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맨 제도의 투자 조합과, 룩셈부르크의 기금 운용사. 국적도, 형태도 다른 두 회사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두 회사의 자산을 관리하고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곳이, 스위스에 위치한 ‘아레스’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자산 관리 회사라는 점이었다. 서유리는 김진우에게 마지막 분석 결과를 음성으로 남겼다. [대표님. 이건 우연이 아니야. 완벽하게 계획된, 두 갈래의 공격이었어. 부산에서는 뇌물로, 유림제약에서는 자본의 논리로.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정확히 재단의 핵심 사업을 방해하는 거였지. 소름 끼치는 건, 그 수법이야.너무 깨끗하고,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어서, 웬만한 정보력으로는 절대 배후를 찾아낼 수 없어. 이건… 이건 내가 아는 방식이 아니야. 어쩌면 나보다 더 뛰어난 놈이, 이 모든 판을 짜고 있을지도 몰라.]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서유리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김진우는 단말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평온한 은퇴자의 것이 아니었다. 과거, 월스트리트의 포식자들을 사냥하던 유령의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신이 애써 이룩한 평화. 그리고 자신이 지켜주고자 했던 약한 자들의 보금자리.그것을 부수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손’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더 이상 침묵 속에 머무를 수 없었다. 김진우는 자신의 서재에서, 가장 아끼던 철학책을 조용히 덮었다.그리고는 1년 만에,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작은 시골 마을 체육관의 아이들 소리가 희미하게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2 Read More