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91 - Chapter 100

465 Chapters

《91화 :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

두 사람 중 한 명이 상대를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십시오. 진심으로 인정되는 순간, 모든 가이드라인은 종료됩니다. 서율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말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인정된다는 게…” 서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그냥 거짓말한다고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차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아래 새로운 설명이 나타났다. FINAL PLAY 종료 조건 1. 두 대상 중 한 명이 상대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포기한다. 2. 상대에게 직접 이를 선언한다. 3. 시스템이 진심으로 판정하면 모든 계약과 대가는 소멸한다. 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 “편하네요.” 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뭐가.” “사랑을 포기하면 당신 목숨은 돌려준다?” “그렇게 보이네.” “그럼 하면 되겠네요.” 태혁의 얼굴이 굳었다. “뭘.” 서율은 태연한 척 말했다. “내가 당신 사랑 안 하면 되잖아요.” “안 돼.” 즉답이었다. “왜.” “하지 마.” “당신 죽는 것보다 낫잖아.” “싫어.” 서율이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지금 선택할 처지예요?” “그래.” 태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내 목숨이니까 내가 선택해.” “또 그 소리.” “서율.” “당신은 계속 혼자 선택하네요.” 서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기억 지울 때도.” 한 걸음. “프로젝트 유지할 때도.” 또 한 걸음. “수명 내놓을 때도.” 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혼자 끝낼 거예요?” “당신이 날 포기하는 건 끝내는 게 아니야.” “그럼 뭐예요?” 태혁의 눈빛이 깊어졌다. “나한텐 그게 더 최악이야.” 서율의 입술이 굳었다. 잠시 침묵. 그 순간 화면이 다시 움직였다. FINAL PLAY가 시작되었습니다. 남은 시간: 168시간.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일주일.” 제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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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 세 번째 결말》

숨겨진 조건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서율은 관리자 로그를 뒤졌다. 검색. 복원. 삭제 기록. 아무리 찾아도 방금 나타났던 문장은 흔적조차 없었다. “ROOT가 직접 지운 거네.” 태혁이 말했다. “그럼 ROOT 권한부터 뺏으면 되잖아요.” “가능해?” “모르죠.” 서율이 관리자 메뉴를 열었다. 권한 구조. ROOT. 관리자 S.Y. 계약자 C.T.H. 대상자 S.Y. “잠깐.” 서율의 손이 멈췄다. “나 왜 두 개예요?” “뭐가.” “관리자이면서 대상자.” 태혁도 화면을 봤다. ADMIN: S.Y. TARGET 02: S.Y. 서율이 천천히 말했다. “이게 정상적인 구조일까?” “한도진 죽으면서 권한 넘어왔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원래 대상자가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태혁이 이해했다. “권한 상승 조건이 있다는 거네.” “맞아요.” 서율은 한도진 사망 당시 로그를 찾았다. 수천 줄. 그중 권한 승계 부분. 관리자 부재. 자동 승계 조건 검색. 대상자 S.Y. 적격 판정. 적격. 서율이 그 단어를 눌렀다. 잠금. “이거다.” “뭐가.” “왜 내가 적격인지.” 태혁이 그녀 옆에 앉았다. 서율은 관리자 권한으로 강제 접근을 시도했다. 한 번. 실패. 두 번. 실패. 세 번째. 접근 시 패널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태혁이 말했다. “그만.” 서율은 바로 YES를 눌렀다. “서율.” “당신 수명 걸렸는데 이제 와서 겁내요?” 파일이 열렸다. 관리자 적격 조건 대상자일 것. GUIDE의 영향을 인지할 것. GUIDE의 결과를 최소 1회 거부할 것. 작가일 것. 서율의 손이 멈췄다. “작가.” 태혁이 낮게 말했다. “당신밖에 없겠네.” 그 아래 더 작은 글씨. 작가는 GUIDE가 생성한 사건을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서율의 심장이 빨라졌다. “수정.” 그녀는 PLAY 생성 메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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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 루트》

태혁이 먼저 움직였다. 서율을 자기 뒤로 밀었다. “뒤에 있어.” “누구예요?” 대답 대신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한 걸음. 두 걸음. 태혁의 경호팀은 바로 밖에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태혁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먹통. “통신도 끊겼어.” 서율이 낮게 말했다. “ROOT.” 그 순간 비상등이 켜졌다. 희미한 붉은 빛. 현관에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정확히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후드. 마스크. 장갑. 그 사람이 작은 기기를 바닥에 내려놨다. 치익. 노트북 화면이 다시 켜졌다. ROOT USER CONNECTED 서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당신이야?” 대답 없음. “이거 만든 사람?” 그 사람이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말했다. “만든 사람은 아닙니다.” 목소리도 변조돼 있었다. 태혁이 물었다. “그럼 뭐지.” “관리자.” 서율이 비웃었다. “관리자는 나인데.” “현재는.” “그럼 당신은.” 짧은 침묵. “최초 관리자입니다.” 서율의 표정이 굳었다. “한도진 전에?” “그렇습니다.” 태혁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이름.” “필요 없습니다.” “내 아버지 시계는 왜 갖고 있었지.” 그 순간 상대가 멈췄다. 서율이 태혁을 바라봤다. “시계?” 83화에서 사진에 잡혔던 물건. 죽은 아버지의 시계. ROOT가 아주 천천히 장갑을 걷었다. 손목. 그 시계가 있었다. 서율의 숨이 멎었다. “당신…” 태혁은 이미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ROOT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순간— 태혁의 몸이 멈췄다. 정확히는 움직일 수 없었다. “차태혁 씨!” 그의 손목에 붉은 표시가 떠올랐다. CONTRACT HOLDER LOCK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ROOT가 말했다. “계약자는 관리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습니다.” 태혁이 이를 악물었다. “서율. 가까이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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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 내가 먼저 잊었다》

“내 기억을 지웠다고?”서율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ROOT가 말했다.“예.”“언제.”“GUIDELINE 최초 실행 후.”“왜.”“직접 요청하셨습니다.”태혁이 서율 앞을 막아섰다.“증거.”ROOT는 노트북에 파일 하나를 열었다.영상.십 대 후반에서 스무 살 무렵으로 보이는 서율이 화면에 있었다.지금보다 훨씬 어린 얼굴.눈 밑이 퀭했다.영상 속 서율이 말했다.“다 없애주세요.”현재의 서율은 숨을 멈췄다.분명 자기 목소리였다.카메라 밖 목소리.“GUIDELINE도 종료합니까?”어린 서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럼 기억만 삭제합니다.”“네.”“이유를 기록해주십시오.”영상 속 서율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말했다.“내가 원하는 대로 사람 인생이 바뀌는 게 무서워서.”현재의 서율이 굳었다.“사람?”영상이 이어졌다.“글로 쓰면 현실이 조금씩 바뀌어요.”“확인했습니다.”“처음엔 좋았어요.”어린 서율이 씁쓸하게 웃었다.“싫어하는 사람이 멀어지고.”“원하는 일이 생기고.”“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고.”그러다 표정이 굳었다.“근데 어느 날.”영상이 잠시 끊겼다.복구.“누군가 다쳤어요.”서율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내가 쓴 대로 되려고.”72화.태혁의 사고.완전히 같은 일이었다.영상 속 서율이 말했다.“그래서 다 잊고 싶어요.”“GUIDELINE을 삭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안 돼요.”“왜입니까?”어린 서율이 고개를 숙였다.“그럼 내가 바꾼 것들이 전부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서요.”“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럼 안 돼.”“어떤 변화 때문입니까?”서율은 화면 속 자신의 입술을 바라봤다.어린 자신이 천천히 말했다.“엄마.”현재의 서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엄마?”영상 속 서율이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엄마가 죽는 날짜를 바꿨어요.”방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다.서율의 손이 떨렸다.자신의 어머니는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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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 만들어진 사랑》

“그럼 당신은…”서율은 차태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내가 원해서 나타난 사람이에요?”태혁이 즉시 말했다.“아니.”“기록에 있잖아요.”“나 원래 존재했다며.”ROOT 역시 말했다.“C.T.H.라는 인간을 생성한 것은 아닙니다.”서율이 날카롭게 물었다.“그럼 뭐가 달라.”“GUIDELINE은 조건과 일치하는 인물을 탐색하고 경로를 수정했습니다.”“결국 나 때문에 만났다는 거잖아.”“만난 것은 그렇습니다.”서율은 입술을 깨물었다.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율은 피했다.태혁의 표정이 굳었다.“왜 피해.”“생각 좀 하게요.”“뭘.”“우리.”서율은 힘겹게 말했다.“처음부터 우연이 하나도 아니었잖아요.”호텔도.카페도.북토크도.병원도.누군가 만들어낸 접촉이었다.“내가 당신을 원한다고 써서.”서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당신이 내 앞에 온 거잖아요.”태혁은 차갑게 ROOT를 바라봤다.“내 감정도 조작했나.”“불가능합니다.”“증명해.”ROOT가 화면을 열었다.GUIDELINE 권한 목록.접촉.확률 조정.사건 생성.경로 변경.기억 분리.그러나.감정 생성 — 접근 불가의지 변경 — 접근 불가강제 선택 — 접근 불가ROOT가 말했다.“사람이 어떤 장소에 있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태혁이 서율을 바라봤다.“들었지.”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율.”“알아요.”“그런 얼굴 하지 마.”“어떤 얼굴인데요.”“다 가짜였던 것처럼.”서율의 눈이 흔들렸다.태혁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내가 당신 처음 보고 관심 가진 것도 나고.”한 걸음.“찾아간 것도 나고.”또 한 걸음.“붙잡은 것도 나야.”“하지만 만날 기회를—”“기회가 있었다고 다 사랑해?”서율은 입을 다물었다.태혁이 낮게 말했다.“세상에 당신보다 먼저 만난 여자 많았어.”“……”“당신보다 오래 본 사람도 있었고.”“……”“근데 내가 누구 선택했는데.”서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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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 공동 작성자》

ROOT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 침묵이 답이었다.서율이 말했다.“노트북 켜요.”“불가능합니다.”“그럼 내가 켜죠.”“서율 작가님.”“이제 작가님 소리도 듣기 싫으니까.”서율이 ROOT 앞으로 다가갔다.“공동 작성자 누구예요.”“확인할 필요 없습니다.”“내 기억을 지운 것도 그 사람이에요?”침묵.“가이드라인 만든 것도?”침묵.“차태혁을 프로젝트에 넣은 것도?”ROOT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서율이 알아챘다.“맞네.”태혁이 낮게 말했다.“이름만 말해.”ROOT가 그를 바라봤다.“알게 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태혁이 비웃었다.“그 말 지겹다고 했지.”서율은 ROOT가 가져온 장치를 잡았다.태혁이 물었다.“뭐 해.”“연결 끊으려고요.”“그걸 알아?”“관리자잖아요.”서율은 장치 전원을 껐다.순간.ROOT USER 연결이 끊겼다.노트북 화면이 복구됐다.서율은 즉시 공동 작성자 기록을 열었다.S.Y.그리고.C.S.H.서율은 이름을 바라봤다.“…C.S.H.”태혁의 얼굴이 굳었다.“알아요?”“응.”“누군데.”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내 형.”서율이 멈췄다.“…형이 있었어요?”“있었어.”과거형.서율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지금은.”태혁이 낮게 말했다.“죽었어.”또 죽은 사람.한도진.태혁의 아버지.그리고 이제 형.서율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이름은.”“차성현.”C.S.H.일치했다.“언제 죽었어요?”“내가 스무 살 때.”“그럼…”GUIDELINE 최초 계약 작성 시기와 비슷했다.태혁도 깨달았다.서율이 빠르게 기록을 열었다.공동 작성자 로그인 기록.C.S.H.마지막 접속.놀랍게도—3일 전.서율의 얼굴이 굳었다.“죽은 사람이 3일 전에 접속했다고?”태혁은 즉시 ROOT를 돌아봤다.하지만.아까까지 있던 사람이 사라져 있었다.문.닫혀 있었다.“어디 갔어?”태혁이 경호팀을 불렀다.이번에는 바로 사람들이 들어왔다.“방금 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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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 죽은 형》

“답하지 마.”태혁이 말했다.서율은 이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태혁아. 오랜만이다.“진짜 형이 보낸 거예요?”“죽었어.”“그건 알아요.”“내가 직접 장례 치렀어.”태혁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서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떤 사람이었어요?”태혁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나보다 여섯 살 많았어.”“사이는?”“좋았어.”짧았다.그런데 그 한마디에 많은 게 들어 있었다.서율은 더 묻지 않았다.화면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율 씨도 옆에 있겠네.서율의 얼굴이 굳었다.태혁이 노트북을 닫으려 했다.서율이 막았다.“계속 봐요.”“위험해.”“여기까지 왔는데.”새로운 메시지.내가 시작한 걸 이제 끝낼 때가 됐다.서율이 입력했다.당신 차성현 맞아요?답.맞습니다.죽었잖아요.잠시 뒤.육체는.서율의 손이 굳었다.태혁이 직접 키보드를 가져갔다.헛소리하지 마.즉시 답이 왔다.여전하네.태혁의 턱이 굳었다.증명해.몇 초 뒤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어린 태혁.그리고 옆에 서 있는 형.둘만 찍힌 사진.사진 뒤에 손글씨가 있었다.태혁이가 열두 살 되던 날. 성현.태혁의 눈빛이 흔들렸다.“처음 보는 사진이에요?”서율이 물었다.“…아니.”“그럼.”“내가 갖고 있던 거야.”“어디에.”“금고.”태혁은 곧바로 비서에게 금고 확인을 요청했다.잠시 후.사진이 사라졌다는 답이 왔다.서율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메시지가 이어졌다.GUIDELINE은 원래 사람의 욕망을 현실로 연결하는 실험이었다.서율 씨는 최초의 안정적인 사용자였고.서율이 입력했다.왜 나였어요?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가장 오래 유지할 수 있으니까.태혁이 물었다.나를 왜 넣었어.답이 한동안 오지 않았다.그리고.넌 내가 골랐다.태혁의 얼굴이 굳었다.왜.서율 씨 조건과 가장 잘 맞아서.서율이 숨을 들이켰다.그러니까.자신이 ‘떠나지 않을 사람’을 요청했고.성현이 자신의 동생을 선택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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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 처음 시작한 곳》

장소는 오래된 별장이었다.차태혁 가문 소유였지만 십수 년 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곳.성현이 죽은 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했다.“사고라고 했잖아요.”차 안에서 서율이 물었다.“화재.”“여기서?”“응.”“시신은.”태혁의 표정이 굳었다.“…전부 찾진 못했어.”서율이 그를 바라봤다.“그러니까 죽었다고 확신한 건.”“DNA는 나왔어.”“일부만?”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별장에 도착했다.외관은 폐허에 가까웠다.그런데 이상하게 지하 전력은 살아 있었다.태혁이 말했다.“예전엔 지하가 없었는데.”서율이 화면을 확인했다.GUIDELINE_0이 자동으로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다.ROOT SIGNAL DETECTED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갔다.지하.낡은 벽 뒤에 최신식 서버실이 나타났다.서율은 숨을 삼켰다.“이게 몇 년 동안 여기 있었다고?”수십 대의 서버.그리고 중앙.유리벽 안에 의자 하나.사람이 앉아 있었다.“형.”태혁의 목소리가 멈췄다.서율도 굳었다.차성현.사진 속 남자보다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분명 같은 얼굴.눈을 감은 채 기계에 연결돼 있었다.“살아 있…”서율이 다가가려는 순간.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왔다.“가까이 오지 마.”97화에서 들었던 목소리.성현이었다.태혁이 유리벽을 주먹으로 쳤다.“열어.”“못 열어.”“형.”“오랜만이다.”태혁의 얼굴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까웠다.“살아 있었으면서.”“살아 있는 건 아니야.”“그럼 저게 뭔데.”“남아 있는 거.”서율이 물었다.“GUIDELINE이랑 연결돼 있는 거예요?”“예.”성현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정확히는 내가 마지막 서버가 됐어요.”“왜 그런 짓을.”“프로젝트가 폭주해서.”화면들이 켜졌다.과거 기록.수백 명의 사용자.수천 개의 요청.“서율 씨 이전에도 시험은 많았어요.”“근데 실패했고?”“대부분.”욕망이 현실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더 큰 걸 원했다.돈.사랑.복수.생존.그리고 그 결과 누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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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 모든 것을 원래대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서율이 물었다.성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우리 기억이 사라져요?”“가능합니다.”“만난 사실 자체가?”“그럴 수도 있습니다.”태혁이 차갑게 말했다.“확률.”“두 사람이 전혀 만나지 않았던 경로로 복귀할 가능성.”잠시 뒤 화면에 숫자가 나타났다.61.3%서율의 얼굴이 굳었다.절반 이상.“그럼 ROOT 삭제하면.”서율이 말했다.“차태혁 씨는 살지만.”“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거네.”태혁이 말을 끝냈다.침묵.서율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태혁은 오히려 태연했다.“눌러.”서율이 고개를 돌렸다.“뭐?”“삭제.”“당신 지금 들었잖아요.”“들었어.”“우리가 서로 잊을 수도 있다고요.”“그래.”“그런데?”태혁이 서율을 바라봤다.“다시 찾으면 되지.”서율의 눈이 흔들렸다.“기억도 없을 수 있는데.”“예전에도 기억 없이 찾았다며.”태혁은 한 걸음 다가왔다.“북토크.”또 한 걸음.“호텔.”“병원.”“몇 번이고 만났다잖아.”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번에도 만나겠지.”“그건 가이드라인이 만든 거였잖아요.”“그럼 이번에는 내가 만들지.”서율의 입술이 떨렸다.“어떻게.”“몰라.”태혁이 아주 조금 웃었다.“근데 당신 같은 사람 또 보면.”그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어차피 또 미칠 것 같아서.”서율이 눈을 감았다.“진짜 재수 없어.”“알아.”“자신감은 어디서 나와요?”“이미 한 번 성공했잖아.”그 순간 FINAL PLAY의 남은 시간이 나타났다.00:31:4431분.태혁의 수명 회수까지.서율이 화면을 바라봤다.선택지는 세 개.FINAL PLAY 01서율이 태혁을 포기한다.FINAL PLAY 02태혁이 서율을 포기한다.그리고.ROOT DELETE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린다.서율이 성현에게 물었다.“다른 방법 진짜 없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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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 다시, 당신을 선택한다》

“누구십니까?” 그 한마디에. 서율의 머릿속이 완전히 멈췄다. 차태혁은 정말 모르는 얼굴이었다. 경계. 혼란.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눈. “차태혁 씨.” 태혁의 미간이 좁아졌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압니까?” 서율은 대답하지 못했다. 태혁이 기억을 잃었다. 자신만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자신도 빠르게 잊고 있었다. 둘이 처음 만난 날. 희미해졌다. 첫 키스. 얼굴은 떠오르는데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태혁의 목소리. 손길. 수많은 기억들이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안 돼.” 서율은 머리를 붙잡았다. “잠깐만.” 태혁이 instinctively—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괜찮습니까?” 서율은 그 손을 붙잡았다. “놓지 마요.” 태혁의 표정이 당황스러워졌다. “저를 아십니까?” “네.” “어디서.” 서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걸 지금 설명하면…”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잊을 것 같아서.” 태혁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런데도 손을 빼지 않았다. 서율이 그 사실을 깨달았다. “왜 안 놔요?” 태혁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 모른다면서.” “…모릅니다.” “그럼.” 태혁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서율의 손을 잡고 있는 손. “이상해서.” “뭐가.” “놓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서율의 눈이 흔들렸다. GUIDELINE은 사라졌다. 그를 움직일 명령도. 계약도. 플레이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차태혁은 또 자신을 붙잡았다. 그 순간 지하 서버실 끝에 남아 있던 작은 모니터 하나가 켜졌다. ROOT DELETE COMPLETE GUIDELINE PROJECT TERMINATED 그리고. 모든 강제 경로 수정이 해제되었습니다. 서율은 화면을 바라봤다. 마지막 문장. 이후의 선택에는 어떠한 개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끝. 정말 끝이었다. 세 달 후. 서울. 서율은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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