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지 한 시간.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에서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서율의 휴대폰 화면에는 알림이 계속 쌓였다. 《플레이 가이드라인》 글로벌 1위. 실시간 검색어 1위. 그리고. 차태혁이 서율의 손등에 입을 맞춘 영상. 조회 수 천만. 서율이 영상을 다시 보다가 피식 웃었다. “차태혁 씨.” 창가에서 통화하던 태혁이 고개를 돌렸다. “왜.” “당신 지금 전 세계적으로 길들여진 남자 됐는데요.” 태혁은 태연하게 통화를 끝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걸 인정해요?”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서율 앞에 멈춰 서더니 손가락으로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누구한테 길들여졌느냐가 중요한 거지.” “카메라 없어요.” “알아.” “그러니까 연기 안 해도 된다고요.” 태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언제 연기했어?” 서율이 뭐라고 받아치려던 순간. 띠링. 노트북에서 메일 알림이 울렸다. 발신자. 글로벌 OTT 본사. [PLAY GUIDELINE : SEASON 2 공식 제작 제안] “또 왔네.” 태혁이 어깨 너머로 화면을 봤다. “거절할 거야?” “당연하죠.” “왜.” “끝났으니까.” 서율은 바로 대답했다. “싸울 만큼 싸웠고, 잡을 사람도 다 잡았고, 성공했고, 사랑도 확인했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여기서 뭘 더 해요?” 태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결혼.” 서율의 손이 멈췄다. “…네?” “그건 안 했잖아.” “누가 작품 얘기하는데 현실 얘기를 해요?” “난 현실이라고 한 적 없는데.” “표정이 현실인데요?” 태혁은 대답 대신 웃었다. 서율은 다시 메일을 봤다. 제작사가 원하는 건 정식 원고가 아니었다. [시즌2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짧은 시놉시스 또는 샘플 문장.] “한 줄만 보내면 포기하려나.” “쓸 거야?” “장난으로.” 서율은 새 문서를 열었다. 빈 화면. 깜빡이는 커서. 새로운 적? 질렸다. 배신? 더 질렸다.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0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