞면에는 두 문장이 적혀 있었다.《이번에는 열어보지 마.》《네가 직접 결정해.》서율은 봉투를 뒤집어 보았다.“안쪽은 비어 있죠?”“네. 아무것도 넣지 않았습니다.”그때 한유리가 다가왔다.“작가님, 제가 제안한 문구 괜찮았어요?”“네. 덕분에 장면이 훨씬 좋아졌어요.”유리는 웃었다.“그럼 오늘은 정말 열어볼게요.”오전 11시 08분.촬영이 시작됐다.해온은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려다 직원에게 봉투를 건네받았다.“고인 앞으로 맡겨진 물건입니다.”“고인이 저인데요.”직원은 당황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해온은 봉투를 바라봤다.자신의 글씨였다.손끝이 잠시 멈췄다.그리고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컷!”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요. 그런데 봉투를 열고 난 다음 표정이 조금 더 필요해요.”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다시 해볼게요.”서율은 모니터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감독님, 봉투가 비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웃으면 어떨까요?”“웃는다고요?”“누가 답을 준비해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거죠.”감독은 잠시 생각했다.“좋습니다. 그렇게 가보죠.”오후 2시 46분.재촬영은 한 번에 끝났다.유리는 빈 봉투를 내려다보다 아주 작게 웃었다.그 웃음에는 두려움보다 안도감이 담겨 있었다.서율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정이현이 옆에서 속삭였다.“작가님, 저 표정 좋네요.”“네. 해온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그때 제작부 직원이 다가왔다.“작가님, 다음 주 폐역 촬영 허가가 나왔습니다.”서율의 얼굴이 밝아졌다.“정말요?”“네. 다만 실제 역사 안에 남아 있는 물건들은 손대면 안 된다고 합니다.”“그럼 0번 보관함은요?”“별도 세트로 제작해서 설치할 예정입니다.”서율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오후 6시 31분.최태혁은 촬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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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화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오전 10시 38분.은서율은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했다.“어머, 벌써 10시가 넘었네.”옆자리는 비어 있었다.거실로 나오자 최태혁이 식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주인님, 왜 안 깨우셨어요?”“오늘 늦잠 자기로 했잖아.”“주인님은 언제 일어나셨어요?”“8시쯤.”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혼자 2시간이나 뭐 하셨어요?”“네가 언제 일어나나 기다렸지.”“정말요?”“아니. 아침 먹고 설거지도 했어.”서율은 웃으며 그의 무릎에 앉았다.“그럼 이제 저랑 놀아주세요.”태혁은 신문을 접었다.“뭐 하고 놀까?”“오늘은 아무것도 계획하지 말아요.”오후 12시 17분.두 사람은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재료로 점심을 만들었다.서율이 양파를 썰다가 눈을 찡그렸다.“주인님, 눈 매워요.”태혁이 칼을 받아 들었다.“내가 할게.”“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데.”“그럼 옆에서 감독해.”서율은 그의 뒤에 서서 허리를 끌어안았다.“양파 조금 더 얇게요.”“이 정도?”“네. 아주 잘하고 계세요.”태혁이 고개를 돌렸다.“감독님, 이러면 작업이 느려집니다.”“배우님, 불만 있으세요?”“출연료를 올려주시면 참겠습니다.”서율은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선금이에요.”태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오후 3시 06분.점심을 먹고도 두 사람은 외출하지 않았다.서율은 거실에 앉아 예전에 만들었던 사진첩을 펼쳤다.《우리의 평범한 날들》첫 장에는 숲속 숙소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주인님, 이때 기억나요?”“네가 반딧불이 보고 소리 질렀던 날?”“소리 안 질렀거든요.”“내 팔을 얼마나 세게 잡았는데.”서율은 웃으며 다음 장을 넘겼다.그러다 빈 페이지를 발견했다.“여기에는 오늘 사진 붙여요.”“오늘은 사진 안 찍었잖아.”서율은 즉석카메라를 가져왔다.“지금 찍으면 되죠.”태혁이 소파에 앉자 서율은 그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찰칵.사진 속 두 사람은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서율은 사진 아래에 날짜를 적었다.《아무것도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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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화 : 오래된 역의 비밀》

오전 8시 46분.은서율은 폐역 촬영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봤다.최태혁이 운전대를 잡은 채 물었다.“어제 늦게까지 대본 봤어?”“아니요. 주인님이랑 약속했잖아요.”“잘했네.”“그런데 오늘은 조금 긴장돼요.”“왜?”“제가 상상으로 만든 역을 실제로 보러 가니까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마음에 안 들면?”“그럼 다시 상상해야죠.”“작가님답네.”서율은 웃으며 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오전 10시 21분.폐역에 도착하자 낡은 승강장이 모습을 드러냈다.오래된 시계는 촬영용으로 4시 17분에 맞춰져 있었다.벽 한쪽에는 0번 보관함이 설치돼 있었다.정이현이 서율을 반겼다.“작가님, 직접 보니까 어떠세요?”“생각보다 훨씬 쓸쓸하네요.”“그 느낌을 살리려고 조명도 최소한으로 쓴대요.”서율은 보관함 옆의 거울을 바라봤다.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과 텅 빈 승강장이 함께 비쳤다.그때 미술감독이 다가왔다.“작가님, 어제 말씀하신 방문자 명부 복제품입니다.”서율은 장부를 펼쳤다.이름, 숫자 0, 빈칸.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번에는 혼자 나가겠습니다.》“정말 제가 상상했던 그대로네요.”미술감독이 웃었다.“마지막 페이지는 배우님이 직접 쓰실 수 있도록 비워뒀습니다.”오후 1시 13분.한유리가 보관함 앞에 섰다.“작가님, 여기서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네.”“해온이가 거울을 보고 나서 보관함을 여는 이유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자기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과거를 볼 용기가 생기는 거예요.”“그럼 거울을 만져봐도 될까요?”“좋아요.”촬영이 시작됐다.해온은 거울에 손끝을 댔다.잠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 뒤 보관함으로 돌아섰다.열쇠가 돌아갔다.철컥.보관함 안에는 낡은 녹음테이프가 놓여 있었다.“컷!”감독이 만족스럽게 웃었다.“좋습니다. 다음은 테이프를 발견하는 장면 갑시다.”오후 4시 37분.촬영이 끝난 뒤 서율은 태혁과 승강장 끝에 나란히 섰다.“주인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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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화 : 마지막 1분의 목소리》

오전 10시 17분.은서율은 녹음실 유리창 너머를 바라봤다.한유리가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 앞에 앉아 있었다.오늘은 0번 보관함에서 발견되는 녹음테이프의 음성을 녹음하는 날이었다.정이현이 대본을 펼쳤다.“작가님, 마지막 문장은 그대로 가는 거죠?”“네. 그 문장만큼은 꼭 살리고 싶어요.”녹음실 안에서 유리가 손을 들었다.“작가님, 시작하기 전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네.”“과거의 해온이는 이 말을 남길 때 울었을까요?”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울음을 다 끝낸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유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알겠어요.”오전 11시 03분.녹음이 시작됐다.“네가 이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결국 돌아왔다는 뜻이겠지.”유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나는 누군가를 잊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야.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온 거야.”서율은 대본을 내려다봤다.“그러니 이번에는 누구의 허락도 기다리지 마.”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내가 남긴 말조차 믿을 필요는 없어. 지금의 네가 결정해.”녹음이 끝났다.감독은 재생 버튼을 눌렀다.스피커에서 유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끝난 뒤 아주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감독이 물었다.“이 숨소리는 제거할까요?”서율은 고개를 저었다.“남겨주세요.”“이유가 있나요?”“녹음 속 해온이도 결국 사람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오후 2시 28분.녹음실을 나온 서율은 최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 오늘 몇 시에 끝나세요?”“4시쯤. 왜?”“저랑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어딘데?”“옛날 사진관이요.”태혁이 웃었다.“드라마 때문에?”“그것도 있고요. 우리 사진도 찍고 싶어서요.”오후 4시 46분.두 사람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작은 사진관에 도착했다.사진사가 배경을 고르라고 하자 서율은 짙은 남색 천을 가리켰다.“이걸로 할게요.”태혁이 물었다.“왜 남색이야?”“주인님이 입으신 셔츠랑 잘 어울려요.”촬영이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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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화 : 당신에게 쓰는 편지》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사진관에서 보내온 연락을 확인했다.《사진 인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방문 수령 가능합니다.》서율은 최태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은서율: 주인님, 우리 사진 나왔대요.최태혁: 오후에 같이 찾으러 갈까?은서율: 네! 그런데 오늘은 제가 먼저 할 일이 있어요.최태혁: 무슨 일?은서율: 비밀이에요.서율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편지지 두 장을 꺼냈다.오후 1시 26분.정이현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서율은 한동안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작가님, 오늘은 수정할 부분 없어요. 다음 촬영 전까지 조금 쉬세요.”이현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서율은 노트북을 닫았다.그리고 아침에 꺼내둔 편지지를 펼쳤다.《10년 전의 최태혁에게.》첫 문장을 쓰자 웃음이 났다.《당신은 앞으로 아주 이상한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가끔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고, 쉬는 날에도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할 거예요.》서율은 잠시 펜을 멈췄다.그리고 다음 문장을 적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할 겁니다. 그러니 너무 오래 혼자 버티지 말아요.》편지를 접은 서율은 봉투에 넣었다.오후 4시 32분.사진관에서 받은 사진을 확인하던 태혁이 웃었다.“이 사진은 네가 내 볼에 입 맞춘 순간이네.”“잘 나왔죠?”“응. 그런데 이건 뭐야?”서율이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주인님께 드리는 편지요.”“편지?”“10년 전의 주인님께 썼어요.”태혁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편지를 읽는 동안 그의 표정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마지막 문장에 이르자 태혁은 서율을 바라봤다.“서율아.”“네?”“그때 나한테 정말 필요한 말이었을 것 같아.”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지금도 필요하면 계속 해드릴게요.”태혁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럼 평생 들어야겠네.”오후 7시 48분.집으로 돌아온 태혁은 서재에서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나도 줄 게 있어.”“뭔데요?”상자 안에는 오래된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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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화 : 만년필로 쓴 첫 문장》

오전 9시 27분.은서율은 최태혁에게 받은 만년필을 손에 쥐었다.새 노트의 첫 장은 아직 비어 있었다.“주인님, 저 고민이 있어요.”서재에서 책을 읽던 태혁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고민?”“다음 작품 첫 문장을 쓰겠다고 했는데, 막상 쓰려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그럼 오늘은 쓰지 마.”“네?”“좋은 문장 쓰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잖아.”서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주인님은 가끔 너무 쉽게 말씀하세요.”“대신 산책 갈까?”“지금요?”“응. 작가님 머리 좀 식히러.”오후 12시 14분.두 사람은 오래된 골목을 걷다가 작은 우체국 앞에 멈췄다.서율이 벽에 붙은 안내문을 발견했다.《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주인님, 이거 해봐요.”태혁이 안내문을 읽었다.“1년 뒤에 배달되는 거네.”“네. 우리 서로한테 써요.”두 사람은 우체국 안에서 편지지와 봉투를 받았다.서율은 한참 고민하다 첫 문장을 적었다.《1년 뒤의 주인님께. 그때도 제 옆에서 웃고 계시죠?》태혁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뭘 그렇게 많이 써?”“비밀이에요. 주인님은요?”“나도 비밀.”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궁금한데.”“1년 기다려.”오후 3시 36분.카페에 앉은 서율은 태혁이 사준 따뜻한 차를 마셨다.“주인님, 1년 뒤에는 우리 뭐 하고 있을까요?”“오늘처럼 같이 있겠지.”“드라마도 방영됐을까요?”“일정대로라면.”서율은 창밖을 바라봤다.“그때는 조금 덜 바쁘고 싶어요.”태혁이 웃었다.“그 말 지난달에도 했어.”“정말요?”“응. 그리고 이번 달에 더 바빠졌지.”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네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래도 쉬고 싶을 때는 쉬어.”“주인님이랑요?”“당연하지.”오후 6시 08분.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다시 노트 앞에 앉았다.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만년필 끝이 종이 위를 움직였다.《어느 날, 1년 뒤의 남편에게 보낸 편지가 발송한 다음 날 돌아왔다.》서율은 눈을 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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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화 : 화면 속의 은서율》

오전 10시 24분.은서율은 제작사 시사실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최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긴장돼?”“네. 제가 쓴 걸 화면으로 보는 건데 왜 이렇게 떨리죠?”“처음이니까.”“주인님, 재미없으면 어떡해요?”태혁이 웃었다.“그건 보고 나서 판단하자.”“주인님은 제 편이잖아요.”“네 편이니까 제대로 봐야지.”서율은 그의 손을 더 꼭 잡았다.오전 11시 06분.시사실의 조명이 꺼졌다.화면에 장례식장 문이 나타났다.한유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자신의 영정사진을 발견한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제 이름으로 장례식을 치르려면, 적어도 저한테는 물어봤어야죠.”서율은 숨을 죽였다.대본에서 수십 번 읽었던 문장이었다.그런데 배우의 목소리와 음악, 조명이 더해지자 전혀 다른 장면처럼 느껴졌다.이어 해온이 방명록 앞에서 펜을 내려놓았다.누군가 그녀에게 빈 봉투를 건넸다.《이번에는 열어보지 마. 네가 직접 결정해.》해온은 봉투를 열었다.아무것도 없었다.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서율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오후 12시 38분.상영이 끝나자 감독이 조명을 켰다.“작가님, 어떠셨어요?”서율은 잠시 말을 고르다 대답했다.“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정이현이 웃었다.“다행이네요.”“그런데 한 군데만 수정하면 좋겠어요.”서율은 장례식장 장면을 다시 틀어달라고 부탁했다.“여기서 해온이가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짧아요.”감독이 화면을 멈췄다.“2초 정도 더 두자는 말씀이시죠?”“네. 자기 얼굴을 알아보는 것과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다르니까요.”감독은 메모했다.“좋습니다. 편집에 반영하겠습니다.”오후 3시 17분.시사실을 나온 서율은 태혁과 근처 식당에 앉았다.“주인님, 정말 어땠어요?”“좋았어.”“어디가 제일요?”“봉투를 열고 웃는 장면.”“왜요?”“아무것도 없는데 안심하잖아. 그게 인상적이었어.”서율은 기분 좋게 웃었다.“역시 주인님은 제가 의도한 걸 잘 알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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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화 : 결혼식 영상 속 비밀》

오전 9시 36분.은서율은 거실에서 오래된 결혼식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화면 속 최태혁은 검은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주인님, 여기 보세요.”서율이 화면을 가리켰다.“제 입장 기다리면서 계속 손목시계 보셨어요.”태혁이 옆에 앉았다.“시간이 안 가더라고.”“제가 도망갈까 봐요?”“아니. 빨리 보고 싶어서.”서율은 웃으며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그런데 영상 속 태혁이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어? 저건 뭐예요?”태혁이 화면을 보더니 웃었다.“아직도 안 들켰네.”“뭔데요?”“결혼식 서약문.”“서약문은 따로 있었잖아요.”“그건 공식적인 거고.”서율이 몸을 일으켰다.“그럼 저한테 안 보여준 게 있어요?”오전 11시 08분.태혁은 서재 깊숙한 서랍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종이에는 그의 필체로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서율이가 아픈 날에는 내가 먼저 알아차릴 것.》《바쁘다는 이유로 함께하는 시간을 미루지 않을 것.》《10년이 지나도 처음 만난 날처럼 사랑한다고 말할 것.》서율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눈을 깜빡였다.“주인님…….”“그날 읽으려고 했는데 못 읽었어.”“왜요?”“네 얼굴 보니까 다 잊어버려서.”서율은 웃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럼 지금 읽어주세요.”태혁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그리고 10년 전 자신이 적었던 약속을 천천히 읽었다.서율은 끝까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오후 2시 47분.서율은 태혁과 함께 작은 문구점에 들렀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서약문 만들어드릴게요.”“새로?”“네. 결혼 10년 차 버전으로요.”두 사람은 같은 디자인의 작은 수첩을 골랐다.카페에 앉자 서율이 첫 장에 적었다.《최태혁과 은서율의 새로운 약속》태혁이 물었다.“첫 번째는?”“한 달에 한 번은 서로 처음 해보는 데이트하기.”“좋아.”“두 번째는요. 속상한 일이 생기면 혼자 참지 않기.”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세 번째는 내가 쓸게.”그는 펜을 받아 들었다.《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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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화 : 처음 공개되는 이름》

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제작사에서 보내온 홍보 일정을 확인했다.《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의 첫 공식 포스터가 공개되는 날이었다.정이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작가님, 포스터 최종본 보셨어요?”“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뭔데요?”“주인공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등장인물 소개에는 뭐라고 적나요?”“현재는 ‘이름을 잃어버린 여자’로 되어 있어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잃어버렸다는 표현은 바꾸고 싶어요.”“어떻게요?”“‘자신의 이름을 선택하려는 여자’는 어떨까요?”이현이 웃었다.“그게 훨씬 좋네요.”오후 12시 41분.공식 포스터가 공개됐다.짙은 남색 배경에 텅 빈 승강장이 펼쳐져 있었다.한유리는 출구를 등지고 서 있었다.그 아래에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당신이 기억하는 나는, 정말 나일까?》서율은 휴대전화로 공개된 반응을 살펴봤다.‘설정 독특하다.’‘한유리 표정부터 분위기 장난 아닌데.’‘6부작이면 전개 빠르겠다.’그때 한유리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한유리: 작가님, 포스터 봤어요? 드디어 공개됐네요!은서율: 네. 정말 멋지게 나왔어요.한유리: 그런데 저만 알고 있는 이름이 있다는 게 묘하게 기분 좋아요.서율은 웃으며 답장했다.은서율: 마지막 촬영까지 우리 둘만 알고 있어요.오후 3시 18분.최태혁은 서율을 데리고 작은 향수 공방에 들렀다.“주인님, 우리 향수는 이미 만들었잖아요.”“오늘은 다른 걸 만들어보려고.”“뭔데요?”“차량용 방향제.”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이제 차에서도 제 향기 맡으시려고요?”“그럴까 생각 중이야.”두 사람은 향을 고르기 시작했다.서율은 은은한 꽃향기에 나무 향을 섞었다.태혁은 시원한 풀 향을 골랐다.“주인님, 이거 되게 좋다.”“네 것도 맡아봐.”태혁이 향을 맡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서율이 같다.”“제가 꽃향기 나요?”“편안한 향.”서율은 그의 팔에 매달렸다.“주인님, 그런 말씀 자꾸 하시면 제가 더 좋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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