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81 - Chapitre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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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 처음부터 》

다음 날 아침. 서율은 말이 없었다. 태혁도 굳이 묻지 않았다. 호텔을 나와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 서율은 계속 창밖만 바라봤다. 먼저 침묵을 깬 건 태혁이었다. “아직 화났어?” “네.” “많이?” “많이.” “어떻게 하면 풀리는데.” 서율이 고개를 돌렸다. “말하면요.” “뭘.” “당신이 진짜 숨기는 것.” 태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 문서 봤잖아.” “그게 전부 아니래요.” “누가?” 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태혁의 시선이 곧바로 노트북으로 향했다. “PLAY?” “네.”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차태혁 씨가 숨기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대요.” “그걸 믿어?” “확인하면 되잖아요.” “어떻게.” 서율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물었다. “당신은 언제부터 나를 알았어요?” 태혁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순간. 서율은 깨달았다. 아직 대가가 끝나지 않았다. [대가 유지 시간.] 머릿속에 어젯밤의 숫자가 스쳤다. 태혁이 입을 열었다. 분명 대답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요?” 태혁이 다시 말했다. 또 들리지 않았다.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 “왜.” 이번 말은 들렸다. 정확히. 그 질문에 대한 답만 사라지고 있었다. PLAY가 정말 대가를 가져간 것이다. “미쳤어.” “뭐가.” “아니에요.” “서율.” 태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또 PLAY가 한 거야?” 서율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를 치렀어요.” “무슨 대가.” “당신한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포기하는 거.” 태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서 내 대답이 안 들리는 거고?” “…네.” “왜 그런 걸 선택했어.” “AFTER SEOYUL을 열려고.” 짧은 침묵. 태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선택하지 마.”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아니. 무슨 조건을 내걸든 누르지 마.” 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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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 그가 먼저 알고 있었다》

차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노트북 화면에는 아직 마지막 문장이 떠 있었다. 그는 당신이 그를 알기 전부터 이미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서율은 몇 초 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차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수상했다. “차태혁 씨.” “응.” “왜 안 놀라요?” 태혁의 시선이 서율에게 향했다. “뭘.” “저 문장.” 서율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가 당신 알기 전부터 나를 선택했다잖아요.” “……” “보통이면 말도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태혁은 잠시 침묵했다. 서율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설마.” 그녀가 낮게 말했다. “진짜예요?” 태혁의 턱이 굳었다. 그 반응 하나면 충분했다. “언제부터예요?” “서율.” “언제부터 나를 알았어요?” “지금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야.” 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 “또 그 말.” “이번엔 이유가 있어.” “항상 이유가 있죠.” 서율은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좋아요. 그럼 내가 찾을게.” “뭘.” “당신이 언제부터 나를 알았는지.” 태혁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 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거야?” “당신이 말 안 하니까요.” “위험한 거 봤잖아.” “그래서 더 알아야죠.” 태혁이 서율의 손목을 잡았다. “그 사고까지 났는데도?” 서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72화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이 적은 한 줄 때문에 연락이 끊겼고. 결국 태혁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분명 무서웠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었다. “당신도 무서워요.” 태혁의 손이 멈췄다. “뭐?” “이 프로그램만큼.” 서율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는 당신이 나를 언제 처음 봤는지도 모르고.” 한 마디. “왜 나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고.” 또 한 마디. “내 이름으로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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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 죽은 사람이 남긴 기록》

삭제 예정 기억: 서율과의 첫 키스. 서율은 그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진짜 치사하네.” 태혁이 옆에서 낮게 물었다. “뭐가.” “하필 그 기억이에요?” “당신한테 중요한가 보네.” 서율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태혁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조금.” “웃지 마요.” “안 웃었어.” “웃었거든요.” 서율은 노트북을 다시 자기 쪽으로 당겼다. 남은 시간. 65:57:44 장난칠 여유가 없었다. “한도진 마지막 기록부터 찾아요.” 태혁도 곧 표정을 거뒀다. 강 실장이 복원한 자료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한도진이 사망하기 직전 한 달 동안 사용했던 회사 서버. 개인 클라우드. 삭제된 이메일. 임시 저장 파일. 수백 개였다. 둘은 하나씩 확인했다. 한 시간. 두 시간. 관련 없는 기록만 계속 나왔다. 서율이 눈을 비볐다. “혹시 이미 지운 거 아니에요?” “삭제했어도 흔적은 남아.” “그럼 왜 없어.” 태혁은 대답 대신 다음 파일을 열었다. 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 강 실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태혁이 받았다. “말해.” 잠시 뒤. “보내.” 통화를 끊은 태혁이 말했다. “개인 클라우드에서 복구된 사진이 있대.” 파일이 도착했다. 총 마흔일곱 장. 첫 번째 사진을 연 순간 서율의 표정이 굳었다. “…나잖아요.” 카페. 두 번째. 버스 정류장. 세 번째. 출판사 앞. 네 번째. 작은 서점. 전부 서율이었다. 멀리서 찍혀 있었다. 날짜도 제각각이었다. “이 사람 나 계속 찍고 있었어요?” 태혁은 사진의 정보를 확인했다. “몇 달 정도.” “왜?” “그걸 알아내는 중이잖아.” 서율은 다음 사진으로 넘겼다. 그러다 손을 멈췄다. 사진 속 멀리 검은 차량이 있었다. 뒷좌석 창문.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의 옆얼굴. “차태혁 씨.” 태혁도 화면을 봤다. “…나네.” “이날 기억나요?” 잠시 침묵.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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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 없는 기억》

“빈 공간이 무슨 뜻이에요?” 서율이 물었다. 태혁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말 그대로겠지.” “당신 기억 중에 빠진 게 있다는 거?” “모르겠어.”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문제지.” 태혁은 곧바로 강 실장에게 과거 일정 전체를 가져오라고 했다. 7년 전부터 현재까지. 출장. 회의. 병원 기록. 보안 로그. 개인 일정. 태혁의 삶이 날짜별로 펼쳐졌다. 서율은 한참 들여다보다 이상한 구간을 발견했다. “여기.” 태혁이 고개를 숙였다. 3일. 정확히 사흘 동안 일정이 비어 있었다. “당신 일정이 사흘이나 비어 있는 게 가능해요?” “거의 없어.” “기억은?” 태혁이 미간을 좁혔다. “없어.” “뭐 했는지도?” “전혀.” 서율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날짜는 한도진이 GUIDELINE PROJECT를 C.T.H.에게 이관했다고 기록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우연 아니죠.” “아마.” 태혁은 당시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했다. 없었다. 전화 기록. 없었다. 차량 이동. 없었다. 출국 기록도 없었다. 마치 사흘 동안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 같았다. 서율이 말했다. “병원은요?” 태혁이 바로 검색했다. 기록 없음. 그 순간 프로그램이 반응했다. PLAY 05. 진행률 55%. 차태혁의 누락된 72시간을 복원하십시오. 서율이 눈을 크게 떴다. “또 72시간.” 화면 아래 새로운 안내. 현재 제한 시간과 동일한 길이입니다. 남은 시간. 57:13:08 서율이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한테 주어진 72시간이…” 태혁이 말을 이어받았다. “내가 잃어버린 72시간이랑 같다는 거네.” 둘이 동시에 침묵했다. 서율은 파일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잠깐.” 3일이 끝난 다음 날. 태혁이 처음 사용한 카드 내역이 하나 있었다. 세림기억연구센터. 서율이 읽었다. “기억 연구?” 태혁의 얼굴이 굳었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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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 지워달라고 한 사람》

“당신 서명이죠?” 서율이 물었다. 태혁은 종이를 한참 바라봤다. “…맞아.” “그런데 기억이 안 나고?” “응.” 서율은 동의서를 읽었다. 기억 분리 대상: 특정 인물 및 관련 사건 분리 후 복원 제한 본인 요청에 의한 자발적 시술 서율의 손이 멈췄다. “본인 요청.” 태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직접 지워달라고 했다는 거네.” “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서율이 종이 아래를 내려봤다. 대상자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검은 잉크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하지만 이니셜 하나만 남아 있었다. S.Y. 서율이 숨을 멈췄다. “나잖아.” 태혁의 시선도 굳었다. 자신이 서율과 관련된 기억을 스스로 지웠다. 그런데 이후 다시 서율을 만났고. 다시 사랑했다. “말도 안 돼.” 서율이 중얼거렸다. 태혁은 비디오 파일을 연결했다. 화면에 과거의 자신이 나타났다. 지금보다 조금 젊은 얼굴. 그는 카메라 앞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 물었다. “정말 진행하시겠습니까?” 과거의 태혁이 대답했다. “그래.” “복원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어.” “대상자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잠시 침묵. 과거의 태혁이 말했다. “그러면 다시 선택하면 되지.” 현재의 서율이 굳었다. 태혁 역시 화면을 바라봤다. 영상 속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왜 기억을 지우려 하십니까?” 과거 태혁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 사람이 위험해지니까.” 서율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누가?” 영상 속 태혁이 카메라 밖 누군가를 바라봤다. “내가 기억하는 한.” 잠시 멈췄다. “가이드라인이 계속 따라붙는다.” 영상이 갑자기 끊겼다. 정지. 파일 오류. 서율이 키보드를 눌렀다. “왜 여기서 끊겨.” 다시 재생. 같은 지점. 끊겼다. 그때 GUIDELINE_0이 켜졌다. 금지된 기억에 접근했습니다. 서율이 화면을 노려봤다. 경고: 추가 접근 시 삭제 일정이 앞당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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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 관리자 서율》

“내가 관리자라고?” 서율은 몇 번이나 화면을 확인했다. 현 관리자: S.Y. 바뀌지 않았다. 태혁이 프로그램 정보를 열었다. 권한. 최고 관리자. 사용자 ID. S.Y. “언제부터?” 서율이 물었다. 화면이 반응했다. 한도진 사망 시점부터. “난 그 사람 이름도 오늘 처음 들었어요.” 태혁이 말했다. “동의 없이 자동 승계된 거겠지.” “왜 하필 나한테?” 태혁의 시선이 서율에게 향했다. “프로젝트 대상자였으니까.” 서율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대상자에서 관리자가 됐네.” “권한 확인해봐.” “뭐 할 수 있는데.” 서율이 관리자 메뉴를 열었다. 처음 보는 항목들이 나타났다. PLAY 생성 PLAY 수정 대상자 지정 기억 보호 종료 서율의 손이 마지막 항목에서 멈췄다. “종료.” 태혁도 봤다. “눌러.” 서율이 클릭했다. 새 창. GUIDELINE PROJECT를 종료하시겠습니까? YES. 서율은 바로 눌렀다. 그러나. 종료 권한이 잠겨 있습니다. “관리자라며!” 서율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다음 안내. 종료 조건을 확인하십시오. 클릭. 잠금. 최초 계약자의 승인 필요. 태혁이 미간을 좁혔다. “최초 계약자?” 서율이 관리자 기록을 열었다. 프로젝트 최초 생성자. 알 수 없음. 최초 계약자. C.T.H. 둘 다 말이 없어졌다. 태혁이 낮게 말했다. “결국 나네.” “근데 당신은 프로젝트 기억을 지웠잖아요.” “그러니까 종료 못 한 거겠지.” 서율이 갑자기 태혁을 바라봤다. “잠깐.” “왜.” “당신 기억 복원하면 종료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가능성이 있었다. 태혁도 이해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먼저 반응했다. 기억 복원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서율이 비웃었다. “누가 물어봤어?” 새 문장. 복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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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

태혁은 즉시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했다. 와이파이. 유선 인터넷. 휴대전화 테더링. 노트북은 완전히 오프라인 상태가 됐다. 그런데. ROOT USER 접속 중. 표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 “인터넷도 필요 없나 봐.” “프로그램 자체에 들어와 있을 수도 있어.” “그럼 노트북 버리면?” “해봤잖아.” 다른 기기에서도 나타났다. 삭제해도 돌아왔다. 서율은 화면을 바라봤다. “ROOT한테 메시지 보낼 수 있나?” 태혁이 바로 말했다. “하지 마.” “왜.”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물어봐야죠.” “서율.” “시간 30시간도 안 남았어요.” 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결국 물러섰다. 서율은 관리자 콘솔을 열었다. ROOT USER에게 메시지를 전송합니다. 그녀는 한 문장을 적었다. 당신 누구야? 전송. 10초. 아무 반응도 없었다. 30초. 1분. 그리고 답이 왔다. 당신이 만든 것을 관리하는 사람. 서율의 손이 멈췄다. 내가 뭘 만들었는데? 답. 차태혁.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태혁은 눈썹을 찌푸렸다. “웃기네.” 서율이 다시 입력했다. 사람을 만들었다는 소리 하지 마. 잠시 뒤. 사람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서율의 머릿속에 《종속의 조건》이 떠올랐다. 자신이 오래전 쓴 남자. 세상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지만 단 한 사람에게만 무너지는 남자. 태혁과 닮은 설정. 왜? 답변은 곧바로 왔다. 작가의 요청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언제 요청했는데.” 서율은 소리 내어 말했다. 화면이 바뀌었다. 오래된 문서 하나. 서율의 최초 원고. 《종속의 조건》. 맨 마지막에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문장이 있었다. 이런 남자가 현실에 있다면 좋겠다.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썼어.” 기억났다. 새벽. 글이 안 풀려서 장난처럼 적었던 문장. 저장도 하지 않고 지웠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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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 세 번째 가이드라인》

서율은 GUIDE 03을 클릭했다. 검은 화면 위에 문장이 나타났다. GUIDE 03. 관계가 완성되면 프로젝트를 종료한다. 서율은 읽고 또 읽었다. “관계가 완성되면…” 태혁이 낮게 말했다. “레드카펫.” 70화. 둘이 서로에게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던 날. 서율도 같은 순간을 떠올렸다. “그럼 그때 끝났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정상 종료 예정일 날짜가 나타났다. 정확히 레드카펫 당일. 그러나 상태. 종료 실패. 사유. C.T.H. 거부. 서율이 태혁을 바라봤다. “당신이 거부했다고.” “기억 없어.” “기억 지우기 전 일이겠죠.” 태혁은 입을 다물었다. 서율이 기록을 열었다. 종료 당시 로그. 과거 태혁의 음성파일이 있었다. 재생. “종료하지 마.” 차태혁의 목소리였다. 서율의 심장이 뛰었다. 기계음. “프로젝트 목적은 달성되었습니다.” “알아.” “이후 개입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 나가.” “종료 시 대상자와의 경로 보정이 해제됩니다.” 잠깐의 침묵. 과거 태혁이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두 사람의 관계가 자연 경로로 복귀합니다.” “쉽게 말해.” “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의 서율이 숨을 멈췄다. 영상 속 태혁은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럼 종료하지 마.” 기계음이 말했다. “종료 거부에는 대가가 필요합니다.” “뭔데.” “기억.” 서율의 눈이 커졌다. “그래서 기억을…” 태혁 역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성이 이어졌다. “대상자와 관련된 기억 일부를 분리하면 프로젝트 유지가 가능합니다.” 과거 태혁이 물었다. “그 사람이 위험해지나.” “프로젝트가 장기화될수록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그럼 내 기억만 가져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더 가져가.” 서율의 손끝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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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 내가 당신을 사랑한 순간》

남은 시간. 18:52:33 서율은 태혁을 바라봤다. “언제였어요?” “뭐가.” “처음 사랑한다고 알았던 순간.” 태혁이 눈을 피했다. “지금 그걸 왜 물어.” “곧 없어질 수도 있다잖아요.” “안 없어지게 할 거야.” “그래도 말해줘요.” 침묵. 서율이 기다렸다. 한참 뒤 태혁이 말했다. “병원.” 서율의 눈이 조금 커졌다. “어머니 돌아가신 날?” “아니.” “그럼.” “당신이 아팠던 날.” 서율은 기억을 더듬었다. 몇 년 전. 과로로 쓰러졌던 적이 있었다. 태혁은 밤새 병실에 있었다. “그날?” “응.” “왜.” 태혁은 짜증 섞인 듯 숨을 내쉬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당신 자는데.” “응.” “계속 숨 쉬나 확인했어.” 서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뭐?” “너무 조용해서.” “나 안 죽었거든요.” “알아.” “근데 왜.” 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 알았어.” “뭘.” “당신 없어지면.” 잠깐 멈췄다. “내가 정상적으로 못 살겠구나.” 서율은 말을 잃었다. “그게 사랑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고.” “…되게 당신답게 깨달았네요.” “칭찬이야?” “아니요.” 태혁이 희미하게 웃었다. 서율은 그 얼굴을 보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무조건 지켜요.” “뭘.” “그 기억.” “그래.” 그 순간 프로그램에 새 알림이 떴다. 복원 키가 발견되었습니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화면으로 향했다. “복원 키?” 한도진의 파일에서 자동으로 추출된 작은 데이터였다. 파일명. ORIGINAL_S.Y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내 원고.” 오래전 《종속의 조건》 최초 버전이었다. 둘은 파일을 열었다. 처음에는 익숙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 서율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기 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여자는 남자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단지 수많은 사람 중 그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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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 마지막 대가》

“최종 대가?” 서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태혁은 화면을 응시했다. “내가 뭘 약속했는데.” 프로그램이 답했다. 기록을 공개합니다. 과거 음성파일이 다시 재생됐다. 기계음. “기억만으로 부족할 경우 추가 대가가 필요합니다.” 과거의 태혁. “뭘 가져가는데.” “시간.” 현재의 서율이 굳었다. 영상 속 태혁은 잠시 침묵했다. “얼마.” “프로젝트 유지 기간에 비례합니다.” “그 사람이 위험해지지 않는다면 가져가.” 서율이 화면을 멈췄다. 탁. “미쳤어요?” 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 진짜 미쳤냐고.” “기억 안 난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난다고 없던 일이 돼요?” 서율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시 재생했다. 기계음. “동의하시겠습니까?” 과거 태혁. “그래.” “철회할 수 없습니다.” “상관없어.” “대상자 S.Y.에게 해당 사실을 공개하시겠습니까?” “아니.” “이유는.” 잠시 침묵. 그리고. “알면 날 버릴 테니까.” 서율의 얼굴이 굳었다. 태혁 역시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음성파일이 끝났다. 프로그램 화면에 계산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추가 유지 기간 숫자가 올라갔다. 몇 년. 몇 개월. 며칠. 서율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리고 최종 결과. 미납 대가: C.T.H. 생존 시간 일부 서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소해.” 아무 반응 없음. “관리자 권한 있잖아.” 그녀는 메뉴를 열었다. 대가 취소 없었다. 계약 변경 잠금. 관리자 이관 가능. 서율의 손이 멈췄다. “이관…” 태혁이 바로 알아챘다. “하지 마.” 서율이 그를 돌아봤다. “뭘.” “당신한테 넘길 생각 하지 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표정 보면 알아.” “당신은 했잖아요.” “그래서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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